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탐험사 100장면 23 - 영국 해협에 도전하다 50km를 헤엄친 첫 여성 거트루드 에덜리(194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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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jy9713
2024.03.18. 01:47조회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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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탐험사 100장면
영국 해협에 도전하다
50km를 헤엄친 첫 여성 거트루드 에덜리(1947년)
요약 거트루드 에덜리는 이전까지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영국 해협 수영 횡단에 여성으로서 처음 도전했다. 미국 국가 대표 수영 선수였던 그녀는 자유형으로 56km를 14시간 31분 만에 헤엄쳐서 영국 해협을 건넜다. 그때까지 남자들이 세운 영국 해협 횡단 최고 기록을 28분이나 단축시키며 당당하게 신기록을 세웠다.
거트루드 에덜리
영국 해협. 일명 도버 해협. 지구에 찾아온 마지막 빙하기 뒤에 유럽 대륙과 영국을 갈라놓은 바다. 이 해협에서 두 땅덩어리 사이가 가장 가까운 거리는 영국의 도버와 프랑스의 그리네 곶 사이 33.2km이다. 자신의 의지와 체력 또는 발명품을 시험하고자 하는 모험가들은 언제나 이 해협을 첫 무대로 삼았다.
1785년에는 기구(氣球)가, 1909년에는 비행기가, 1979년에는 인력(人力)비행기가 이 해협을 횡단하는 데 도전했다. 안개 끼는 날이 많고 물결이 거친 데다 느닷없이 돌풍이 몰아치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폴레옹이나 히틀러가 끝내 이곳을 건너지 못했다는 역사적 배경이나, 유럽에서 눈길을 끌기가 제일 좋은 지리적 위치라는 점이 사람들의 모험심과 영웅심을 부추기는 요인일 것이다.
1815년까지만 해도 사람이 헤엄을 쳐서 이 해협을 건널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 이 생각이 깨진 것은 한 드라마틱한 사건에서 비롯되었다. 1815년 7월 도버 항에 정박한 영국 감옥선에서 장 마리 살레티라는 프랑스 군인이 탈출했다. 그는 바다를 헤엄쳐 건너 프랑스의 볼로뉴 해안에 무사히 닿았다.
'살레티의 기적'은 모험가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다. 1875년 8월 24~25일, 살레티 이래 60년 만에 미국 해군 대위 매슈 웨브가 도버에서 칼레까지 헤엄쳐 건너는 데 성공했다. 헤엄친 거리는 63km, 여기에 걸린 시간은 21시간 45분.
그 뒤로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이 기록 경쟁을 하듯이 체력과 정신력의 한계에 도전해 오고 있다. 가장 빠른 기록은, 남자는 채드 헌드비(미국)가 세운 7시간 17분(1994년)이고, 여자는 페니 리 딘(미국)이 세운 7시간 40분(1978년)이다.
최연소 기록은 열두 살짜리 소년 토머스 그레고리(11년 11개월 · 영국)가, 역대 최고령 기록은 예순여덟 살 노인 클리퍼드 배트(67년 7개월 · 오스트레일리아)가 세웠다.
1961년에는 최초로 왕복 횡단 기록이 나왔다. 주인공은 안토니오 아베르톤도(42세 · 아르헨티나). 그가 왕복 횡단(43시간 10분)에 성공한 지 20년 만에 존 에릭슨(27세 · 미국)이 연속 세 번을 횡단했다(38시간 27분 · 1981년).
영국 해협을 제일 많이 횡단한 챔피언은 영국의 앨리슨 스트리터(현재 32세 · 여)인데, 13년간 서른두 번 횡단해(1982~1995), 남녀 통틀어 최다 횡단 기록을 가지고 있다. 키 160cm, 몸무게 73kg인 그녀는 평소에는 런던의 한 은행에서 환전 업무를 맡고 있는데 일단 물에 들었다 하면 '수영 기계'로 변신한다.
1982년 열여덟 살 때 처음 영국해협을 건넌 뒤로 지금까지 해마다 몇 차례씩 이 일을 하고 있다. 그녀는 1990년 도버에서 칼레로 갔다가 다시 도버로 와서 또 칼레로 감으로써 연속 네 번 횡단(34시간 40분)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남자의 최고 기록은 1995년 8월까지 최다 기록 보유자였던 마이클 리드(영국)의 서른한 번이다. 한국 사람으로는 조오련이 1982년 8월 30일 9시간 36분이라는 좋은 기록을 세웠다.
기록이 풍성하다고 해서 영국 해협 횡단을 만만하게 보아서는 절대 안된다. 우선 거리가 너무 멀다. 직선 거리는 33.2km이지만 거센 파도에 떠밀리다 보면 비뚤비뚤 대각선으로 나아가 엉뚱한 곳에 도착하기 일쑤다. 그래서 실제로는 훨씬 먼 거리를 건너게 되는데, 50km를 넘게 헤엄친 사람도 많다. 그밖에 13~17도밖에 안되는 차가운 바닷물, 변덕스런 날씨, 6시간마다 들고나는 조수(潮水)가 강력한 장애물이다.
또 한가지, 참가자는 보트를 타고 뒤따르는 후원자들로부터 1시간마다 음료수나 죽을 건네받아 먹는 일말고는 어떤 도움도 받아서는 안된다. 한순간이라도 보트에 기대면 당장 실격이다. 또 뭍에 오른 뒤에는 혼자 힘으로 세 발짝 이상 걸어야 한다. 이것이 '영국 해협 수영협회'가 내건 규칙이다.
이런 까다로운 규칙과 어려운 자연 조건 때문에, 1875년부터 1994년까지 120년간 도전한 4,200여 명 가운데 해협 횡단에 성공한 사람은 400명 정도밖에 안된다.
이 많지 않은 얼굴들 가운데서도 특히 우리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는 사람은, 여자로서 영국 해협을 처음 건넌 거트루드 에덜리이다. 에덜리는 1906년 10월 23일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다. 열다섯 살 나던 1921년부터 수영을 배우기 시작한 그녀는 3년 만에 국가 대표가 되었다.
1924년 파리올림픽 때까지 에덜리가 세운 신기록은 29개나 되었다. 1922년에는 뉴욕에서 오후 한나절에 세계 기록을 7개나 세우기도 했다. 그녀는 특히 '8비트 자유형'(팔을 한 바퀴 돌릴 때 발을 여덟 번 차는 영법)에 뛰어나, 100야드에서 800야드에 이르는 여자 자유형에서는 맞설 상대가 없었다.
아직 지치지 않았다
영국 해협을 헤엄쳐 건넌 거트루드 에덜리가 영국 딜 해변으로 당당하게 걸어나오고 있다. 바닷물에 체온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온몸에 그리스를 발라 번들번들하다.
1924년 미국 대표로 파리올림픽에 참가한 에덜리는 400m 자유형 릴레이에서 미국에 금메달을 안겼지만, 어찌된 일인지 100 · 400m 자유형 개인 경기에서는 동메달에 그치고 말았다.
참담하게 패배한 에덜리는 좌절하여 한동안 방황했다 2년이나 허송 세월하던 그녀는 마침내 수영으로 세계를 재패하려던 꿈을 다른 길에서 찾기로 하고 영국 해협 횡단에 도전했다. 물론 그 일은 그때까지 남성의 전유물이었다.
1926년 8월 6일, 에덜리는 그리네 곶에서 도버까지 필사적으로 헤엄을 쳤다. 그녀가 수영한 거리는 56km, 시간은 14시간 31분. 그때까지 남자들이 세운 최고 기록을 28분이나 앞당긴 신기록이었다. 그것은 또 제일 체력 소모가 큰 영법인 자유형으로 영국 해협을 처음 건넌 것이므로, 그녀가 하루에 신기록을 3개나 세운 셈이다.
에덜리는 차가운 바닷물에 체온을 빼앗기지 않으려 온몸에 그리스를 바르고 헤엄쳤다(이것은 나중에 실효가 없는 방법임이 밝혀졌다). 그런데 정작 그녀를 불행에 빠뜨린 것은 수온(水溫)이 아니었다. 에덜리가 개선하던 날, 온 뉴욕 시민이 떨쳐나와 카 퍼레이드하는 그녀에게 오색 종이를 뿌리며 환영해 주었지만, 그녀는 얼마 안가 귀머거리가 되고 말았다. 자유형 영법에서 말미암은 심한 피로 때문이었다. 그녀는 그뒤 수영 교사와 패션 디자이너가 되었다.
(1995년 1월, 26개국 유력 신문 · 잡지 모임인 '월드 미디어 네트워크'가 '20세기를 만든 여성' 100명을 선정했다. 여기에는 남녀가 같은 조건으로 벌이는 경기에서 신기록을 세움으로써 여자의 능력을 과시한 에덜리도 포함되었다.)
▼ 관련 기록은 * 1978년 / 페니 리 딘 최단 기록(7시간 40분) * 1995년 / 기 들라즈 대서양 단독 횡단(3,735km, 55일, 오리발 · 스노클 착용, 부표에 의지해 휴식) ▼ 우리나라의 관련 기록은 * 1982년 / 조오련 9시간 36분 만에 횡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