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웃기는 리더의 5가지 습관
유머리스트가 되기 위해서는 다섯 가지의 습관이 필요하다. 그것은 유머창조에 필요한 심성을 가꿔주고 발상능력을 키워준다. 또 세련된 매너와 적극적인 실천을 가능케 하고 친근한 인상을 만들어준다. 이런 습관들은 유머리스트뿐만 아니라 조직의 리더에게도 똑같이 필요한 것이다. 3장의 제목이 '웃기는 리더의 5가지 습관'이 된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1. <습관1> 긍정적으로 생각하라
("사람은 습관에 따라서 즐거울 때 그 즐거움을 고양시킬 수 있고 우울할 때 기분을 돌이킬 수 있다."- 괴테)
유머는 긍정적인 사고방식에서 나온다. 세상에 대해 냉소적이거나 자기 자신에 대해서 비관적인 사람은 결코 인간에게 즐거움과 희망을 주는 좋은 유머를 창조할 수 없다.
긍정적 사고는 유머러스한 리더의 다섯 가지 습관 중 '심성'에 해당하며, 유머창조의 근원이 된다는 점에서 나머지 네 개의 습관들을 다 합친 것보다도 더 중요하다.
첫 번째 습관에 익숙한 사람들은 실패 앞에서도 좌절하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유머를 통해 실패의 고통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능력이 있다. 그것은 처량함을 풍기는 자조적인 웃음과는 차원이 다른 웃음이다. 거기엔 실패를 딛고 새롭게 출발하려는 의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습관 1>은 낙관. 여유. 유연성을 심어준다
"나는 실패한 것이 아닙니다. 단지 성공할 수 없는 몇십 가지의 방법을 발견했을 뿐입니다."
이것은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를 거듭하던 에디슨이 '당신은 몇번이나 실패했느냐'는 질문을 듣고 했던 대답이다. 유머가 넘치는 그의 이 한마디는 리더들이 배워야 할 '긍정적 사고'의 전형을 보여주기에 모자람이 없다. 그는 이처럼 실패를 두려워 않는 용기와 낙천적인 사고방식이 있었기에 훗날 위대한 발명왕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정치가들 중에서 유머감각이 뛰어난 인물로 첫 손가락에 꼽히는 처칠 역시 긍정적인 사고로 무장한 낙관주의자였다. 그의 정치인생에는 수많은 위가가 있었지만 어떤 어려움도 그의 확고한 낙관주의를 꺽지는 못했다. 그가 위대한 리더와 위대한 유머리스트의 지위에 동시에 오를 수 있었던 근본적인 힘은 다름아닌 '긍정적 사고'에 있었던 것이다.
다음은 그의 말이다.
"나는 세상이 날로 좋아지고 있다고 믿는 사람 중의 하나다."
이같은 사고방식은 의연하고 여유있는 행동으로 곧바로 이어진다. 매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위기 앞에서 당황하지 않고 비난 앞에서도 분노하지 않는 남다른 침착함이 있기 때문이다. 낙관주의자 처칠이 자기에 대한 불신임 투표의 현장에서 어떻게 행동했는지 감상해 보자.
처칠이 수상과 국방장관을 겸하고 있던 1942년. 북아프리카에서의 군사작전이 난항을 거듭하면서 하원에서 그에 대한 불신임안이 제출되었다. 소명에 나선 그에게 한 의원이 당시 논란이 된 바있는 '처칠 탱크'에 대해 물었고,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A22라는 그 탱크는 처음 생산되었을 때 무수한 결함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거기에 어울리는 '처칠 탱크'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결함들은 대부분 교정되었고, 나는 이 탱크가 머지않아 매우 강력하고 유용한 무기가 될 것임을 확신합니다."
그는 유머러스한 답변으로 인해 의사당은 웃음바다가 되었고, 불신임 동의안은 결국 450표 차이로 부결되었다.
물론 처칠이 표결 결과를 미리 예측했기 때문에 짐짓 여유를 보였으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국가원수가 자기의 '불명예 퇴진'을 표결하는 현장에서 그런 유머를 구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만일 처칠이 그 자리에서 불쾌하거나 초조한 모습을 보였다면, 설사 불신임안이 부결되었다고 해도 국가 원수로서의 그의 위상은 많은 손상을 입었을 것이다.
긍정적이고 여유로운 리더는 경직된 사고를 하지 않는다. 그들은 언제나 열린 마음으로 유연하게 눈앞의 상황에 대처한다. 생각을 한 곳에 고정시키지 않고 여러 가지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하는 것, 그리하여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방법을 찾아내는 것은 모든 리더에게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정치인 에버렛 덕슨은 말한다.
"나는 확고하고 절대 굽힐 수 없는 원칙의 소유자다. 그 중 첫 번째 원칙은 언제나 유연해야 한다는 것(to be flexible at all times)이다."
이 인상적인 유머- 사실 유머라기보다는 하나의 좌우명 혹은 금언에 가깝다- 는 밥 돌이<위대한 정치적 재담(Great Political Wit)>이라는 책에서 소개한 것이다. 밥 돌은 이 말을 정치에 입문하거나 무엇인가를 성취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에게 반드시 들려준다고 한다.
<습관 1>은 솔직함. 자신감. 너그러움을 부여한다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지닌 리더의 또 하나의 특징은 솔직하다는 것이다. 처칠이 불신임 투표의 현장에서 자기의 '무수한 결함'을 인정했던 것처럼. 하지만 그건 단지 '정직해야 한다'는 도덕적 믿음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다. 그들이 남들에게 자기의 약점이나 결함을 솔직히 인정하는 이면에는 낙관주의자 특유의 강한 자신감이 존재하고 있다. 그들은 자기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동시에 자기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또 당장은 실패했더라도 언젠가는 그것을 딛고 성공할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낙관적인 사고 방식은 세상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그들이 솔직하면서도 비굴하지 않고 당당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
미국을 방문한 처칠에게 한 여인이 물었다.
"연설을 할 때마다 자리가 미어터지도록 사람들이 모인다는 것은 정말 짜릿한 일이겠죠?"
처칠은 대답했다.
"하지만 내가 정치연설을 하는 게 아니라 교수형을 당하고 있는 거라면 청중이 최소한 지금의 2배는 되리라는 것을 나는 늘 기억하고 있습니다."
처칠은 연설장을 찾는 지지자들 못지 않게 자기를 싫어하는 '비토 세력' 도 많음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 그의 대답은 솔직하다. 그러나 그의 유머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길을 간다'는 강한 자신감이 동시에 드러나고 있다. 긍정적인 사고는 이처럼 리더에게 솔직함과 자신감을 동시에 심어줌으로써 그들에게 진정한 신뢰와 권위를 부여해 주는 것이다.
긍정적으로 사고하는 리더는 너그러움의 미덕을 안다. 그들에게는 상대의 입장을 헤아리고 이해할 수 있는 넓은 아량과 포용력이 있기 때문이다. 다음의 사례들은 처칠과 워싱턴과 링컨이 왜 지금까지도 위대한 리더로, 그리고 훌륭한 유머리스트로 평가받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처칠의 비서가 신문을 들고 뛰고 들어왔다. 거기엔 처칠을 '시거를 문 불독'으로 묘사한 정치만평이 실려 있었다. 비서들이 이구동성으로 신문사를 비난하고 있는데, 정작 당사자인 처칠은 시거를 물고 그 만평을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미소를 띠며 이렇게 말한다.
"기가 막히군. 저기 걸린 초상화보다 이 그림이 오히려 날 더 빼닮았어. 당장 초상화를 떼고 이 만화를 오려서 붙여놓게."
한 신사가 말을 타고 가다가 병사들이 나무를 운반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상사 한 명이 구령을 붙이며 작업지휘를 하고 있었지만 워낙 무거운 나무인지라 좀처럼 움직이질 않고 있었다. 신사가 상사에게 물었다.
"자네는 왜 같이 일하지 않는가?"
"전 졸병이 아니라 명령을 내린는 상사입니다."
그러자 신사가 말에서 내려 윗저고리를 벗고는 병사들 틈에 끼었다. 한참 만에 나무를 목적지까지 운반한 뒤, 신사가 말에 올라타며 상사에게 말했다.
"다음에 또 나무를 운반할 일이 있거든 총사령관을 부르게."
상사와 병사들은 그제서야 신사가 조지 워싱턴 장군임을 알았다.
남북전쟁 시절, 링컨이 국방장관과 함께 맥클렐런 장군의 야전사령부를 방문했다. 전투가 끝날 때까지 몇 시간을 기다린 링컨에게 드디어 장군이 돌아온다는 전갈이 왔다. 그러나 맥클렐런은 대통령과 장관을 본 체도 안하고 2층의 침실로 올라가 버렸다. 잠시 후 하녀의 말.
"장군께서는 너무 피곤하시다며 그냥 잠자리에 드셨습니다."
놀란 국방장관이 펄펄 뛰며 장군을 당장 직위 해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직속상관인 자기를 무시한 것도 괘씸한데 하물며 대통령 앞에서야. 그러나 링컹의 생각은 달랐다.
"장군은 우리가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꼭 필요한 사람이오. 장군으로 인해 이 비극적인 전쟁이 한 시간이라도 단축될 수 있다면 난 기꺼이 그의 말고삐를 잡아주고 군화도 닦아줄 것입니다.
신문 만평에서 대통령을 희화시키는 것은 흔한 일이다. 하지만 자기를 개로 묘사한 그림을 보면서 웃음을 짓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힘든 일에 동참하지 않는 상사를 곧바로 나무라지 않고 총사령관이 직접 팔을 걷어부치는 것도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어렵다.
특히 링컨의 사례는 '한국적인 상식'으로는 그야말로 꿈도 꿀 수 없는 '경이적인' 장면이라고 할 것이다.
물론 링컨이라고 해서 불쾌한 마음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기보다도 장군의 입장을 먼저 헤아렸다. '생사가 걸린 전투를 치르고 온 장군에게는 휴식이 필요할 것이다', '감정적 조치보다는 군의 사기와 승전이 더 중요하다'라는 아량과 포용력은 나쁜 측면보다 좋은 측면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긍정적인 사고방식이 없으면 결코 갖출 수 없다.
또 하나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것은 그같은 너그러움이 그들의 리더십을 더욱 빛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처칠의 비서들과, 워싱턴의 병사들과, 링컨의 부하들은 그날 이후 얼마나 큰 부끄러움과 존경심을 느꼈을 것인가. 경직된 사고와 행동으로 인해 권위주의의 수렁에 빠지는 무능한 리더들과는 달리, 긍정적 사고방식을 갖춘 리더는 이처럼 소탈함과 너그러움 속에서도 얼마든지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습관1>은 리더십과 유머의 원천이다
긍정적인 사고는 리더십의 원천이다. 그것은 리더에게 좌절하지 않는 용기, 분노하지 않는 여유, 경직되지 않은 유연함, 위장되지 않은 솔직함, 교만하지 않은 자신감, 그리고 권위적이지 않은 소탈함과 옹졸하지 않은 너그러움을 선사해 준다. 그런 요소들이 조직을 이끄는 리더에게 얼마나 중요한 미덕인지는 굳이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긍정적인 사고는 또한 유머의 근본이다. 좌절과 분노, 경직과 가식, 교만함과 옹졸함에서는 푸념이나 독설은 나올 수 있어도 희망과 즐거움을 주는 건강한 유머는 나오지 않는다. 남에게 웃음을 선사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의 내면을 웃음으로 채워야 하고, 그것은 세상과 사물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따뜻한 심성이 없으면 결코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사고방식을 갖췄다고 해서 그것이 곧바로 유머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긍정적 사고는 단지 유머창조에 필요한 심성일 뿐이며, 달리 말하면 유머의 충분조건이 아닌 필요조건일 뿐이다. 우물에서 물을 길으려면 두레박이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로, '심성' 이라는 원천에서 유머를 퍼올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에 알맞는 도구가 있어야 한다. 그것은 웃기는 리더의 두 번째 습관에 의해서 비로소 가능해진다.
<습과1>의 실천을 위한 제언
1. 어려운 상황이 닥쳤을 때는 먼저 이 상황과 관련된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라. 경영이 어려워지면 파산이나 부도상황을, 대인관계가 악화되면 상대와 절교하는 상황을, 병들거나 다쳤을 때는 '마지막 순간'을 떠올려라. 또 누군가에게 비난을 받았을 때는 그가 방송에 나와 자기를 공개적으로 욕하는 경우를 상상하라. 어떤 경우라도 최악의 상황보다는 지금이 최소한 조금은 더 낫다. 당연히 해결과 극복의 여지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2. 감정이 격해지거나 화가 나는 순간에는 더도 말고 딱1분만 의식적으로 말과 행동을 중단하라. 그리고 자기의 감정을 추스려라. 감정에 치우친 말과 행동은 기껏해야 몇분 후면 후회를 낳게 마련이다. 사후에 밀려들 후회, 그것을 무마하기 위한 노력에 비하면 1분이라는 시란을 투자하는 것은 결코 시간낭비가 아니다.
3. 어떤 일을 포기하고 싶을 때에는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잠시 그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의 판단을 되돌아보라. 그때는 분명 '된다'고 믿었을 것이고 이런저런 근거도 있었을 것이다. 그 근거들 중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그리고 무엇이 여전히 옳은지 따져보라. 그렇게 해서 새로운 판단근거를 세우고 그래도 포기해야 한다면 그때 포기하라. 섣부른 포기는 긍정적 사고의 적이지만, 옳은 포기는 긍정적 사고의 일부분이다.
2. <습관2> 뒤집어서 생각하라
("행동은 습관을 만들고, 습관은 운명을 만든다."- 외국 격언)
웃기는 리더의 두 번째 습관은 '매사를 뒤집어서 생각한다'는 것이다. '긍정적 사고'가 유머창조에 필요한 심성이라면 이것은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세상의 모든 사물과 현상을 거꾸로 뒤집어서 안쪽과 뒤쪽에 숨어 있는 또 하나의 측면을 찾아내는 것. 이것은 다양한 유머기법들 중에서도 언제나 첫 손가락에 꼽히는 핵심적 요소가 된다.
두 번째 습관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먼저 여기에 해당하는 사례를 많이 보고들어야 한다. 무턱대고 거울을 뒤집어봤자 보이는 건 아무것도 없고, 느닷없이 보고서를 뒤집어봐야 보이는 건 하얀 백지 아니면 이미 읽은 지 오래인 철 지난 회의자료나 도표일 것이기 때문이다. (앞의 경우는 새 종이일 때, 그리고 뒤의 경우는 이면지일 때다.)
<습관2>를 활용한 유머사례와 분석
자기의 청각에 이상이 생겼다고 생각한 청년이 병원을 찾았다.
"선생님, 제 귀가 이상해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상한가요?"
"청력이 점점 약해져서 요즘엔 제 방귀소리도 잘 안 들릴 지경이에요."
잠시 후, 의사가 약봉지를 건네주자 청년이 물었다.
"이걸 먹으면 잘 들리게 되나요?" 그러자 의사가 코를 막으며 대답한다.
"아니오. 이건 방귀소리가 커지는 약입니다."
산처녀가 뭍으로 맞선을 보러 나가게 되었다. 그런데 치장에 너무 신경을 쓰다보니 그만 배가 떠날 시간이 되고 말았다. 항구로 달려갔더니 어느새 뱃고동이 길게 울리고 있었고 배는 선착장에서 약 2미터쯤 떨어져 있었다. 처녀는 필사적으로 점프를 했지만 안타깝게도 바다에 풍덩 빠져버렸다. 놀란 선원들이 처녀를 배 위로 끌어 올리며 말한다.
"이봐요, 아가씨. 10초만 기다리면 배가 항구에 닿을 텐데 뭐가 그리 급해요?"
산모가 분만실에서 진통을 겪고 있었다. 지독한 난산으로 산모와 의사가 모두 파김치가 되 상황에서 의사가 말한다.
"많이 힘든 것 같군요. 위치를 좀 바꿔보는 게 어때요?"
"그래요." 산모가 반갑다는 듯이 얼른 대답한다.
"내가 의사가 되는 게 낫겠어요."
이 유머들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얘기의 결과가 일반적인 상식이나 듣는 사람의 예측을 완전히 정반대로 뒤집는다는 점이다. 각각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청력이 떨어져서 방귀소리가 안 들렸을 것이다. (예측)
- 방귀소리가 작아서 안 들렸다. (결과)
(2) 뱃고동이 올리고 배가 선착장에서 2미터 떨어진 것은 이미 출발했기 때문일 것
이다.(예측)
- 배가 선착장에 도착하기 직전이라서 그렇다.(결과)
(3) 산모가 누운 위치를 바꿀 것이다. (예측)
- 산모와 의사의 처지를 바꾸자고 한다. (결과)
사람들이 웃는 이유는 이처럼 결과가 예상과는 정반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반대로 생각하는 것에 익숙해질수록 뒤집기를 활용한 유머를 많이 창조해 낼 수 있다는 뜻이다. 리더들의 '전설적 유머'들 중에도 뒤집기를 이용한 것이 많은데, 그것은 그들이 두 번째 습관에 그만큼 익숙하다는 것을 증명해 준다. 1장의 사례들 중 먼데일의 '퇴물론'에 대한 레이건의 응수는 뒤집기를 멋들어지게 활용한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 세 개의 유머는 뒤집기 유머 중에서는 가장 교과서적이고 전형적인 패턴에 속한다. 수학에도 산수가 있고 고등수학이 있듯이 유머에도 난이도에 따라 각기 단계가 있다. 이번에는 조금 더 많은 생각과 테크닉이 필요한 사례들을 감상해 보자.
하루도 빠짐없이 오토바이에 포대자루를 싣고 국경을 넘어 다니는 노인이 있었다. 노인의 행동을 수상쩍게 여긴 국경의 세관원이 혹시 밀수꾼이 아닌가 싶어서 그를 붙잡고 묻는다.
"할아버지, 이 포대 속엔 뭐가 들었죠?"
"보면 몰라? 자갈이잖아, 자갈!"
세관원은 포대를 꼼꼼히 뒤져보았지만 노인의 말대로 자갈 외에는 든 것이 없었다. 이후에도 세관원은 여러 차례 오토바이를 세우로 불심검문을 해봤지만 그때마다 포대에서 나오는 것은 흙 묻은 자갈들 뿐이었다. 그러기를 1년, 마침내 궁금증을 견디지 못한 세관원이 물었다.
"할아버지, 밀수를 하신다고 해도 눈 감아 드릴 테니 제발 솔직히 말씀해 주세요. 뭔가 밀수를 하긴 하는 거죠?"
그러자 노인이 히죽 웃으며 대답한다.
"사실은 말이지, 난 오토바이 밀수꾼이야."
신혼부부가 차를 몰고 시골길을 여행하다가 그만 진흙탕에 빠져 버렸다. 차를 꺼내기 위해 한참을 고생하고 있는데 마침 트랙터를 타고 지나가는 농부가 눈에 뛰었다. 신랑은 농부에게 차를 빼달라고 부탁한 다음 수고비로 만 원을 건네며 말했다.
"아저씨, 여기서 차 빼주는 일만 해도 수입이 짭짤하시겠네요."
그러자 농부가 돈을 주머니에 넣으며 하는 말.
"뭔 말씀이래유. 여기에 매일 물 채우려면 물세도 만만찮어유."
불로장생을 판다고 떠벌이며 호객행위를 하던 떠돌이 약장수가 사기혐의로 경찰에 잡혔다. 그런데 전산망을 통해 약장수의 신상기록을 살피던 경찰관이 갑자기 뭔가에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기절해 버렸다. 기록란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 있었다.
'위 인물은 1772년, 1829년, 그리고 1943년에 불로장생약을 팔다가 사기혐의로 체포된 적이 있음.'
이것은 예측을 뒤집는다는 점에서는 앞의 사례들과 같지만 뒤집기의 난이도에서는 약간 차이가 난다. '소리가 크다- 소리가 작다', '배가 떠났다- 배가 도착한다' 처럼 단순한 반대상황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가 주어진 상황에 대한 순발력있는 추리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각각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오토바이에 뭔가 밀수품을 실었을 것이다. (예측)
- 오토바이 자체가 밀수품이다. (결과)
(2) 농부가 우연히 진흙탕 옆을 지나쳤을 것이다. (예측)
- 농부가 직접 진흙탕을 만들었다. (결과)
(3) 불로장생약은 가짜일 것이다. (예측)
- 불로장생약은 진짜였다. 약장사가 몇백 년째 생존해 있으니까. (결과)
이 중 특히 세 번째는 어지간한 유머리스트라도 결과를 예측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이런 유머를 창조하려면 '만일 불로장생약이 진짜라면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그 사람이 몇백년 전에도 생존했을 것이라는 점에까지 생각이 미쳐야 비로소 하나의 완결된 유머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같은 뒤집기라도 이처럼 생각하기 어려운 내용을 유머에 삽입시키면 당연히 웃음의 효과도 그만큼 커지게 된다.
<습관2>를 위한 훈련의 유용성
세상을 뒤집어보라고 해서 꼭 이런 식으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라는 것은 아니다.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뒤집는 능력뿐만 아니라 각색능력과 표현능력 등이 두루 필요하고, 그것은 그야말로 '숙달된 조교'들이나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처음에는 '작품'을 만든다는 욕심보다는 뒤집기를 자기의 습관으로 확실히 정착시키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두 번째 습관을 기르기 위해서는 일단 평소에 보고듣는 모든 것을 한 번씩 거꾸로 생각해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속담이나 금언은 그런 훈련을 쌓을 수 있는 좋은 소재가 된다.
아는 것이 힘이다.- 모르는 것이 약이다.
등잔 밑이 어둡다.- 등잔 위는 더 어둡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 밑불이 잘 타야 윗불도 잘 탄다.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 구르는 돌에는 먼지가 낀다.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 가장 낮게 나는 새가 가장 자세히 본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일찍 먹이를 찾는다.- 일찍 일어나는 벌레는 일찍 잡아먹힌다.
사실 이런 훈련은 유머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도 유용하다. 세상을 보는 각도를 바꿔서 반대로 보거나 비틀어보면 예전에는 잘 보이지 않던 사물의 다양한 측면들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속담이나 금언을 비틀고 뒤집는 목적도 그것이 지닌 교훈을 무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놓치기 쉬운 또 다른 측면을 발견하기 위해서다.
가령 '높이 나는 새'와 '낮게 나는 새'는 각각 '거시적 관찰'과 '미시적 관찰'을 의미하며 두 가지를 합쳐야만 비로소 나무와 숲을 동시에 보는 능력을 갖출 수 있다. 사려 깊은 유머리스트는 갈매기 조나단의 가르침을 새기면서도 동시에 낮게 나는 것의 필요성을 함께 떠올릴 수 있는 것이다. 유능한 리더들이 유능한 유머리스트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이처럼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폭넓은 시야 덕분이 아니었을까.
미국인이 소련인에게 말했다.
"미국에는 정치적 자유가 있지. 나는 백악관의 대통령 집무실에 들어가서 책상을 주먹으로 쾅 내리치면서 레이건에게 '미국을 통치 하는 방식이 도대체 마음에 안 든다'고 소리칠 수도 있다네."
"흠..."
소련인이 코웃음을 치며 대답한다.
"나도 크렘린에 가서 똑같이 할 수 있다네."
"정말?"
"당연하지. 나도 고르바초프의 집무실에 들어가서 책상을 주먹으로 쾅 내리치면서 '레이건이 미국을 통치하는 방식이 도대체 마음에 안 든다' 고 소리칠 수 있단 말일세."
대학 졸업식장에 내빈으로 참석한 영부인 부시 여사가 졸업생들 앞에서 축사를 했다.
"여기 앉아 계신 여러분 중에는 훗날 나처럼 백악관으로 가서 대통령의 배우자가 될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그 남학생에게 행운을 빕니다."
졸업식장은 순식간에 엄청난 폭소와 박수갈채로 뒤덮였다.
이것은 뒤집기 유머 중에서도 명작으로 꼽힐 만한 사례들이다. 앞의 것은 레이건이 재임시절에 기자나 참모도 앞에서 즐겨 사용하던 유머고, 뒤의 것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인 바바라 부시가 1990년 미국 웰즐리(Wellesley)대학의 졸업식장에서 축사로 했던 연설 중의 일부다.
레이건은 소련인이 고르바초프를 비난할 것이라는 예측을 일거에 무너뜨림으로써 웃음을 이끌어내며 은근히 미국 정치체제의 우월성을 과시하고 있다. 또 바바라 부시는 '미래의 대통령의 배우자'가 당연히 여학생일 것이라는 통념을 뒤집으며 '여자도 얼마든지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진보적 메시지를 유머러스하게 전달하고 있다. 그들의 뛰어난 유머감각을 칭찬하기에 앞서, 대통령이나 영부인으로부터 이런 유머를 듣고 웃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로서는 실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좋은 습관으로 나쁜 습관을 제압하라
틀에 박힌 사고방식을 하나의 습관이다. 세상과 사물을 한번씩 뒤집어서 관찰해 보는 것 역시 하나의 습관이다. 넋 놓고 앉아 있으면 나쁜 습관이 좋은 습관을 밀어내지만,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경우엔 반대로 좋은 습관이 나쁜 습관을 압도하게 된다. 좀 복잡하게 말한다면, 거꾸로 뒤집는 습관이 습관과 습관 사이의 우위까지 거꾸로 뒤집게 되는 것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인류의 역사는 언제나 뒤집기에 능한 사람들이 주도해 왔다. 발명도, 세일즈도, 혹은 예술과 사상도 모든 분야에서의 변화와 진보는 결국 콜롬부스의 달걀처럼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기' 로부터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같은 발상법이야말로 창조의 원천이고 변화의 출발이며, 유머의 근본이다.
그런 발상법에 익숙해지면 이제 긍정적인 사고방식이라는 유머의 원천에서는 끊임없이 창조적이고 재미있는 유머들이 샘솟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습관은 제2의 천성'이라는 말이 사실임을 증명해 줄 것이다. 뒤집어 생각하는 법을 완전히 몸이 익혔을 때, 그리하여 물구나무를 서지 않고서도 세상을 거꾸로 볼 수 있게 되었을 때, 당신은 웃기는 리더의 두 번째 습관을 마스터했다고 자신해도 좋다.
<습관 2>의 실천을 위한 제안
1. 하루에 한 가지씩, 평소에 알고 있던 상식을 뒤집어보라. 속담을 뒤집어도 좋고, 과학적 법칙을 뒤집어도 좋고, 교통상식을 뒤집어도 좋다. 그런 다음 그로부터 어떤 결과가 발생하는지를 상상해 보라. 정말로 등잔 밑이 제일 어두운지, 중력의 법칙이 뒤집히면 어떻게 되는지, 남자가 임신을 하면 어떻게 되는지...모든 웃음의 열쇠는 그 속에 있다.
2. 뭔거 뜻밖의 상황을 접하고 놀리거나 예상 밖의 상황에 웃음이 터졌을 때는 즉시 그 내용을 메모하라. 내 예상과 결과가 어디에서 어긋났는지를 따져보면 자기의 머리 속에 답긴 고정관념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다. 그것은 사고를 전환하는 데도 도움이 되고 웃음이 소재를 찾아 응용하는데도 유용하다. 당신이 가진 고정관념은 남들도 대부분 똑같이 가지고 있다.
3. 늘상 하는 말을 거꾸로 뒤집어보라. 이를테면 '내 집이거니 하고 편히 쉬세요'는 '남의 집이거니 하고 편히 쉬세요'로, '젊은 사람이 왜 그리 허약해?'는 '늙은 사람이 왜 그리 허약해?'로, '왜 그리 배가 나왔느냐?'는 '왜 그리 가슴이 들어갔느냐?'로 뒤집어보라. 일반적이 표현에서 한 마디만 뒤집으면 바로 거기에서 웃음이 터지게 된다.
3.<습관3> 때와 장소를 가려라
("예가 아니면 보지 말고, 말하지 말고, 움직이지 마라."- 공자)
휴대폰 광고 중에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는 것이 있다. 잠복 수사중인 경찰의 허리춤에서, 잠자는 사자 앞에서, 혹은 미녀에 인공호흡을 하려는 응큼한 형사의 주머니에서 갑자기 울려대는 전화벨 소리...물론 그것은 '잘 터진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광고장면일 뿐이지만 따지고 보면 잘 터지는 게 꼭 좋은것만은 아니다. 시도 때도 없이 터지는 휴대폰 소리는 현대인의 커다란 스트레스 요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극장이나 공연장, 결혼식장, 교회의 예배시간 등에 울리는 전화벨 소리는 좀 불쾌하더라도 그러려니 하고 넘긴다 치자. 슬픔에 잠긴 초상집에서 느닷없이 들려오는 '날 좀 보소~'혹은 '와 이리 좋노~' 따위의 '경쾌한' 음악소리는 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아 할까. 실제로 필자는 문상을 간 자리에 그런 경망스러운 전화벨 소리를 듣고 난감해 한 경험이 있다. (물론 내 전화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전화 였지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는 것은 이처럼 에티켓 부족의 차원을 넘어 때로는 엄청난 결레가 될 수도 있다. 유머 역시 마찬가지다. 발상이나 기법이 아무리 뛰어나도 그것이 시간과 장소에 어울리지 않으면 웃음은커녕 듣는 사람들을 몹시 불쾌하게 만들수도 있는 것이다. 때와 장소를 정확히 가릴 줄 아는 세련된 '매너'가 바로 <습관 1>의 '심성'과 <습관 2>의 '발상'에 못지않게 중요한, 웃기는 리더의 세 번째 습관이다.
처칠의 유머리스트가 될 수 있었던 이유
다시 처칠의 예를 들어보자. 처칠은 정치적 경쟁자나 야당에 대해 늘 신랄하면서도 번뜩이는 유머를 구사하여 폭소를 이끌어내곤 했다. 그가 남긴 유머들 중 상당수는 과거에는 물론이고 앞으로도 전세계 유머교본에 반드시 실려야 할 정도로 발상과 표현이탁월한 것들이다. 다음은 그 중의 일부다.
처칠은 노동당 당수 애틀리를 종종 유머의 대상으로 삼았다. 그 중의 하나,
"애틀리는 겸손한 사람이긴 한데, 겸손해야 할 구석이 많은 사람이기도 하지."
영국 노동당의 진정한 창시자가 누구냐를 놓고 언쟁이 벌어졌다. 듣고 있던 처칠이 갑자기 '콜롬부스'라는 답을 내놓는다.
"콜롬부스는 출발할 때 목적지가 어딘지 몰랐고, 도착한 다음에도 거기가 어딘지를 몰랐고, 게다가 순전히 남의 돈으로 향해를 했으니까."
정치인에게 필요한 능력을 묻는 질문에 처칠은 이렇게 대답했다.
"내일, 내달, 내년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 예측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은 이유를 사후에 설명할 수 있는 능력."
이런 유머를 듣고 웃지 않을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상대의 겸손을 칭찬하는 척하면서 '겸손해야 마땅한 무능함'을 꼬집고, 물론 콜롬부스를 빗대서 노동당을 '비전도 현실인식도 없이 세금만 축내는 집단'으로 묘사하고, 정치인들의 무책임함을 불과 두 개의 '능력'으로 압축하고...처칠은 '반기대'의 '비유'와 '풍자'라는 유머의 장르들을 실로 능란하게 넘나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처칠은 이런 유머를 공식석상이 아닌 만찬이나 리셉션에서 구사했을 뿐이지의사당에서 사용하지는 않았다. 앞에서도 몇 차례 인용했듯이 의사당에서 그가 주로 유머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오히려 자기 자신이다. 또 상대의 말에 유머로 응수할 때도 대개는 곡해나 능청. 동문서답 등을 활용했고 누군가를 면전에서 깎아내리는 말은 하지 않았다. 말하자면 그는 공석과 사석의 유머를 뚜렷이 구분했던 사람이다.
그의 '원칙'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앞에서는 입다물고 뒤에서는 조롱하는 일종의 '뒷다리 인가?'그렇지는 않다. 그는 아무리 유머라도 당사자 앞에서는 공개적으로 사람을 웃음거리고 만드는 것은 실례임을 분명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의사당에서만은 특정 개인에 대한 유머를 삼가고 대신 스스로를 풍자하는 방법을 택했던 것이다. 처칠이 남긴 유머들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그건 원칙이 매우 엄격하게 지켜졌음을 발견할수 있다.
유머리스트로서 처칠이 위대함은 바로 그것이다. 만일 그가 시도 때도 없이 정적들을 면전에서 조롱했다면 유머리스트라기보다는 오히려 가락심리에 빠진 '사디스트'라는 평을 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자기의 뚜렷한 원칙 덕분에 더욱 다양하고 풍부한 유머들을 창조하며 세인들의 뇌리에 참된 유머리스트로 남을 수 있었다. '우군'뿐만 아니라 처칠의 유머에 늘 등장해서 곤욕을 치렀던 '적군'들에게조차도.
참고로, 처칠의 유머가 상황에 따라 얼마나 강도를 달리했는지 보여주는 사례를 하나 소개한다. 사디스트도 아니고 그렇다고 예절바른 기사도 아닌, 오직 유머리스트일 뿐인 처칠의 진면목,
상공회의소 주최로 열린 파티에서 리버풀 출신의 사회주의자인 베시 브래독 양이 처칠에게 다가와 나무라듯 말했다.
"윈스트. 당신은 취하셨군요." 처칠은 곧바로 응수했다.
"베시, 당신은 못생겼군요.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나는 맑은 정신이겠지만, 당신은 여전히 못생겼을 거요."
매너있는 유머를 위한 3요소,TPO
<습관 3>을 익히려면 유머를 구사하기 앞선 시간. 장소. 상황이라는 세 가지 요소, 즉 TPO(Time.Place.Occasion)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그걸 무시하고 불쑥 내뱉는 경솔한 유머는 내용과 무관하게 경솔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낙제점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반면 TPO에 어울리는 적절한 유머는 듣는 사람들의 반응도 빠르고 효과도 훨씬 더 크다. 상황과 내용이 어우러져 웃음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유머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하루의 시간대에 따라 유머의 내용이나 방식까지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똑같은 유머라도 언제 꺼내느냐에 따라 효과가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서양인들이 유머를 생활화할 수 있었던 것은 그처럼 여러 자기 요소를 두루 고려하는 치밀함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다음은 인터넷의 한 유머사이트에 실린 내용이다.
시간대에 따른 유머구사의 지침
1.아침: 사람들의 긴장이 아직 풀어지지 않은 시간이다. 대부분이 이제 막 일어나서 일과를 시작했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두 마디의 짧은 유머나 간단한 농담으로 끝내는 것이 좋다.
2.점심: 유머의 활용하기에 좋은 시간이다. 아침에 비해 긴장이 많이 풀린 시간대이므로 비교적 긴 이야기식 유머를 구사해도 좋다.
3.저녁: 회의나 모임 등에서 유머를 활용하기엔 최적의 시간이다. 재미있고 엉뚱한 유머와 농담으로 동료와 청중들을 최대한 즐겁게 하라.
매너없는 유머의 몇 가지 사례
경솔한 유머로 분위기를 망치는 사람들에게는 한 가지 특징이 있다. 그것은 자기 앞에 어떤 사람들이 앉아 있는지에 대해 도통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상대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노인인지 청년인지, 기독교도인지 불교도인지, 혹은 직장인인지 백수인지...그러다 보니 처칠 아니라 처칠의 할아버지가 와도 사람들을 웃길 수 없는 것이다. (사실 처칠의 할아버니가 유머리스트라는 사실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원래 좋은 일은 잘 드러나지 않지만 나쁜 일은 잘 드러나는 법이라 했다. 유머 역시 마찬가지다. 좋은 예를 드는 것보다는 나쁜 예를 드는 것이 '매너 없는 유머'를 설명하기엔 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어떤 유머가 TPO를 무시한 유머인지 사례를 보며 확인해 보자.
한 컴퓨터 회사가 완벽하게 음성만으로 작동되는 OS(운영체제)를 개발했다. 당황한 MS사의 빌 게이츠는 비밀리에 해커를 고용하여 그 프로그램을 파괴하기로 했다. 며칠 후 제품 시연회가 열렸고, 해커는 컴퓨터에 전원이 들어오는 순간에 이렇게 외치고는 쏜살같이 달아났다.
"포맷 시작! 엔터!!!"
이것은 젊은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재미있어 할 유머다. 하지만 좌중에 '컴맹'인 고참들이 많이 있을 때 몇몇 신참들끼리 이런 얘기를 하며 킥킥거리면 웃음에 동참할 수 없는 사람들은 은근히 소외감을 느낄 수도 있다. OS가 뭔지, 해커가 왜 그렇게 외쳤는지 도무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만일 그런 상황이 길어지면 소외감은 점차 불쾌함으로 변하게 된다.
이처럼 남들이 재미없어 하는 주제에 대해 자기들끼리 웃고 떠드는 것은 매너없는 유머 중에서도 가장 흔한 경우에 속한다. 여사원들을 앞에 두고 남자들끼리 군대 유머를 주고받으며 박장대소하는 것도 그 중의 하나인데, 이때는 나이나 지위를 막론하고 모든 남자들이 동참하여 여사원들을 왕따시키기 일쑤다. 군대 얘기만 나오면 괜히 목소리가 커지는 한국의 예비역들은 그것이 얼마나 무례한 '남성들의 횡포'인지를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매너없는 유머의 두 번째 유형은 특정 계층을 웃음의 소재로 삼아 비하함으로써 거기에 속한 사람에게 모욕감을 주는 경우다. 사례를 보자.
사장이 점심시간에 직원들과 함께 중국집에 갔다. IMF의 여파로 다들 돈이 없어서 음식을 시키지 못했는데 유독 사장 혼자서만 짜장면 한 그릇을 시켰다.
사장이 말했다.
"IMF시대엔 생존전략이 중요합니다. 이 짜장면을 돈 안들이고 조금이라도 먹을 수 있는 사람은 그 방법을 말해봐요."
그러자 남자 사원들이 앞다투어 말한다.
"사장님이 남기신 것을 먹겠습니다."
"전 사장님이 남기신 것을 먹겠습니다."
"전 사장님이 흘리신 것을 주워먹겠습니다."
그런데 여직원은 말을 못하고 머뭇거린다. 사장이 물었다.
"미스 김은?"
"사장님...입 닦지 마세요."
운전이 서툰 주부가 '초보운전'이라고 써붙이고 시내에 나왔다.운전 중에 몇 차례 실수를 하자 사방에서 욕설이 쏟아졌다.
"야! 운전 똑바고 못해?"
"아줌마가 뭐하러 차를 끌고 다녀?"
"집에서 밥이나 할 것이지!"
화가 난 주부는 다음날 '초보운전'대신 다른 글을 써붙였다.
'밥하러 간다!'
사실 이런 우스개들은 내용 자체도 별로 좋은 것이 아니다. 인간을 형편없이 깎아내리는 반유머적 요소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물며 눈앞에 젊은 여사원이나 주부사원이 있는 상황에서 이런 얘기를 유머랍시고 꺼내면 당사자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여직원은 사장의 성적 대상이 아니고 주부는 집에서 밥만 하는 존재가 아니다. 사회활동을 하며 가뜩이나 이런저런 차별을 겪는 여성들에게 이것은 유머가 아니라 다만 몹쓸 인신모독일 뿐이다.
여성을 비하하는 유머의 표본은 흔히 'Y담'이라고 부르는 성담이다. 성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오랫동안 유머의 소재로 사랑받아 왔지만, 그중의 상당구는 건강한 유머라기보다는 여성을 일방적인 성적 대상으로 여기는 가부장적 농담에 가깝다. 남자들의 야한 농담을 들으며 내색은 못하고 속으로만 화를 삭인 경험을, 한국의 여성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남녀가 함께 웃을 수 있는 세련되고 유쾌한 상담이 아니라면 적어도 여성들 앞에서만큼은 그런 얘기를 삼가는 것이 좋다.
매너없는 유머 중에서 가장 나쁜 것은 상대의 약점이나 콤플렉스를 자극하는 경우다. 학력이나 외모 등 인간이 흔히 콤플렉스를 느끼기 쉬운 내용을 소재로 한 무분별한 농담은 자칫 당사자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줄 수도 있다.
서른도 되기 전에 대머리가 된 남자가 있었다. 여자들에게 번번이 퇴짜를 맞던 그는결국 가발을 쓰고 맞선을 봐서 결혼을 했다. 첫날밤, 양심의 가책을 느낀 그가 아내에게 고백할 것을 결심한다.
"자기, 나 사실은 자기에게 숨긴게 하나 있는데..."
"뭔데요?"
"뭐냐하면...그게, 그러니까..."
그러자 신부가 너그러운 표정으로 말한다.
"대머리만 아니면 되니까 빨리 말해요."
25층짜리 고층 아파트 사는 아가씨가 있었다. 그녀는 아침엔 1층까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지만 저녁 때는 늘 23층에서 내려 나머지 2층을 걸어 올라간다. 그 이유는?
그녀는 숏다리에 숏팔이었다.
이런 얘기를 하려면 좌중에 혹시 대머리 총각이나 '숏다리' 여성이 있는지 반드시 살펴야 한다. 자기는 그저 웃기려고 꺼낸 이야기가 동료나 후배에게 예기치 못한 굴욕감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개중에는 외모 따위에 연연해하지 않고 오히려 자기가 먼저 자기의 대머리나 비만, 작은 키 등을 풍자하녀 남들을 웃기는 사람도 있지만, 대개는 그런 얘기를 듣기 싫어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므로 상대가 불쾌해하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없는 한 외모를 소재로한 농담은 피하는 것이 좋다.
매너있는 유머리스트가 되려면 이처럼 주변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배려가 반드시 필요하다. 세간의 농담들 중에는 뚱보나 대머리, 추녀에 대한 얘기가 많고, 장애인과 실업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얘기도 많다. 자기의 눈앞에 외모 때문에 은근히 콤플렉스에 빠진 사람은 없는지, 가족의 실직으로 상심하는 사람은 없는지, 혹은 장애인 형제나 자녀를 둔 가슴 아픈 사람은 없는지를 두루 살피지 않으면, <습관1>과 <습관2>에 아무리 익숙하더라도 좋은 유머리스트가 될 수는 없는 법이다.
매너없는 유머에 대한 매너있는 대응
때와 장소를 잘 가린다는 것은 웃기는 리더가 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매너란 보여주는 것뿐만 아니라 받아들이는 것까지 포함하는 개념이고, 따라서 <습관3>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상대의 무례함에 대한 매너있는 대처요령도 함께 익혀야 한다.
글의 첫머리를 휴대폰 얘기로 시작했으니 여기에서도 휴대폰을 예로 들어서 설명해 보자. 다음에 보여주는 두 개의 사례는 모두 필자가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직접 들은 것이다. 똑같은 상황에서 목사와 판사가 어떻게 대응했는지, 그리고 그 차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상황 1
서울 돈암동의 어느 교회 예배시간. 목사님이 한참 진지하게 설교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신도들 사이에서 휴대폰이 울렸다. 경망스럽게 퍼지는 '로렐라이'의 음률. 설교가 중간에 뚝 끊겼고, 신도들이 민망한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보고 있는 가운데 목사님은 이렇게 말했다.
"경건함이 필요한 시간에는 잠시 꺼두tu도 좋습니다."
그리고는 폭소. 이 교회의 어느 신도는 어색하기 짝이 없는 분위기를 재치있게 넘긴 그 목사님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고 했다.
상황 2
서울 북북지원의 재판정. 판사가 피고들을 상대로 신문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방청석에서 휴대폰이 울렸다. 피고들의 속을 뒤집는 '와 이리 좋노'의 음률. 재판이 뚝 끊겼고,
판사가 호통을 친다.
"어떤 작자야! 당장 안 꺼?"
그러자 한 중년사내가 당황한 표정으로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드는데, 휴대폰이 막 보급되던 시기인지라 사용법을 제대로 몰랐던 모양이다. '와 이리 좋노'의 음률이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
"끄란 말 안 들려?"
"저... 사실은 끌줄을 모릅니다."
"집사람 겁니다. 지금 잠깐 나갔거든요."
"그럼 당신도 당장 나가!"
사내는 송구스런 표정으로 밖으로 나갔고, 판사는 그에 대한 험담으로 몇 분의 시간을 더 허비했다.
두 사람의 차이는 무엇인가. 존댓말과 반말의 차이? 종교인과 법조인의 차이? 그건 아니다. 물론 장소의 차이도 아니다. 교회와 법정 중 어디가 더 엄숙하고 신성한 장소인지에 대해서는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상앙과 한비자를 흠모하는 사람에게는 법정이 더 성스러울 것이고, 하나님과 예수를 섬기는 사람에게는 교회가 더 성스러울 것이 아니겠는가.
목사와 판사의 가장 큰 차이는 상황에 대한 대응방법이다. 어차피 휴대폰이 울린 것은 전화주인의 실수다. 누가 뭐라고 하지 않더러도 당사자는 민망하고 창피하고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목사는 그의 부끄러움과 신도들의 불쾌함을 적절한 유머로 달래주었고, 판사는 가뜩이나 무안한 사람에게 욕지거리를 퍼부었을 뿐만 아니라 애꿎은 방청객들에게도 짜증을 부렸다. 바로 이것이 두 사람의 가장 큰 차이인 것이다.
이는 유머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유능한 유머리스트라면 남이 무례한 농담이나 경박한 말장난을 했을 때도 적절한 대응으로 분위기를 유쾌하게 바꿀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앞의 판사처럼 상대를 나무라거나, 망신을 주거나, 혹은 속으로 비웃기 쉽다. 유머의 매너에 투철하기 위해서는 보여주는 매너뿐 아니라 받아들이는 매너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야 하고, 그래야만 <습과3>을 완전히 익혔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습관3>의 실천을 위한 제언
1. 유머를 구사하기 전에 좌중을 살펴라. 사람들의 학력, 외모, 가정형편, 지위, 종교, 건강상태, 경력 등을 꼼꼼히 파악하라. 평소에 알고 있던 사람들이라면 굳이 많은 시간을 소요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만일 한 명이라도 자기의 유머에 불쾌감을 느낄 만한 사람이 있다면 그 유머는 입 밖으로 꺼내서는 안된다. 물론, 반응이 어떨지 확신이 안 가는 사람이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2. 유머를 구사하기 전에 장소와 상황을 살펴라. 사무실과 술자리에서 할 유머가 다르고, 단 둘이 탄 자가용과 북적거리는 전철 속에서 할 농담이 다르다. 또 정초에 어울리는 유머와 연말에 적당한 유머가 다르고, 토요일 오후에 던질 유머와 연휴 뒤의 첫날에 던질 유머가 다르다. 아침용 유머를 아침에 구사하면 유머리스트가 되지만 저녁용 유머를 아침에 구사하면 수다쟁이가 된다.
3. 누군가 불쾌한 유머를 구사했을 때는 일단 웃어라. 남들이 다 불쾌해할 때는 혼자라도 웃어야 분위기가 덜 어색해진다. 그런 다음 즉시 다른 화제를 꺼내거나 혹은 같은 화제에 대한 좋은 유머를 연결시켜라. 어색함과 불쾌함이 웃음을 끌어내지 못했더라도 최소한 사려 깊은 사람은 될 수 있다.
4. <습관4> 온몸으로 실천하라
("인간은 행동에 의해서 자기 자신을 만들어간다."- 사르트르)
웃기는 리더의 네 번째 습관은 '실천'에 관한 것이다. 심성과 발상과 매너를 모두 갖췄더라도 유머의 표현이나 전달방식이 밋밋해서는 제대로 웃음을 이끌어낼 수 없다. 때로는 말과 기지로, 때로는 제스처로, 또 때로는 온몸을 이용한 액션으로, 상황에 따라 가능한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할 수 있어야 비로소 유머리스트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것이다.
<습관4>는 한국의 리더가 간부들이 가장 어렵게 느낄 만한 부분이다 유머 자체에 대한 편견이 워낙 강할 뿐만 아니라, 웃기기 위해서 몸까지 사용하는 것은 점잖은 체면으로는 좀처럼 시도하기 힘든 일종의 '모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몸을 사리는 유머리스트는 진정한 유머리스트가 아니다. 네 번째 습관은 유머의 생활화를 이루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전공필수' 과목이다.
유머를 몸으로 실천한 리더들
포드는 미국인들에게 세련된 이미지보다는 어딘가 모르게 약간 어리숙하고 우둔한 이미지를 남긴 인물이다. 그가 공화당의 하원 원내총무로 있을 때 대통령을 지냈던 민주당의 존슨은 심지어 "포드는 얼마나 아둔한지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지 못한다. 껌을 씹으면서 걷지도 못할 정도로" 라고 비아냥거린 적도 있을 정도다.
하지만 그는 취임연설에서 링컨과 포드를 비교한 재치있는 유머로 미국인들을 웃긴 유머리스트답게 그런 조롱에도 늘 의연했다. 만화가들이 자기를 희화화시킨 만평을 그려도, 혹은 코미디언들이 TV에서 자기를 우스꽝스럽게 흉내내도 마치 처칠이 그랬던 것처럼 대범하게 웃어넘길 뿐이었다. 다음은 유머리스트로서의 그의 그릇을 보여주는 일화 한 토막이다.
미국의 코미디언 체비 체이스는 포드를 흉내냄으로써 일약 스타가 된 사람이다. 그가 묘사하는 포드는 발을 자주 헛디디고 걸핏하면 부딪치는 미련한 대통령이었다.
1976년. 워싱턴에서 열린 '방송인의 밤' 행사에 포드와 체이스가 나란히 참석하게 되었다. 체이스는 악단이 대통령 찬가를 연주하는 동안 비틀거리면서 마이크를 잡고 연단에 머리를 부딪치고 바보 같은 발언을 하는 등 계속해서 청중들을 웃겼다. 일부러 포드를 놀리는 것이 누구의 눈에도 명백한 상황이었고, 포드 역시 청중들과 함께 웃었다.
연주가 끝나고 포드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 테이블 위의 커피가 엎질러졌다. 연단에 도착한 포드는 연설문을 펼치다가 그만 원고뭉치를 바닥에 모두 날려버렸다. 그리고는 조금 전에 체이스가 했던 것과 똑같은 바보스런 말투로 연설을 시작했다. 장내는 엄청난 폭소로 마치 떠나갈 듯했다.
포드의 바보 같은 행동들은 그가 결코 우둔한 바보가 아님을 잘 보여준다. 그는 체이스의 행동을 웃음으로 받아넘겼을 뿐만 아니라, 청중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기 위해 거꾸로 자기가 체이스를 흉내냈던 것이다.
물론 의회나 기자회견장이었다면 그런 행동을 했을 리 없다. 그런 '파격적인' 장면이 가능했던 것은 그 장소가 어느 정도의 연기와 익살이 허용되는 방송행사장이었기 때문이다. 포드는 이처럼 TPO를 적절히 활용할 줄 알았다는 점에서, 온몸으로 청중들의 웃음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그리고 체이스의 장난에 불쾌해하지 않고 같이 웃었다는 점에서 웃기는 리더의 습관들을 골고루 갖춘 훌륭한 유머리스트였다고 할 수 있다.
웃기는 리더들은 이처럼 자기의 신분을 결코 유머구사의 제약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케네디는 각료회의 시간에 종종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우스운 제스처로 장관들을 웃겼고, 레이건은 회의 도중에 느닷없이 벌떡 일어나 왕년의 영화배우다운 '액션'을 취하곤 했다. 뉴스에서 근엄한 국무회의 장면만을 봐온 우리에게는 참으로 신선한 충격이다.
그뿐이 아니다. 영국의 맥밀런 수상은 중요한 회의를 할 때 장관들의 책상에 신경안정제를 올려놓은 적도 있다. 아마 그들이 터뜨리는 웃음은 눈앞에 놓인 약보다도 훨씬 탁월한 긴장이완 효과를 가져왔을 것이다. 그 웃음이 회의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부정적인 면보다 긍정적인 면이 더 컸으리라는 것만은 확실하다.
리더들은 이처럼 때로는 '오랄 스피치(oral speech)'의 차원을 뛰어넘는 '보디 랭귀지(body language)' 로까지 유머의 영역을 넓힐 필요가 있다. 횟수나 타이밍만 적절히 조절하면 때로는 그것이 말보다 훨씬 큰 웃음의 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권위주의를 내던진 경영자들의 '액션'
기업을 이끄는 경영자들은 정치인들에 비해 <습관4>를 익히기가 더 힘들지 모른다. 정치인들은 어차피 '표'에 인생을 걸기 때문에, 득표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 서면 얼마든지 유머러스한 장면을 연출할 수도 있고 심지어는 위험한 스턴트맨 역할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직원들의 '존경'을 받아야 하는 경영자들은 좀처럼 자기의 '체면'을 내던지기가 어렵다.
하지만 경영자의 권위란 현실에 대한 판단과 미래에 대한 비전, 그리고 과감한 결단력 등 경영적인 요소에 의해 확보되는 것이지 단순히 엄숙한 표정이나 행동을 보인다고 해서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신세대 사원들이 많아지고 있는 요즘에는 그런 딱딱함이 오히려 경영자의 이미지에 손상을 입힐 수도 있다. 2장에서 인용했던 데브라 밴턴의 말을 다시 들어보자.
"나는 최고경영자(CEO)가 종업원들의 얼굴에 파이를 던지고, 행운의 편지를 써서 보내고, 공개적으로 속옷을 선물하고, 긴 내의를 입고 식탁 위에서 춤을 추고, 친구의 화장실 변기 위에 가짜 폭탄을 설치하는 등의 익살스런 장면을 많이 보았다..."
이런 행동을 보이는 경영자들은 과연 부하직원들로부터 '점잖치 못한 노친네'라는 비웃을을 받을 것인가? 그렇지 않다. 밴턴이 관찰한 사람들은 한결같이 국제적으로 명성이 높은 대기업을 이끄는 일류 경영자들이다.
그들은 자기가 언제 진지한 모습을 보여야 하고 언제 유머러스한 모습을 보여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또 언제 논리적 설명이 필요하고 언제 엉뚱한 농담이 필요한지 잘알고 있다. 유머러스한 액션의 효용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습관4> 는 굳이 노력할 필요가 없는 하나의 일상이다.
경영자들에게 유머러스한 액션이 필요한 이유는 또 있다. 그들의 말과 표정과 행동은 간부와 사원들에거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결정이 필요한 순간에, 혹은 회사가 위기에 봉착한 순간에 경영자가 심각하고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 순식간에 회사 전체가 동요에 휩싸이게 된다. 그런 상황을 피하려면 때로는 약간의 '연기'를 통해서라도 부하들을 안정시켜야 한다.
데브라 밴턴은 경영자, 연예인, 운동선수, 정치가 등이 참석한 파티에서 한 CEO를 관찰한 적이 있었다. 그는 <포춘>자가 선정한 세계 5백대 기업 중 하나를 경영하는 유명한 기업인이었다. 그가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많은 사람들과 유쾌하게 담소하는 모습을 지켜본 밴턴은 그의 행동이 매우 친근하고 자연스럽다는 느낌을 받았다. 적절한 표정, 재미있는 제스처, 그리고 때로는 매우 과장된 몸짓... 그녀가 농담조로 물었다.
"혹시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습니까?"
"지금 연기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의 대답이었다.
바로 이것이 경영자들에게 <습관4>가 필요한 중요한 이유다. 기업의 리더인 그들은 힘들어도 힘들다는 내색을 해서는 안되며 초조해도 초조함을 드러내서는 안된다. 오히려 그런 상황일수록 더욱 유쾌하고 낙관적인 모습으로 부하들과 바이어들을 대해야 한다.
부하가 '우리 사장님은 지금 몹시 괴롭겠군'이라고 생각할 때, 혹은 바이어가 '이 회사는 아마 어려울 거야'라고 지레 짐작하고 있을 때, 박력있는 제스처나 우스운 몸짓은 단순히 웃음을 이끌어 내는 효과를 넘어 상대에게 신뢰와 기대를 심어주는 역할을 한다. 불안과 초조가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전파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낙관과 희망도 금세 옆사람에게 전해지는 법이니까.
<습관4>는 작은 변화에서 시작된다
온몸으로 유머를 실천하라고 해서 갑자기 이주일이나 심형래 흉내를 낼 필요는 없다. 그것은 일상과는 거리가 있는 코미디언의 연기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행동을 통해서 자기의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는 일이다. 그것은 종종 아주 작고 사소한 일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를테면 사무실에 출근하면서 전에 없이 활달한 제스처를 보인다든지, 부하의 결재서류를 보면서 깜짝 놀란 표정을 짓는다든지 (그러면서 '이거 정말 자네가 한 거 맞나?' 라고 감탄한 듯이 말하면 더 효과적일 것이다.) 회의 시간에 의자에 앉기 전에 의자 다리가 튼튼한지 확인해 본다든지, 중요한 전화를 기다리다가 전화벨이 울렸을 때 만세를 부른다든지... 이런 사소한 액션에 불과하지만 보는 사람들의 눈에는 결코 예사롭게 비치지 않을 것이다.
<습관4>에 익숙한 사람들은 유머러스한 행동을 통해 남들의 폭소를 이끌어낼 수 있다. 그보다 덜 익숙한 사람들은 폭소까지는 아니지만 가벼운 미소를 짓게 할 수 있다.
이제 막 훈련을 시작한 초보자라면 웃음을 주지는 못해도 최소한 '사람이 달라졌다'는 느낌과 더불어 예전에는 없던 친근감을 줄 수 있다. 어떤 경우라도 뻣뻣하던 예전의 이미지에 비하면 훨씬 낫지 않은가. 독자들의 꾸준한 연습과 실험을 기대한다.
<습관4>의 실천을 위한 제언
1. 당신이 지닌 평소의 습관을 스스로 관찰해보라. 아침에 사무실에 들어설때는 어떤 행동을 하는지, 회의를 시작할 때와 끝날 때는 어떤 제스처를 취하는지, 그리고 퇴근할 때나 술을 마실 때나 밖에서 사람을 만날 때는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 다섯가지 중 한 가지를 재미있거나 독특하게 바꾸면 산술적 비율은 10% 지만 이미지는 취소한 50%이상 바뀌게 된다.
2. 다른 사람의 행동을 보고 웃음이 나왔다면 그 이유를 생각해보라. 재미있어서 웃었는지, 한심해서 실소를 흘렸는지, 아니면 의외라서 자기도 모르게 빙긋거렸는지 곰곰히 따져보라. 만일 재미있어서 웃었다면 의식적으로 그걸 따라해보고, 필요하다면 거울을 보면서라도 연습하라. 나에게 재미있었던 것은 남에게도 대개는 재미있게 느껴진다. 특히 윗사람의 행동에 대해서는.
3. 평소에 유머러스한 몸짓을 보이기가 쑥스럽다면 덜 쑥스러운 시간이나 장소를 활용하라. 직원단합대회나 체육대회, 등반대회, 연수, 혹은 술자리 등등. 그럴 때는 약간의 파격적인 행동이나 몸짓이 '체면' 과 무관하게 용인이 된다. 만일 평소에 뻣뻣했던 리더라면 약간의 변신만으로도 충분히 폭소를 이끌어낼 것이고, 한 번 그런 모습을 보이고 나면 다음부터는 더 '심한' 모습이라도 훨씬 자연스럽게 연출할 수 있다.
5. <습관5> 표정에 웃음을 담아라
("만일 이 세상이 눈물의 골짜기라면 미소는 거기에 뜨는 무지개이다."- 트리)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 는 속담에는 위대한 진리가 있다. 아무리 화가 났을 때라도 상대가 먼저 웃고 나오면 웬만한 악당이 아니고서는 싫은 소리를 길게 할 수 없는 법이다. 또 처음 만나는 사이에서도 웃는 표정은 그렇지 않은 표정에 비해 훨씬 친근한 느낌을 전달할 수 있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맨 먼저 웃는 표정을 연습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웃기는 리더의 다섯 번째 습관은 표정이다. 유머란 두뇌회전에 의한 기발한 말로만 구사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재미있는 손짓이나 발짓으로만 표현하는 것도 아니다.
유머는 말과 행동과 표정을 통해서 인간에게 웃음과 기쁨과 희망을 전달하는 일종의 '종합예술'이다. 유머는 웃음을 담은 표정에 의해, 즉 <습관5>에 의해 비로소 하나의 유머로 완성된다.
웃는 얼굴은 리더의 재산이다
링컨의 비서로 추천된 사람이 집무실을 찾아왔다. 그러나 링컨은 인상이 좋지 않다며 그를 채용하지 않았다. 상대가 항의한다.
"얼굴은 제 책임이 아니잖습니까?"
그러자 링컨이 단호하게 말했다.
"마흔이 넘은 사람은 제 얼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네."
이것은 이미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일화다. 이 얘기가 링컨의 말인지 공자님의 말인지는 몰라도 내용만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다. 여기에서 새삼스럽게 이 일화를 인용하는 것은 '좋은 인상'과 '나쁜 인상'이 어떻게 구분되는지를 말하기 위함이다.
좋은 인상이란 외모의 미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만일 링컨이 잘생겼느냐 못생겼느냐를 인상의 기준으로 삼았다면 상대의 항변이 무조건 옳다. 하지만 일국의 대통령인 링컨이, 그것도 자기 스스로가 소문난 추남이었던 링컨이 그런 기준으로 사람을 판단했을 리는 없다. 그가 말한 인상이란 아마도 얼굴에서 풍기는 전체적인 '분위기'였을 것이다.
분위기를 좌우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우리는 흔히 '아무개는 웃는 인상이야'라거나 '아무개는 늘 화가 난 사람 같애'라는 말을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눈꼬리나 입꼬리가 올라갔느냐 지쳤느냐 따위의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그 사람이 평소에 어떤 표정을 짓고 사느냐는 것이다. 특히 어린아이가 아닌 어른의 인상은 지난 수십 년간의 표정을 통해서 태어날 때와는 전혀 틀린 모습으로 바뀌게 마련이다.
링컨이 관찰한 것은 바로 그것이다. 선천적인 이목구비가 아니라 후천적으로 가꿔진 인상. 필자는 피부과 전문의가 아니기 때문에 웃음이 눈가의 주름이나 입술의 끝매무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사람의 얼굴을 보고 그가 평소에 어떤 표정을 짓는지는 충분히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친근한 인상, 사악한 인상, 음흉한 인상, 혹은 범죄형이나 내숭형이나 음모형 인상 등은 모두 그런 기준에 의한 평가들이다.
표정은 심성에서 나온다. 탤런트나 영화배우가 아닌 이상 자기의 마음이 표정에 드러나는 것을 숨길 수는 없다. 자주 웃는 사람은 심성이 유순하고 긍정적인 사람이고, 웃지 않는 사람은 마음이 딱딱하고 경직된 사람이다. 전자는 그런 심성이 표정에 드러나 차츰 좋은 인상으로 바뀌고, 후자는 그런 마음이 얼굴에 반영되어 점점 나쁜 인상으로 변하게 된다.
인상의 중요성을 표면적으로만 깨달은 사람들은 인위적으로 얼굴을 고치는 일에만 신경을 쓴다. 성형외과에 젊은 여성들뿐만 아니라 나이든 남성들까지 몰려드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얼굴을 뜯어고쳤다고 해서 인상까지 좋게 고칠 수 있느 것은 아니다. 인상은 외과적 수술로 고치는 것이 아니라 심성의 변화를 통해 고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상이 나쁜 리더는 부하들에게 믿음을 줄 수 없다. 또 인상이 나쁜 세일즈맨은 고객에게 신뢰감을 줄 수 없다. 반대로 인상이 좋은 리더는 실질적인 능력 외에도 자기의 인상을 리더십의 '플러스 알파'로 활용할 수 있다. 남들이 갖고 있지 못한 요인을 리더십 강화에 보탤 수 있다면 얼마나 큰 강점이 되겠는가. 웃는 얼굴과 좋은 인상은, 비록 그 자체가 리더십은 아니라 해도, 부하들을 이끌어야 하는 리더에게는 중요한 재산이다.
웃음 관상학과 스마일 파업
웃음이 인상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사람은 많다. '관포지교'로 유명한 중국 제나라의 관중은 전국시대의 각 나라를 두루 유람하면서 백성들의 얼굴만 보고서도 정치현실을 정확히 알아맞췄다고 한다. 이 나라는 공물이 과하고, 저 나라는 부역이 심하고, 그 나라는 도적떼가 많고... 그런 관찰의 전제는 웃음의 빈도와 근심의 정도에 따라 사람의 표정이 달라진다는 것이었다.
서양에도 비슷한 것이 있는데, 스텐포드 대학의 차노프 교수가 고안해낸 이른바 '버지트 페이스(budget face)'가 그것이다. 국가예산의 쓰임새에 따라 국민들의 이마, 눈썹, 눈, 미간, 코, 인중, 입, 볼, 턱의 모양을 다르게 그려내는 방식인데, 그것 역시 웃음과 근심과 표정의 상관관계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중과 다르지 않다.
불교에서 말하는 '보시' 중에는 웃음으로 베푸는 '안시' 라는 것이 있다. 재물 없이도 베풀 수 있는 일곱 가지의 보시, 즉 '무재칠시'중에서 가장 첫 번째로 꼽히는 것이 바로 안시다. 상대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눈을 바라보면 억지로 웃지 않더라도 저절로 타인에게 나의 웃음이 전달되고, 그로 인해 돈에 뒤지지 않는 소중한 베풀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웃음이란 이처럼 인상에 많은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남에게도 도움을 주는 무형의 보물이다. 모르긴 해도 점술가들이 사람의 관상을 볼때는 단순한 생김새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가 지금껏 만들어 온 표정까지 보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그의 웃음의 빈도로부터 심성과 성격과 대인관계를 알아내고, 나아가 미래의 운명까지 점치게 되는 것은 아닌지. 웃음이 긍정적 사고와 원만한 대인관계와 낙관적 자세에서 비롯됨을 감안하면 필자의 이런 생각은 꽤 근거가 있을 것이다.
웃음에 얽힌 사례 하나. 언젠가 외국 어느 항공사의 승무원들이 파업을 벌이면서 '노 스마일(No smile)'을 기치로 내걸었다는 해외토픽을 본 적이 있다. 항공 서비스의 핵심은 안전과 친절에 있는데, 그 중 친절의 상징인 웃음을 없앰으로써 사업주에게 항의했다는 내용이다. 그것이 '운항거부'에 못지않게 효과적인 스트라이크 수단이 되고 있다는 설명과 함께.
그네들의 관점에서 보면 웃지 않는 리더는 자기가 이끄는 국민이나 부하들 앞에서 본의 아니게 '파업'을 하고 있는 셈이 된다. 웃음을 통해 믿음과 기대를 주어야 할 사람들이 늘상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사람들을 대하고 있으니 말이다. '포커 페이스'를 미덕으로 여겨 온 한국의 리더들은 외국인들의 '스마일 파업' 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습관5>는 유머리스트가 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이다.
즐거운 일이 생겼을 때 웃기는 쉽다. 우스운 말을 들었을 때는 웃지 않으려 고 해도저절로 웃음이 터진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습관5>를 익히기 위해서는 평소에도 늘 얼굴에 잔잔한 웃음기가 머무를 정도로 웃음에 익숙해져야 한다. 웃겨서 웃는 웃는 웃음은 유머리스트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보일 수 있는 일종의 생리현상에 불과하다.
웃는 습관은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된다. 첫째, 웃음을 통해 자기의 불안과 근심을 덜어내고 낙관적 심성을 가다듬을 수 있다. 둘째, 좋은 인상을 가꾸고 남에게 친근함을 전해줄 수 있다. 셋째, 자기를 따르는 사람들을 안심시키고 편안하게 함으로써 리더로서의 신뢰를 획득할 수 있다.
단지 웃는 것 하나만으로 이런 다양한 효험을 볼 수 있다면 굳이 웃음을 마다하고 근엄한 표정으로 살아갈 필요가 어디에 있겠는가.
물론 웃음의 형태는 상황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유머를 구사할 때는 약간 능청맞은 웃음을, 남의 유머를 들을 때는 즐거운 파안대소를, 그리고 일상적으로 만나는 사람 앞에서는 다정한 미소를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 또 급박한 순간에는 침착한 웃음으로 자기와 남을 안정시키고, 고통스러울 때는 의연한 웃음으로 고통을 승화시킬 필요가 있다.
이 모든 웃음은 꾸준하고 의식적인 훈련에서 나온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굳이 웃겠다고 작정하지 않더라도 당신의 얼굴에 자연스럽게 웃음이 머물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시기는 아마 웃기는 리더의 나머지 습관들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는 시기와 비슷하게 될 것이다. 좋은 유머란 다섯 개의 습관이 완벽하게 갖춰졌을 때 비로소 탄생되는 것이니까. <습관5>는 한사람의 리더가 유머리스트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거쳐야 할 마지막 관문이다.
<습관5>의 실천을 위한 제언
1. 5분간 거울을 들여다보라. 평상시의 얼굴과 웃을 때의 얼굴, 그리고 화가 나거나 찡그리거나 생각에 잠겼을 때의 얼굴을 유심히 관찰하라. 어떤 얼굴이 제일 보기 좋은지, 웃는 얼굴은 자연스러운지, 찡그린 얼굴이 흉하지는 않은지 제3자의 입장에서 확인하라. 거울이 부자연스럽다면 비디오 카메라를 이용해도 좋다. 그런 다음 자기의 인상에 대해 역시 제3자의 입장에서 가능하면 냉정하게 점수를 매겨라.
2. 앨범을 꺼내서 남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유심히 들여다보라. 그 중에는 웃는 사람도 있고, 굳어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또 웃지 않아도 웃는 듯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웃는데도 안 웃는 듯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웃음이 어울리는 사람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의 평상시 표정과 인상을 떠올려보라. 또 자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생각해보라. 웃음의 빈도와 자연스러움의 정도, 그리고 성격 사이엔 분명히 어떤 함수관계가 있다.
3. 아무때나 생각날 때마다 웃어라. 그냥 사진을 찍는다고 생각하고 자연스럽게 웃어라. 처음엔 어색하고 스스로가 바보 같을 것이다. 하지만 자꾸 반복하면 자기에게 가장 편하고 자연스러운 웃음을 익히게 된다. 더 반복하면 웃을 때 저절로 그 표정이 만들어진다. 계속 반복하면 웃지 않아도 얼굴에 웃음이 늘 드러나게 된다. 10년 뒤에도 이 책을 기억하고 있다면, 지금의 사진과 그때의 사진을 비교해 보라. 당신의 인상은 달라져 있을 것이다.
<계속>
계속되어질 다음의 이야기들
Ⅳ. '유머리더십' 을 위한 3단계 훈련
1. <1단계> 수집과 전달- 모방단계
1단계의 목표와 중요성
어디에서 어떻게 수집할 것인가
좋은 유머와 나쁜 유머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메모와 용기가 1단계의 성패를 좌우한다
전달효과를 높여주는 세 가지 요소
2. <2단계> 가감과 변형- 응용단계
2단계의 목표와 중요성
기존 유머의 응용사례1:발상 따라하기
기존 유머의 응용사례2:상황에 맞게 활용하기
3. <3단계> 생산과 활용- 창조단계
3단계의 두 가지 차원 : 즉흥 유머와 준비된 유머
즉흥유머에 필요한 세 가지 조건
리더에게는 준비된 유머가 필요하다
유머창조에 도움이 되는 3가지 기법
자랑스런 한국인이 만든 최신 걸작유머 5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