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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은 안봐도 비디오다.
신랑과 신부가 입장하고. 혼인 서약하고. 긴 주례사가 낭독되고. 축가가 울려퍼지고. 폭죽 터진 뒤 끝난다.
신랑·신부와 크게 관계 없는 하객들은 뻔한 행사 진행에 하품을 연발하고.
사적인 대화를 좀 하다가 서둘러 식사를 하러 자리를 뜬다.
결혼식에서 가장 비중이 큰 사람이 주례인데 주례사를 경청하는 이는 드물고
때로는 주례로 인해 행사 분위기가 처지면서 결혼식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요즘 유행하는 것이 주례 없는 결혼식이다.
비중은 크지만 주목도가 떨어지는 주례를 빼고.
대신 눈물과 웃음이 쏟아지는 진솔한 프로그램으로 결혼식 분위기를 한껏 띄우는 것이다.
게다가 요즘엔 ‘나만의 특별함’이 트렌드라. 결혼식도 특별하게 하려는 이들이 많아 주례 없는 결혼이 증가 추세다.
“아무래도 결혼식엔 주례가 있어야…”라는 부모들의 저항이 만만찮아 시장이 만개한 건 아니지만
매년 성장하며 하나의 대안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 깨어 있는 결혼식. “웃음과 눈물이 있는 감동적인 행사”
올초 결혼식을 올린 신부 김모(32)씨는 “결혼식이 끝난 뒤에도 지인들이
당시 행사장 분위기를 회상하며 칭찬을 늘어 놓는 걸 보면
요즘에도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고 말한다.
결정 때는 다소 걱정도 됐지만 호응이 너무 좋아 요즘엔 주변에 추천하는 일도 많다.
주례 없는 결혼식은 사전에 신랑,신부가 만든 각본대로 움직인다.
주로 신랑,신부와 양가 부모의 역할이 강조된다.
“신부 입장!”이라는 사회자의 안내 대신 신랑의 노래가 울려퍼지면서 신부가 입장하고.
주례 대신 신랑·신부 부모님이 개식사와 축사를 한다.
신랑과 신부는 뻔한 인사 대신 그간 속에만 담고 있었던 얘기를 편지 낭독 등을 통해 부모님께 고마움을 전한다.
여기에 가족의 추억이 깃든 사진 등이 영상으로 전달돼 효과는 배가된다.
사랑 표현 등에 무딘 우리 정서상 다소 쑥스럽기도 하지만.
자리가 자리인지라 분위기는 한껏 고조돼 대부분 눈물로 마무리된다고 한다.
감동의 눈물이 한바탕 휩쓸고 가면 다음은 콘서트 형식의 축가 등으로 웃음이 전해진다.
초대 가수 대신 지인들이나 신랑이 마이크를 잡아 하객들의 참여도가 높다.
신부가 “신랑의 능력을 알아보겠다”며 신랑에게 하객을 상대로 현금을 받아 오라고 시키는 등의
프로그램도 자주 이용된다.
주례 없는 결혼 이벤트를 대행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이런 결혼을 ‘깨어 있는 결혼’이라고 부른다.
전문 사회자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결국 행사의 성공 여부는 신랑과 신부의 손에 달려 있다.
너무 과한 이벤트만 고집하면 경건해야할 분위기가 자칫 경박해질 수도 있지만
구성을 잘 하면 감동 가득한 파티가 된다”고 밝혔다.
★ 시장 매년 100% 성장. 계속 늘어날 듯
주례 없는 결혼이 느는 건 일단 주례에 대한 거부감이 큰 데 이유가 있다.
주례를 대행으로 맡기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신랑·신부에게 주는 의미도 없고.
직업적인 진행으로 행사에 대한 몰입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최근엔 ‘나만의 특별함’을 강조하는 게 트렌드라 행사의 주인공인 자신들을
한껏 드높이고 싶은 욕구가 주례 없는 결혼식의 인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비용면에서도 강점이 있다.
전문 주례를 쓸 경우 10~20만원 정도 들고 사회적 지위가 있는 분을 주례로 쓸 경우 최소 50만원 이상 든다.
반면 주례 없는 결혼을 이벤트 업체에 맞길 경우 30~40만원 정도 쓰게 된다.
40만원 정도 하면 사회자. 옵션(영상. 음악 등) 등이 포함돼
그렇게 큰 부담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신랑·신부가 많다.
지난 2003년부터 주례 없는 결혼식을 전문으로 운영하는 한 회사의 김용환 실장은 시장 성장과 관련해
“요즘 한달에 40~50건 정도를 대행하고 있는데 매년 100% 정도 매출이 늘고 있다”면서
“현재 결혼시장에서 주례 없는 결혼이 차지하는 비중은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지만
머지 않아 전체 결혼식의 10%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실장은 이어 “요즘 대부분의 예비 신랑·신부들은 주례 없는 결혼을 한번 정도 생각하는데
‘주례 없는 결혼이 가당키나 하나’라는 부모들의 반대로 물러서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래서 중간지점으로 주례가 성혼선언만 해주고 물러서는 경우도 있다.
부모들의 저항감이 완화되면 주례 없는 결혼식은 하나의 결혼 문화로 자리 잡을 것” 이라고 덧붙였다.
[출처] 스포츠서울 윤승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