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해양패권 경쟁에 대한 이론적 고찰-신현실주의와 신자유주의 시각을 중심으로:임 수환 연구원

동북아 해양패권 경쟁에 대한 이론적 고찰* - 신현실주의와 신자유주의 시각을 중심으로 - 44)임 수 환**  <a href="javascript:checkVirus('grpid%3D1z3B%26fldid%3D5Ynb%26dataid%3D201%26fileid%3D1%26regdt%3D20160603185536')"><img src="https://t1.daumcdn.net/daumtop_deco/icon/icon.hanmail.net/editor/p_pdf_s.gif" border="0" alt="첨부파일" class="vam"/> 73_20111283526[1].pdf</a> Ⅰ. 문제의 제기 Ⅱ. 각국의 해양전략 충돌에 대한국제 정치학적 분석 Ⅲ. 동북아시아 국제체제의 특성과 함의 Ⅳ. 동북아 해양패권 경쟁의 분석 Ⅴ. 결 론 * 이 논문은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지원으로 진행된 연구의 결과물임. **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264 통일문제연구 2011년 하반기(통권 제56호) I. 문제의 제기 19세기 말 미국의 해군전략가 알프레드 마한은 해양력(sea power) 을 “국가를 해상에서 또는 해양에 의하여 위대하게 하는 모든 것을 의 미한다“고 설명하고, 해양전략을 제해권(control of the sea)의 확보 라는 차원에서 수립했다.1) 조지 모델스키(George Modelski)와 윌리 엄 톰슨(William Thompson)은 근대세계체제가 해양체제(oceanic system)라는 점을 상기시키며, 오늘날 해양정치의 관심대상은 바다 (sea)가 아니라 해양 또는 대양(ocean)이 되어야 함을 지적하고 있다.2) 세계의 바다들은 상호 연결되어 하나의 세계 해양(world ocean)을 이룬다. 포르투갈인들이 1500년경 해양을 통하여 대륙 간 이동을 시작 하면서 전 지구적 해양정치가 시작된 이래, 해양을 지배하는 국가가 세 계질서를 이끄는 지도력을 획득해 왔다. 세계정치의 주도권을 다투는 강대국들이 추구하는 것은 제해권(command of the sea)이라기보다 해양지배력 또는 해양패권(oceanic hegemony)이라 할 수 있다. 이 글에서 해양패권이란 해양질서의 형성과 운영에 대한 압도적 영향력 또 는 지배력이란 의미로 사용하기로 한다. 임마누엘 월러스틴(Immanuel Wallerstein)은 근대세계가 수많은 국가, 도시국가, 제국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자본주의 경제양식 속에 분 1) Alfred Mahan, The Influence of Sea Power upon History 1660-1783(New York: Sagamore Press, 1957), p. 19; 김현기, 현대해양전략사상가 (서울: 한국 해양전략연구소, 1998), pp.197-206. 마한은 그의 19세기 말 저술에서에서 control of the sea를 강조했는데, 김현기는 이를 제해권(command of the sea)으로 해석했다. 2) George Modelski & William Thompson, Seapower in Global Politics, 1494-1993(Seattle: University of Washington Press, 1988), p. 4. 마한은 sea power라고 표현했으나 모델스키와 톰슨은 ocean power가 맞는 표현이라고 주 장하는 것이다. 우리말로는 모두 해양력이라고 번역된다. 동북아 해양패권 경쟁에 대한 이론적 고찰 265 업화되어 있는 하나의 커다란 세계체제(world-system)를 형성하고 있다고 주장한다.3) 근대 세계체제는 15세기 말 16세기 초 유럽에서 발생하여 대항해와 지리상의 발견 이래 서유럽 국가들이 해양을 통로로 세력팽창을 이루어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대륙에 식민지를 건설 하며 팽창해 나갔다. 서유럽 국가들 중 해양을 제패하는 권력은 포르투 갈과 스페인으로부터 네덜란드와 영국으로 교체되다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미국으로 넘어갔다. 모델스키와 톰슨은 이들 해양패권국들이 도서국 또는 반도국의 위 치, 상업적 그리고/또는 산업적 기업활동, 동맹구축 능력, 지구적 확장 (global reach)을 위한 조직력이라는 공통된 요소들을 가지고 있었다 고 분석한다.4) 우세한 해군력이 지구적 확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필수 불가결의 요소이기는 하지만 해양패권을 획득하는 데에는 그 외에도 여 러 가지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요소들의 뒷받침이 필요한 것이다. 포르투갈 이래 차례로 등장한 해양패권국들 중에서도 영국은 산업자 본주의를 건설하고 전 세계적인 자유무역질서를 구축하여 제1차 지구 화 시대를 열었다. 영국이 주도하던 자유주의 국제경제질서가 양차 세 계대전으로 무너진 이후 영국의 해양패권을 승계한 미국은 한층 더 큰 산업생산력을 바탕으로 브레튼 우즈체제와 가트(GATT) 무역질서를 구축하여 서방 자유무역질서를 구성하고 냉전종식 후 제2차 지구화 시 대를 열게 된다. 영국과 미국은 통항의 자유라는 해양질서 위에 자유무역시장을 전 세계로 확장시킬 수 있었고, 냉전종식 후에는 민주주의와 인권 원칙 적 용의 확장도 추진하였다. 한국과 일본은 20세기 후반기 무역을 통한 3) Immanuel Wallerstein, The Modern World-System, vol. I: Capitalist Agriculture and the Origins of the European World-Economy in the Sixteenth Century(New York, London: Academic Press, 1974), pp. 347-357. 4) George Modelski와 William Thompson, op.cit, p.16. 266 통일문제연구 2011년 하반기(통권 제56호) 경제성장에 성공할 수 있었는데, 이런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은 기본적 으로 미국의 해양패권이 보장하는 통항의 자유라는 국제제도가 있었기 에 가능한 것이었다. 최근 10여년 간 국내외 학계에서 중국의 부상이 전략분야 주요 테마 로서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아빈드 서브라마이언(Arvind Subramanian) 은 중국이 2030년이 되면 국민 1인당 평균소득 3만3천 달러로 미국의 절반수준에 도달하며 국민총생산과 무역량에서 미국을 능가하게 된다 고 추정한다.5) 반면에 살바토르 바보네스(Salvatore Babones)는 중 국이 1990년부터 2010년까지 연평균 9.6%의 속도로 경제성장을 해 왔지만, 저출산율 시대가 끝나고 도시화가 한계에 다가가면서 수많은 성장장애들을 만나게 되어 브라질, 멕시코, 러시아 등과 같이 중진국 수준에 머물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6) 중국의 부상이 전후 미국이 누려온 태평양에 대한 패권을 어느 정도 약화시키고 상대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 중국의 무역, 금융, 투자 이익 은 이미 전 지구적으로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그를 뒷받침할 해양력을 육성하고 있으며, 현재 중국의 해양력은 군사적으로 미국 해군의 군사 적 투사력을 저지하는 데 상당한 자원을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 고 있다. 동북아 연안에 대한 미국 해군의 제해권이 위협받는 것만으로도 한 미동맹체제는 유사 시 해상교통로의 안전문제로 인하여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중국 공산당이 3조 달러에 달하는 자국 달러 보유고를 바탕으로 종합적인 국력을 건설해 나가고 미국이 매년 1조 달러에 달하 는 연방채무 부담으로 대규모 방위비 삭감에 나서는 현재의 추세가 계 5) Arvind Subramaian, “The Inevitable Superpower,” Foreign Affairs, Vol. 90, No. 5(Sep. 2011) 6) Salvatore Babones, “The Middling Kingdom,” Foreign Affairs, Vol. 90, No. 5(Sep. 2011) 동북아 해양패권 경쟁에 대한 이론적 고찰 267 속된다면 몇 십 년 안에 태평양 패권을 두고 미국과 중국이 경합을 벌 이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과 일본은 미일동맹을 강화하여 이미 중국 주변해역에 대한 군 사적 경계심을 높여 왔고, 중국도 주변해역에 대한 주권행사를 강화해 가면서 황해, 동중국해, 남중국해에서 긴장이 고조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의 부상과 그에 대한 서방 동맹국들의 대응이 동북아 해양에 서 갈등과 분쟁을 빚어내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중국의 부상을 주제로 하는 국내의 전략적 담론들은 주로 중국의 대전략 구성추세나 중국의 강대국화에 대응하는 한일 또는 한미 관계 등을 주로 다루어 왔다.7) 중국의 부상에 따른 동북아 질서의 변 화가 해양수송로의 확보나 해양영토 경계선 확정문제, 그리고 해상관 할권을 둘러싼 갈등과 분쟁이 커지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실을 관찰하면서, 향후 역내 국가 간 협력과 경쟁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본 논문은 동북아 해양패권 경쟁 과 협력에 대한 이론적 고찰을 통하여 동북아 해양전략 담론에 기여하 고자 한다. 제2절에서는 국제정치이론의 양대 계보인 신현실주의와 신자유주의 이론의 해양패권 경쟁에 대한 적용을 시도한다. 제3절에서는 국제정치 일반이론의 적용에 전제해야 할 동북아시아의 조건들을 검토한다. 제4 절에서는 신현실주의와 신자유주의 전략의 관점으로 동북아시아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해양패권 경쟁에 대한 분석을 시도해 보았고, 제5 절에서 결론을 간략히 제시했다. 7) 이동률, “중국의 강대국화 외교전략과 과제,” 국방연구 , Vol. 53, No. 3(2010년 12월호); 문흥호, “중국의 강대국화 전략과 한.일관계,” 중소연구 , Vol. 34, No. 3(2010년 가을호); 연현식, “중국의 부상과 동북아 신안보질서의 형성,” 동서연구 , Vol.21, No.1(2009). 268 통일문제연구 2011년 하반기(통권 제56호) Ⅱ. 각국의 해양전략 충돌에 대한 국제정치학적 분석 영국은 스페인, 네덜란드, 그리고 프랑스와의 제해권 경쟁에서 승리 한 후 유럽 대륙에 대하여 세력균형 정책을 펼쳐서 다수의 국가들이 상 호경쟁하며 국력을 소모하도록 하면서 해양에 대한 독점적 지배력을 확 보했다. 영국외교의 이런 경험은 권력, 국가이익과 세력균형을 중심개 념으로 하는 현실주의 국제정치관의 바탕이 되었다. 영국은 해양패권을 바탕으로 해외식민지를 건설하여 태양이 지지 않 는 제국으로 발전한 1840년대에 이르러 자유무역정책을 실시하고 양 자 간 상업협정의 망과 금본위제를 통하여 자유무역질서를 구축하였다. 미국사회는 특히 독립 이후 유럽대륙에서 벌어지는 세력정치(Power Politics)를 혐오하며 미국 예외주의를 신봉하는 분위기였으며, 미국인 들 사이에서는 법치주의 위에 미국을 건설했듯이 국제사회에서도 국제 법에 의한 질서를 만들 수 있다는 이상주의적 생각이 쉽게 여론에 부합 하였다. 미국사회의 이런 분위 속에서 제1차 세계대전 중 국제연맹이라는 집 단안보체제를 구축하여 영구평화를 달성할 수 있다는 윌슨주의가 등장 했다. 자유무역과 집단안보를 통하여 국가들이 공동번영과 평화협력을 구가할 수 있다는 이상주의 국제정치관이 미국을 중심으로 등장하여 현 실주의와 쌍벽을 이루는 사상적 전통이 마련된 것이었다.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면서 새로운 해양패권국으로 영국을 대체한 이후에는 현실주의 국제정치관이 미국 외교정책 이론을 지배하 게 되었다. 미국정부들이 냉전시기 소련의 팽창을 저지하기 위한 군사 동맹과 세력균형 정책에 몰두하는 과정에서 외교정책에 대한 이상주의 의 영향력이 크게 줄어들었다.8) 8) 국제정치학의 역사에 대한 논문으로는 정진영, “국제정치 이론논쟁의 현황과 전망,” 동북아 해양패권 경쟁에 대한 이론적 고찰 269 그러나 미국이 종전 이후의 세계질서를 관리하기 위한 원칙을 천명 한 1941년 대서양 선언, 1944년 브레튼 우즈 협약 속에는 자유주의적 이상주의 전통이 승계되었다. 1945년에는 집단안보기구로서 UN이 창 립되었다. 이후 서방 선진국들 사이에 국제제도가 발전하고 경제적, 사회적 상 호의존이 증가하는 현상이 일어났다. 성공적인 전후복구를 통하여 국 력을 회복한 영국, 프랑스, 서독, 일본, 이탈리아 등의 전통적 강대국들 이 포진하고 있는 서방진영에서 일어나는 상호의존과 국제협력의 제도 화 현상은 국가이익의 경쟁과 세력균형만을 강조하는 현실주의 이론으 로는 설명하기 곤란한 측면을 드러내게 되었다. 이러한 국제정치 현실의 변화에 따라 이론의 설명력을 과학화하려고 노력하는 국제정치학자들에 의하여 현실주의의 전통을 잇는 신현실주 의 이론과 이상주의 전통을 잇는 신자유주의 이론이 발전하였다. 신현 실주의와 신자유주의 이론들은 각기 구조적 현실주의와 구조적 자유주 의 이론으로도 불리는데, 이런 명칭은 두 이론들이 기존의 이론에 경제 학적 모델들을 적용하여 국제정치 행위자들의 행위패턴을 설명하고 있 다는 측면을 반영하고 있다. 1980년대의 국제정치학의 논쟁은 주로 신 현실주의와 신자유주의 양 진영 간의 경쟁으로 점철되었다. 신현실주의자들은 개별국가들의 행동이 국제체제의 권력배분이라는 구조적 요인에 의하여 제약된다고 주장하여 개별 국가들을 체제 속의 단위로 취급한다. 신자유주의자들의 경우도 미국의 패권 하에 국제제 도와 레짐이 발전하여 개별국가들의 행동에 변화를 주게 되었다는 현실 인식에서 출발한다. 국제정치논총 , 제40집, 3호(2000)를 참조. 270 통일문제연구 2011년 하반기(통권 제56호) 1. 신현실주의적 분석 케너스 월츠의 신현실주의 국제정치 이론은 무정부 상태(anarchy) 인 국제정치체제 속에서 행동하는 국가의 행위패턴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권력의 분배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자국과 경쟁국 사이의 힘 또는 능력의 차이가 국제관계의 핵심사안이다. 경쟁국가의 군사력 이 위협적으로 증강되면 자국은 상응하는 군비증강에 나서거나 자국처 럼 상대적 약자의 입장에 선 나라와 연합하여 경쟁강국을 견제하는 세 력균형을 추구한다. 무정부상태에 처한 단위국가들은 기능적 유사성을 유지하며 각자의 독립성이나 더 나아가 자급자족경제(autarky)를 추구하기도 한다. 국 가들은 기능적으로 분화되지 않지만 큰 능력 차이를 드러낸다. 국가에 게 중요한 것은 국력의 절대치가 아니고 경쟁국가와의 사이에서 파악되 는 상대적 국력이기 때문에 국가 간 협력이 어렵다. 또 국가는 국제협 력과 무역이 자국의 타국에 대한 의존성을 심화시킬 것을 염려하기 때 문에 국제협력에 나서기 어렵다.9) 국가들은 경쟁과 세력균형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표적 신현실주의 이론가인 케네스 월츠는 국제정치가 소수의 강대 국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국제정치를 지배하는 강대 국의 숫자가 적을수록 국제정치의 안정에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강대국의 숫자가 많을수록 세력균형을 위한 계산이 복잡해지기 때문에 국제정치적 안정에 도달하기 어려워진다고 하며 5개의 강대국으로 구 성된 체제가 안정된 세력균형에 적합하다고 여기는 전통적 현실주의자 들의 견해를 반박한다. 9) Kenneth N. Waltz, Theory of International Politics(New York: Newbery Award Records, Inc., 1979), p. 106. 동북아 해양패권 경쟁에 대한 이론적 고찰 271 케네스 월츠는 특히 냉전시대의 양극체제에서는 양진영의 수장, 미 국과 소련이 주적에 대한 뚜렷한 인식을 가지고 맞대응하기 때문에 세 력균형이 가장 안정되게 유지될 수 있다고 본다. 게다가 미국과 소련의 국력이 다른 동맹국들에 비하여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에 하위 동맹국들 의 동맹이탈이나 적진가담도 두 초강대국 사이의 세력균형을 변화시키 지 못한다. 두 초강대국은 각각의 블록 수장으로서 동맹국의 간섭을 받 지 않고 블록 간 경쟁과 협력에 신축성 있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민족국가들로 구성된 세계에서는 군사적, 정치적, 경제적 사안에 대 한 규제가 절실히 필요할 때가 있다. 월츠는 능력에서 우위에 서는 국가 가 일반적 평화와 국제안보를 위해 행동할 동기를 갖고 있다고 본다.10) 민족국가들로 구성된 세계에 대한 규제 또는 관리에 대한 월츠의 관 심은 무정부적 사회에서 강대국들이 상호간의 관계를 조정하는 방법과 우세한 지위를 이용하여 국제사회의 사안들의 처리를 지휘하는 방법으 로 국제질서에 기여한다는 영국의 현실주의자 헤들리 불의 이론적 관심 과 일치한다. 헤들리 불은 강대국이 국제질서에 기여하는 방법으로 일 반적 세력균형의 보존, 상호간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위기의 통제, 상호 간에 발생하는 전쟁을 예방하거나 제한하는 일, 그리고 약소국에 대하 여 지역적 우세를 이용하는 일, 강대국 상호 간의 세력권에 동의하는 일, 그리고 강대국 간 공동행동 등을 열거하고 있다.11) 월츠는 능력에서 우위에 서는 국가가 행사하는 관리를 규제라기보다 는 통제, 협력이라기보다는 차단이라고 설명하며 때로는 군사적 위협 을 가해서 군사적 충돌을 완화시키기도 하는 무정부상태와 자조(自助) 의 현실을 적시하여 헤들리 불과 내용상 같은 문제를 설명하고 있다. 10) 위의 책, p. 208. 11) Hedley Bull, The Anarchic Society(NY: Columbia University Press, 1977), pp.199-220. 272 통일문제연구 2011년 하반기(통권 제56호) 월츠의 주장은 지도적 국가들은 세계문제의 관리에 지도적 역할을 하는 데, 지도적 국가의 수가 둘로 까지 수렴할 때 그들은 더욱 크게 지도적 역할을 한다고 주장하여 양극체제의 장점을 강조하는 데까지 이른다. 월츠는 양극체제가 유일 패권이나 다극체제보다 세계 관리에 유리하 다고 판단한다. 유일 패권국의 지도자는 불필요하고 바보같은 방법으 로 군사력을 휘두를 수 있다는 것이다. 패권국이 정의의 이름으로 해결 책을 강요한다면 정의를 객관적으로 정의할 수 없는 국제정치 현실에서 갈등을 해소할 수 없는 것이다.12) 월츠는 또 서유럽국가들의 통합과 성장을 촉진하는 등의 방법으로 양극체제를 다극체제로 전환시키면 관리문제가 더욱 복잡해진다고 주 장한다. 미국, 소련, 통합된 유럽의 3강 체제에서는 미국에 비하여 상 대적 약자에 속하는 소련과 유럽이 연합하여 미국의 힘을 견제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아무리 미국과 서유럽 국가들이 오랜 협력관계를 유 지해 왔다고 하더라도 무정부적이고 자조적인 국제정치의 구조가 개별 국가들의 행동을 세력균형으로 몰고 가기 쉽다는 것이다. 월츠는 미국과 소련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다른 나라에 비하여 현저 히 낮다는 사실을 적시하며 신자유주의 이론가들이 강조하는 서방 선진 국들 사이의 상호의존(interdependence)현상을 피상적 관찰이라고 비판한다. 신현실주의자들은 서방진영에서 발전하는 국제제도에 대해 서도 미국이라는 패권국가의 힘에 의하여 창출된 국제정치적 무대이며 국가들은 그렇게 창출된 국제제도 속에서 각기 자국의 이익을 추구한다 고 본다. 이런 현실주의적 해석을 21세기 각국의 해양전략에 적용해 볼 때, 가장 두드러지는 쟁점은 중국, 인도, 브라질 등의 급격한 국력신장으로 인하여 국제정치적 힘의 분배에 변화가 일어나는 현상이 될 수밖에 없 12) Walz, op. cit., p. 201. 동북아 해양패권 경쟁에 대한 이론적 고찰 273 다. 특히 중국은 12억의 인구가 공산당 일당독재로 조직되어 동아시아 대륙을 호령하는 입지를 다지고 있다. 미국은 아직 군사력 측면에서 압도적 우위를 누리고 있지만, 2008-2009년 월가에서 시작된 금융위기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저성장과 고실업율에 시달리고 있어서 시간이 갈수록 중국과의 경제력 격차와 더불어 군사력 격차도 줄어들게 될 전망이다. 게다가 미국정부 로서는 중국, 일본, 인도 등 거대경제국들이 집중되어 있는 아시아 대 륙에서 활동의 발판을 잃게 되면 국력의 위축을 피할 수 없다는 현실인 식 하에 아시아/태평양 국가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미국정부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일원으로 활약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으로서 한미동맹, 미일안보조약과 미-호주동맹을 중심으로 싱가포 르, 태국, 필리핀과의 안보협력을 강화하고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와도 우호친선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한편 중국정부는 미국정부가 구 축하는 아시아/태평양 안보협력망이 중국에 대한 포위 및 압박수단이 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중국이 파키스탄, 미얀마와의 관계를 강화하며 인도양으로 진출할 항구를 찾고 있는 것은 미국의 포위망을 뚫기 위한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은 대만인들이 국가독립을 선언하지 못하도록 방지하고 유사 시 통일을 담보할 군사력을 확보하기 위하여 미국 군함의 접근을 저지 또 는 거부할 수 있는 해공군력을 축적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축적하고 있는 반접근, 지역거부(anti-access, area-denial) 무기들에 대항하 여 황해, 동중국해, 남중국해에서 연안국들과의 합동해상훈련을 강화 해 가고 있다. 인도는 냉전기간 동안 사회주의적 경제노선을 걸으며 소련과 우호관 계를 유지해 오던 나라였으나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장개방과 함께 경 274 통일문제연구 2011년 하반기(통권 제56호) 제적 고도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정치적으로 인도는 독립 이후 지속적 으로 의회민주주의를 운영해 왔다. 미국정부는 21세기 들어 인도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운영하는 나 라라는 점을 강조하며 인도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클린턴 대통 령이 인도를 방문했으며, 부시 대통령은 인도에 대한 핵기술 지원을 약 속하여 인도를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했다. 인도는 영어사용 인구대국으로서 미국과 서비스 산업, 연구개발 분야에서 활발한 교역 을 하고 있다. 인도는 개방경제 채택 이후 경제성장과 함께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 발하고 인도양에서의 해군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신현 실주의 전략가들은 인도의 국력상승을 미국의 패권에 대한 도전으로 인 식하지 않는다. 인도의 군사력 증강은 중국의 부상에 대한 견제기능을 발휘할 것이며 인도의 경제성장 역시 아시아 대륙의 시장 확대에 있어 중국의 대안시장 등장을 기대하게 하는 것이다. 인도는 1962년 중국과 국경에서 군사적 충돌을 겪은 이래 지금까지 국경선 분쟁을 계속하고 있다. 인도는 무엇보다 파키스탄과 역사적으 로 뿌리 깊은 갈등과 군사적 대치관계를 지속하고 있는데 중국은 파키 스탄에 대한 군사원조를 지속하면서 인도를 견제하고 있다. 인도는 중 국이 1964년에 핵실험을 실시하자 핵무기 개발에 나서서 1974년 핵 실험에 성공할 수 있었다. 중국과 인도는 NPT에 가입하지 않은 채 핵 개발 경쟁을 벌였던 것인데, 인도가 핵실험에 성공하자 투쟁관계에 있 는 파키스탄도 핵개발을 하고 나섰다. 중국, 인도, 파키스탄은 이렇게 지정학적 투쟁과 경쟁의 사슬을 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소련이 해체된 이후 유일하게 남은 패권국가인 미국의 조지 부시 대 통령이 9/11테러에 대한 과잉대응으로 이라크에 침공하여 미국의 국 력을 소진시킨 사례는 월츠가 이미 1979년 저술에서 지적한 “유일 패 동북아 해양패권 경쟁에 대한 이론적 고찰 275 권국의 지도자는 불필요하고 바보같은 방법으로 군사력을 휘두를 수 있 다는” 문제의 현실화라고 볼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은 월츠의 염려처럼 독재타도나 핵확산 방지라는 명분을 내세워 “정의의 이름으로” 이라크 에 침공하며 우방국들에게 참전을 독려하기도 했다.13) 월츠는 양극체제 종식 이후 도래할 수 있는 다극체제의 위험성에 대 해서도 염려한 바 있다. 2008년 미국 월가의 금융위기 이후 미국 국력 의 상대적 쇠퇴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나, 중국, 인도, 브라질 등의 개발 도상국들과 서유럽, 일본 등 선진산업국들이 세계의 권력구조를 다극 체제로 변혁시켰다기보다 향후 다극화할 것으로 보는 예측이 우세해졌 다거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2. 신자유주의적 분석 신자유주의 국제정치이론도 국제사회를 무정부상태로 전제한다는 점 에서 신현실주의와 같은 토대 위에서 이론구축을 시작한다. 로버트 코 헤인(Robert Keohane)은 전후 서방 선진국 사이에 국제제도와 상호 의존관계가 발전하는 현상을 관찰하며 무정부상태에 처한 국가들 사이 에서도 상호협력이 일어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게 되었다.14) 전후 서방 선진국들 사이에서 국제통화기금, 세계은행, 유럽경제공 동체, OECD 등의 제도들이 창출되는 과정에서 패권국가 미국의 영향 력과 역할은 절대적인 것이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코헤인도 신현실주 의자들의 견해를 따르고 있다. 다만 미국의 주도로 창출된 국제제도 속 에서 발전하던 국가 간의 협력관계들이 패권국의 쇠퇴와 관계없이 계속 13) Waltz, op. cit., p. 201. 14) Robert O. Keohane, After Hegemony: Cooperation and Discord in the World Political Economy(Princet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1984). 276 통일문제연구 2011년 하반기(통권 제56호) 유지될 것인가? 아니면 패권국의 쇠퇴와 함께 국제협력관계도 사라질 것인가? 라는 질문에 대하여 코헤인은 신현실주의자들과 다른 주장을 펼치게 되는 것이다. 신현실주의자들은 전후 서방 선진국들 사이에 일어난 협력관계가 양 극체제 하에 패권국가의 힘에 의해 유지되던 것뿐이며 패권국가의 쇠퇴 와 함께 패권국가가 무정부주의적 국제사회에 부여하던 일정한 질서가 사라지면 국가들은 다시 각자의 생존을 위하여 세력균형 정치로 돌아갈 것으로 예견한다.15) 코헤인은 신현실주의자들과 달리 패권국가가 창 출한 국제제도 속에서 협력의 장점을 알게 된 국가들이 패권국가가 쇠 퇴한 이후에도 협력의 기능을 계속 유지하는 현상을 경제, 환경, 사회 등의 하위정치 부문에서 관찰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하고 그 이유를 설 명하기 위한 이론구축에 나선다. 코헤인은 먼저 국가 간 협력의 개념을 갈등이 조정된 결과로 제시한 다. 국가 간의 갈등(conflict)이 없는 조화상태(harmony)에서 협력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갈등이 있음으로 해서 조정(adjust)의 필요성이 생기고 정책적 충돌을 조정한 결과 협력(cooperation)이 이루어진다 는 개념이다. 갈등에 대한 국가 간 조정이 갈등해소에 성공하지 못하면 국가 간 불화(discord)가 초래된다. 코헤인이 주로 관심을 가졌던 것은 자유주의 국제정치경제 속에서 일어나는 선진국들 간의 협력인데, 이러한 국제협력은 흔히 일정한 규 칙과 국제제도 속에서 발생한다. 신자유주의 이론가들은 여기서 국제 협력을 촉진하는 국제레짐의 역할에 주목한다. 국제레짐(international regime)은 “주어진 국제관계 영역에서 행 위자들의 기대가 수렴하는 기준이 되는 암시적 또는 명시적 원칙들, 규 15) Robert Gilpin, War and Change in World Politics(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81). 동북아 해양패권 경쟁에 대한 이론적 고찰 277 범들, 규칙들과 의사결정 과정의 묶음(set)”이라고 정의된다.16) 국제 레짐은 국제협력을 제도화하는 틀이라고 이해할 수 있는데, 전후 미국 의 패권 하에 형성된 국제레짐들은 그 스스로의 자생력을 획득하여 미 국의 패권적 지위가 쇠퇴하더라도 국제협력이 지속되도록 작용한다는 것이 신자유주의 이론의 요체라 할 수 있다. 신자유주의자들은 국가들이 국제레짐 속에서 협력행위를 이어가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 게임이론과 시장실패이론을 동원한다. 먼저 게임이론의 경우 무정부상태에 처한 국가들을 수인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에 빠진 행위자들에 비유하는 것이다. 수인의 딜레마에 빠진 행위자들은 협력보다는 배신을 통해서 생존을 도모하는 것이 합리적 선 택이 된다. 그런데 이 수인의 딜레마 게임을 한 번으로 끝내지 않고 계 속 되풀이 하게 되면 한 행위자가 먼저 협력으로 대응한 후 상대의 대 응을 보고 배신에 배신으로, 협력에 협력으로 대응하는 팃포탯(tit for tat)전략을 통하여 협력에 도달할 가능성이 열린다. 되풀이되는 수인 의 게임은 국가 간의 관계에서도 통화협정, 무역이나 에너지 분야와 같 이 국가 간 거래가 한 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되풀이되는 경우 국가들은 이타심으로 인해서가 아니고 이기적인 동기에 따른 합리 적 선택으로 협력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는 논리적 근거를 도출시켜 준다. 게다가 수인의 딜레마 게임의 행위자들 간에는 상호 간 의사소통 (communication)이 차단되어 있지만, 국가들 간에는 협상수단이 존 재하기 때문에 협력에 도달할 개연성은 수인의 게임에서보다 국제정치 현실에서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국제정치경제 분야에서의 협상이 소 수의 선진국들 사이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국가 간의 공동이익을 발견하 16) Steven D. Krasner, ed. International Regimes(Ithaca, NY: Cornell University Press, 1983), p. 3. 국제레짐의 기능에 대한 설명으로는 김태운, “‘신현실주의’와 ‘신자유주의’의 국제정치관: 인식의 공유와 차이,” 정치·정보연구 , 제8권 2호 (2005), p.203의 도표를 참조. 278 통일문제연구 2011년 하반기(통권 제56호) 기 쉽다는 점도 협력이 일어날 가능성을 키워주는 요건으로 지적된다. 시장실패이론은 시장이 자원배분을 최적화시키지 못하는 것이 정보 부족에 기인한다고 설명한다. 정보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제도의 개선 을 통하여 시장실패를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레짐은 무정부적 국제사회에서 시장제도의 기능을 수행하면서 협력을 촉진시킨다는 설 명이 가능하다. 전후 미국의 패권 하에 발달한 국제레짐들은 각 쟁점영 역에서 가맹국 상호간의 신뢰를 구축하고 공적 정보를 제공하여 거래비 용을 줄임으로써 협상과 협력을 촉진시킨다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 세계은행, GATT, OECD,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 등의 기구들이 국제정치경제 분야에서 발달하여 자본주의 산업국가들 간의 상호의존성을 높여 왔다. 국제기구와 레짐 속에서 국제협력이 발 달하면서 서방 무역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해 왔다. 서방진영의 정부 간 협력과 무역시장의 성장은 교통/통신의 발달과 동시에 진행되었으 며, 통항의 자유가 이를 뒷받침하는 원칙이다. 미국이 전후 세계경제에서 누리던 압도적 우위는 1960년대에 오면 상대화하고 1970년대에는 쇠퇴의 징후가 뚜렷해진다. 일본과 서유럽 선진국들이 전후복구에 성공하면서 미국과의 경제력 격차를 줄여왔기 때문이다. 코헤인은 미국의 경제적 헤게모니가 쇠퇴함에도 불구하고 이미 형성되어 있는 국제레짐 속에서 선진산업국가들 간의 협력이 계속 될 수 있음을 설파했다. 국제정치에서 협력의 이론적 가능성을 추구하는 신자유주의 이론가 들의 도전은 하위정치 분야에서 시작하여 안보분야로까지 일반화의 영 역을 넓혀 나간다. 오이(Oye) 등은 게임이론적 접근법을 통한 사례연 구를 통하여 이익의 상호성(mutuality of interest), 미래에 대한 고 려(shadow of the future), 행위자의 수(numbers of actors)가 안 보분야와 정치경제분야 모두에서 국제협력을 향한 전략적 선택에 영향 동북아 해양패권 경쟁에 대한 이론적 고찰 279 을 주는 구조적 조건으로 작용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17) 로버트 코헤인과 조세프 나이는 초국가적 교류가 일반화하고 상위정 치와 하위정치 간의 위계질서가 무너지며 군사적 힘의 역할이 제한되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복잡한 상호의존(complex interdependence) 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미국의 동맹 하에 있는 선진산업 민주주의들 간의 관계가 복잡한 상호의존에 근접했다고 주장했다.18) 서유럽과 북 미에서 안보협력이 발달하는 것은 복잡한 상호의존의 현상으로 해석되 는 것이다. 그 밖에 자유주의 전통의 학자들이 제공한 안보협력 개념들로 다원 주의적 안보공동체와 민주적 평화가 있다. 칼 도이치 등은 서유럽과 북 미국가들 간에 공동체의식과 제도 및 실천들이 장기간 축적되어 평화적 변화에 대한 기대를 공유하게 하는 다원주의적 안보공동체가 발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19) 마이클 도일, 브루스 러셋 등은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들 간에 장기평화가 유지되는 현상을 민주적 평화라는 개념으로 설 명했다.20) 아이켄베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패권적 영향력 하에 형성 된 전후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미국의 상대적 영향력 쇠퇴 이후에도 국 제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적 틀을 제공한다고 주장하여 신자유주의 17) Kenneth A. Oye(ed), Cooperation under Anarchy(Princet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1986). 18) Robert Keohane and Joseph Nye, Power and Interdependence(Boston: Little, Brown, 1977), p. 23. 19) Karl Deutsch, et al., Political Community and the North Atlantic Area(Princet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1957). 20) Michael Doyle, “Kant, Liberal Legacies, and Foreign Affairs,” Philosophy and Public Affairs, Vol. 12, No. 4(1983); Bruce Russett, Grasping the Democratic Peace: Principles for a Post-Cold War World(Princet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1994). 280 통일문제연구 2011년 하반기(통권 제56호) 적 설명의 틀을 전략분야로 연장시키고 있다.21) 아이켄베리의 이론은 신자유주의적 틀과 자유주의 전통의 민주적 평화 이론을 접합시켜 이론 적 종합을 시도하고 있다. 미국의 정치체제는 특징적으로 투명성, 권력분산, 정책결정에 대한 외부로부터의 접근성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들은 자유주의 국제 질서 속에서 패권국가에게 요구를 전달하고 질서를 구성하는 규칙제정 에 대한 거래와 타협을 할 수 있다.22) 이런 특성으로 인하여 냉전시대 에 형성되고 냉전종식 후 전 지구적으로 영역을 확대한 자유주의 국제 질서는 미국의 헤게모니가 쇠퇴하여 국제정치가 다극화하더라도 계속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과 미국의 패권에 의하여 보호되어 온 통항의 자유는 전후 자유 무역제도 건설자들인 선진산업국가들 뿐 아니라 그 이후 자유무역질서 에 동참한 많은 제3세계 국가들도 이익을 함께 누리는 공공재를 제공해 왔다. 주변해역에 대한 연안국의 주권행사를 강조하고 있는 중국, 러시 아 등도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를 꾸리고 있는 만큼 통항의 자유 레짐에 이미 소속해 있다고 볼 수 있다. 영향력 있는 국가들 간의 협력을 촉진시켜 온 자유주의 국제질서는 그것을 낳은 미국의 패권적 지위가 쇠퇴하고 국제정치가 다극화한다고 해도 계속 존속하여 국제질서의 안정과 국제협력에 기여할 것으로 보는 것이 신자유주의적 견해인 것이다. 영향력 있는 국가들 간에 이미 공유 된 협력기능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국제협력이 계속될 수 있다는 낙관론인 것이다. 전후 자유주의 국제질서는 독일과 일본의 안보를 북대서양조약기구 21) John Ikenberry, Liberal Order and Imperial Ambition(Cambridge: Polity Press, 2006). 22) 위의 책, p. 94. 동북아 해양패권 경쟁에 대한 이론적 고찰 281 와 미국에 연계하여 독일과 일본이 군사대국화 하는 것을 방지하고 있 다. 독일은 1990년 통일된 이후 경제적 침체기를 극복하고 유럽의 지 배적인 경제대국이 되었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 속에서 프랑스와의 전 략적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이 자유주의 국제질서 속에서 대 서양에 대하여 행사하는 해양패권은 유럽대륙에서 독일문제를 해소시 키고 있는 것이다. 일본 역시 세계 제2 또는 제3위 규모의 경제강국임 에도 불구하고 평화헌법 체제 하에서 미국의 군사적 보호에 의존하여 비핵국가로 남아 있다. Ⅲ. 동북아시아 국제체제의 특성과 함의 냉전시대 동서진영의 대결은 유럽전선에서 시작되었으나 실제 동서 대결이 전쟁으로 비화한 것은 한반도와 베트남 등 동아시아에서였다. 동서 양진영은 유럽전선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와 바르샤바 조약기구로 집단안보(collective security)를 조직했고, 유럽안보협력회의(CSCE) 와 헬싱키 선언으로 협력안보를 개척하는 등 다자주의가 발달했다. 유 럽인들은 집단안보와 협력안보 등의 다자주의적 제도를 통하여 전쟁을 예방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반면에 동북아시아의 동서진영은 대륙의 중국과 러시아라는 거대 핵 국가와 이에 대항하는 미일동맹, 한미동맹 등의 양자동맹으로 구성되 어 있다. 동북아시아의 양자동맹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한 이후 사 후대응으로 체결된 것들이었다. 21세기 동북아시아는 지난 30년간 중국의 경제성장으로 인해 유럽 에 필적하는 경제규모를 가지게 되었지만, 안보체제에서는 여전히 국 제제도보다 개별국가 간 관계로 구성되는 냉전시대의 특성을 그대로 계 282 통일문제연구 2011년 하반기(통권 제56호) 승하고 있다. 동북아시아에는 13억 인구의 중국과 1억 인구의 일본이 라는 두 강대국이 포진하고 있다는 점도 유럽과 다른 특징이다. 동북아시아가 제국주의와 식민화로 양분된 역사적 경험을 갖고 있다 는 점도 유럽과 다른 특징이다. 15세기 말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유럽 의 제국주의는 대양을 건너 신대륙이나 열대지역에서 식민지를 개척했 으나, 일본제국은 한반도와 동아시아 대륙을 식민화했다. 결과적으로 동북아시아 지역은 먼저 근대화한 일본제국과 식민지들로 양분되어 근 대화 속도에서 현격한 차이를 안게 되었다. 일본은 20세기 후반기까지 OECD 회원국이자 동북아시아에서 G-7에 참석하는 유일한 선진산업 국가로서 독주했다. 그 당시까지 동북아시아는 일본열도의 선진산업국 가와 대륙의 후진국으로 양분되는 구조를 유지했던 것이다. 20세기 후반기에 한국과 대만이 산업화에 성공하고 중국도 개혁.개 방을 통하여 산업화되면서 동북아시아에서 일본의 독주시대는 막을 내 렸다. 그러나 북한지역이 근대화 실패지역으로 남아있고 일본과 한국 및 중국 사이의 역사 갈등이 간헐적으로 표면화되는 등 동북아시아의 이중적 근대사는 21세기 지역정치에 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열도에서부터 중국대륙에 이르기까지 근대화가 동북아시아 전역 으로 퍼져 나가면서 역내 산업생산력이 급증하고, 이것이 군사력 증강 으로 이어짐에 따라 냉전시기 한국전이나 월남전과 같은 전쟁이 재발했 을 때 그 파괴력과 위험성은 과거보다 훨씬 커지게 되었다. 산업생산력 은 증폭되었으나 다자간 안보기구와 협력안보체제가 개발되지 않았고 근대화 경험의 양분구조로 인한 역사 갈등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전쟁방지와 역내질서 안정을 위한 안보능력이 경제력 성장에 비례할 정 도로 강화되지는 못한 것이다. 중국은 냉전종식 이후 러시아, 중앙아시아제국과 함께 상하이협력기 구라는 다자간 안보기구를 조직하고 회원국 간 신뢰구축과 함께 국경선 동북아 해양패권 경쟁에 대한 이론적 고찰 283 협상을 평화적으로 타결하고 연례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상 하이협력기구는 다자간 안보기구이기는 하나 집단안보동맹을 체결하고 있지는 않다. 중국에게는 1961년 북한과 체결한 우호협력조약이 유일 한 군사동맹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은 접경국들과 군사동맹, 신뢰구축, 협상을 통한 국경선 확정 등 을 통하여 대륙의 정세를 안정화시키고 최근에는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에서 해양영토 확장에 국력을 동원하고 있다. 중국의 산업화가 연안지 역을 중심으로 수출경제의 형태로 전개되면서 원료의 수입과 상품의 수 출을 위한 해상항로의 안전이 중요해졌고, 따라서 중국과 대양항로를 잇는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 대한 이익관계에 있어 중국의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중국의 해양팽창에 대응하는 서방의 동맹체제는 미일안보조약과 한 미상호방위조약으로 구성되어 있다. 미일안보조약은 일본의 평화헌법 체제에 따라 미군의 일본주둔과 미군에 의한 일본열도의 보호를 규정하 고 있다. 일본은 자위대로 자국영토를 방위하는 과정에서 동중국해의 센카쿠/디아오위 섬에서 중국과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한국과의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주한미군을 주둔시키며 북한 의 남침위협을 저지하고 있다. 주일미군과 주한미군은 한국을 일본열 도 방어의 교두보로 일본열도를 한국방어를 위한 후방기지로 이용하는 동북아시아 전략으로 사실상 통합운영되고 있다. 다만 한국과 일본 간 에는 직접적 안보협력제도가 미비하여 미군을 고리로 한 간접적 안보협 력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태평양동맹인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미국의 대서양동맹인 북 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의 관계와 비교해 볼 때, 한일관계는 안보협 력의 제도화 측면에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 국들은 자유민주주의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 사이에 민주적 평화가 284 통일문제연구 2011년 하반기(통권 제56호) 유지되는 다원주의적 안보공동체(pluralistic security community) 를 발전시키고 있지만, 한미동맹은 한국이 산업화와 민주화를 성취할 때까지 반세기 동안 반공동맹으로만 인식되어 왔다. 미국은 서유럽대륙에서 프랑스, 독일을 비롯해서 많은 근대화된 자 유민주주의 국가들을 동맹으로 묶을 수 있었던 것과 달리, 동아시아에 서는 오랫동안 일본을 유일한 자유민주주의 파트너로 인정해 왔다. 한 국의 민주주의는 1980년대 말에야 등장해서 공고화 과정에 들어갔다. 한국인들은 일제시대 식민지배의 피해경험에 기인하는 강력한 반일감 정을 갖고 있었으므로 동맹국 미국의 일본 우선정책에서도 마음의 상처 를 받았다. 미국정부는 한국이 1960-70년대에 산업화에 성공하는 것을 보고 한국을 일본방위를 위한 전초기지 이상의 가치를 가진 나라로 인식하 고, 1980년대 반독재 민주화운동이 평화적 민주화 이행으로 이어지도 록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러나 한국사회의 관심은 1987년 대통령 직선 제 선거를 통한 민주정부 수립 이후 미국, 일본과의 자유주의 국제연대 보다 북한과의 평화통일을 추구하는 민족주의적 목표에 집중되었다. 북한정권이 한국정부의 대북 화해협력정책을 핵개발의 기회로 이용 하는 것이 명확해지자, 한국사회 내에 북한정권에 대한 경계심이 재강 화되면서 한미동맹과 한일협력의 가치를 재인식하는 기운이 일고 있다. 이런 정세인식의 변화 속에서 한미FTA가 체결되어 한국 의회의 비준 만 남아 있고, 2009년 한미 양국정상이 .한미동맹의 미래를 위한 공동 비전.에 서명하게 되었다. .한미동맹의 미래를 위한 공동비전.은 한미 양국이 민주주의, 시장 경제, 인권 등의 가치를 공유하는 기초 위에서 포괄적이며 전략적 동맹 으로 발전할 것임을 천명하고 있다. 양국이 한미동맹을 미일동맹에 필 적하는 자유민주주의 동맹으로 격상하기로 뜻을 함께 한 것이다. 동북아 해양패권 경쟁에 대한 이론적 고찰 285 미국정부는 최근 한일 간의 안보협력을 종용하고 있다. 한미 양국이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바탕으로 한 포괄적이고 전략적 동맹을 지향한다 면, 미국의 오랜 포괄적 가치동맹의 파트너인 일본과 한국 사이에도 안 보협력이 제도화되는 것이 논리적으로 당연한 귀결이 될 것이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자국 내에 만연한 반일감정으로 인하여 한일 안 보협력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국의 정세 분석가들 중에는 한 일 간 안보협력이 중국을 소외시켜 한중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 을 염려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중국은 한국과 일본에게 제1의 무역 파트너일 정도로 경제적 영향력 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의 대중무역 의존도는 전체 교역량의 1/4에 달 할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일본의 대중의존도는 심각한 수준이 아 니다. 한미일 간 해양동맹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한일 간의 안보적 경제 적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한일FTA협상은 농산물시장을 개방하지 못하는 일본 국내정치 사정으로 인하여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한중FTA협상의 조기 시작을 종용해오고 있다. 한미일 안보협력체제는 한국이 산업화와 민주화를 성취한 이후에도 여전히 한일협력이 원활하지 않은 약점을 노정하고 있다. 동북아시아 에서 근대화 실패국가로 남아 있는 북한은 한미일 안보협력체제가 갖고 있는 허점을 이용하여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하고 한국과 일본을 위협 하고 있다. 요약컨대, 동북아시아에는 한국과 일본이라는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존재하지만 유럽에서와 같이 다자간 안보협력기구가 발전하지 못하고 자유민주주의 국가들 간의 민주적 평화가 실현된다고 평가하기에도 이 른 상황이다. 이는 한국의 근대화와 민주주의 역사가 일천한 점이나 일 본제국주의에 따른 민족적 갈등과 역사적 갈등이 해소되지 못한 점 등 에 기인한 안보협력제도의 미발달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286 통일문제연구 2011년 하반기(통권 제56호) Ⅳ. 동북아 해양패권 경쟁의 분석 중국 공산당이 1978년 말 4대 현대화 정책을 발표한 이래 지난 30 여 년간 개혁.개방노선을 걸어오면서 해상무역이 경제성장을 이끌게 되었다. 해상무역에 유리한 선전, 광저우, 상하이, 칭다오, 텐진, 다렌 등 연안지방이 산업중심지로 발전하였다. 모택동 시대 중국이 자력갱 생을 강조하는 내륙국가의 성격을 띠었다면 등소평 이후의 중국은 해양 국가로 변신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경제의 무역의존도는 70%를 상회하고 소요 원유의 50%를 수 입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정부는 경제성장에 필요한 해외자원 개발과 선진기술의 획득에 보유외환을 투자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중국의 무 역 및 투자이익은 5대양 6대주에 산재하게 되었다. 중국정부가 경제성 장에 비례하여 커지는 중국의 예산을 해.공군에 투자해서 전 세계에 펼쳐진 자국의 이익을 지키고자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할 것 이다. 문제는 중국의 군비증강이 주변국들과의 군비경쟁을 낳는 안보 딜레 마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이다. 한 나라의 군비증강이 이웃 국가에게 위기의식을 심게 되고, 이웃 국가가 군비증강으로 대응하면 다시 처음 군비증강을 시작한 나라에게 위기의식을 낳아 군비증강이 끝없이 상승 작용(escalate)을 일으키고 종국에는 전쟁으로 폭발할 수 있다는 것이 안보 딜레마의 문제이다. 신현실주의적 관점에서 안보 딜레마에 대한 해결책은 세력의 균형점을 찾는 데에 있지만, 세력균형점이 어디인지 를 측정하기가 쉽지 않다. 신자유주의적 관점에서 동북아시아의 안보 딜레마를 해결하는 방법 은 냉전시대에 형성된 자유주의 국제질서 속에서 신뢰를 구축하여 전쟁 을 피하기 위한 협력안보를 실행하는 것이다. 자유주의적 평화가 잘 발 동북아 해양패권 경쟁에 대한 이론적 고찰 287 달한 서유럽에서처럼 동북아시아에서도 먼저 자유민주주의 국가들 간 에 다원주의적 안보공동체를 발전시키고, 이어서 중국, 북한 등 권위주 의 국가들과도 지역질서 안정을 위한 협력안보를 실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동북아시아에는 다자주의적 안보협력기구가 미발달하였고, 역내에서 가장 성숙한 민주주의를 실행하는 한미일 3국 간의 안보협력 체제마저도 한일 간의 민족갈등으로 인하여 완성되지 못하고 있다. 미 국정부는 한국, 일본 이외에 호주를 포함하는 동아시아/태평양 동맹을 운영하고 있어서 미국-일본-호주를 잇는 해양동맹에서 한국이 약한 고 리로 남아 있다. 현실주의적 관점에서 미국의 안보전략을 논하는 로버트 아트(Robert Art)는 한국이 분단되어 있는 동안은 한미동맹을 필요로 할 것이지만, 통일이 된 이후에는 미국과의 동맹을 떠나 중국의 비위를 맞추며 사는 방법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아트는 더 나아가 한국이 통 일 이후 중국에 대한 세력균형을 포기한다면, 미국은 한반도에 미군을 주둔시키지 않아도 되므로 대중관계에서 부담을 덜 수 있다는 논리를 편다.23) 군사력을 중시하는 현실주의자답게 아트는 중국이 아시아 대륙 최강 의 육군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군사력 운영에 관한 권한이 분산되어 있는 미국정치의 특성상 방대한 육군을 운영하기 어렵다. 그 렇기 때문에 공산당 독재 하의 중국 육군과 대적하는 것은 미국이 감당 하기 어려운 부담이 되므로, 기술과 자본력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해공 군력을 이용한 해양패권 유지전략으로 가는 것이 현명하다는 계산인 것 이다. 아트의 현실주의적 대응은 미국이 해양패권을 유지하며 일본, 호 주, 필리핀 등 도서 국가들의 독립성을 보장해 주는 전략이다. 23) Robert J. Art, America's Grand Strategy and world Politics(NY and London: Routledge, 2009), p. 360. 288 통일문제연구 2011년 하반기(통권 제56호) 과연 중국은 대륙패권에 만족하며 미국의 해양패권을 감내할 것인 가? 중국은 근래 미국 군함의 대중국 투사(projection)를 저지시키기 위한 미사일과 잠수함 전력을 강화해 오고 있다. 이는 특히 대만해협에 서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때를 대비한 조치이다. 중국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다른 연안국들과 해양영토분쟁을 겪고 있다. 중국은 특히 남중국해 대부분의 해역에 대한 주권행사를 주 장하고 있어서 남중국해 연안국들 뿐 아니라 이 해역을 해상운송로로 이용하는 한국과 일본에게도 부담을 주고 있다. 중국은 또 최근 항공모함 바랴그를 진수시켜 대양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이 항공모함을 건조하여 미국의 해양패권에 도전할 계획인 지는 모르지만, 중국은 미국의 해양패권에 도전하기 전에 일본의 재무 장을 자극하는 문제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중국이 전세계적으로 펼쳐져 있는 통상이익을 뒷받침할 대양해군을 키우는 과정에서 빚어질 일본과의 군사적 갈등을 조정하는 데 실패한다 면 동아시아 역내 질서가 불안정해질 것이다. 역내 국가들은 중국과 일 본의 군비경쟁으로 인해 불안정해진 동아시아 역내 세력관계의 균형자 로서 미국의 개입을 요청하게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태평양에 대한 미 국의 해양패권은 유지될 것이며, 전 세계적으로 펼쳐져 있는 중국의 통 상이익 보호는 여전히 미국의 해양패권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중국의 대양해군 육성이 재무장한 일본해군과의 경쟁에 빠져서 미국 의 해양패권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을 예 견한다면 중국 전략가들은 이런 문제를 회피하기 위한 방법을 고안해야 할 것이다. 신자유주의자들은 중국 공산당 지도자들에게 통항의 자유 원칙 하에 일본과의 군사갈등을 조정함으로써 자유주의 국제질서 속의 협력을 통하여 중국의 대양해군이 전 세계에 펼쳐져 있는 중국의 통상 이익을 뒷받침하는 길을 찾아보라고 조언할 것이다. 동북아 해양패권 경쟁에 대한 이론적 고찰 289 그러나 중국 공산당 지휘부가 대양해군 육성이 역내질서에 미칠 영 향을 우리가 생각하는 합리적 방법으로 계산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국 제정치에서 국력의 측정은 늘 부정확한 것이며 주관적 요소, 특히 국내 정치적 필요성이 작용할 소지가 크다. 동북아시아에는 국제정세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조정할 수 있는 제 도로서 미중 전략대화와 중일 전략대화가 운영되고 있다. 역시 다자주 의적 국제기구가 미발달한 동북아시아에서는 양자 간 전략대화가 북대 서양조약기구의 .평화를 위한 파트너십.을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아세안지역포럼(ARF)과 동아시아정상회의 그리고 한중일정 상회의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포럼 수준의 회의체이기는 하지만, 미국, 중국, 일본 등 강대국들과 비강대국들이 동참하여 의사소통할 수 있는 무대이다. 중국 공산당은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참여하면서도 인권개선과 민주 화 요구가 국내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차단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기에 여념이 없다. 중국정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통화기금 지분상승,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G20와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 으로서의 지위 등 자유주의 국제질서에서 격상되는 지위를 즐기고 있 다. 게다가 아세안지역포럼, 동아시아정상회의, 한중일정상회의 같은 새로운 국제제도의 설립과 가입에도 적극적인 태도로 임하고 있다. 중국은 국가이익을 위해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참여하기도 하지만 공 산당 독재의 영속화를 위해서는 주권불가침과 내정불간섭을 내세워 인 권과 민주화 압력을 배척한다. 중국의 이러한 이중성을 바탕으로 향후 중국의 국제정치적 행보가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이 를 완전히 받아들이지도 않는 형태로 진행될 것으로 예견해 볼 수 있다. 중국은 주권과 내정불간섭을 내세우며 중국으로 이탈한 북한난민들 을 북송하여 북한체제의 영속화를 도와주고 있다. 중국은 북한에 권위 290 통일문제연구 2011년 하반기(통권 제56호) 주의 세력권(sphere of influence)을 구축하고 있으며 향후 이 세력 권을 동북아시아 다른 이웃국가로 확산해 가기위해 노력할 가능성도 있 다. 많은 한국인들이 동북공정을 이러한 세력권 확장의 이론 개발 작업 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구조적 자유주의 이론을 주창하는 아이켄베리는 중국, 브라질, 인도 등 비서구 강대국들이 성장하여 미국의 패권적 지위가 상대적으로 쇠퇴 한다고 하여도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버리기보다 그 속에서 자기의 이익 을 신장시킬 것이라고 본다. 전후 미국의 패권적 영향력 하에 발전한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개방적이고 규칙에 기반한(open and rule-based) 또는 다자주의적이며 규칙에 기반한(multilateral and rule-based) 체제로서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새로 일어나는 강대국들을 포용할 수 있으며 새로운 강대국들도 다른 대안질서가 없는 상황에서 이를 배 척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24) 아이켄베리의 주장처럼 중국이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배척하지 않고 그 속에서 자국의 경제적, 안보적 이익을 신장시킬 개연성을 인정할 수 는 있다. 그러나 중국이 지구적 차원의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존중한다 고 해도 그것으로 동북아시아 지역 내에서 가지는 압도적 비중에 대한 현실주의적 고려를 배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작년 9월 중국 어선이 센카쿠/디아오위 섬 인근에서 일본 순시선에 충돌하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일본해경이 중국어선 선장을 구속하자, 중국정부는 양국 간 각료급 접촉을 연기시키고 일본정부의 사과를 요구 하며 중국 내 일본인 근로자들을 연행하고 일본에 대한 희토류 판매를 사실상 금지시키는 조치를 취하여 일본정부가 구속 선장에 대한 재판을 24) John Ikenberry, Liberal Leviathan: The Origin, Crisis, and Transformation of the American World Order(Princet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11). 동북아 해양패권 경쟁에 대한 이론적 고찰 291 포기하고 본국으로 송환하도록 만들었다. 중국이 가진 거대한 시장규 모, 자원독점 등을 이용하여 이웃국가를 강압할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중국이 비슷한 경제규모를 가진 일본에게 이러한 강압외교를 실행할 수 있다면 그 1/3의 경제규모를 가진 한국의 외교가 갖는 대중 취약성 은 훨씬 심각한 수준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중국이 역내 이웃 나라에 게 행하는 이러한 강압외교는 이웃국가들로 하여금 미국의 개입을 요청 하게 만든다. 한국과 일본은 기존의 대미동맹을 더욱 강화하는 방법으 로 대응할 것이다. 중국이 지구적 차원에서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받아들인다고 해도 역 내에서 갖는 압도적 영향력을 경계하는 이웃국가들은 미국의 개입을 초 청하는 방법으로 신현실주의적 처방을 가미하게 된다. 결국 미국은 미일 동맹과 한미동맹을 발판으로 동북아시아 안보질서에 균형자로서 개입하 게 되고 그 과정에서 태평양에 대한 해양패권을 유지하게 되는 것이다. V. 결 론 아트와 아이켄베리는 신현실주의와 신자유주의라는 다른 이론에 기 반하고 있는 두 학자이지만, 두 사람은 패권세력 미국과 도전세력 중국 사이에 전쟁을 피할 수 있다는 낙관론을 편다는 점에는 공통성이 있다. 아트는 중국이 과거 소련과 달리 자본주의 붕괴론과 같은 역사적 필연 성을 바탕으로 한 정책을 추진하지 않고 있으며 따라서 지역질서의 안 정화에 대하여 미국과 국가이익을 공유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일정한 세력균형 위에서 양국이 국제질서의 안정을 위해 협력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아이켄베리는 중국이 자유주의 국제질서 속에 적응할 것이기 때문에, 아트는 중국과 미국이 세력균형을 통한 역내질서 안정에 합의 292 통일문제연구 2011년 하반기(통권 제56호) 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의 패권과 중국의 도전이 전쟁을 피하며 공존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아트의 주장처럼 미국과 중국이 세력균형을 통한 지역질서 안정에 합의하고 아이켄베리의 분석처럼 중국이 자유주의 국제질서 속에 적응 해 간다고 해도 이 낙관론은 태평양을 두고 마주 한 미국과 중국 간의 거시적 안정일 뿐 중국의 접경국들이 중국으로부터 받게 되는 정치적, 군사적 압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한국, 일본, 베트남, 필리핀 등 중국의 해양접경국들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을 찾아 낼 것인가? 아니면 중국의 비위를 맞추며 적응해갈 것인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 전쟁을 피할 수 있다는 낙관론은 두 나라 정책결 정자들과 전략가들이 충분히 합리적으로 장기적 국가이익을 판단하고 실천에 옮긴다는 전제 위에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양자 간 전 략대화와 역내 다자간 대화들이 합리적 판단의 가능성을 높여 줄 수는 있지만 보장하지는 못한다는 문제는 남는다. 특히 중국 공산당 내에서 벌어지는 국내정치의 불투명성 속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불확실성이 숨어있을 수 있다. 동북아 질서의 불확실성은 재정위기의 미국과 후쿠 시마 원전사고의 일본이 보여주는 정치적 무기력 속에 숨어 있을 수 있 다. 한국, 일본, 베트남, 필리핀 등 중국의 해양접경국들이 중국의 영향 력 확대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실책을 거듭하여 강대국 간 세력균형을 위태롭게 만들 수도 있다. 한국은 선진 산업민주주의 국가들이 형성하고 있는 복잡한 상호의존 에 가담하고 있고, 이미 한미동맹을 통하여 일본, 호주 및 NATO 회원 국들 사이의 안보협력망 속에 놓여 있다. 최근 체결된 유럽연합, 미국 과의 자유무역협정 역시 복잡한 상호의존을 뒷받침하게 될 것이다. 신자유주의적 관점에서 본다면, 한국은 복잡한 상호의존에 근접한 지역 내 국가와의 관계에서는 상호 간 갈등의 조정을 통한 협력이 일상 동북아 해양패권 경쟁에 대한 이론적 고찰 293 화할 것이나 역외 국가와의 관계에서는 무력사용이나 위협이 전제된 상 황에 대처해야 할 것이다. 한국정부는 일본과의 관계에서 복잡한 상호 의존의 현실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적 미비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고, 중국을 복잡한 상호의존 밖에 있는 존재로 인식해야 하는 것이다. 한국정부가 복잡한 상호의존 개념에 따라 자유주의 국제레짐을 강화 하는 정책노선을 따른다면 한미일 안보협력체을 중심으로 중국에 대한 세력균형을 실시함으로써 중국의 정치적, 군사적 압력에 대응하고 세 력균형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또 한미일 안보 협력체를 중심으로 중국과의 신뢰구축과 협력을 통한 지역안정화에 노 력함으로써 한반도 평화통일의 조건을 성숙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접수일: 10월 16일, 심사일: 10월 31일, 게재확정일: 11월 14일 294 통일문제연구 2011년 하반기(통권 제56호) 참고문헌 김태운, “‘신현실주의’와 ‘신자유주의’의 국제정치관: 인식의 공유와 차이,” 정치·정보연구 , 제8권 2호(2005). 문흥호, “중국의 강대국화 전략과 한.일관계,” 중소연구 , 2010년 가을호. 연현식, “중국의 부상과 동북아 신안보질서의 형성,” 동서연구 , Vol.21, No.1(2009). 이동률, “중국의 강대국화 외교전략과 과제,” 국방연구 , 2010년 12월호. 정진영, “국제정치 이론논쟁의 현황과 전망” 국제정치논총 , 제40집, 3 호(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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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orists of both streams share prospects of peace between the US and China either through balance of power or cooperation in the liberal international regime. What is problematic is that the peaceful relationship between the two world powers could not necessary extend to the security of the regional countries surrounding continental China. Small countries under pressure from China would invite the US to keep maritime hegemony in this region. Korea can secure its position through strengthening of a liberal regime in this region, as it is joining the complex interdependence among advanced industrial democracies. 동북아 해양패권 경쟁에 대한 이론적 고찰 297 Korea-US-Japan cooperation can reach out China for regional stability and develop a favorable environment for the peaceful reunific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Key words: maritime hegemony, liberal international regime, international cooperation, balance of power, freedom of the se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