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시사/이슈
1. 고통을 견딘 독일인들과 비정규직 '미니잡' 그리고 독일 경제
급속히 전개되는 독일의 고령화
독일은 일본, 그리스 등 다른 고령화 국가 중에서도 인구가 기대보다도 빠르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될 정도로 고령화 문제가 심각합니다. 특히 EU 2, 3위 경제대국인 영국과 프랑스와 비교하면 독일의 고령화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습니다.
* 독일, 프랑스, 영국, EU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 비교
더욱이 독일의 합계출산율은 1.43명으로 유럽에서도 낮은 편입니다.
아이들은 덜 태어나고 고령화는 빠르게 진전되다 보니 당연한 결과지만 피부양 비중이라고 할 수 있는 인구부양비(25~64세의 경제활동인구 100명 당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비율, old-age dependency ratio)가 독일에서는 2010년 38명에서 2035년에는 66명으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세계적으로도 인구부양비는 증가하는 추세인데 2010년 25~64세 인구 100명당 16명이던 65세 이상 고령자들이 2035년에는 26명으로 증가할 전망입니다. 일본은 43명에서 69명으로 미국마저도 44명에 이를 전망입니다.
* 시점 별 인구부양비 추이
인구부양비 증가의 다른 모습은 경제활동 인구의 감소입니다. 2030년까지 독일의 경제활동인구는 10% 줄어들어 총 3,910만 명으로 하락할 전망이랍니다.
* 독일의 경제활동인구 감소 추이
은퇴가 없는(?) 독일의 노인들
일할 사람들은 줄어들고 있는데 독일 경제는 나름 호황을 맞이하고 있다 보니 고용지표는 다른 유럽 국가들과 비교해서 상당히 좋은 편입니다. 독일의 피고용인구는 1990년 독일 통일 이후 최대인 4,350만 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 독일의 피고용인구 추이
*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의 실업률 추이
그런데 독일의 인구문제는 호황 속에서 급기야 필요한 노동력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들의 수를 늘리고 있습니다. 2016년 가을 독일에서 사람을 구하지 못한 일자리 개수는 691,000개에 이르고 있습니다. 1년 전에 비해 79,000개나 더 늘어났다고 합니다. 독일의 신규 일자리 증감 추이를 보면 인구 특징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55세 이상의 신규 취업자 수가 다른 연령대를 크게 넘고 있는 것입니다. 그나마 25~34세, 45~54세 연령대의 일자리 증가도 상대적으로 많긴 하지만 한참 경제활동에 적극적이어야 할 35~44세 그룹의 일자리 회복의 기미는 2015년 3분기까지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여기에는 숙련 인력의 감소를 우려한 기업들이 노동자들의 은퇴를 늦추도록 하거나 은퇴한 OB를 재고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다임러의 경우 10년 후에 평균 직원 연령이 50세가 넘을 것 같다고 합니다.
* 독일의 연령대별 신규 일자리 증감 추이
* 유럽 각국의 연령대별 노동시장 참여율 변화: 독일은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서도 고령자의 취업 증가가 매우 높습니다.
물론 은퇴시기에 이르러서도 은퇴를 하지 못하는 데는 연금 지급시기가 점점 늦춰지고 있는 것도 주요한 원인이긴 합니다.
* 연금개혁의 효과: 2060년 은퇴연령 비교
늘어나는 젊은 매니저들 그리고 늙은 부하 직원들
한편 독일 기업들은 그렇지 않아도 많지 않은 젊은 직원들을 잡아 두기 위해 하나의 보상책으로 젊은이들을 빠르게 승진시키는 추세라고 합니다. 따라서 독일에서는 자기 보다 훨씬 젊은 보스의 지시를 받는 나이든 부하 직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독일에서는 승진 심사에서 나이를 고려하지 않고 있고 나이에 따른 연공서열도 일반적이지 않다고 하지만 보스가 지나치게 어리면 회사 전체 차원에서 부정적 효과가 나타난다고 합니다.
* 중소도시의 젊은이들이 베를린, 함부르크, 쾰른, 뮌헨 등의 대도시로 몰리고 있는 형국입니다.
107개의 자치 도시중 향후 5년간 반이 넘는 59개의 도시 인구가 감소할 전망입니다. 그림에도 나와있지만 주로 중소도시들이 인구감소의 희생물이 되고 있습니다. (아래 그림 속에서 빨간색은 인구가 감소하는 도시들이고 녹색은 늘어나는 도시입니다. 참고로 그림 속 프랑크프르트는 구 동독 도시입니다.)
인구가 늘어나는 도시들은 대부분 대도시입니다.
Jochen Menges 등이 분석한 61개 독일 기업의 연구에 따르면 직원들에 비해 나이가 어린 매니저가 있는 회사들은 매니저와 직원 간에 나이차가 2년씩 날때마다 기업의 성과가 5%나 감소한다고 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연구에서 보스의 절대 연령은 의미있는 효과를 주지 못했다고 합니다. 오로지 부하직원과의 나이차이만이 영향을 주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독일 기업들이 일부 동아시아의 연공서열 식 기업문화를 받아들이기는 힘들 것이므로 어쩔 수 없이 직장 내 세대간 갈등이 커지지 않도록 하는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출처 : 산타크로체님 네이버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