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라클레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영웅이다. 헤라클레스의 뜻은 ‘헤라의 영광’으로, 여신 헤라의 이름과 명예의 합성어이다. 신성한 영웅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용맹함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경우에는 기지와 지혜를 발휘해 위기를 넘기기도 했다.
몽둥이를 들고 사자 가죽을 쓴 모습으로 묘사되는 그는 그리스의 가장 위대한 영웅으로 칭송받으며, 사내다움의 모범, 헤라클레스가家의 시조로 알려져 있다. 악우회 알프스 돌로미테 원정 중 샤모니 그랑 몽테 아르장티에르Grand Montet Argentiere(3,901m)에서 우리는 헤라클레스를 만났다.
우리 모두에게 코믹과 감동의 등반
![[해외 등반 | 알프스]](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san.chosun.com%2Fsite%2Fdata%2Fimg_dir%2F2018%2F01%2F02%2F2018010202212_1.jpg)
“16일간의 알프스 원정 중 가장 알프스다운 곳이었어요. 그토록 꿈꾸고 가고 싶었던 하얀 산이 눈앞에 현실로 다가왔어요. 새 하얀 설사면을 오르며 바라본 풍경은 가슴 뛰게 황홀해 혼자 감당하기 힘든 경치였어요. 더그리(임덕용) 형은 사진 촬영을 위해 단독 등반을 하시고, 우리는 3개조로 나눠 등반을 시작했는데 우리 조의 선등자가 헬멧 없이 등반을 시작하자 위에서 촬영을 하던 덕용 형에게 많이 혼났어요.
출발 전 파트너 체크를 못 했다고 우리 조 전부 혼났어요. ‘선등자가 헬멧을 안 쓰고 출발하는 것은 선등자 책임이 아니라 파트너 체크를 하지 못한 조원 모두의 책임이다. 너희 조는 모두 내려가!’ 너무 당황스럽고 놀랐지만 더그리 형은 정말 화가 많이 나셨어요. 얼마나 크게 야단을 치시는지 처음에는 위에서 낙석이나 눈사태가 일어나는 줄 알았어요.
저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어요. 항상 밝고 농담 잘하시던 더그리 형이 그렇게 소리 지르고 화 내는 것을 보고 많이 놀랐어요. 하지만 형의 수많은 고산 등반 경험에서 나오는 후배 사랑이려니 하고 감사했어요. 나중에 형이 ‘선등자가 헬멧도 없이 빙벽 등반하는 사진이 산악 잡지에 나가면 산악 문화 발전에 저해된다’는 자상하신 말씀에 작은 감동을 느꼈어요.
가끔씩 투덜대는 영기지만 팀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을 보았어요. 사소한 실수 하나가 큰 사고를 불러올 수 있기에 늘 점검하고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겠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리고 중요한 것이 팀워크인데 등반할 때 더 인간미가 보이는 사람이 있어요. 누군인지는 말 안 할래요. 호호호, 정말 우리는 실수투성이의 등반대였어요. 빙벽에 스크루를 설치하려다 떨어뜨리고, 처음 하는 등반이다 보니 더그리 형이 새로 사오신 더블로프 6동에 아이젠 상처를 잔뜩 남겨 선물하고….
숙소 침대에서 추락해 눈에 보톡스를 몇 방 맞은 것 같은 선배, 원정대 경비가 든 작은 가방을 몇 번이고 잃어버린 선배, 카메라를 숙소에 두고 온 대원, 브라이트호른에서는 아이젠이 벗겨진지도 모르고 올라가다가 선배가 발견하고 아래로 뛰어 내려가 아이젠을 주워 와서 다시 신겨 주던 일, 케이블카에 다운 재킷을 두고 내린 일, 이동 중 등반용 배낭을 잃어버린 일, 샤모니에서 빌린 샬레 열쇠를 잃어버린 일, 여권과 국제 면허증을 숙소에 두고 차를 운전하다 고속도로 순찰차 불신검문에 걸려 당황했던 일, 귀국 시 기차 시간을 잘못 알아 다시 표를 구입한 일…, 그리고 제 분신 같은 스마트폰을 분실해서 멘붕에 빠지고 빙벽 등반 중 아이젠이 벗겨진 여그리… 모두 코믹과 감동의 등반이었어요.
선배와 후배들이 서로 잘 챙기고 배려하는 모습은 두고두고 좋은 인상으로 기억되고, 그런 사람들과 등반하면서 마음이 편해지고 즐거워졌습니다. 그러다 보면 자신감도 생기고 등반도 더 잘되는 것 같아요. 설벽 등반을 마친 후 빙벽 교육 등반으로 작은 크레바스 안의 빙벽에서 장유진 아우와 제가 선등 연습을 했는데 스타트는 경사가 완만했고 올라갈수록 직벽이었지만 한국처럼 강빙强氷이 아니라 비교적 수월하게 오를 수 있었어요.
![[해외 등반 | 알프스]](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san.chosun.com%2Fsite%2Fdata%2Fimg_dir%2F2018%2F01%2F02%2F2018010202212_2.jpg)
‘영숙인 바위보다 빙벽 체질 같아~’라는 선배님들의 말씀에 기분이 좋아졌어요. 정말 꿈속의 알프스에서 등반하고 있다는 행복감에 지금도 가슴이 찡해요. 그날 우리의 헤라클레스는 박명돈 선배님이셨어요. 오전 설상 등반을 마치고 간식을 먹으며 크레바스에서 빙벽 훈련을 할 때 명돈 선배는 다리 수술을 하셔서 평지 걸으실 때도 한쪽 다리가 짧아 절뚝거리는데 경사가 급해지자 등반을 포기하려고 했어요.
오전 등반에서도 후배들이 모두 ‘형님 하실 수 있습니다. 같이 가시지요, 저희 조가 천천히 가면 돼요…’ 라고 하자 이번에 헬멧부터 빙벽 장비까지 풀 세트로 새로 구입하신 장비로 무장하신 명돈 선배의 얼굴이 몇 번이고 바뀌셨어요. 웃음과 울음이 몇 번이고 바뀌는 표정에서 진한 감동이 전 대원들에게 전해졌지요.
오후 등반이 시작되자 명돈 선배는 후배들에게 방해되지 않으려고 새로 사온 빙벽 장비를 직벽에 한 번이라도 찍어 보시고 싶은 마음을 숨기시며 ‘난 안 할래, 오전 등반으로 너무 피곤해’ 하시며 바위에 걸터 앉아서 구경만 하시는 것을 대원들이 달려가 형의 벨트에 로프를 묶어 주고 등을 떠미니 못 이기는 척 피켈을 잡자마자 월드컵 대회에 출전한 빙벽 등반 선수처럼 힘차게 올라가셨어요.
명돈 형이 크레바스를 올라 확보 지점 끝에 오르시자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리시며 ‘우와 아아아~’ ‘하고 소리치실 때는 눈물이 핑 돌더군요. 대원들의 환호와 박수소리 그리고 형의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터져 나온 울분의 환호성이 베르트에서 드류와 몽블랑까지 울려 퍼졌어요. 하강하신 명돈 형이 ‘사랑해, 악우 사랑해’ 하시며 눈물이 글썽하실 때 우리의 헤라클레스는…” - 여그리 최영숙
![[해외 등반 | 알프스]](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san.chosun.com%2Fsite%2Fdata%2Fimg_dir%2F2018%2F01%2F02%2F2018010202212_3.jpg)
“그랑 몽테의 하늘은 내 마음을 코발트색으로 만들어 주었다. 발아래 하얗고 하얀 운해는 이 세상을 덮고 있었다. 오랜 나의 산에 대한 그리움을 수줍게 감추는 듯했다.
나도 모르게 불끈 아이젠과 피켈을 두 손에 감싸 안았다. 오르고 싶다는 강한 충동에 몸을 떨었지만 후배들의 등반 시간을 뺏고 싶지 않았다.
아~ 얼마만인가 1980년대 강촌 구곡빙폭에서의 추억들이 스쳐 지나가면서 손에 힘을 주었다. ‘사컥’ 하고 날카로운 피크가 프티 베르트Aig. Petite Verte(3,512m)의 얼음에 살며시 스며든다. 그 감각이 내 가슴에 깊게 깊게 스며든다. 나도 모르게 자동으로 아니 습관적으로 아이젠이 힘차게 빙폭을 찬다. 나에게 아직 등반에 대한 DNA가 살아 있음을 느끼니 몸이 작게 떨려온다.
가슴에 여운이 메아리되어 흥겨운 노래가 절로 가슴을 밀어 제치며 괴성이 터져 나와 포효를 한다.
당신 알프스여 반갑습니다. 보고 싶었고 만나고 싶었습니다. 나를 받아 주어 감사합니다. 온몸 구석구석에서 퍼져 나오는 환희의 전율이 알프스에서 굳어 있던 내 육신에 내 영혼을 깨워 주며 춤을 추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 박명돈
신화 속의 헤라클레스는 죽은 후 제우스에 의해 육신은 하늘로 올려져 별자리가 되었고, 영혼은 올림포스로 갔다고 한다. 인간의 육체가 사라지고 영혼만 남게 된 헤라클레스는 아버지 제우스에 의해 하늘로 거두어져 불멸의 삶이 주어지게 되었다. 친구 명돈은 ‘6학년’이 한참 지났지만, 육신은 16세처럼, 영혼은 6세처럼, 힘찬 소리를 지르며 산에서의 재탄생을, 새로운 삶을 올림포스에서 지구로 알리는 것 같았다.
많은 산쟁이들이 겪어야 하듯 명돈이도 가정을 지키고 사회에 자리 잡기까지 오랜 시간 산을 등지고 있었다. 1980년대 초에 쓰던 낡아 작은 돌에도 깨질 것 같은 색 바랜 헬멧을 쓰고, 실이 삭아서 무너질 것 같은 안전벨트를 차고 인수에 나타나서 빌라 길을 벅차게 오른 게 원정대 훈련에 참가하면서부터이다. 그날 우리는 알프스에서 헤라클레스의 재탄생을 가슴 벅차게 본 증인들이 되었다.
![[해외 등반 | 알프스]](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san.chosun.com%2Fsite%2Fdata%2Fimg_dir%2F2018%2F01%2F02%2F2018010202212_4.jpg)
“만년설산 산정이 눈앞에 펼쳐지니 내 마음은 벅찬 감동과 설렘으로 가득하네. 벅찬 가슴의 손에 힘이 절로 들어가니 수직의 암 빙벽도 두렵지 않네. 알프스의 찬바람도 거친 호흡으로 등줄기는 땀이 나지만 그만큼 온몸은 짜릿한 희열로 뜨거워지네. 진정 내가 꿈꾸어 왔던 알프스에 나는 왔구나. 누가 나를 꿈에 그리던 여기까지 인도했던 가. 어느새 나는 악우회와 알프스가 되었다네.” - 우현식
“웬일인지 기분이 전 같지 않다. 뭔가 오늘 감이 안 좋은 날이다. 뭔가를 빠뜨린 것 같은데… 뭐지? 앗! 카메라. 기록 담당이라고 떠들었는데, 아뿔싸! 차는 숙소에서 한참 벗어났고 돌아가기에는 너무 늦었다.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배낭을 몇 번이고 뒤졌지만 카메라가 없다.
송만 형과 나, 영숙이 한 팀을 이뤘는데 송만 형은 헬멧이 없다. 어쩌나 하는 동안 등반은 시작되었고 얼마 안돼 덕용 형의 날카로운 지적이 폭탄처럼 날아왔다. ‘야! 너희 조는 파트너 체크도 안 하냐?’ 오랫동안 등반을 쉬었지만 믹스는 가장 자신 있는 등반이었다. 그런데 또 갑자기 ‘야, 너희 조 다 내려가!’ 등반 대장인 형의 명령에 누가 거역하랴.
오래전에 히말라야 가겠다고 한라산 설벽에서 추락 제동 훈련하던 때가 떠올랐다. 억울하지만 내려갈 준비를 하려는데 다시 덕용 형의 지시가 떨어졌다. ‘영기, 네 헬멧은 송만이 주고 너는 재킷 후드 쓰고 등반해’ 그렇게 등반하고 나중에는 선등자가 떨어뜨린 스크루를 찾으러 내려가면서 그날 등반은 그렇게 싱겁게 끝이 났다. 혼자서 크레바스 사이로 다니며 스크루를 찾은 것만 해도 기분 좋은 일이라 위안하며.” - 윤영기
“남편의 전설 같은 이야기가 생각났어요”
![[해외 등반 | 알프스]](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san.chosun.com%2Fsite%2Fdata%2Fimg_dir%2F2018%2F01%2F02%2F2018010202212_5.jpg)
프티 베르트Petit Verte(3,512m)는 말 그대로 ‘작은 베르트’이다. 에귀 베르트Aig. Verte(4,122m) 북측 사면 아래에 위치한 작은 봉우리이다. 3,200m 높이의 그랑몽테전망대에서 접근이 용이해 여름철엔 산악인들이 즐겨 찾으며, 겨울철에는 일반 스키어에서 산악 스키어, 익스트림 스키어는 물론 북벽에서 믹스 등반하려는 사람들로 케이블카 종착역은 매우 번잡한 곳이다.
악우회 알프스 돌로미테 원정대 계획에는 두 번째 가는 에귀 디 미디 남벽과 타퀼 북벽의 난이도 높은 곳을 등반하는 날이었지만 일기예보가 좋지 않아 등반지를 변경했고, 날이 나빠도 등반이 가능한 프티 베르트 북서능선의 설벽, 빙벽, 암벽이 잘 어우러진 믹스 리지 등반을 하기로 했다.
프티 베르트 북서릉에 오르기 위해 안개 속에 그랑 몽테 스키장에 도착 케이블카를 타고 중간 역인 로냥Lognan(1,973m)까지 올랐다. 케이블카를 갈아타고 3,200m 고지의 그랑 몽테 콜에서 바라보는 샤모니는 모두 짙은 안개로 가려 하루 종일 얼굴을 보이지 않았지만 브레방 등 고도 2,500m대 이상에는 날이 매우 화창했다.
일정대로 등반을 가지 않은 것을 아쉬워했지만 그래도 안전하게 팀 전원 12명이 행복하게 등반을 즐긴다면 더 이상 알프스에서 무엇이 아까우랴. 우리는 빙벽 장비를 착용하고 3개 조로 나눠서 각자 등반하고 싶은 빙벽을 찾아 횡으로 길게 서서 등반 준비를 했고 각 팀은 긴 설 빙 사면을 오른다. 쉬운 설사면과 빙벽을 오르니 경사가 완만해져서 간단한 휴식을 취하고 간식을 먹기 위해 하산했다. “오전 수업 끝”이라고 즐겁게 소리치며.
크레바스에서 기초 빙벽 훈련을 하고 빙벽 등반이 처음인 장유진 대원과 여그리 최영숙 대원의 선등 연습까지 하니 시간이 오후 1시30분이 넘었다. 4시30분이 마지막 케이블카라 하산 준비를 하려다 조를 다시 편성했다. ‘여기까지 왔으니 믹스 등반을 즐기다 가자’며 서둘러 조를 편성했고, 두 팀으로 나뉜 등반 조가 서둘러 올라가기 시작했다.
“‘지금 등반은 속공으로 해야 한다’며 더그리 형이 혼자 올라가버렸고, 이재하 회장과 정갑수 대원이 조장이 되어 올라가는 것을 보니 악우회가 예전에 인수나 선인에서 하루에 10개 루트를 등반해야 하산했고, 인수 선인 연장 등반을 처음으로 하고, 그것도 모자라 하루에 오봉, 선인봉, 주봉, 우이암, 인수봉, 노적봉을 등반하고 구파발로 내려갔었다는 남편의 전설 같은 이야기가 생각났어요.
갑자기 남편이 여기에 얼마나 오고 싶었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해졌어요. 저보다 흰 산을 얼마나 가고 싶어했을지 생각하니 그이의 배려가 눈보다 더 맑고, 높은 알프스 봉우리들보다 더 높게 느껴졌어요. 내년 악우회 원정에는 꼭 같이 와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저도 등반 조와 같이 다시 올라 가고 싶었지만 명돈 형님과 상현 형님들 모시고 전망대에 올라가서 등반 조가 올라가는 것을 구경하며 저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어졌어요.” - 여그리 최영숙
![[해외 등반 | 알프스]](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san.chosun.com%2Fsite%2Fdata%2Fimg_dir%2F2018%2F01%2F02%2F2018010202212_6.jpg)
등반 조는 매우 빠르게 작은 크레바스 옆을 통과해 설릉을 올라 베르크슈룬트를 올라서 본격적인 믹스 등반을 시작했다. 암벽 지대에는 하켄과 회수하지 못한 프렌드가 한 개 있었고, 첫 마디를 끊자 오른편으로 조금은 확보물 설치가 어려운 푸석한 눈과 빙벽 지대를 길게 트래버스했다.
본격적인 암벽 등반을 시작하는 곳에서 한 마디를 더 올라서니 위에서 클라이밍 다운하는 영국 산악인 두 명을 만났다. 20대 초반인 그들은 경험이 많아 보이지 않았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 50m 로프 한 동만 가지고 있어 하강이 불가능한 지역은 클라이밍 다운을 하느라 매우 지쳐 있었고 긴장하고 있었다.
100m만 더 올라가면 정상이지만 시간상 또 별로 의미 없는 정상이라 하강을 시작했다. 오버행의 베르크슈룬트를 점프하며 하강하는 맛이 다른 하강과는 전혀 다른 아찔한 맛이 있었다. 베르크슈룬트의 상단 눈 처마 위에서 로프를 조금 천천히 푼다면 크레바스 안으로 빠져버린다. 깊고 검은 크레바스를 지나 눈을 감고 반대편 눈이 있는 곳을 향해 뛰다시피 해야 한다.
두 명의 영국 클라이머들이 지쳐 있고 고전하고 있어 우리 로프로 하강하라고 하니 조난 직전 산타 할아버지를 만난 듯 놀라며 감사해 한다. 내려가서 맥주 대접을 하겠다는 인사와 함께.
배꼽 빠지도록 웃고, 갈등은 배려와 포옹으로 감싸
![[해외 등반 | 알프스]](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san.chosun.com%2Fsite%2Fdata%2Fimg_dir%2F2018%2F01%2F02%2F2018010202212_7.jpg)
코믹산악소설 <럼두들 등반기>(김훈역 마운틴북스) 속의 럼두들산은 해발 12,000.15m에 이르는 전인미답의 고봉이다. 어느 누구도 오를 엄두를 못 내는 전설의 산이다. 이 산에 도전한 대단히 엉뚱하고 사랑스러운 무능력자들이 있다. 일곱 대원들의 등반대장 바인더는 친절하고 끈질기면서도 눈치가 너무 없어 오히려 믿음직스럽다. 정글은 길잡이면서도 루트를 찾을 수 없어 항상 엉뚱한 곳에서 변명만 하는 인물이다. 엉뚱한 상상을 잘한다는 위시는 과학자이고, 툭하면 병에 잘 걸리는 의사 프로운, 그리고 콘스턴트는 언어 전문가면서도 문법 착오로 3만 명의 요기스탄 포터들을 계속 격노하게 만든다. 무서운 요리사인 퐁은 어느 캠프로 가든 항상 공포 상태로 몰아넣는 요리로 대원들이 그의 음식이 먹기 싫어 계속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게 만든다.
상상을 초월하는 팀워크. 크레바스에 빠져 샴페인을 마시고 놀다 포터들에 의해 구조되고, 나침반의 걸쇠를 풀지 않아 링반데룽에 걸리고, 술이 떨어지자 나침반 속에 든 알코올을 뽑아 마시며 등반을 포기하지 않는다.
우리 12명의 대원들 조상현 원정대장, 임덕용 등반대장(태어나서 처음 대장을 해보았다), 박명돈, 이재하 회장, 정갑수, 차송만, 우현식, 정종기, 윤영기, 최영숙과 장연주 그리고 40세의 귀하고 귀한 막내 장유진 대원은 바인더, 정글, 위시, 프로운, 콘스턴트, 퐁이 되어 때로는 실수 속에 배꼽이 빠지도록 아니 눈물 흘릴 정도로 웃었고, 때로는 대원 간 작은 갈등(서로 요리하고 설거지 하려는)도 배려와 포옹으로 감싸주었으며, 알프스와 돌로미테의 럼두들산을 오르며 헤라클레스도 만났고 여그리도 만났다. 내년 럼두들에서는 또 누구를 만날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