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웅쌤 댓글에 답글 달다가 너무 길어져서... 따로 쓰게 되었네요
본의 아니게 게시판에 도배를 하게 되어 민망합니다 ^^;;;
사실... 쓸까말까 하다가 글이 너무 길어지는 것 같아 과감히 삭제한 내용이 있었는데,
그 틈을 또 어찌 간파하셨는지... 역시 연륜 앞에 장사 없습니다
덕분에 더 긴 글을 쓰게 되었... ㅡ.ㅜ
김홍도는 한국화의 대가입니다
말씀하신 "민중에 대한 애정, 평범함 속에서의 예술가적 감수성, 자신의 굴곡진 인생" 등을 표현하려면
적어도 제 생각에는 러닝타임 150분 내지 180분 이상에
출연진이 한 20인 이상 되는 대형 무대에 올릴 스케일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어쩌면 바그너의 오페라처럼 며칠씩 공연을 해야 될만한 작품이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환상노정기처럼 러닝타임 1시간 이내의 1인극으로 담아내기엔 무리가 있는 줄거리 스케일이라고 보여집니다 ^^
하지만 제가 이 작품에서 매력을 느낀 건 그 짧은 1인극 형태가 가질 수 있는 예술적 상징과 은유 였습니다
그것이 이 작품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끌어내는 방식이었다고 조심스럽게 추측합니다
대하장편소설의 멋도 있지만, 시와 장편소설의 어디쯤에 자리하는 단편소설이 주는 긴 여운요 ^^
그 상징과 은유야 말로, 과학이나 논리를 띄어 넘어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진리를 통찰하는 탁월한 도구라고 생각하거든요
(더불어 비판과 해학의 도구로서도 훌륭하죠 ^^)
그런 면에서
"김 홍도라는 거장을 금강산 호랑이와 부자지정 으로 지나치게 축소시킨 감"이라는 표현에 대해
저는 좀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자식을 낳아 길러보지 않아 헤아릴라야 헤아릴 수도 없지만
부모의 자식 사랑은 거스를 수 없는 숙명과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대를 이어 종을 보전하고자 하는 원초적인 생명력에 기반하고
같은 유전자를 공유한 나를 똑닮은 객체에 애증과 세월이 쌓이고 쌓여 또 다른 나이면서도 내가 아닌
특별한 애증의 대상....
벗어날 수도 끊을 수도 없는 인연의 고리에 엮인 특별한 관계...
( 아까 2교시 막걸리 시간에... "네 이웃 사랑" 얘기가 잠깐 나왔는데,
성서에 나오는 십계명도 살펴보면 1~4계명은 신과 인간에 관해 이야기하고 그 다음 인간 관계에서의 계명이 뒤를 잇는데,
그 중 제일 먼저 5계명에 "부모 공경"이 나옵니다
우리 나라의 5행에 기반한 항렬별 돌림자 문화도 거기서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모든 인간 관계의 시작점이자, 원초적인 인간관계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류의 조상 모두가 입을 모아 얘기했던 "부자지정"의 무게를 저는 상당히 엄중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제가 뭐... 각별히 효심을 가졌다서나 한 건 아닙니다! 저 저희 집안의 심각한 애물단지예요 ^^;;;)
너무 멀리 이야기가 돌아왔는데,
그렇다면 이 원초적인 生命의 욕구에 기인하는 무겁디무거운 "부자지정"은 과연 인간에게만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이걸 서술하고 증명하려면 수 많은 학자들이 달라붙어 설명을 해야할지도 모를 일이지만,
이 모든 과정을 건너띄어 이심전심으로 공감을 전달하는 것이 예술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문호들의 단편들이 보여주는 내공이 거기에 있어서 꼴랑 1시간도 안 걸려 읽히는 작품들이 두고두고
감동의 여운을 남기고 회자된다고 생각합니다
아까 언듯 언급하신... "킬리만자로의 눈" 처럼요
어떠한 주제를 다루건 간에 허구라는 옷을 빌어 입은 진리에 관한 통찰!
그래서 저는 그 은유와 상징의 정수를 보여주는 단편문학이나 단막극 중 하나로서의 "환상노정기"를 들여다 본 것입니다
거기에 더해
김홍도가 벼랑에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내 던졌던 수백장의 그림은
결국 지엄한 왕명을 따라 (열해를 떠나보내면서도 놓을 수 없었던 세속의 굴레인) 출세길의 발판이었습니다
결국 본인의 목숨 부지를 위해 세속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존재의 생명만을 겨우 구해냈는데
호랑이 굴에서는 그마저도 잃을 위험이었던 겁니다
남은 것이 생명 밖에 없는, 게다가 그 생명의 부지조차 기로에 선 절체절명의 순간,
종을 뛰어 넘어 모든 생명이 가지는 生命에 대한 사명으로서의 타 생물종의 "부자지정"에 공감하게 되는
어마어마한 기적이 일어나는 장면이 찾아왔다고 보았습니다
사실 그런 이야기는 환타지가 아니면 풀어낼 수 없는 각별한 공감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예술가의 의도야 어쨌든 어떤 방향으로 감동을 재구성해낼지는 관객의 마음이지만... 요 ㅋ
판소리계의 아방가르드... 주제가 되지도 못하겠지만
저는 다 적어내지 않은 기타의 다른 몇가지 이유들이 더 있어서 이 작품이 참~~~ 많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
*** 초저녁에 너무 일찍 잤더니... 깼는데, 잠이 안 옵니다!
*** 이제 휴가도 끝나고 날 밝으면 새로운 팀으로 출근해야 허는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제가 밤이라고 너무 장황하게 썼네요 ^^
제가 언급한 "기타 다른 몇 가지 이유" 중에… 말씀하신 어린이 관객이 많았던 점도 있습니다
주변 조카들을 보니 아이들에게 정통 판소리란 아직 거리감을 많이 느끼더라구요
그냥 아이들에게는 호랑이가 나오는 우화?로의 재미가 있었을 것 같았습니다
작가도 그 이상의 관심은 없었던 모양인가봐요
흠… 솔직히 긴 말 않고, 제 철없는 정신연령에는 그저 마냥 재미가 있어서 좋다보니
이래저래 자꾸 이유를 갖다 붙인 거 같아요
전 아무래도 교육적인 방향보다는 그저 재미에만 관심이 갔던 것 같습니다
지리한 장마에도 뽀송한 하루 보내시길… ^^
규모가 큰 소리공연은 창극이 있지요 ^^
내용과 형식이 옛으로 가게되면 그만큼 흥미는 줄어들게끔 마련인 것 같네요.
중간지점을 정하는 것에 많은 고민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일단 애들은 그냥 똥이면 끝나요. ^^
하느님 똥인가보다~ game over~ ^^
애들 흥얼거리는 것을 보면 그 내용은 제껴두고라도 수궁가가 압도적! ^^
그중에서도 역시나 호랑이! ^^
다음에 혹 또 이 공연 있을 때는 아이들이랑 같이 가셔서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응가 얘기는 안 나오지만,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아요
초등 저학년 정도까지는 그래도 동물이 등장하는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는 거 같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