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개성 요리
음식은 개성 음식이 제일이고 그다음이 전라도 음식이다.
왜 개성 요리인가? 황해도 쪽은 육지의 평야도 넓은 데다가, 고려 수도였던 개성은 서해안의 해상 물류가 집중되는 곳이었으므로 중국에서 들어오는 향신료와 식재료도 풍부하였다.
빈대냄새 비슷한 향을 풍기는 '고수'와 '산초'를 유달리 즐기는 사람들이 개성 사람들이었다.
개성 요리는 고급스러우면서도 담백하고, 담백하면서도 또한 화려하다.
개성 요리를 잘했던 분이 민관식 장관의 부인이었고 그 다음 세대로는 서울 성북동 간송가(澗松家)의 큰며느리인 김은영 여사이다.
김 여사는 친정이 개성의 부잣집이었다. 친정아버지가 '와사등' '설야'를 쓴 시인 김광균이다. 서울의 최고 부잣집인 간송 집안으로 시집을 와서 자연스럽게 서울 상류층의 음식도 익힐 수 있었다.
김은영씨가 꼽는 개성 음식은 보쌈김치와 순대이다. 과거 개성의 부잣집에서는 쌀겨나 밀겨만 먹인 돼지를 따로 키웠다고 한다. 겨만 먹이면 지방이 적기 때문이다.
겨만 먹인 돼지 내장으로 만든 순대가 개성순대이다.
일단 돼지 피를 넣고 숙주나물과 두부도 같이 넣는다. 개성에서는 이를 '절창(絶脹)'이라고 부른다. '순대'는 함경도 말이라고 한다.
절창은 입에 넣으면 치즈처럼 살살 녹는 맛이다.
개성 사람들은 추운 겨울에는 '무찜'을 먹었다. 무에다가 은행·밤·버섯·대추를 넣는다. 여기에다가 닭고기·돼지고기·쇠고기를 함께 넣고 무쇠솥에다가 푹 삶는다.
약한 불로 2시간 정도 삶으면 3가지 고기 맛이 무에 배어들게 된다. 3가지 고기 맛이 섞이면 묘한 맛이 나온다고 한다.
추운 겨울에는 뒤쪽 부엌문 바깥에다가 이 무찜 그릇을 내놓는다. 다리가 4개 있는 화강암 돌을 놓고, 이 위에다가 무찜 그릇을 얹어 놓고 수시로 조금씩 가져다 먹는 습관이 있었다.
보통 늦가을에서 추운 겨울까지 이렇게 해놓고 먹었는데, 날씨가 추울수록 더욱 맛이 있다.
필자가 이 집에서 먹어본 요리는 '밀천신'이다.
밀가루에다가 닭을 고아 우린 국물로 만든다. 도라지·숙주·미나리·오이·표고가 들어가고, 치자 물을 들이니까 색깔이 노랗게 보인다. 보기에도 고급스럽고, 보통의 빈대떡과는 차원이 다른 맛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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