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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
술 앞에 ‘폭탄’이 붙었다.
‘폭탄주’라는 하나의 단어로 완성된 것은 국내산 위스키가 속속 등장했던 1980년대로 추측된다. 위스키 잔이 맥주에 빠지면서 오르는 기포가 원자폭탄이 투하됐을 때의 버섯구름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술은 당시 정치권을 들썩이게 할 만큼 폭발적이었다. 정치인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져 있었다는 것과 폭탄주의 폭발성이 ‘남용’되어 생기는 뒷이야기들은 폭탄주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을 키우기 충분했다. 어디 그뿐인가. 연말의 망년회를 시끄럽게 하는 주범이 폭탄주였고, 최근 정치권에는 폭탄주를 소탕하겠다는 취지로 만든 ‘폭소클럽’까지 생겨났으니 ‘한국산’ 폭탄주는 부정적일 만하다.
1920~30년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한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의 브래드 피트, <워터 프론트>의 말론 블랜도가 맥주와 위스키를 섞어 마시는 장면, 아니 그보다 더욱 자명한 단서 ‘보일러 메이커 boiler maker’라는 구어식 영어로 살펴보면 폭탄주는 국산 토종이 아니다. 또한 몸을 활활 타오르게 만든다는 뜻의 이 술은 부두, 철강, 자동차 공장의 가난한 노동자들의 추위와 외로움을 달래주는 친구였다. 위장이 넘치도록 마시는 술이 아닌 것이다.
위스키와 맥주가 섞이면서 끓어오르는 거품, 혀끝에 당차게 차오르는 쌉싸름한 맛과 한 잔 들이켜고 난 뒤에 느끼는 아찔함은 분명 매력적이다. 술자리에서 강요에 의한 ‘잔 돌리기’만 아니라면 폭탄주는 다른 어떤 종류의 술보다 남다른 능력을 펼치는 재주꾼이기 때문이다. 술을 섞는 다양한 ‘묘기’에서 비롯된 활력 넘치는 재미는 그 어떤 술도 따라올 재간이 없다. 아찔한 광경에 모이는 시선은 100퍼센트. 집중도가 높은 만큼 잇따르는 호응의 소리들은 파티 분위기를 돋우는 활력이다. 특히 모르는 사람들이 섞인 서먹한 자리에서 그 능력은 빛을 발한다. 엔터테인먼트 자질을 제대로 갖춘 폭탄주의 알코올 도수는 10.35도 안팎으로 40도가 넘는 위스키 한 잔보다, 12~13도인 정종 한 잔보다 낮다. 맥주가 가진 탄산가스의 발포성 때문에 흡수가 빨라 취기가 빨리 온다고 느끼는 것뿐이니, 많이 마시지만 않으면 오히려 덜 해롭다고 할 수 있다.
폭탄주가 싫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분명 경험에 의한 것이다. 자제력을 잃고 큰 실수를 저지르거나, 강권에 의한 후유증이 길었거나…. 그간 숱하게 비난을 받아오면서도 많은 사람들은 폭탄주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흥을 돋우는 데에 그만한 ‘도구’가 없기 때문이다. 버릴 수 없는 폭탄주만의 매력, 이번 파티에 십분 활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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