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중앙 떡 방앗간

<img src="https://t1.daumcdn.net/cfile/cafe/243C7A4E51AE68DB38" class="txc-image" style="FLOAT: none; CLEAR: none" actualwidth="1024" border="0" hspace="1" vspace="1" width="500" id="A_243C7A4E51AE68DB388455"/>          에피소드, 중앙 떡 방앗간     내겐 단골집이 많다.   밥집 술집 떡집 해서 숱하다.   그 중에서 밥집만 해도 이렇다.   주꾸미 전문집인 ‘효종갱’, 물회 전문집인 ‘포항물회’, 참치회 전문집인 ‘미도참치’, 삼겹살 전문집인 ‘방자식당’, 한정식 전문집인 ‘연’, 등심구이 전문집인 ‘뚝심한우’, 칼국수 전문집인 ‘안동국시’, 경양식 전문집인 ‘오썸키친’, 보신탕 전문집인 ‘향나무집’, 복요리 전문집인 ‘강남복집’, 전복 전문집인 ‘서귀포오분작’, 일식 전문집인 ‘물고기 두 마리’ 해서, 서초동 우리 법무사사무소 ‘작은 행복’ 인근의 단골 밥집만 헤아려도 열 손가락을 후딱 넘는다.   ‘당포식당’이니, ‘맛정’이니, ‘다미’니, ‘돈달산’이니, ‘문경식당’이니 해서, 내 고향 문경에도 단골 밥집이 꽤나 있다.   과천이니, 안양이니, 인천이니, 수원이니, 의정부니 해서, 서울 근교뿐만이 아니라, 대전 대구 부산 광주에 전주 제주에까지 단골 밥집이 있으니 거기까지 보태면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지금은 발을 끊었지만, 내 젊은 시절에는 고급 술집인 ‘룸살롱’도 단골이 숱했다.   내게 단골집이 많은 것은, 자꾸 새로운 단골을 트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단골’이라고 하면, 솜씨가 좋거나 값이 싸거나 아니면 가까운 이웃인 경우를 생각할 것이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로 그와 같은 이유로 단골을 튼다.   그러나 그보다 더 위쪽의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분위기다.   그것도 정겨운 분위기다.   분위기가 정겹다 하는 것은, 그만큼 정이 많음을 뜻한다.   아무리 솜씨가 좋다 하더라도, 아무리 값이 싸다 하더라도, 아무리 가까운 이웃이라고 하더라도, 분위기가 정겹지 않으면, 나와는 단골이 되기가 틀린 집이다.   그동안 잘 다니던 단골집도 때론 발걸음을 끊어버리고 만다.   예를 들어, 점심때 자주 찾던 이웃 순대국밥집이 그 중 하나고, 저녁때 자주 찾던 해물 한정식집이 그 중 하나다.   앞의 순대국밥집은, 지난 해 한 여름인가 해서, 내 초등학교 중학교 동기동창인 장태 친구가 불현 듯이 서초동으로 나를 찾아왔을 때, 술자리 겸해서 저녁을 먹으려고 들렀었는데, 장태 친구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시끄럽게 떠든다고 시비가 된 이후로 발걸음을 끊었고, 뒤의 해물 한정식집은 그동안 꽤나 단체 손님을 몰고 그 집을 드나들어 깊은 연분을 쌓았음에도 새 건물을 지으면서 그 등기를 다른 법무사에게 맡긴 것으로 금년 들어서부터 발걸음을 끊었다.   내 생각에는, 시끄럽다고 다른 손님이 혹 시비를 한다고 해도, 그 다른 손님에게 양해를 구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여주는 편이 나을 것이었고, 혹 다른 법무사에게 등기를 맡기더라도 그리할 수밖에 없는 사정을 내게 설명해줬어야 했다는 것이었다.   그리 했을 때, 나는 그 입장을 충분히 이해를 했을 것이었고, 그리고 그동안의 단골 관계도 계속 이어졌을 것이었다.   그렇듯 나는 정겨운 분위기를 참 좋아한다.   솜씨는 나날이 나아질 수 있는 것이고, 값은 깎으면 되는 것이고, 이웃은 마음을 붙이면 그만인 것이다.   그래서 나는 솜씨와 값과 이웃이라는 조건과는 관계없이, 수사관 시절이고 집행관 시절이고 지금의 법무사 시절이고 할 것 없이, 늘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단골을 만들고는 했다.   내 고향 문경을 드나들면서도 마찬가지다.   가는 곳마다 단골의 싹을 틔운다.   문경읍내 중앙떡방앗간집도 그 중 하나다.   일주일 전에 그 집에서 쑥떡 두 말을 맞췄다.   콩고물을 묻힌 쑥떡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거래처 사람들에게 우리 고향땅 쑥떡 맛을 좀 보여줄 생각에서였다.   첫 거래에서 그 떡집은 내 단골이 되고 말았다.   떡 맛 이전에 그 떡집 아주머니의 환한 미소가 내 마음에 쏙 들었기 때문이다.   그 미소에, 곧 정겨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   손길도 넉넉할 것 같았다.   역시 빚어낸 쑥떡에는 콩고물도 넉넉하게 곁들여주고 있었다.   명함을 받아보고 깜짝 놀랐다.   방앗간 주인의 명함으로는 이외다 싶을 정도로, 정말 귀한 캐치프레이즈를 새겨놓고 있어서였다.   곧 이랬다.   「 정을 나누고, 기쁨을 알리고, 행복을 함께 하는」   떡 맛은 하나 상관없다.   그 고운 마음씨로, ‘중앙 떡 방앗간’ 그 떡집은 이제 내 단골 떡집이기에 충분했다.     <iframe id="v6280MMt5kCMmtKsCKkRMbl@my" width="640" height="360" src="https://kakaotv.daum.net/embed/player/cliplink/v6280MMt5kCMmtKsCKkRMbl@my?service=daum_cafe&ptoken=v2_5b01222b6c1cba97c57e787f73dcc88055daee7a00c94cb7f7a8a13d09a1ecca8cb736771d149c3ab48a7c42d06cc5ad52c7666989a34fbf280456b1" frameborder="0" scrolling="no" allowfullscreen></ifra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