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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 아가봉&옥녀봉에 들기 위해 가는 중 쉼터이다 앞산에 운무 피어오르고 강은 졸리운 듯 느리게 흐른다 눈 가는데마다 산이다 괴산 답다 괴산 명산 35산이라는 책자가 있다 산이 별로 없는 지역에 기대어 살다보니 명산이 35산이나 되는 괴산이 부럽다 이 길은 또 어디로 데려다 주는 길일까? 대책없이 헤매길 즐기는 나같은 자에게 딱 어울리는 지역되시겠다 휴게 후 다시 차길을 달리다 괴산댐 곁을 다가간다 15년 전의 일이 되어버린 시간, 뒤를 돌아보며 한참을 후진하면 거기에 2005년의 기억이 걸려있다 장마에 대비하는 중인지 굵은 실타래를 두 폭이나 풀어헤치며 자맥질이다 예전에 풍경은 댐 아래 낚시하는 꾼들이 여럿있었는데... 1차선인 구불길을 제법 한참 들어가다보니 정비도 많이 되고 예전에 비하면 길도 신작로가 되어있었다 갈론구곡으로 먼저 들어갈까 하고 폐교(농촌체험관)가 있는 곳 까지 들어갔다가 아가봉을 먼저 들어가자 맘 바꾸고 되돌아나와 행운민박에다 엑센트 쉬게한다 물길 건널 수있나? 일단 간을 한 번 보자!!(다른 방법이 없다 도천 외에는) 집 뒤를 돌아들면 건너게되는 징검돌 며칠 이어진 비로 인해 발목을 덮친다 포기가 빠르면 고민도 가볍게 덜어진다 양말까지 탑재 시킨 등산화 손에 들고 텀벙텀벙 건너들 간다 그런데 아! 나는 물만보면 기죽어! 방황하는 발이 애처롭다 휘청휘청 비틀거리는 몸을 세워주는 천사가 있어 별일없이 도천했다 징검돌을 건너고 꾸준히 이어지는 계곡을 옆에 낀 1인분 살방길이 이어지다가 어느샌가 족적을 지워가는 길을 찾기 위해 잠시 멈칫거리다가 계곡으로 이어지는 숨어있는 길을 찾아내고 느긋하게 이어지던 길은 큰 기침소리 한 번에 고개를 발딱 세우며 서서히 코를 땅에 닿게한다 진즉 멀어지는 등 뒤의 느낌 싸하다 후우~긴 한숨소리 힘들다는 신호를 보내온다 494봉은 의외로 단호했다 다행히 숨이 꼴딱 넘어갈 즈음에 길은 옆구리로 새어나간다 ㅎㅎㅎ 494봉 거의 다 올라가서 살짝 수그러진 틈에 내려왔다 돌아보니 혼났다는 표정이 그림으로 들어온다 힘은 들어도 웃자 근데 눈은 떠야지 긴 휘파람을 빼물던 님도 등장하고 오똑한 옥녀봉 바라보니 겁에 질리셨나 길 잘라먹을 궁리하시네 이제 시작인데... 아가봉 전위봉인 고습봉엔 매바위가 있어 매바위봉이라고도 한다 비학산, 군자산에 대한 숨겨논 진실이 자꾸 옆구리에서 튀어나오려고 한다 올챙이적 이야기이다 마이산 처럼 타포니가 보인다 앞 능선에 삐죽 나온 암릉은 아가리벌린바위이다 매바위에 올라서더니 뱀있다고 우리 올라오지말라 한다 살아가는 방법 경이로움 어느사이 옥녀봉은 눈앞에서 놀고 맨 뒷줄에서 둔덕산, 대야산, 중대봉, 조항산, 청화산이 섰고 좀 더 오른쪽에는 백화산, 속리산 촘촘한 톱날이 섰다 군자산, 비학산의 속살을 탐하다 비학산에서 갈론마을 사은리로 내려선 적이 있었다 그 때의 난감도 추억이 되어 기억주머니 속에 남아있다 아가봉과 옥녀봉은 속리산국립공원에 속하지만 인위적인 시설물은 거의 없어 까칠한 편이다 위험하다 여겨지는 곳엔 제법 믿음직한 밧줄이 걸려있다 직벽구간 발 디딤이 비교적 쉬운데 미리 몸을 돌렸더니 불편했다 아래의 디딤돌을 잘보고 내려서면 후면보다 정공이 더 편리할 것이다 이렇게 하는거라고 빵님이 시범을 보이신다 배면공격이 아니고 정면공격이라고 옥녀봉으로 가는 곳에 멋진나무가 부른다 같이가자! 힘들어 하면서도 함께했다 몸은 조금 힘들어도 여러 사람의 걱정을 더는 것이라며... 옥녀봉 오름은 이름값한다 예상대로 옥녀는 까칠하고 암팡지다 참고로 우리나라에 표고 200m 이상 단일 산이 4440개라 한다 이중 경북이 제일 많아 680개 다음 경남 635개 전남 568개 덩치 큰 산이 많은 강원은 517개 제주는 55개이다 산이름 중 봉화산이 47군데로 제일 많고 다음 국사봉, 옥녀봉, 매봉산이라한다. 대표적인 옥녀봉이라면 사량도 옥녀봉이 떠오른다 하늘말나리 딱 하나를 피워올려 위로의 손길을 느끼게한다 옥녀를 찾은 감사의 손길이다 하늘말나리 한 송이 산친구이지만 서로 성격이 비슷해 힘이 들 때 위로의 말 건네는 거 이외엔 거의 함구형이다 길 위에선 동행이지만 몸도 마음도 각자의 것만 가지고 간다 걸음친구 내가 많이 떨어져 어려워졌지만 도움을 받아 늘 고마운 마음으로 동행한다 걸음도 맞고 마음도 맞아야 산친구가 될 수 있다 어디 도망갈 데도 없는 적막함이 나무가 선 곳을 응시하게한다 부지런히 올라 온것도 아닌데 뒤따라오는 기척이 없다 땀도 식고 잊은 듯 한참만에야 얼굴을 보여준다 옥녀봉 오르느라 힘들어서 눈썹이 하얘졌네 뒤 세우고 내려서지만 마음은 등 뒤에 매달려있고 길이 까칠하면 시간은 자꾸 끊어진다 스타카토와 라르고를 섞어서 내려선다 까칠한 낯을 보이던 길이 끝나고 낙엽송밭(일본잎갈나무)이 시작된다 길은 거짓말처럼 유순해지는데 키큰나무들이 빽빽해서인지 하늘이 가리워져 많이 어둡다 모든 것은 힘들어도 지나간다 지나가는 그 시간 속에 어려움과 근심도 묻히고 노오란 원추리 환하게 불 밝히는 낙엽송밭도 지나고 갈론계곡에 들어선다 9곡 선국암에서 바둑이나 오목을 실제로 둘 수있게 바둑돌까지 마련되어있다 며칠 내린 비에 물길이 깊다 아무데나 건널 수 없어 건널 수 있는 곳을 찾아 통사정한다 7곡 고송유수재에서 놀다간다 1곡 갈은동문을 지나면 길은 노루꼬리만큼 남았다 기름 바른 듯 반들거리는 검은 암릉 위에 곡예하는 노송 한그루 맑음이 구름을 위로 떠올려 하늘은 깊어져 파란물감을 슥슥 펴놓고 하얀솜사탕을 몽글몽글 산위에 걸어놓았다 좋은 시간도 끝나고 물길을 쉽게 못건너 가슴 두근거리던 순간도 끝나고 모든 날 모든 순간 함께했던 시간도 어제의 시간에 업혀 떠내려가고 내 뒷꿈치에 남아 매달리는 아 쉬 움이란 단어. 오늘도 좋은 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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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우선 빵형님이 여름을타시나 요즘 무지 힘들어 하시는것갓네요
여름보양을 해드려야겟네요
아가봉 옥녀봉 아름다운괴산에 명산이군요
한번 다녀 와야겟네요
수고 하셧습니다.
언니의 속타들어가는마음
발은앞서고
마음은 뒤서고
힘들어하는. 오빠을보니
나보는듯 안타갑고
이제 산은접어야겠다는
오빠의한숨소리는
내마음을 아프게하고
그래도 느린보끼리
좀더다닙시다요.
행운민박집 앞 물길을 건너 아가봉-옥녀봉 가는 길이 생각나는군요.
갈은구곡(갈론계곡)이 꼭 옛 선비들이 물놀이 할 만한 장소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지금도 바위에 새긴 글씨는 여전한 듯합니다.
괴산댐 지나 좁은 진입로는 여전하겠지요?
갈론주막도 생각납니다.
베트남 자매가 이곳 형제와 결혼해서
형이 죽은 뒤 형수를 잘 보필하고 살고 있다는 <인간극장>에 소개된 이야기...
언젠가 그집에서 뒤풀이를 한 적도 있는 것 같네요.
아가봉 옥녀봉에서 보는 남군자산, 군자산, 비학산의 하늘금도 눈에 아른아른합니다.
누님, 이쁜 사진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