모교 개교100주년 행사 일환으로 개최한 팔공산 등산에 참가한다.
이번에는 한티재에서 비로봉을 거쳐 수태골로 내려올 예정이었으나 사정 상 탑골로 내려오게 되었다.
오후에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어 조금 걱정했지만 다행히 산행이 끝날 때까지 비는 내리지 않았다.
사전에 총동창회에서 전해 준 깃발을 배낭에 걸고 한티재휴게소 앞에 모여 출발한다.
출발하기 전 잠시 기념촬영을 하고,
도로 건너 편 들머리를 향해 올라간다.
잠시 후 오늘 진행할 여정을 확인하고,
삼갈래봉을 지난다.
걷기 좋은 낙옆길이지만 사방이 곰탕이라 오늘 조망은 영 기대하기가 힘들 듯.
약 40분 지나서 원당봉산표석을 마주친다.
대구파계사 원당봉산표석(大邱把溪寺 願堂封山標石).
팔공산 파계재에서 한티재 방향으로 약 400m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원당봉산(願堂封山)은 '원당'과 '봉산'이란 두 단어를 조합한 것이다. '원당'은 황실의 안녕(安寧)이나 명복(冥福)을 빌던 장소를 뜻하며, '봉산'은 함부로 나무를 베지 못하게 금지한 산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 표석은 원당으로 지정된 사찰의 나무를 함부로 벌목하지 못하게 하고 주변 산림도 보호하고자 세운 것이다. 1806년 작성된 '파계사원당사적(把溪寺 願堂事蹟)에 따르면 파계사는 1696년(조선 숙종22년) 세자(영조)의 탄진을 기원하기 위해 왕실의 원당을 설치하였다는 기록이 남아 있어 1696년 이후 파계사가 원당으로 지정되면서 세워진 것으로 추정된다.
출발 50분 후에 파계재에 도착.
구름이 잔뜩 낀 날씨에다 제법 쌀쌀한데도 불구하고 개별꽃 한 송이가 머리를 내밀고 있는데, 이슬을 잔뜩 머금은 꽃송이가 채 활짝 피지도 못하고 오들오들 떨고 있다.
잠시 안개가 벗겨지면서,
낙옆이 잔뜩 내려앉은 편안한 양탄자 위를 걸어가지만,
곧 이어 바위너덜이 나타나고,
파계봉에 도착한다.
다시 암릉과 낙옆길을 번갈아 가면서 진행하면,
대문바위(?)가 나타나고 옅어졌던 안개는 더욱 자욱하게 밀려온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내려다보지만,
뭐가 보여야 느낌이 올 것 아닌가!
그냥 멍때리고 만다...
와중에 이슬을 대롱대롱 매단 생강나무꽃이 생강스럽고...
살짝 옅어지는 구름 사이로 흐릿한 가운데도 부인사 방향을 조망하고,
지나온 방향을 뒤돌아보니 옅은 구름과 어우러진 산세가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다시 멋진 조망터가 나타나 잠시 앉아 분위기에 취해 본 후,
가마바위봉에 올라섰다.
진달래군락지란 표지판이 세워져 있지만 꽃은커녕 아직 봉오리조차 맺혀 있지 않는데...
그래도 가마바위에서 보는 톱날능선은 흐릿한 구름 사이로도 멋진 모습을 드러내어 주네.
가바바위봉에서 내려와 톱날능선으로 진행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톱날능선은 함부로 다니지 못하는 제법 위험한 곳이었다.
일반 등로는 우회하게 되어 있었고...
이곳이 톱날능선에서 가장 하이라이트가 되는 곳인데 보다시피 데크와 계단을 설치해 놓았다.
개인적으로는 자연을 완전히 망쳐놓은 것 같은 기분이라 무식한 탁상행정에 화를 금할 수가 없었다.
약 2년 반 전의 모습과 비교해 보라(2020년 10월).
위 쪽과 같은 장소에서 찍은 예전 모습.
아래 사진과 비교해 보면 더욱 여실히 드러나는 자연훼손의 모습.
2020년 사진.
윗 사진 소나무 옆 데크가 있는 곳을 이렇게 지나갔었다.
그야말로 자연훼손의 극치...
편안하게 통행할 수 있는 예전의 우회로가 있는데도 말이다.
이곳도 다음 사진과 비교해 보시길...
어려운 구간은 다 지났지만 그래도 한동안 암릉은 계속되고...
촛대바위가 있는 계단을 서봉을 향하여 올라간다. 오르면서 뒤돌아보지만 역시 흐릿...
서봉에 도착했다.
원래 이름은 삼성봉이라고 했단다. 해서, 삼성봉 옆에 서봉 표지석이 따로 서 있다.
팔공산 서봉.
이제 비로봉으로...
비로봉으로 가는 도중 마애약사여래좌상(磨崖藥師如來坐像)에 들러 잠시 인사를 드린다.
팔공산 능선 상에는 3 분의 부처님 조각상이 있다.
바로 이곳과, 비로봉에서 동봉 사이 동봉 바로 아래 1 분, 그리고 갓바위 부처님.
팔공산(八公山) 마애약사여래좌상(磨崖藥師如來坐像).
이 불상은 왼손 바닥에 둥간 약(藥) 그릇을 얹어 무릎 위에 자연스럽게 둔 약사여래좌상으로 자연 바위 벽에 돋을 새김하였다. 불상은 시원스럽게 생긴 콧대에 힘 있는 턱, 그리고 뚜렷한 눈썹 등이 얼굴 윤곽과 더불어 균형을 이루고 있다. 어깨는 둥글고 탄력감이 있으며 허리는 잘룩하게 표현되었다. 오른 쪽 어깨가 노출된 얇은 옷은 옷주름의 간격이 규칙적이며 가슴에서 옷깃이 한 번 뒤집어져 8세기 불상의 특징을 보여준다. 이 불상의 머리와 몸 둘레에는 이중의 원형으로 부처의 몸에서 나온 빛을 형상화 한 광배를 표현하였다. 광배의 안쪽에는 당초무늬를, 바깥쪽에는 불꽃무늬를 새겼다. 불상이 앉아 있는 대좌(臺座)는 연꽃잎을 아래와 위로 향하도록 조각하고 그 아래에 입을 벌리고 눈을 부라린 두 마리의 용이 좌우에서 떠받치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비로봉에 도착.
비로봉 아래 공터에 모여 총동에서 준 도시락으로 식사를 한 뒤 갑자기 쌀쌀해지는 바람에 서둘러 하산한다.
철탑 네거리.
탑골, 수태골, 케이블카승강장으로 갈라지는 곳이다.
염불암을 거쳐 탑골 방향으로 내려간다.
경사가 꽤 급한 곳...
염불암에 도착했다.
중앙의 바위에는 정면과 좌측에 불상이 조각되어 있다.
염불암에서는 포장도로를 따라 내려가다가,
여기서 우측 계곡길로 접어들고,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지만 아직 진달래도 구경하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현호색이 봄소식을 전해주는 듯...
괜찮을까?
거의 다 내려와서야 피어 있는 진달래를 마주한다.
깔딱고개를 내려가서,
캠핑장을 지나면 탑골이 나오고, 친구들과 동동주를 같이하며 잠시 시간을 보낸 후 집으로 향한다.
도상 거리 13.8km, 톱날능선에서 지체하는 바람에 6시간 20분이나 걸렸다.
흐린데다 쌀쌀한 날씨에 조망도 없는 산행이었지만 가팔환초 산행 이후 오랜만에 찾은 서쪽 능선은 꽤 재미가 있었다.
비록 계단과 데크가 놓여 그 웅장함이 반감되어 버린 톱날능선이지만 그래도 산행에 서툰 일행 모두가 무사히 주파할 수 있었으니 이걸로 한 가닥 위안을 삼을 수밖에.
아쉬움을 친구들과 함께 동동주와 순두부정식으로 달래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