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영월군 김삿갓면 김삿갓로 김삿갓 유적지
강원도 영월군 김삿갓면 김삿갓로 216-22 김삿갓 문학관
방랑 시인 김삿갓 (200) 마지막 회
*승피백운 우화등선 (乘彼白雲 羽化登仙 : 저 하얀 구름을 타고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간다.)
돌이켜보면 기구하기 짝이 없었던 오십 평생이었다. 그러기에 혼미한 의식 속에서 자신의 생애를
회고하며, 김삿갓은 다음과 같은 마지막 시를 읊기 시작하였다.
조소수소개유거 (鳥巢獸巢皆有居) / 날짐승도 길짐승도 제 집이 있건만
고아평생독자상 (顧我平生獨自傷) / 나는 한평생 혼자 슬프게 살아왔노라.
망혜죽장로천리 (芒鞋竹杖路千里) / 짚신에 지팡이 끌고 천 리 길 떠돌며
수성운심가중방 (水性雲心家中方) / 물처럼 구름처럼 가는 곳이 내 집이었다.
우인불가원천난 (尤人不可怨天難) / 사람도 하늘도 원망할 일이 못 되어
세모비회여촌장 (歲暮悲懷餘寸腸) / 해마다 해가 저물면 혼자 슬퍼했노라.
초년유위득락지 (初年有謂得樂地) / 어려서는 이른바 넉넉한 집에 태어나
한북지오생장향 (漢北知吾生長鄕) / 한강 가 이름 있는 고향에서 자랐노라.
잠영선세부귀문 (簪纓先世富貴門) / 조상은 부귀영화를 누려 왔던 사람
화류장안명승생 (花柳長安名勝生) / 장안에서도 이름 높던 가문이었다.
인인래하농장경 (隣人來賀弄璋慶) / 이웃 사람들 생남했다 축하해 주며
조만귀기관개장 (早晩歸期冠蓋場) / 언젠가는 출세하리라 기대했건만
수모초장명점기 ( 鬚毛稍長命漸奇) / 수염이 나면서 운명이 점차 기구해져
회겁잔문번해상 (灰劫殘門飜海桑) / 멸문으로 상전이 벽해 되듯 뒤집어졌네.
의무친척세정박 (依無親戚世情薄) / 의지할 친척 없고 인심도 각박한데
곡진야양가사황 (哭盡爺孃家事荒) / 부모마저 돌아가셔 집안은 황폐했도다.
종남효종일납이 (終南曉鐘一納履) / 새벽 종소리 들으며 방랑길에 오르니
풍토이방심세량 (風土異邦心細量) / 생소한 객지라서 마음 애달팠노라.
심유이역수구고 (心猶異域首丘孤) / 마음은 고향 그리는 떠돌이 여호 같고
세역궁도촉번양 (勢亦窮途觸藩羊) / 신세는 궁지에 몰린 양 같은 나로다.
시조차 읊을 기운이 떨어진 김삿갓은 잠시 뜸을 두었다가, 다시 읊기 시작했다......
남주종고과객다 (南州從古過客多) / 남쪽 지방은 자고로 과객이 많은 곳
전봉부평경기상 (轉蓬浮萍經幾霜) / 부평초처럼 떠돌아가기 몇몇 해던고
요두행세기본습 (搖頭行勢豈本習) / 머리 굽신거림이 어찌 내 본성이리오
설구도생유소장 (楔口圖生惟所長) / 먹고 살아가기 위해 버릇이 되었도다.
광음점향차건실 (光陰漸向此巾失) / 그런 중에도 세월은 속절없이 흘러가
삼각청산하묘망 (三角靑山何渺茫) / 삼각산 푸른 모습 생각할수록 아득하네.
강산걸호관천문 (江山乞號慣千門) / 떠돌며 구걸한 집 수없이 많았으나,
풍월행장공일낭 (風月行裝空一囊) / 풍월 읊는 행랑은 언제나 비었도다.
천금지가만석군 (千金之家萬石君) / 큰 부자 작은 부자 고루 찾아다니며
후박가풍균시상 (厚薄家風均試嘗) / 후하고 박한 가풍 모조리 맛보았노라.
신궁매우속안백 (身窮每遇俗眼白) / 신세가 기구해 남의 눈총만 받다 보니
세거편상발발창 (歲去偏傷髮髮蒼) / 흐르는 세월 속에 머리만 희었도다.
귀혜역난저역난 (歸兮亦難佇亦難) / 돌아가자니 어렵고 머무르기도 어려워,
기구방황중로방 (幾口彷徨中路傍) / 노상에서 방황하기 몇 날 몇 해이던고......?
김삿갓은 여기까지 읊조리다가, 마침내 기운이 진해 입을 다물어 버리고 말았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언제나 응구첩대(應口輒對)로 시를 읊어댄 것은 그의 타고난 천품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시를 읊을 기력조차 없어져 버렸던 것이다. 그리하여 눈을 감은 채 오랫동안 무거운 침묵에 잠겨 버리고 말았다. 배는 가벼운 바람에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 이윽고 눈을 감고 있는 김삿갓의 심안(心眼)에는 홀연히 한 조각 하얀 구름이 떠올라 보였다. 그리고 잠시 뒤에는, 누군가가 그 구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며
"승피백운(乘彼白雲) 우화등선(羽化登仙)! 저 하얀 구름을 타고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간다."
하고 읊조리는 소리가 분명하게 들려왔다. 김삿갓은 그 소리가 들려오자, 별안간 몸을 꿈틀하며, "뭐? 승피백운
우화등선?" 하고 입속말로 뇌까리다가, 다음 순간 마지막 숨을 거두었다. 이리하여 삼천리 방방곡곡을 두루 편 답하며 수많은 시를 뿌려 놓은 천재 시인 김삿갓은, 마침내 전라도 동복 적벽강 나룻배 위에서 영구 귀천했으니, 때는 지금으로부터 157년 전인 1863년 철종 14년 3월 29일이요, 향년 56세이었다.
*방랑 시인 김삿갓은 사후(死後)에 전라도 땅에 묻혔다가, 그의 둘째 아들 익균(翼均)에 의해 고향인 영월 땅으로 이장(移葬) 되었다. 뒷날 사람들은 그를 기려, 강원도 영월군 김삿갓면 와석리 216번지로 그의 유택(幽宅 묘)에 주소를 붙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통상은 매장을 하지만, 중앙아시아의 북방 유목 민족들은 새를 숭배하여 장례를 치를 때 조장(鳥葬), 천장(天葬)을 한다. 죽은 영혼이 하늘나라로 접근하는 가장 지름길을 새라는 동물로 보았기에, 새가 죽은 사람의 시체를 뜯어 먹도록 함으로써 영혼이 하늘에 가깝게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승피백운 우화등선" 방랑 시인 김삿갓의 마지막 남긴 말을 해석하여 보면, 그의 영혼(靈魂)은 분명히
새가 되어 창공을 마음껏 훨~훨 날아서 하늘나라에 갔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첫댓글 좋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