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 그늘 아래
고재종*
감나무 잎새를
흔드는 게
어찌 바람뿐이랴.
감나무 잎새를 반짝이는 게
어찌 햇살뿐이랴.
아까는 오색딱다구리가
따다다닥 찍고 가더니
봐 봐, 시방은 청설모가
쪼르르 타고 내려오네.
주먹송이처럼 커갈 땡감들.
때론 머리 위로
흰구름 이고
때론 온종일 장대비 맞아보게.
감나무 그늘에
평상을 놓고
그래 그래, 밤이면
잠 뒤척여
산이 우는 소리도 들어보고
새벽이면 퍼뜩 깨어나
계곡 물소리도 들어보게.
그 기다린 날로 익으니
서러움까지 익어선
저 짙푸른 감들, 마침내
형형 등불을 밝힐 것이라면
세상은 어찌 환하지 않으랴.
하늘은 어찌 부시지 않으랴.
- 고재종, 『그때 휘파람새가 울었다』(시와시학사, 2001)
*1957.전남 담양
담양농업고 졸업
1984.실천문학사 시 '동구밖집 열두 식구' 발표
민족문화작가회의 이사
2002.제16회 소월시문학상 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