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부
4월 29일 목요일 밤 9시 55분
$#1. 주차장 근처, 밤
석구의 차 헤트라이트를 켜고 코너를 돌아나온다.
$#2. 트럭 안
석구, 땀을 뻘뻘 흘리며 당황한 모습으로 운전해 가고, 그때, 앞에서 장고의 차, 헤트
라이트를 환하게 켜고 온다. 석구, 빛에 눈이 부시지 급하게 끽소리나게 브레이크를
밝는다.
$#3. 주차장
석구의 차 서고. 맞은편에 장고의 차 서있는.
$#4. 장고의 차 안
장고, 눈이 부신지 눈을 가늘게 뜨고 앞차를 자세히 본다. 그 옆에 탄 황소, 그런 장
고에게 말하는.
황소 저거 석구 아니야?
장고 (그 말에 눈 바로 뜨고, 다시 앞을 보는)
$#5. 주차장
석구, 장고의 차인지 모르고 트럭에서 내려, 장고의 차 쪽에 소리치는
석구 야, 자식들아 차 빼!
그때, 장고의 차 문열리고 장고, 황소, 밀수꾼1, 2 모두 험악한 얼굴로 내린다. 석구,
너무 놀라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뒷걸음치다 주저앉고.
$#6. 재호의 방 안
어두운 방안에 스탠드 불빛만 켜진. 재호, 공부하다가 머리가 아픈지 머리를 잠시 만
지고, 목운동을 하는데, 코피가 난다. 재호, 느낌이 이상해 코를 만지고, 피를 보고는
담담하게 방을 나간다.
$#7. 수돗가
재호, 세수대야에 물을 퍼담고 코피를 닥아낸다. 갑자기 왝하고 심하게 구토하는. 재
호, 참으려고 해도 자꾸 구토증이 이다. 재호, 세수대야을 잡고 간신히 참아내는데,
뭔가 불안한 느낌이 스쳐지나간다.
$#8. 공터
석구, 밀수꾼에게 둘러싸여 죽도록 맞고 있고 장고, 황소는 그 옆에서 담배피우며 어
두운 얼굴로 맞는 석구를 보고 있다. 밀수꾼1, 넘어져 있는 석구를 일으켜 세워 발길
질로 얼굴을 돌려찬다. 석구, 한쪽에 나가 떨어진다. 장고, 담배를 바닥에 버리고 답
답한 얼굴로 석구에게 가서 멱살을 잡아 앉히고 말하는.
장고 (화난 얼굴로) 무슨 짓 할려 그랬어?
석구 (담담히) 말했잖아.
장고 다시 한 번 말해봐.
석구 게 팔아서 내 배 좀 채울려 그랬다.
장고 저 많은 게를 니가 어떻게 다 처리할려구.
석구 게 팔아 먹구 산지 칠 팔 년이야. 저 정도쯤은 두 시간 안에 팔아 넘길 수 있어.
장고 (믿기지 않는) 친구는 전 재산을 가져다 꼴아 바쳤는데 넌 그 건 아랑곳없이 니
배만 채울 생각을 했다구?
석구 난 원래 그런 놈이거든. 재호 상권 형한테 팔아넘긴거 보면 몰라?
형, 나 맞은거 진단서 안 끊을테니까 부탁인데, 재호한테 아 무말 하지마. 그 자식 알
면 나 죽어. 한 번만 봐줘라. 응?
장고 치사한 새끼! (하고 '아우!'하고 주먹으로 석구의 얼굴 치려다 참고 으름장 놓으
며 말한다) 내가 큰 일 앞에다 두고 일 치루고 싶지 않아서 여기서 참는 다. 인생 그
렇게 살지마, 자식아!
하고 석구의 멱살을 거칠게 놓는다. 그 바람에 석구, 뒤로 넘어진다. 장고, 황소와 일
행들에게 말한다.
장고 가자, 가자, 가. (하고 건달1에게) 넌 게 트럭 끌구 와.
건달1 알았어. (하고 트럭 있는 쪽으로 간다)
장고, 황소 걸어가며 둘이 속닥거린다.
황소 저 자식, 눈치 챈건 아닐까?
장고 나두 잘 모르겠어.
황소 눈치 챘으면 어떡하지?
장고 길게 시간 끌지 말구 오늘 낼 안에 일 정리하고 뜨자. 미련한 놈이라 큰 걱정은
없지만 혹시 모르니까.
두 사람 그렇게 다른 일행과 함께 자가용에 올라 타고 떠난다. 카메라 석구쪽으로 가
면, 석구 힘들게 일어나 앉아 무서운 눈길로 가는 장고의 차 본다. 그리고는 일어서려
다 힘이 드는지 다시 주저 앉는다. 석구, 다시 일어나 비틀비틀 걸어간다.
$#9. 재호의 집 전경, 아침
진숙E 밤에 토하는 거 같던데, 괜찮은 거니?
$#10. 재호의 방
재호, 의자에 앉아있는, 밤새워 공부를 한 듯 싶다. 진숙, 물잔을 들고 걱정스레 서
있다.
재호 (물잔 들어 마시고) 괜찮아요. 공부한다고 너무 신경을 많이 써서 그런 거 같아
요.
진숙 밥 먹자. 물 한 모금 마시고 하루 종일 사람이 어떻게 견디 니?
재호 밥 맛이 없어요. 나중에 점심땐 많이 먹을게요.
진숙 (재호 안스런) 잠깐 의자에서 내려와 자리에 좀 앉아. 엉덩이 에 굳은 살 배기겠
다. (하고, 자리에 앉으며)
재호 (자리에 내려와 앉는다)
진숙 시험이 당장 낼모레도 아닌데, 쉬어가며 해.
재호 (말꼬리 돌리는) 합정동에 다녀오셨다면서요?
진숙 (심란한) 해볼때까지 해본다고, 내딴엔 그랬는데... 꿈쩍도 않 드라.
재호 저 때문에 이모까지 죄송해요...
진숙 (재호 측은하게 보다, 외면하고) 그런 소리마. 너 위해서 그래도 이모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구나, 다행이다 생각하는 중이니까. (다시 재호보며) 취직 합격하구, 그
것도 신형일 위하는 거 겠 지만 니 몸 돌보는 것도 신형일 위하는 거야. 공부 쉬어가
며 해라. 담배 작작 피구.
그때, 전화벨 울리고.
진숙 전화받어. (하고, 나간다)
재호 (전화 받으며) 여보세요.
병국E 나다.
재호 ?!
$#11. 신형의 집, 거실
병국, 출근 차림으로 앉아서 전화하고 있다.
병국 아침 일찍 전화하는게 실렌줄은 아는데 내가 회사 나가면 정 신이 없을거 같애서
이렇게 전화했다. 뭐하구 있었니? 밥 먹는데 전화한거 아니야?
재호E 아닙니다.
병국 너, 오늘 별일 없냐? (사이)
내가 너 일자리 한 군데 알아봤다. 니 맘에 들지 어떨지는 모 르겠지만 내 판단엔 괜
찮은거 같애. 두시에 이력서 한 장 들 그 대진그룹 알지? 거기 기획실로 찾아가봐라.
$#12. 재호의 방
재호 (뭔가 좀 이상한) 대진그룹이요?
병국E 어, 규모가 큰 회사니까 너두 알거다. 우리나라 건축 업체 중 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곳이니까. 근데 왜 대답이 없냐? 맘 에 안들어?
재호 아닙니다.
병국E 그래, 그러면 거기 들렸다가 나한테도 잠깐 들려라. 할 말이 있으니까.
재호 네. 알겠습니다.
병국E 전화 끊는다. (하고, 끊고)
재호, 수화기 내려놓고 뭔가 생각하는.
인써트 - 회상 (26부에서 현수가 대진그룹 기획실 명함주던)
재호, 난감하게 한숨쉬는.
$#13. 신형의 집, 안방
혜자, 자리 깔고 누워있다.
병국 (안방문 열고, 누워있는 혜자에게) 나 다녀올게.
혜자 (돌아눕는)
병국 (담담하게, 안방문 닫는)
$#14. 거실
병국, 안방문 닫는다. 거실쪽에 신형 출근차림으로 서있다가 그런 병국 보면,
병국 (신형에게 고개 저으며) 니 엄마 너 볼 기분 아닌거 같다.
신형 (안방쪽 보며, 심란한) ...
병국 신형아.
신형 네, 아버지.
병국 수업 끝나구 바로 집에 들어와서 느이 엄마 기분 좀 맞춰줘 라.
신형 저두 그래 드리고 싶은데, 어떡하면 되는 건지 방법을 모르겠 어요.
병국 재호 문제 빼면 뭐든 들어줄 수 있다구 울면서라두 한 번 애 원을 해봐. 난 니
엄말 도저히 달랠수가 없다. 저라다 니 엄마 병나겠다. 아버지 아직 삼 십년은 더 살
거같은데 혼자 살 자신 없다. 니 엄마 없으면 내가 뭘하겠냐? 니 덕에 니 엄마 웃는
모습 좀 보자. 달래 줄거지?
신형 (맘 다잡고, 병국 안심시키려는) 노력해 볼게요. 아버지.
병국 너만 믿는다. (하고, 현관으로 나가려다가 돌아보며) 참, 신형 아.
신형 ?
병국 재호 말이다. 오후에 면접 보러 갈거야. 내가 현수 회사에 부 탁했다.
신형 ?!
$#15. 학교 전경
$#16. 신형의 교수실
신형, 전화 받고 있다.
신형 (속상한 마음 감추고, 어렵게) 현수회사에 가면 현수 보겠구 나.
재호 아버님, 가보시라는데 안 갈수가 없을 거 같아요.
신형 그렇지.
그때 노크 소리나고 길진 들어선다. 신형, 길진 보고 전화한다.
신형 그래, 이따 전화하자. (하고, 수화기 내려놓고, 서있는 길진에 게) 앉아. 형.
$#17. 재호의 방
재호, 말끔한 차림으로 (넥타이 하지 않은) 웃옷 걸치며 답답한 얼굴이다. 그때, 진숙,
외출복 차림으로 들어서며,
진숙 회사 면접 간다더니 그러구 갈거야? 타이두 안매구?
재호 (이력서 가방에 넣으며 말하는) 안 될거예요. 기대하지 마세 요.
진숙 말을 왜 그렇게 하니? 가보지두 않구.
재호 (진숙 보며) 어디 나가실거예요?
진숙 (어색하게) 어, 부동산에 가볼려구.
재호 부동산엔 왜요?
진숙 니들 결혼하면 따로 살아야 할 거 아냐. 전세방 시세가 어떻 게 되나 알아봐야지.
재호 (답답한) 돈두 없는데 방만 알아보면 뭐해요. 이 방 쓰면 되 요. 놔두세요.
진숙 (어이없다는 듯) 이방에서? 야, 싫어, 따루 살어. 나 조용하게 살구 싶은 사람이
야. 너 내보내구, 재영이 내보 내구 머리 깍구 이 집 절간처럼 만들어서 정말 조용하
게 살 구 싶어. (하고, 문 열다가, 재호 보며) 나와, 니 차 타구 가 게.
재호 석구집에 들었다 갈려구 그러는데...
진숙 석구집에? 너 그 집에 요즘 부쩍 다니다. 뭔일 있니?
재호 (안보고, 피하는) 아니예요. (하다가, 진숙보며)
재영인 학교갔어요? 오후 강의라던데, 안 보이네요.
진숙 (재호 눈치 보며, 안 보고) 재영이, 석구 보러 갔어.
재호 ?
진숙 (피하듯이) 간다. (하고 나간다)
재호 (작게 한숨 쉬고 답답한 마음으로 가방 챙기는)
$#18. 신형의 교수실
신형, 길진 차를 마시고 있다. 신형, 커피마시며 제 생각에 빠져있고, 길진, 그런 신
형을 이상하다는 듯 보며 말거는.
길진 왜 그렇게 생각이 많어?
신형 (그 말에 길진 보며, 어색하게) 아냐...
길진 (신형에게서 눈 떼지 않고 보며) 왜 그래?
신형 (괜히 웃으며) 내가 뭘?
길진 (걱정스러운) 신형아.
신형 (길진의 말 아랑곳 없이, 따뜻하게) 형, 요즘 현수 어때? 회사 나간다드니 다닐
만하대? 똑똑한 애라 크게 걱정은 안되진데, 밥은 챙겨먹는지, 잘 다니지?
길진 현수 얘기 하던거 아니잖아. 너 왜 그러냐구, 재호랑 무슨 문 제 있어?
신형 (길진 안보고, 어색한) 아냐.
길진 (찻잔 내려놓고) 아버님이 재호, 현수 회상에 말해놨다던데 그거 때문에 그래?
신형 (길진 보며)
길진 현수가 그러더라.
신형 (길진 안보고) ...
길진 그 일이라면 재호한테 맡겨. 아버님은 니네들 사이의 일, 모 르구 하시는 말씀이
구, 현수는... 신경 쓰지마.
신형 (서글프게 웃으며 창가 보며) 현수를 신경쓰지마? 아니, 신경 쓰여. (길진 보며)
질투? 그런거 아니야. 걔한테 미안해. 현수가 재호를 포기하지 못하구 있는걸 보면 서
난 서운했어. (길진 보지 않고) 우습지? 나한테도 포기가 어려우면 걔한테도 포기가
어려운건데... 현 수, 힘들거야.
길진 (그런 신형 안스레 보는)
신형 (안보고, 서글프게) 형, 현수랑 나랑 시간이 흐르면 만날 수 있을까? 만나서 언
니 동생으로 전처럼 웃을 수 있을까? 그때가 되면 걔는 믿어 줄까? 재호를 얻었던 기
쁨만큼이나 현수랑 틀어져있는 지금 이 시간이 (창가쪽으로 시선 돌리고) 나한테 참
많이 아프다는 걸.
길진 (그런 신형 조금 걱정스러게 보고 있다)
$#19. 신형의 교수실 앞
길진, 나와 걸어가는
$#20. 복도
길진, 걸어가는데 그때 뒤에서 누군가 부르는 '야, 송길진' . 길진, 돌아보면 정윤이
다.
길진 (놀랍고, 반가운) 어, 정윤이구나.
정윤 (다가와, 손 내밀고)
길진 (악수하며) 우리 학교엔 웬일이야?
정윤 너 보러.
길진 설마, 나보러 너처럼 바쁜 얘가 여길 오겠다.
정윤 (웃으며) 사실은 이 학교 교수님중에 우리 병원 나오시는 분 이 계시거든, 그분
뵈러왔다가 겸사겸사 너두 볼까싶어서 너 한테 가던 중 이었어. 근데, 너두 신형이두
왜 요즘 산악회 안 나오니, 작년 까진 둘이 손 붙잡고 안빠지고 잘 오드니?
길진 (웃음) 우리 헤어졌거든.
정윤 (농담조) 잘됐네. 그럼 너랑 나랑 가능성이 있는 거네?
길진 (웃고) 차나 한잔 하러가자?
정윤 좋지.
길진, 정윤 같이 가고.
$#21. 석구의 집 전경
재영E 나 봐봐, 나 좀 보라니까!
$#22. 석구의 방
석구, 얼굴 터진 채 재영에게서 등 돌리고 있고 재영, 손으로 석구의 얼굴을 잡고 자
기쪽을 보게 하면서
재영 나 좀 보라니까!
석구 (재영 보며) 터진 얼굴 봐서 뭐하게!
재영 (석구 얼굴 바로 보는데 황당하고 속상하다) 어떡해, 왜 이렇 게 된거야?
석구 (재영 외면하며) 술 먹구 길바닥에 넘어져서... 괜찮아. 곪지 말라고 약 먹었어.
재영 (울상) 내가 못살어. 얼마나 아플거야, 이게. 한동안 술이라곤 입에도 안대더니,
또 병 도졌어?
석구 (속상하고 답답한) 화내지 말어, 잘못했어.
재영 (속상한) 많이 아프지.
석구 안 아퍼.
재영 (석구의 터진 입술 만지며) 이게 어떻게 안아퍼
그때 바깥문 열리는 소리난다.
재영과 석구, 이상해서 떨어져서 문쪽 보며 방문 열리고 재호, 굳은 얼굴로 서있다.
$#23. 석구의 집 앞
재영, 석구의 집에서 나와 답답한 얼굴로 걸어간다.
$#24. 석구의 방 안
재호, 석구를 못마땅한 얼굴로 보고 있고, 석구, 고개 숙이고 답답한 얼굴로 변명하듯
말하고 있다.
재호 너 도대체 정신이 있냐 없냐? 지금이 어느때라구 맬 술타령 이야.
석구 (속상해서 도리어 짜증내는)
살다보면 그럴수도 있지 뭘 그래!
재호 (한숨쉬고) 우리 이 일 그만 두자. 아무래도 잘못하는거 같애. 그만두자.
석구 (속상한, 재호 안보고) 그만 두고 싶어도, 이제 그만 둘 수도 없어.
재호 (이상한) 왜?, 또 무슨 일 저지렀니?
석구 (재호 보며, 서운하고 속상한) 너는 언제나 말을 그런 식으로 밖엔 못하지? 너는
너만 속 타지? 너만 생각하구 사는거 같 지?
재호 (석구 보면) ?
석구 속이 타두 내가 더 타. 너 보기에는 내 머리속에 똥만 든 거 같겠지만, 나, 안돌
아가는 이 머리루 생각 많이 해. 도대체 내가 어떻게 하면 너한테 도움이 될 수 있을
까?. 이번 만큼은 절대루 너한테 피해 주지 말아야지. (눈가 그렁해, 버럭) 적어두 이
번만큼은 너한테 좋은 친구 소 리 들어야지! 나두 속상하단 말이야! (하구 벌떡 일어
나 나가 버린다)
재호 (답답한 얼굴로 석구 나간 문쪽 보고)
$#25. 석구의 동네 시장
석구, 답답하고 속상한 얼굴로 걸어가고 있다. 울고 싶은 마음이다. 그때, 달건 뛰어
오며 석구 부르는.
달건 석구야.
석구 (돌아보면)
달건 (다급한) 이거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내가 오늘 시장에 갔는 데, 장고가 시장
일 싹다 정리했대.
석구 (놀란) 언제?
달건 오전에 도매상이랑 소매깐 거 싹 거둬들였댄다. 니가 장고 얘 기하면 뭐든 말해
달라는게 생각이나서 이렇게 뛰어왔어. 이게 뭔일이야, 난 앉은 자리에서 일자리 날라
간거 같다. 이럼 안 되는데, 돈 벌어야 하는데...
석구 (너무 놀라 아무 생각이 없다)
달건 (석구 보며, 이상한) 석구야, 왜그래?
$#26. 석구의 방
재호, 답답한 마음으로 메모지에 적어놓고, 방을 나간다. 인써트 - 메모지, 내용. 석
구야, 우리 이 일 그만두자.
$#27. 달리는 재호의 차
$#28. 차 안
재호, 굳은 얼굴로 전화하며 가고 있다. 신호음 가다 떨어지면, 재호 장고형 (그런데,
받는 것 메시지 안내방송이다.)
메시지E 연결이 안되고 있습니다. 메모를 남기실려면 1번을 누르십시 오.
재호 (답답한 마음으로 1번 누르고) 장고형, 난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일 그만두는
게 좋을 것 같애. 메시지 받으면 나한테 연락 해줘. (하고, 전화 끊고 가는)
$#29. 창고 안
장고, 핸드폰 메시지를 듣고 있다. 황소 그런 장고를 걱정스런 얼굴로 쳐다보고 있다.
핸드폰 든 장고의 얼굴위로 메시지 들리는.
재호E 이번일 그만두는게 좋은 것 같애. 메시지 받으면 나한테 연락 해줘.
장고, 심란한 얼굴로 전화를 끊는다.
황소 (불안한) 재호야? 뭐래?
장고 (불안한) 아무래도 이 자식이 눈칠 챈거 같애. 오늘밤에 여기 정리하자. 애들 불
러.
황소 (두려운 얼굴로 전화하는)
$#30. 공원
석구, 굳은 얼굴로 이 앙다물고 혼자 앉아있다가, 뭔가 다짐하고 일어나 간다.
$#31. 동네 거리
석구, 걸어가 고물상전자대리점 안으로 들어간다.
$#32. 대리점
석구, 주인에게 말하는.
석구 카세트 하나 주세요.
$#33. 현수의 회사 복도
재호, 굳은 얼굴로 걸어간다.
$#34. 현수의 사무실 안
재호, 문 열고 들어서다, 자리에 앉아있는 현수를 보고는 멈춰선다. 현수, 서류보다
이상해 고개 들면 재호 서 있는게 보이고, 시간 경과. 재호, 사무실 한쪽의자에 굳은
얼굴로 불편한 느낌으로 앉아있고 현수, 자기 자리에서 전화 받고 있다.
현수 더 말하기 싫어요, 반품 시키세요 (사이) 그런 제 소관이 아니잖아요. (사이, 답
답한) 김부장님, 어렇게 막무가내로 나오실거예요? 클라이언트, 고객이 원하질 않는다
잖아요. 누구 맘대로 방부, 방충 처리한 자재를 수입해요? 그거 인체 에 해롭다는거
몰라요? 저희 회사는 그 자재로는 집 안 짓습 니다. 자재 다시 구해서 연락주세요.
(하고, 전화 끊는다)
재호 (현수 보는)
현수 (그런 재호 아랑곳않고 서류에다 뭔가 기록하며) 이력서 안썼 어요?
재호 안썼습니다.
현수 (서류만 보며, 뭔가 저기만 하는) ...
재호 (잠시 가만있다, 모멸감 느끼는 현수에게 말하는) 가도 되겠 습니까?
현수 (재호 안 보고, 서류만 보며) 다음주 월요일부터 출근하세요.
재호 (현수 보며) 아버님 때문에 어쩔수 없이 온거야. 출근 안해.
현수 한국에선 통나무집 사업이 순조롭질 않아. 목조 건축이랑 같 이 병행해서 사업을
벌일까해.
재호 출근 안해.
현수 맘대루 해.
재호 (일어나는데)
현수 (서류 보고 뭔가 쓰며) 아저씨한텐 뭐라구 말할래?
재호 ?
현수 니가 우리 회사에 안다니구 싶은 이유를 어떻게 설명해 드려 야 되냐구.
재호 니가 짤랐다 그래. 맘에 안들어서.
현수 난 너 맘에 들어, 거짓말하기 싫어.
재호 이러지 마. (하고, 나간다)
현수 (그런 재호 보고)
$#35. 현수의 회사 복도
걸어나온다. 그때 문 열리고 현수 나와 재호 부른다.
현수 강재호씨!
재호 (돌아보면)
현수 월요일날 봐요. (하고 문 닫고 들어간다)
재호 (답답한 얼굴로 그런 현수 보다 굳은 얼굴로 다시 뒤돌아 간 다.)
$#36. 현수의 사무실
현수, 전화기 들고 누르는.
$#37. 병국의 사무실 안
병국, 전화 받고 있다.
현수E 다음주부터 출근하라고 했어요.
병국 (고마운) 어, 그랬냐? 고맙다.
현수E 별 말씀을요.
병국 그래, 나중에 내가 고맙단 인사는 따로하기로 하고, 오늘은 여기서 전화 끊자.
하고, 전화기 내려놓는데, 그때 사원1 서류 들어와 병국에게 서류를 준다. 병국, 서
류보다가 인상쓰며 사원1에게
병국 이게 뭐야?
사원1 (난감한) ...
병국 누가 이런 홍보기획서를 쓰래? 광고를 이렇게 치고 영업하면 누군 못하나? 최소
한의 광고비로 최대의 효과. 자넨 그것도 모르나, (서류철주며) 다시 작성해.
사원1 이미 발주했는데요?
병국 뭐?
사원1 (한쪽에 앉은 과장보며) 과장님이 급하다구 그렇게 하시라고.
병국 (화난, 일어난 과장에게) 정과장, 자네 내 허락도 없이 무슨 일을 어떻게 처리한
거야?
과장 (자리에 앉아, 당당하게) 이사님이 벌써 결재하신겁니다.
병국 (기막힌) 이사가 결정했어, 그럼 나한테 이 서류를 들고 온 이유가 뭐야? 내가
허수아비야 이 자식들아! 니들 도대체 나 빼고 무슨 일들을 벌이는 거야?
그때, 카메라 문쪽으로 가면, 재호 서있는.
병국 팀장 없이 하는 결제가 어딧어. 엉?
사원 (재호보고, 병국에게) 저, 팀장님 손님 오신 거 같은데요?
병국 손님 누구? (하며, 재호쪽으로 고개 돌리는)
재호 (민망한 듯 서 있는)
$#38. 병국 회사 전경
$#39. 병국 사무실 안
병국(속상해, 힘없이 차를 마시는), 재호(그런 병국 보며, 안스러운 맘드는) 앉 아있
다. 여사원만 앉아있고, 사무실에 다른 사람은 아무도 없다.
병국 (찻잔 내려놓고, 주위 한 번 보고, 재호 보며) 사무실이 너무 썰렁하지?
모두들 이렇게 영업나가고 나면, 난 이 방지키는 방지기다, 얼마전까진 이 방 주인이
었는데, 하루아침에 이렇게 됐다.
재호 ...
병국 남자라면 직장일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한 번씩은 겪는 일이 다.
재호 ...
병국 하지만, 뭐 개중엔 이런 일 안 겪는 사람도 있지. 그렇다고 해도 나 너무 능력없
게 보지 마라.
재호 전혀 그런 생각 안합니다.
병국 미국이나 선진국 사람들은 평생에 자기직업을 서너번은 바꾼 단다. 세상이 바뀌
니까 직업이 바뀌는 것도 당연하단 거지. 그래서 그 사람들은 선생에서 웨이터로 웨이
터에서 노점상으 로 직업을 전전하는 걸 흉허물로 생각안한대.
재호 저도 들었습니다.
병국 (자조 적인, 재호 안 보고) 나도 조만간 직업을 바꿔야겠지. 준빌해야겠지.
(재호 보며) 재호야...
재호 네, 아버님
병국 내가 니들 결혼을 왜 갑자기 허락했는 줄 아니?
재호 ...
병국 넌 고생 많이 한 놈이니까, 잡초처럼 강하니까... 세상에 아무 리 힘든 일이 있
어도 나처럼 흔들리지 않고 이겨낼 거 같아 서였어. 너 강한 놈이지, 내가 널 제대로
본 거지?
재호 ...
병국 신형이 엄마랑, 신형인 나 이렇게 회사에서 물 먹고 있는 거 모른다. 내가 이렇
게 된줄 알면 아마 나보다 더 힘들어들 할 거야. 나 이런거 우리 둘이만 알자.
재호 네.
병국 (작게 웃으며) 니가 맘에 든다.
재호 힘네세요, 아버님.
병국 (재호 보며) 아버님? 진짜 아들하나 생긴 기분드네. 든든하다. 차 마셔, 다 식겠
다. (하고, 차 마시는)
재호 (찻잔들다, 그런 병국 안스럽게 보는)
$#40. 안방
혜자, 등돌리고 앉아있고 신형, 무릎 꿇고 고개 숙이고 앉아있다.
혜자 (건조하게) 올라가.
신형 ...
혜자 (신형 돌아보며) 니가 아무리 그래도 소용없어. 엄마맘 안변 해.
신형 ...
혜자 니방에 올라가.
신형 ....
혜자 말 안들려?
신형 (고개 드는데, 눈가 그렁한, 애써 참으며) 정말 내가 어떡하면 되겠어. 엄마, 나
엄마랑 이게뭐야 남처럼.... (우는)
혜자 (맘 아프지만, 외면하는)
신형 (울며, 말하는) 엄마, 죄송해요, 나두 엄마한테 효도하구 싶었 어. 재호 좋아하
면서 첨에 그게 엄마한테 불효가 될거라고는 생각 못했었어. 내가 좋아하니까 엄마두
당연히 좋아해주겠지 그랬었어.
혜자 (맘 아프지만, 여전히 외면하는)...
신형 사람들은 사랑하면 행복하다는데 난 아니야. 재호 앞에선 어른스럽게 행동한다구
웃구 말하구하지만 마음 한쪽엔 늘 가시가 박힌거 처럼 불편해. 엄마 때문에. 내가 사
랑하는 사람 엄마가 이해 못해서 불편한게 아니라 엄 마 뱃속에서 나왔는데 내가 왜
엄말 이해못하고 엄마 속을 썩이나. 엄마말을 이해하구 나두 그냥 재호가 싫어졌으면,
그렇게 바 란 날두 많았어. 근데 정말 안돼.
혜자 (속상한)
신형 (혜자 보며) 엄마가 나한테 한 번만 져주면 안돼? 그러면 나, 재호랑 노력하면서
이쁘게 잘 살 자신 있는데, 엄마 한 번만 져줘요.(참고 자리에 눕는다) 신형 (그런 혜
자 보며, 속상해 우는)
$#41. 부동산 밖
진숙, 부동산에서 나와 거리 걸어간다. 그런, 진숙의 얼굴위로 부동산 업자의 말소리
들리는.
부동산E 신혼이면 이것저것 들어갈 돈도 많은데, 월세를 어떻게 사실 려구... 그리고
요즘 월세 잘 없어요. 그러지 마시고 전세로 18평 정도 생각해 보세요. 값은 비싸두,
아주 좋은 집이 있으 니까.
진숙, 심란하게 걸어가는.
$#42. 신자의 방
인숙, 신자, 진숙 (심란한) 앉아 얘기하고 있다.
인숙 혜자 언닌 꿈쩍도 안하는데, 신혼집은 뭐하러 보고 다녀?
신자 뭐하러 보러 다니긴 국 끓일라고 보러 다닌다.
인숙 할머닌 말을 해도 꼭 그렇게 통박 주듯, 집으로 어떻게 국을 끓여요?
신자 내 니 나이때, 닌 쭈쭈바 빨고 있었어. 살아온 밥그릇 수가 다른데 (눈흘기며)
우데 ... 버릇 없는 년.
인숙 (입삐죽인다)
신자 아쭈 ... 이게 이제 막가네. 우데 으른말에 입을 샐룩거려.
인숙 (신자 보며, 심란한) 언제까지 둘이 싸울거예요?
신자 다 끝났다. (인숙 보며) 니 암말말고 있어라. 내 열받으면 한 번에 들이 박을라
니까.
인숙 (져주는) 알았어요.
신자 (진숙에게) 없는 돈에 집 얻을 라면 방법은 한가지밖에 없다.
진숙,인숙 (보면)
신자 인숙이 내보네.
인숙 뭐요?
신자 (인숙 보며) 닌 진숙이랑 사촌이라꼬 전세값도 안주고, 이 집 에 있지? 낸 엄연
히 오백 전세금 주고 산다. 그라면 니랑 내랑 둘중 나갈 사람은 누꼬? (다짐받듯) 니
지?
인숙 (울상된) 내가 여기 나가면 어디서 산다구.
신자 그거야, 내 알바아니지.
인숙 (애원조로) 언니... 설마...
진숙 걱정말어. 널 내보내느니 내가 나간다.
인숙 그러지 말고, 신형이랑 재호랑 결혼시키지마. 혜자언니두 허 락두 안할거구, 겸
사겸사지뭐.
신자 (인숙의 등짝을 냅다친다) 그걸 말이라꼬하나? 뱃속에서 나 올라꼬하는 애를 다
시 디밀어라. 니 이 세상에 절대로 안되는 게 몇 개나 있는 줄아나. 세 개가 있다.
인숙, 진숙 (보면)
신자 첫째, 나올라카는 똥 잡는거, 둘째, 나올라카는 방귀 참는 거. 셋째, 니같은 년
이랑 내랑 사이좋게 지내는 거, 아나, 이년아.
인숙 (신자 원망스레 보며) 내가 오죽 답답하면 그러겠어요.
진숙 (작게 한숨쉬고)
그때, 미선 '다녀왔습니다' 하고 문 열고 들어온다.
신자 닌 우째 벌써로 들어와?
미선 조퇴했어.
신자 뭐 이런게 다 있노. 니가 뭐한다꼬 조퇴를 해?
미선 (짜증) 몸이 아파서 그랬어.
신자 (한쪽에 뒀던 일감을 던지며) 꼴도 보기 싫은 년, 보래, 차라 리 나가 년아.
미선 (벌떡 일어서며) 그렇잖아도, 곧 나갈거야. 조금만 참아. (하 고, 나간다)
진숙 왜 그래, 아프단 애한테.
신자 쟤가 아퍼? 개가 아프다. 니들두 나가, 나 일할란다.
진숙 (심란한) 아이고, 머리야.
$#43. 신형의 집 전경
재호의 차, 와서 멈춰선다.
$#44. 재호의 차 안
병국, 재호 앉아있다.
병국 고맙다, 바래다줘서.
재호 별말씀을 다하세요.
병국 여깃어라. 신형이 내보내마.
재호 그냥 가도 됩니다.
병국 보고가. 그리고 우리끼리 한 말은 비밀이다.
재호 네.
병국 (작게 웃으며, 재호 어깨 쳐주고 나가고)
재호 다음에 뵙겠습니다. 아버님.
$#45. 신형의 집, 대문
신형, 나와 재호의 차로 간다.
$#46. 재호의 차 안
신형, 작게 웃으며 조수석 옆에 탄다.
재호 집에 있었네요.
신형 응.
재호 뭐했어요?
신형 (어색한) 엄마앞에서 석고대죄하고 있었어.
재호 (걱정스런) 여전히 꿈쩍도 안하세요?
신형 (고개 끄덕인다, 그러다 말꼬리 돌리는) 현수 회사 간 건 어 떻게 됐어?
재호 잘 됐어요.
신형 ?
재호 없던 일로 하자 그랬어요.
신형 (걱정스런) 아버지는.
재호 적성에 안맞는다고, 직장 일은 내가 알아볼거라고 말씀드리려 그랬는데, 아버님
기분도 별로 안좋으신거 같고... 말씀 못드 렸어요. 다시, 기회봐서 말씀 드릴려고 해
요. (작게 웃으며) 오늘 아버 님이 나한테 뭐라 그랬는지 알아요?
신형 ?
재호 아들같대요. 그말 들으니까 아, 내가 정말 결혼을 하는구나 싶더라구요.
신형 (조금은 불안한) 우리... 정말 결혼하니?
재호 여깃까지 왔는데... 무슨 소릴해요.
신형 (어색한 웃음) 믿어지지가 않아.
재호 (신형 안고) 어머니한테 말씀 전해주세요. 당신을 행복하게 해줄 사람 나밖에 없
다구.
신형 (안고, 눈감은 채) 응.
재호 (신형을 품안에서 떼어내고) 들어가봐요. 어머니 기다리시겠 다.
신형 조금만 더 있으면 안돼.
재호 (어렵게) 일이 있어서 가볼데가 있어요.
신형 ?
재호 나중에 말할게요.
신형 그래, 그럼. (하고, 재호 손 잡았다 놓고 웃어주고, 내리는)
$#47. 신형의 집 앞
신형, 차에서 내려 손흔들어주며 서 있고, 재호, 룸밀러로 그런 신형 보며 가는.
$#48. 거실
신형, 들어서면 평상복차림의 병국 서서 '니 엄마 이층에 있다, 올라가봐' 하고. 신형,
'저녁, 차려 들릴게요' 하고 주방으로 가는. 병국, 답답하다.
$#49. 신형의 방
혜자, 신형의 침대에 앉아 신형과 병국과 자신이 함께 웃으며 찍은 사진첩을 보고 있
다.
병국E 신형이나 나나 당신 무신한 거 없어. 당신을 무시했다면 우리 가 뭐한다고 당
신 허락받을라고 이렇게 목을 매나, 안 그래? 당신 요즘 신형이 자식 얼굴 한 번 제대
로 본 적 없지? 어린 놈이 속이 얼마나 상했는지, 푸석푸석해가지고... 여보, 집시 다.
허락해주자구.
혜자, 사진첩에서 사진 한 장 빼들어 본다. 신형이 혜자를 안고 볼에 입맞추는 사진이
다. 혜자, 맘이 아프다, 눈가 그렁해 한숨 후하고 내쉬는데, 신형 올라와 그런 혜자
본다.
신형 엄마...
혜자 (앗차싶어, 사진첩 접고 신형 안보고, 나가는)
신형 (그런 혜자 속상하게 보는)
$#50. 주방
병국, 저녁 먹는데, 혜자 들어와 물마시고 병국 보며.
혜자 당신 오늘 손님방에서 자요. 나 신형이랑 잘꺼니까. (하고, 나 간다)
병국 (그런 혜자 돌아보면) ?
$#51. 재호의 차 안
재호, 핸드폰 전화하고 신호음 가다 떨어지면,
메시지E 수신된 메시지가 없습니다.
재호, 불안한 느낌으로 핸드폰 끄고 차를 급하게 유턴해 간다.
$#52. 창고 근처
석구, 술든 봉지들고 비장한 얼굴로 창고쪽으로 걸어가는.
$#53. 창고 안
황소, 밀수꾼, 서둘러 서류들을 챙기고 있고 장고는 그들이 챙긴 서류들을 받아서 빈
페인트 통에 넣고 태우고 있다.
장고 식구들한텐 다들 연락했지?
황소 (시계 보고) 벌써 인천에서 배 탔겠네. 우리 밴 낼 오후 세신 데 그때까지 일 정
리 되겠지?
장고 죽어두 그때까진 정리해야지.
밀수꾼1 (서류 하나 장고에게 보이며) 이건 어떡하죠?
장고 뭔데?
밀수꾼1 재호한테 준 영수증 복사본인데요?
장고 이리 줘.(하고 서류 찢어 물속에 넣어 버린다)
그때 창고문 꽝꽝두드리는 소리난다. 모두들 놀라 문쪽 본다.
시간경과.
인써트 - 석구, 장고의 잔에 술 붓는 석구의 손. (다른 일행들 서로들 술 부어 주며
마시는 모습 보이고)
석구 어젠 미안했어.
장고 한 번만 더 말한다. 그렇게 살지 말어.
석구 (술 마시고 담배 찾듯 주머니에 손 넣어서 카셋트의 플레이 버튼을 누르는 느낌
이다. 그리고 담배 꺼내 피우는. 아무도 모르게 조금은 긴장한 느낌이다. 짐짓 넉살스
레 웃으 며 말하는) 근데 냉장고에 갔더니 물건 또 안왔더라. 도대체 언제 오는거야?
황소 내일 장호에서 새벽 네시에 상차한다니까 일곱시쯤엔 창고에 게 들어갈거다. 그
러니까 넌 여기서 한 잔하구 집에 들러서 옷 갈아입고 창고에 가 있어.
석구 (웃으며) 형들은?
장고 게 살 사람들 만나기로 했어.
석구 게 살 사람? 누가 게를 가져가는데?
장고 (괜히 성질 내며) 누구라구 그러면 니가 알어?
석구 (웃으며) 모르지. (강조) 사실 재호랑 나랑 뭐 아냐? 형들이 다 알아서 해준다니
까 뭣모르구 달려드는거지. 그건 그거구, 재호랑 내 지분은 어떡할거야? 형하구 똑같
이 나눠줄거지?
장고 얌마, 너랑 재호는 돈만 대구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두 모르 면서 어떻게 돈을
똑같이 가져?
석구 내가 왜 한 일이 없어? 아침 저녁으루 여기 들여가 보구, 차 비만 해두 하루 삼
만원은 깨졌다. (강조) 일 한게 없기는 재 호가 없지. 돈만 딱 주구 나 몰라라. 하긴
요번 일이야 형들 이 다 알아서 하는거구 우리야 따라지 노릇만 한 거니까 돈 을 똑
같이 갖는다는 건 그렇다.
장고 쓸데없는 소리말고, 넌 창고나 가.
석구 가야지. 근데, (사이) 나 아무래두 형들이 미덥지가 않어. 만약에 이번일 물건이
안좋다든가 그래서 꽝나면 우리 돈 어 디서 찾아야 되는거야? 막말루 뭐 트럭이나 냉
동창고 임대료 라두 우리가 받게 해준다든가 그래야 되는거 아냐? 재호나 난 게 장사
안하니까 게두 필요없구. 참, 정말 냉동 창고는 누구 이름으루 계약한거야?
장고 의심두 드럽게 많네, 자식. 내가 너 그럴줄 알구 창고는 재호 이름으루 계약했다.
석구 (강조) 재호 도장이 어디서 나서?
장고 그거야 내가 하나 팠지.
석구 재호한테 말했어?
장고 말안하면 어떠냐? 어차피 우리한테 다 맡긴건데.
석구 (고개 숙이고 살짝 씩 웃고 주머니에서 스톱 버튼 찰칵하고 누르는)
카메라 돌아가면 황소, 담배 피우며 찰칵 소리에 순간 고개 들어 석구 보는데 뭔가 이
상하다.
황소 (잠시 생각하다가 얘기를 무마하려는 듯 급히 말하는) 자, 자, 자, 오늘 시간두
늦었는데 어서어서 집에들 가자구. 석구두 가봐야지.
석구 어, 그래야지. (하고 일어나) 낼 물건 들어온다는데 형들두 어 서 집에 가. 좋은
꿈들 꾸구, 나 먼저 간다. (하고 나간다)
황소 (석구들 내보내고 문 잠그고 긴장한 얼굴로 장고에게)
장고야, 저 자식 이상해.
장고 ?
$#54. 창고 밖
석구, 걸어가면서 주머니에서 카셋트 꺼내 한 번 보고 플레이 눌러 잠깐 듣는 다. 카
셋트 내용 들린다.
장고 너 그럴줄 알구 창고는 재호 이름으루 계약했다.
석구 재호 도장이 어디서 나서?
장고 그거야 내가 하나 팠지.
석구, 카셋트 스톱 버튼 누르고 됐다 싶어 카셋트 주머니에 넣고, 바쁘게 걷는데 빵하
는 경적 소리나고 석구, 돌아보면 석구의 옆으로 차 한 대 와 선다. 석구, 긴장한 얼
굴로 차 보면, 차 창문 열리고,
밀수꾼1 타라.
석구 ?!
$#55. 차 안
석구, 안전벨트하는데, 밀수꾼1 의심쩍게 보는데 그 얼굴 위로 장고 목소리 들리는
장고E 낼 오후 두시까지 석구옆에서 한 발자국도 떼지마. 그리고 술 이든 약이든 멕
여놓고 연안부두로 와.
밀수꾼1 집으로 갈거지, 어디냐?
석구 (긴장한) 독산 사거리.
밀수꾼1 그래, 그럼 오늘은 너희집에서 신세좀 지자. 난 집이 분당인 데 게 오는 일
곱시까진 창고로 가기가 힘들거 같아서.
석구 (긴장한 얼굴로 밀수꾼1 보며 뭔가 낌새 차린 느낌이다) ?!
밀수꾼1 독산동 사거리라, 어디로 가는데 빠르냐?
그때 석구에게 순간 떠오르는 생각있다.
인써트 - 회상.
꽉 막힌 국도. 택시 안에 있던 석구, 무슨 일인가 싶어 생각없이 밖을 내다 보면 길
건너편족에 음주운전 단속하고 있는 경찰들 보이는.
현실.
밀수꾼1, 생각없는 석구 툭 치며,
밀수꾼1 니네 집 어디루 가는게 빠르냐니까?
석구 (놀라) 어, 어, 어, 우리 집?
응, 응, 칠십 오번 국도로 가야 빨러.
밀수꾼1 칠십 오번 국도?
$#56. 국도, 밤
차들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음주 단속 받는 모양이다. (인써트에서 나왔던 장소)
석구의 차, 달려와 늘어선 차들 행렬의 뒤에 서는.
$#57. 차 안
밀수꾼1 (당황해) 이거 큰일 났네. 아까 술마신거 어떡하지? (석구 보며) 야, 나한테
술 냄새 나냐?
석구 아니, (하고 고개 돌려 의미심장하게 작게 웃는)
그때 뒤에서 빨리가라는 듯 빵 소리나고,
밀수꾼1, 할 수 없이 초조한 얼굴로 차 앞으로 가져다 댄다.
$#58. 차 밖
밀수꾼1, 차 창문 내리면 교통 경찰 음주 측정기 대며,
경찰 후하고 불어주십시오.
밀수꾼1 (입을 오무리고 분다)
경찰 다시 한 번 후하고 불어주십시오.
밀수꾼1 (답답한 얼굴로 후하고 분다)
경찰 (음주 측정기 확인하고) 차 이쪽으로 잠깐만 대십시오.
$#59. 차 안
밀수꾼1, 놀라 석구 보면, 석구, 여유만만한 얼굴로 밀수꾼1보며 씩 웃고 내미면서
교통경찰에게 말하는.
석구 근처에 경찰서가 어딧어요?
$#60. 경찰서 전경
$#61. 경찰서 안
밀수꾼1, 한쪽에서 수갑 차고 석구에게 '나쁜새끼!' 하고 앉아있고, 석구, 수갑차고
편하게 형사에게 말하고 있다. 형사, 그런 석구의 말 받아서 타이핑하고 있다.
석구 일오육 다시 칠 삼구.
형사 본적은?
석구 경남 함양군 지곡면 개평 이리 오구사.
형사 증거품은.
석구 (주머니에서 카세트 꺼내놓는)
현수 밀수 품목은?
석구 꽃게요.
$#62. 장고의 빌라 전경
쾅쾅 문두드리는 소리.
$#63. 장고의 집 현관문 앞
재호, 초조한 마음으로 현관문을 쾅쾅 두드려본다. 앞 집에서 여자 나오며,
여자 왜 밤 늦게 문을 두리려요. 시끄럽게!
재호 (미안한) 여기 사는 분 안계십니까? 배씨라구 수산시장에서 일하는...
여자 그 집 사람들 이사갔어요.
재호 (놀란) 네?
여자 꼭 죄지은 사람들처럼 허둥지둥 대면서, 헐값에 집 팔구... 4 시쯤 이삿짐차와서
짐 싣고 갔어요.
재호 (넋이 나가는)
여자 그러니까 빈집 두드리지 마시고 가세요. (하고, 문 닫고)
재호, 넋이 나간 얼굴로 아래층 계단으로 내려간다. 순간 앞이 흐려지면서 휘청한다.
재호, 계단 난간을 잡고 잠시 심호흡하는데 앞이 흐려졌다, 밝아졌다 한다. 재호 눈을
꾹 감았다 뜬다. 식은땀나는. 그리고 조금 숨을 몰아쉬고 빠르게 계단 내려가는.
$#64. 석구네 집 부엌
재호, 다급하게 문을 두드린다. 그러다 문을 발로 차서 부수고 들어와 방문 열며.
재호 석구야!
$#65. 석구의 방 안
텅빈 방안. 재호, 식은 땀이 범벅이된 채, 방안에 들어와 앉는다. 넋이 나간듯하다.
$#66. 신형의 집, 전경
$#67. 신형의 집, 안방
신형, 혜자 누워있다. 잠시, 두사람 그렇게 누워있다가,
혜자 (천장만 보며) 재호가 그렇게 좋아?
신형 (혜자 보며)
혜자 (일어나 앉는다)
신형 (일어나 앉고)
혜자 (신형 보며) 재호랑 살어.
신형 (이상한) 엄마...
혜자 결혼해.
신형 (눈가 그렁해지는) 엄마...
혜자 (안보고, 눈물 참으며) 그동안 생각 많이 했다. 니가 정말 걔 랑 행복할 수 있을
까. 내가 뭐 때문에 두 사람 결혼을 그렇게 반대하나. 정말 내 이 기심 때문인가? 혹
시 내가 내 딸을 내 소유물로 생각하구 그 러는건 아닌가. 답이 없더라. 가끔 어른들
두 아이처럼 막무가내일 때가 있어. 인정해. 니들 두 사람 결혼에 내가 너무 막무가내
였어. 근데 신형아...
신형 (눈물 그렁해) 네.
혜자 (신형 보며, 눈물 참으며) 믿어줄래? 엄마 이기심보다 니가 행복했으면, 그 마음
이 더 컸어.
신형 (눈물 흘리며) 엄마, 알아요.
혜자 (신형, 눈물 닦아주며) 내가 우리 신형일 너무 많이 사랑해서 욕심이 많았어.
신형 (혜자 안고, 울며) 엄마... 고마워요. (하고, 혜자 얼굴 두 손으 로 잡고 보며)
엄마 얼굴 너무 오래만에 본다. 많이 늙었다. 나 때문에 그래?
혜자 내 속 아프면서 니 속 아픈건 생각 못했어. 엄마 그래도 미워 안하고 이해해줄꺼
지.
신형 (고개 끄덕이는)
혜자 (얼굴에서 신형의 손 떼어내고, 신형 보며) 이제 니 방 가서 자. 가서 걔한테 전
화두 해주구, 울엄마 울아버지 너한테 항 복했다, 이제 우리 신나자, 그렇게 말해줘,
가 봐. 엄마, 옆에서 걸치적거리면 잠 못자.
신형 (눈물 닦으며) 알았어, 엄마. 안녕히 주무세요. (하고 일어나 나가려다가) 아버
지 오시라 그럴까요?
혜자 주무실거야. 놔둬.
신형 네. 주무세요. (하고 나간다)
혜자 (쓸쓸한 마음 든다. 자리에 모로 누워 혼잣말하는) 어차피 질 싸움 먼저 백기 드
니까 마음은 편하네. 나 억지 결혼 한달 때 우리 엄마 마음두 이러셨을까? 엄마한 테
죄송해서 오늘 밤은 잠두 못자겠다.
$#68. 신형의 방
신형, 전화하고 있다.
신형 제가 너무 밤 늦게 전화 드렸나봐요. 재호... 아니 재호씨 핸 드폰이 꺼져있길래.
진숙E 그랬어요? 재호 지금 집에 없는데.
$#69. 진숙의 방
재영, 자고, 진숙, 전화하고 있다.
진숙 (웃음 띤) 그런 말 말아요. 재호 없으면 뭐 전화 못하나? 재 호한테 전할 말 있
으면 해요. 전해줄테니까.
$#70. 신형의 방
신형 (어렵게) 저, 저희 부모님이요, 재호씨랑 저랑 결혼 허락하셨 어요.
진숙E (놀라는) 어머님두요?
신형 네.
$#71. 진숙의 방
진숙 (환하게 웃으며) 정말 잘됐다. 그럼 신형이 엄마랑 나랑두 화 해할 수 있겠는데?
살다가 이런 기쁜 소식두 다 듣네요. 그래요, 알았어요. 재호 오면 전해 줄게요. 끊어
요. (하고 전 화 끊고, 웃으며) 재호 앤 어딧는 거야. 이 좋은 소식 안듣고.
$#72. 신형의 방
신형, 작게 편한 미소지며 있다.
$#73. 거리
재호, 답답한 얼구로 걸어가고 있다.
$#74. 현수의 집 전경, 아침
현수E 출근 할려그랬는데, 실장님이 어쩐 일이세요?
$#75. 현수의 방 안
실장과 현수 (출근 준비한) 얘기하고 있다.
현수 정확한 얘기예요?
실장 전에 일을 부탁한 사채업자가 급한 일이라고 야근하는데 회 사로 찾아왔다라구요.
확실합니다. 시장사람들 벌써 다 아는 얘기라고 합니다. 석구란 사람은 서에 있답니다.
강재호란 사 람도 연류가 된 것 같습니다.
현수 ?
$#76. 재호의 방
재호(굳은), 진숙(흐믓한), 달건, 희진, 신자 앉아있다. 그때, 방문 열리고 재영과 인
숙 한상을 차려 들고 온다.
신자 와따, 상다리 뿌러지네. 오늘 뭔날이꼬? (진숙 보며) 니 귓빠 진 날이가?
재호 (진숙 보며)
진숙 (웃으며) 내 생일에 언제 상 차리니는 거 봤어요?
달건 정말 희안한 일이네. 그럼 이게 다 뭐야. (인숙에게) 당신은 알어?
인숙 몰라요. 새벽같이 언니가 시장봤다고 상차리래서 차란거 뿐이 예요.
재영 (진숙에게) 이모, 무슨 날인데 그래?
재호 (진숙에게) 무슨 일이예요?
진숙 어제 신형이한테 전화왔어.
재호 ?
식구둘 모두 진숙 보는.
진숙 신형이가.
그때, 대문 쾅쾅 두드리는 소리나고
식구들, '누구야' 하는,
진숙 (재영에게) 너 나가 문 열어봐.
재영 어, (하며, 일어나려는데)
재호 내가 나갈게. (하며, 일어나 나간다)
신자 식전부터 누가왔어?
인숙 그러게.
$#77. 수돗가
재호, '누구세요'하고 문 열면, 형사1,2 들이닥친다. 재호, 뒤로 물러서는.
형사1 강재호씨 되십니까?
재호 (이상한) 그런데요?
형사2 (다짜고짜 재호의 팔 낀다)
재호 ?
형사1 서로 같이 좀 갑시다.
그때 달건, 재영, 신자, 인숙 방에서 모두들 나와 '재호야, 무슨 일이냐'. '오빠 무슨
일이야?', '뭔일이꼬:' 하고 놀라고 진숙, 하얗게 질긴 얼굴로 맨발로 뛰어나와 형사
의 팔 잡으며,
진숙 이게 무슨 일이예요. 이게 무슨 일이야, (재호 보고) 무슨 일 이야?
재호 (두려운 얼굴로 진숙 보다, 형사 보는데)
그런, 재호의 얼굴에서 엔딩.
(제 28 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