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와 케틀벨, 크라브마가를 함께 가르치게 된 이유는?
학원 강사로 일을 하며 건강이 안 좋았다. 원래 활동적인 걸 좋아하는 사람인데 어느 순간부터 목, 어깨, 허리 등 온몸이 아파오더라. 여러 운동을 찾던 중 요가를 시작하게 되었고 내 몸을 활용한 역동적인 운동을 찾다 케틀벨을 접하게 됐다. 당시 국내에는 전문적인 교육기관이 없어서 외국에 나가 자격증을 땄다. 이후에는 몸의 움직임이 실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운동을 찾다 크라브마가를 알게 되었다. 원래 새로운 것을 배우는 걸 좋아하고 탐구욕이 강한 편이다.
개인적으로 느낀 운동의 즐거움은 무엇이었나?
일단 몸이 안 아프니 삶의 질이 높아진다. 무언가를 꾸준히 한다는 것은 자존감을 상당히 높이는 활동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운동한다고 하면 대부분 다이어트나 몸매 관리와 같은 목적을 둔다.
누군가 정해놓은 기준에 맞추기 위해 운동을 하면 경쟁이 생기고 이는 박탈감을 동반한다. 운동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안타까운 이유 중 하나가 우리가 공부하기 싫은데 먹고살기 위해 하는 것처럼 결과를 내야 하니까 억지로 하는 거다. 내 삶의 변화는 어떤 기준에 맞추지 않아도 된다. 그 자체의 즐거움을 느끼는 게 중요하다.
크라브마가란 무엇인가?
라브마가는 스포츠도 무술도 아니다. 우리는 이걸 일종의 테크닉이라고 설명한다. 스포츠에는 규칙이 있고 승패가 존재한다. 무술은 오랜 수련을 통해 실력을 쌓는다는 면에서 크라브마가와 다르게 분류한다. 크라브마가는 남녀노소 누구나 신체의 격차에 상관없이 빨리 배워서 자기 방어를 위해 활용할 수 있어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크라브마가 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은?
프리즈(Freeze) 시간을 줄이는 것. 인간이 위협을 느낄 때 본능적인 반응 중 하나가 그 상황에서 얼어버리는 거다. 컴퓨터가 렉에 걸리는 것처럼 사고와 행동이 멈춰버린다. 성폭력을 당한 여성에게 ‘너 왜 그때 저항하지 않았어? 싫다고 말하지 않았어?’라는 건 정말 비과학적인 얘기다. 특수부대원들 또한 프리즈 시간을 줄이는 훈련을 가장 많이 한다. 큰 건물에 화재 대피 훈련을 규칙적으로 하면 위기 대처 속도가 줄어드는 것과 같은 이치다.
페미니즘 이슈가 뜨겁다. 현장에서 느끼는 온도 차가 있나?
1~2년 전까지만 해도 수업 시간에 “저항하는 게 더 위험하지 않아요?”라는 질문이 꼭 나왔다. 그런데 요즘은 “상대가 어느 정도 부당한 침해를 할 때 물리적 폭력을 가해도 괜찮은가요?”라는 질문을 한다. 이제는 여성들이 그런 상황을 마주했을 때 두려움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행동을 하고 싶어하는 거다.
그런 변화를 보면 정말 뿌듯하겠다.
내가 알려주는 건 생활에 필요한 적정 기술이다. 드라이버 돌리는 방법, 나사 박는 법을 알면 반조립 가구를 사서 경제적으로 공간을 꾸밀 수 있는 것처럼 삶이 윤택해지는 하나의 기술인 셈이지. 물론 폭력에 대처하는 기술을 배울 필요가 없는 사회가 가장 이상적이지만 폭력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고 그렇다면 여성들이 안전한 생활을 보장 받기 위해서 이런 기술을 익혀두면 삶이 훨씬 윤택해질 것라고 확신한다. 여성들이 어떤 차별에 대해 분노하고 평등한 정책을 요구하는 시위나 변화가 있기에 내 수업도 변하고 있는 것 같다. 사회적인 변화 자체가 뿌듯하다.
스쿨오브무브먼트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꾸준했으면 좋겠다. 나를 비롯해 함께하는 선생님이 네 분 정도 있는데 대부분 자기 직업이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 아이슬란드 국가대표 감독이었던 치과의사 헤이미르 하들그림손 감독처럼 좋아서 함께한다. 그런 게 바로 생활체육이고 삶에서의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스쿨오브무브먼트를 생각했을 때 먹고살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하는 곳이 아니라 내 관심사 혹은 삶의 일부가 되는 곳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