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중앙방송(CCTV)이 최근 자국 언론에서 보도한 스타벅스의 중국 내 폭리에 대해 집중보도했다. CCTV는 최근 갤럭시노트2의 액정 수리를 빌미로 현지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1위인 삼성을 문제삼은데 이어 이번에는 현지 커피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스타벅스에 대해 "가격을 비싸게 책정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CCTV는 베이징, 시카고, 런던, 뭄바이(인도) 지역의 스타벅스 매장에서 판매되는 354ml짜리 라떼의 가격을 예로 들어 중국에서 판매되는 스타벅스 커피가 가장 비싸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스타벅스 라떼, 얼마나 비싼가? 보도에 따르면 베이징 번화가인 시단(西单)의 스타벅스 매장에서 판매되는 라떼 가격은 27위안(4천7백원)이었으며 시카고, 런던, 뭄바이의 스타벅스 라떼 가격을 위안화로 환산하면 각각 19.98위안(3천480원), 24.25위안(4천230원), 14.6위안(2천540원)으로 중국이 가장 비쌌다.
가격 단순 비교 외에도 미국과 영국의 일반 화이트칼라의 월수입과 비교해 "커피 가격은 일반 직장인 수입의 1천분의 1이라 매일 마셔도 이들에게 부담이 없다"고 전하고 인도 뭄바이에서도 "라떼 가격이 베이징보다 절반 가량 싸지만 현지 주민들의 수입을 고려하면 비싼 편"이라는 점을 강조해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의 소비자는 차별대우 한다는 인상을 심어줬다.
라떼 가격 외에도 "시카고에서는 스타벅스 매장에서 판매되는 머그컵이 '메이드 인 차이나'지만 판매가는 중국에 비해 절반 가까이 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런던 현지 커피시장의 경쟁이 치열해 스타벅스가 상대적으로 저가라는 점을 강조해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비자의 반응을 통해서도 중국에서의 스타벅스 커피 가격이 비싸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중국 현지 소비자들의 반응은 "30위안(5천4백원) 이상이면 밥 한끼 값이다", "너무 비싸다. 매일 한잔씩만 사 먹어도 돈이 얼마냐?", "매일 사 먹었다가는 아무 것도 못 한다" 등 주로 부정적인 반응인 반면 시카고 소비자들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CCTV는 이후 최근 자국 언론에서 인용한 스타벅스의 지난 2분기 재무보고를 다시 한번 인용해 중국 현지에서 스타벅스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재무보고에 따르면 스타벅스의 중국•아시아태평양(아태) 지역 영업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한 2천136억달러(229조4천억원)였으며 영업이윤은 6천830만달러(733억5천만원)로 영업이윤율이 32%였다. 이는 미주 지역의 영업이윤율(21.1%)보다 높은 것이며 유럽, 중동, 아프리카 등 지역의 영업이윤율이 1.9%에 불과하다.
CCTV는 "자국의 주요 언론은 스타벅스의 이같은 재무보고를 인용해 '스타벅스가 중국에서 폭리를 취하고 있다', '스타벅스가 중국에서 사치품으로 변했다'고 집중 보도했으며 소비자들도 '스타벅스 커피가 중국에서 왜 비싼지를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전했다.
또한 "한 언론에서 '스타벅스는 중국에서 판매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커피 문화가 중국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고 서양의 것을 무작정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평했다"고 전해 스타벅스를 간접적으로 비꼬기도 했다.
중국의 스타벅스 커피가 비싼 이유는? CCTV는 현지의 스타벅스 커피가 비싼 이유, 영업이윤율이 높은 이유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CCTV는 스타벅스 중국 본사로부터 관련 질문에 대해 회신을 요청하자, 스타벅스는 서면으로 답신을 보냈다.
답신에 따르면 가격 책정이 비싼 이유는 원료설비, 직원의 월급 및 복지, 매장 임대료, 환율, 수입 관세, 물류운송 등 요소를 복합적으로 고려했기 때문이다. 영업이윤율이 높은 이유에 대해서는 중국에서는 직영점보다 합자매장의 비중이 높으며 합자매장은 재무보고에 이윤만 기록하고 이전에 투자한 비용 등 나머지 요소는 기록하지 않아 이윤을 많이 남긴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CCTV는 중국 커피업계 관계자와 스타벅스와 함께 사업을 진행한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스타벅스의 회신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 CCTV에서 제시한 스타벅스 라떼의 베이징, 런던, 뭄바이, 시카고의 가격비교 도표(위쪽)와 중국 커피업계 관계자가 설명한 스타벅스 라떼 한잔의 원가설명 도표(아래쪽)
왕전둥(王振东) 상하이커피전문위원회 회장은 CCTV와의 인터뷰에서 라떼를 만드는 과정을 직접 시연하며 "354ml짜리 라떼의 원료 원가는 5위안(9백원)도 되지 않는다"고 폭로했다.
왕 회장의 설명에 따르면 354ml 라떼 한 잔을 기준으로 커피원두 20g, 생크림 제조를 위한 우유 300ml, 컵•덮개•휴지 등 1회용 용품이 필요한데 이들의 원가는 각각 1.6위안(280원), 2위안(360원), 1위안(180원)으로 전체 원가가 4.6위안(800원)에 불과하다. 설명대로라면 스타벅스는 원가가 5위안도 안 되는 라떼 한잔으로 무려 5배가 넘는 이익을 벌여들였다.
왕 회장은 라떼 원재료 외에도 물류비, 인건비가 비싼 가격책정의 원인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왕 회장은 "원두 운송비는 보통 1kg당 5센트(53원)이며 원두 1kg이면 커피 50잔을 만들 수 있다"며 "커피 한잔당 원두 운송비는 거의 따지지 않아도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의 인건비는 미국보다 싼 것은 분명하며 바리스타의 월수입은 평균 3~4천위안(54~70만원) 수준으로 미국, 유럽보다 훨씬 싸다"고 설명했다.
사회과학원 금융연구소 기업금융연구실 장웨원(张跃文) 주임 역시 "실제로 스타벅스의 중국 경영원가를 분석해보면 유럽 쪽이 오히려 더 비쌀 것이며 다른 기업과 비교해도 확실히 원가가 높다고 할 수 없다"며 "중국의 이윤율이 유럽, 미국보다 높은 이유는 현재로서는 가격 책정의 요소라고 밖에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스타벅스 진출 초기 중국 측 파트너사 중 하나였던 베이징메이다(北京美大)스타벅스카페공사 왕차오룽(王朝龙) 전 총재는 "직영점보다 합자매장의 비중이 높아 이윤율이 높다"는 스타벅스의 회신을 반박했다.
왕 전 총재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진출 초기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화북(华北), 화남(华南), 화동 등 지역별로 현지 대리상을 모집해 지역별로 합자회사를 설립한 후, 50대50의 지분을 가지고 현지 시장을 장악해갔다. 왕 전 총재가 맡았던 화북지역의 경우에는 2003년부터 이익이 급증하기 시작했으며 설립하는 매장마다 1~2달 후에는 투자자본을 회수하고 이익을 낼 정도였다.
지역별로 시장 장악에 성공하자, 스타벅스 미국 본사에서는 중국 현지 대리상을 정리하고 직영점으로 전환했다. 그 결과, 현재 1천여개의 매장 중 화동지역의 400여개 매장을 제외한 600여개의 매장을 직영점으로 운영하고 있다. 왕 전 총재는 "스타벅스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직영점 매장 수가 어떻게 합자매장 수보다 적을 수 있냐?"고 반문했다.
中, 잘 나가는 외국기업 때려잡기 나섰나 중국 언론의 외국기업 때리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외국기업에 대한 비판 강도가 세졌다. CCTV만 해도 지난해 말 KFC의 속성 양계를 폭로한 데 이어 지난 3월에는 애플의 애프터서비스 차별 대우, 이달 10일에는 삼성 갤럭시 휴대폰의 액정 수리 폭리, 20일에는 스타벅스의 중국 내 폭리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들 모두 중국시장에 진출한 이후 로컬기업을 물리치고 현지의 패스트푸드, 휴대폰, 커피 시장을 선도해왔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이같은 기업이 중국 언론의 표적 보도 이후 비난 여론이 일면서 현지 사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KFC와 애플의 경우에는 CCTV의 보도 이후 매출이 급감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일부 내용은 사실일 수 있으나 스타벅스에 대한 이번 보도 역시 CCTV의 표적 보도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먼저 CCTV가 폭리의 근거로 제시한 중국•아태 지역의 스타벅스의 2분기 재무보고는 중국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체를 총괄한 것으로 중국의 총매출액, 순이익, 영업이윤율을 근거로 한 것은 아니다.
또한 중국 커피전문가의 라떼 원가 설명 역시 원두와 우유가 스타벅스 매장에서 실제로 사용되는 것인지, 정확한 통계를 근거로 수치를 계산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IBM 글로벌사업 중국 지역 천궈(陈果) 총감은 자신의 웨이보(微博, 중국판 트위터)를 통해 "중국 스타벅스의 테이블당 회전율은 미국보다 낮다"며 "이는 대다수 중국인이 한 자리에 몇시간씩 머무르기 때문이며 (이같은 점을 고려하면) 스타벅스 커피가 비싼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 지역신문 베이징천바오(北京晨报)는 "적지 않은 경제학자가 자신의 웨이보를 통해 '가격 책정은 단순히 재료 원가만으로 하는 게 아니다', 'CCTV의 이번 보도는 재무적 상식이 결여됐다' 등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전하기도 했다.
문제는 사실 여부를 떠나 올 들어 걷잡을 수 없이 일어난 중국 언론의 '외국기업 때리기'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부분이다. 외국기업의 품질 문제, 차별 대우와 관련된 중국 언론의 보도가 빈번해진만큼 향후에도 이같은 '표적 보도'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