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네임이 특이해서........ 기억하시는 분도 계실테지만
닉네임을 바꾸려다가 그냥 솔직해지고 싶어서요..
합격하신 분들 정말정말 축하드리고.. 많이 아파하고 있으신분들도 계실줄 압니다.
저는 이틀전에 합격자 서류제출과 관련해서 질문글을 쓴 사람이에요. 물론 낙방했고... 마음을 추스리고 있는 중이에요.
작년 2차준비 이후로 거의 1년 째 쭉 노량진에서 살고 있는 저는 어느새 네 번의 시험장을 다녀왔네요.
자신있게 2차 준비를 시작한 저는 1차 시험 끝나고부터의 하루하루가 정말 행복했어요.
이 시험 치느라 십오키로가 넘게 찐 살들을 뺀다는 각오로, 내 인생 처음으로 헬스 회원권을 끊어
헬스와 각종 그룹 운동, 스피닝 같은 운동들을 하며 몸은 힘들지만 운동의 맛을 깨달았어요.
또 저는 실기 과목인지라 여러 가지 실기과목들을 배우며 나는 철저한 실기형 인간임을 깨닫고 물 만난 고기처럼
그렇게 재밌어했고요.
그리고 처음 한 2차 준비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수업실연이 저는 너무나 재미있고 신기하고.. 기대됐어요.
평소 EBS 교육방송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그 채널에 나오시던 선생님들의 어투, 판서 자세, 표정등을 장난삼아 종종
따라하길 좋아했던... 사람이라 (제가 좀 특이하죠?) 그런 것들을 적용시키고 자신감있게 하다보니
어느새 스터디에서 칭찬을 듣고.. 스터디룸에서 수업실연을 하는데 모르는 분께 (같은 여자분께요)
수업실연의 팁좀 얻고자 한다며 음료수를 건네 받은 적도 있어요. 목소리가 타고난 것이 워낙 크고 해서 옆방까지 들렸나봐요
정말 저는 행복했어요. 이게 사는 거구나.. 이게 인생이구나
불안함 한 번 없이 근 한 달을 보냈고 오늘 아침 살짝 떨리긴 했지만 자신있게 확인한 합격자 명단에서 제 번호는 없었어요.
그 순간 1초만에 닭똥같은 눈물이 떨어졌고 누군가 아주 큰 망치로 가슴을 내리 치는 느낌을 받았어요.
인정을 할 수가 없었고 10분여 간을 멍하니 컴퓨터만 바라봤지요.
이게 사실 언제 다시 터질지는 저도...그 누구도 모르지만 지금은 초연해졌어요.
오늘 아침 불합격 소식을 전화로 부모님께 전하던 그 순간 저는 동시에 제가 가장 믿고 따르던 저희 이모의 암 말기 진단 소식을 들었어요.
오늘 우리 엄마의 하루는 얼마나 길었을지 상상조차 가지 않아요.
우리 엄마가 오늘 그러시더군요.
'너도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아라. 우리는 일단 건강하잖니? 고작 1년이야. 너무 마음 쓸 것 없다. 걱정말고
밥 잘 챙겨 먹고 운동 잘하고.. 설 전에 집에 한 번 내려오고..'
우리는 아직 건강하잖아요. 저희 이모 일을 듣고 나를 바라보니 나는 그저 인생의 한 고민이었던 거에요.
물론 저보다 더 안좋은 상황에 더더욱 간절한 분들은 이 시험이 더 중요할 수 도 있겠지만
저는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멀리보면 지금은 아무것도 아니다. ... 우리의 합격수기의 한 줄을 채워나가고 있는 중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해봐요.
오전 운동을 가질 못해서(우느라구요) 오후 운동을 다녀왔습니다. 운동을 마치고 헬스장을 나오는데
아마.. 스마트폰으로 바꾸신 후 가장 길게 문자를 쓰셨을 우리 아버지의 장문의 문자가 와 있었어요.
선생님들도 함께 보시고 함께 힘내셨으면 해서. 이모티콘 하나, 글자 하나 안바꾸고 똑같이 한 번 올려봐요.
큰 공주 힘내자V
살다보면 1~2년이 큰 것만은 아니고 찰나의 순간일수도 있다.
너무 조급해도 긴 인생의 여로에 오점을 남길 수 있게 때문에 조금의 여유가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아빠는 생각한다.
더 중요한 것은 가는 속도 보다는 가는 방향이 중요한 것이다.
엄마 뱃속에 열달은 태어나기 전 인생을 준비하는 것이고
지금의 이 몇년은 삶의 질을 업 시키는 준비 기간이라 생각하고 할 수 있는 만큼만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도 있을거라 생각한다.
아빠가 엄마가 ㅡㅡ! 우리 큰딸의 든든한 빽이니까
또 새로운 계획을 세워 자신있게 가보자.
인생의 절반은 고행이다.
초반에 어려운 길을 많이 가면 나중에는 좋은 일만 생기게 되어있다.
생활비 걱정은 하지 말고 하고 싶은 일들 계획을 세워 해봐.
아빠는 우리 딸들이 언제나 기쁨이고 희망의 전도사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 큰딸의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
우리 큰딸은 선생님이 어울릴 것 같다.
한 번 새롭게 정리하고 또 시작하자.
내일은 항상있고 아빠가 늘 말했듯이
포기한 사람의 꿈은 절대로 이루어 지지 않는다 ㅡㅡ!
파이팅 ㅡㅡ!!! 아자아자아자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4.01.07 05:40
첫댓글 아버님 문자 보고 새벽부터 울었네요..선생님 힘내세요 기나긴 길이지만 이제 거의 다왔습니다. 내년엔 꼭 합격소식으로 아버지 기쁘게 해드릴 수 있을거에요!^^
저 마지막 아빠 문자에서 막 울었어요...
저도 떨어지고 너무 죄송해서 부모님께 얼굴을 들 수가 없는데... 저희 부모님도 맛난거 해주시며 절 위로하시네요.. 제가 나태했던 순간들도 떠올라 얼굴을 들 수가 없었어요...
맞아요. 건강한 한 내일이 있죠. 우리 다시 시작해요 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4.01.07 06:15
정말 이런 부모님 두신 것이 타고난 복입니다. 시험은 다시 공부해서 붙으면 되는거잖아요. 힘내세요!
될사람은 됩니다. 힘내세요~ 너무 훌륭한 가족을 두셨네요~ 저도 자신만만했던 이 시험 6수만에 나이 먹을만큼 먹고 붙었어요~ 선생님도 꼭 되실겁니다. 실패의 그 고통을 알기에 더 애잔하네요~ 아버님 말씀이 너무 훌륭하십니다. 힘내시고 어서 평상심 찾으시길 바라겠습니다.
저도눈물이핑.. 멋진아버지시네요정말. 포기한자의꿈은이뤄이지않는다.. 불편하고아픈시험이라며.. 도망가려했던제가부끄러워져요.. 힘냅시다 저는일주일만딱아프려구요
멋진 아버지세요~ 저도 위로받고 갑니다~ 고마워요~
멋진 부모님과 함께 파는 선생님. 인생은 속도가 아닌 방향이라는 아버님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참으로 멋진 부모님을 두셨네요. 열심히 준비하셔서 올핸 반드시 성공 수험생으로 거듭나세요. 팟팅.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4.01.07 08:46
정말 멋진부모님두셔서 너무부러워요 저희부모님께는상처받았지만 아버님 문자로 힘얻을게요.. 홧팅홧팅!!
아침부터 눈물이 맺히네요. 제 잘못이라고, 몇 년을 고생하시게 해서 너무 죄송하다고 했는데, 괜찮다고 말씀해주시더라구요ㅠㅠ 선생님, 우리 무기력해지지 말고 다시 힘내기로 해요-
선생님 문자에 위로받고 갑니다. 저희 엄마도 그러시더라구요. 이번에 떨어졌다고 너의 노력까지 실패한건 아니라고. 결과가 아니라 나중에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는 과정이라고요..! 마음 잘 추스리고 말띠해 '말'처럼 앞으로 달리는 해 되시길 바랄게요!
정말멋지고부러운아버지시네요^^
저도 또르르눈물이..이런부모님의사랑격려덕분에라도 샘꼭잘되실거예요~!
힘내세요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4.01.07 14:17
저도 몇 년 전 불합격 소식을 부모님께 전하며 엉엉 울었는데 그때 저희 아빠가 '나에겐 우리 딸이 어떤 교사가 되느냐가 중요하지 언제 교사가 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실패의 경험은 너를 더 큰 교사가 되게 해줄 것이다' 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이 한 마디를 다음 일년간 가슴에 새기고 공부해서 다음 해에 합격했었어요. 글쓰신 분도, 글을 읽으신 분들도 모두 힘내셨으면 좋겠어요. 실제로, 1년 먼저 교사가 됐느냐 아니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더라구요..
저도 힘겹게 교단에 섰는데요. 정말 힘겨웠던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현재는 아이들의 고통과 고민을 진심을 다해 듣고 함께 아파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넘 일찍 붙었다면, 아이들이 힘들어하는 것을 이해 못 했겠다 싶구요. 이 시간이 언젠가는, 아니 곧 선생님께 값진 경험으로 남을 날이 올 겁니다. 꼭 교단에서 뵙고 싶네요. 저런 아버님이라면, 또 그런 아버님 슬하에서 자라셨다면,, 정말 좋은 선생님이 되실 겁니다. 힘내세요,.. 토닥토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