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고 오랜 옛날이었다.
바닷가 이 왕국에
당신도 알고 있을지 모를
'아나벨 리-'라는 이름을 가진 한 소녀가 살고 있은 것은.
오로지 나만을 사랑하고, 나에게서 사랑받는 일밖에는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았던 한 소녀가.
나는 아이였고 그녀 또한 아이였다.
바닷가 이 왕국에서,
그러나, 우리는 사랑보다 더한 사랑으로 사랑했다 ─나 그리고 나의 아나벨 리는─
그 사랑은 날개 돋친 하늘나라 천사들도 시샘할 정도였다.
그리고 이것이 그 이유였다.
오래 전에 바닷가 이 왕국에 구름으로부터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
나의 아름다운 아나벨 리를 싸늘하게 얼린 것은.
그래서 그녀의 높은 친척들이 와서
나에게서 아나벨 리를 빼앗아 그녀를 짊어지고 가,
그녀를 바닷가 이 왕국의 무덤 속에 가두어 두었다.
하늘의 천사들은 우리의 절반도 행복하지 못했기에,
그녀와 나를 질투하게 되었다.
그렇다! ─ 그것이 이유였다(바닷가 이 왕국에서는 모두가 알고 있듯이).
한밤중에 구름에서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 나의 아나벨 리를 얼리고 죽인 것은.
그러나 우리의 사랑은 우리보다 오랜 사람들의 사랑보다 훨씬 강한 것이었다.
또한 우리보다 훨씬 현명한 사람들의 사랑보다도.
그리고 하늘 위의 천사들도 바다 아래의 악마들도
나의 영혼을 아름다운 아나벨 리의 영혼으로부터 전혀 떼어 놓을 수 없다.
달이 비칠 때면
아름다운 아나벨 리의 꿈을 꾸게 되고,
별이 떠오를 때면
나는 아름다운 아나벨 리의 눈동자를 느낀다.
그리하여, 나는 밤새도록 나의 사랑 ─ 나의 사랑 ─ 나의 생명 그리고 나의 신부 곁에 눕는다.
거기 바닷가 무덤 안에
파도 소리 들리는 바닷가 그녀의 무덤 안에.
─ 에드가 앨런 포우(Edgar Allan Poe)
에드가 앨런 포우는 13세의 사촌 여동생과 결혼했다. 결혼 증명서에는 사촌 여동생의 나이를 '21세'인 것으로 기재해 놓았다고 하지만.
에드가 앨런 포우가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에 들어가기 시작한 때가 그 결혼 때부터였다.
에드가 앨런 포우는 영국계의 연극배우들 사이에서 태어났고, 형도 여동생도 있었으나, 그 아버지는 어릴 때부터 부재했고, 어머니는 에드가 앨런 포우가 너무나 어릴 때 죽었다.
나는 에드가 앨런 포우의 가족에 대한 열망과, 동시에 가족에 대한 어색함이나 불편함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무튼 에드가 앨런 포우는 결혼한 이후로 정신적인 안정을 찾았다.
그러나 그 어린 아내가 '가난한 사람들의 병'이라는 결핵으로 여러 해를 앓다가 죽어 버리자, 에드가 앨런 포우는 완전히 갈피를 못 잡게 되고, 술과 마약, 영양실조에 찌들려 죽어 갔다.
아내가 죽었을 때 집에 있는 것은 에드가 앨런 포우의 낡은 외투와 고양이 한 마리뿐이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아내의 죽음 이후, 에드가 앨런 포우는 '갈가마귀(The Raven)'라는 "Nevermore. (결코 더는 아냐.)" 대답이 반복되는 비탄과 절망에 찬 시를 쓰고, 자신이 죽기 직전에 '애너벨 리(Annabel Lee)'라는 시를 남긴다.
죽기 전에 새로 결혼을 시도했었다고 하지만, 그것 역시 결코 순탄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 애너벨 리 영어 원문
[* Written in 1849, it was not published until shortly after Poe's death that same year.
즉, 1849년 에드가 앨런 포우의 죽음 직전에 쓰여졌으나, 사후에 발표되었다.]
Annabel Lee
By Edgar Allan Poe (1809–1849)
It was many and many a year ago,
In a kingdom by the sea,
That a maiden there lived whom you may know
By the name of Annabel Lee;
And this maiden she lived with no other thought
Than to love and be loved by me.
I was a child and she was a child,
In this kingdom by the sea,
But we loved with a love that was more than love—
I and my Annabel Lee—
With a love that the wingèd seraphs of Heaven
Coveted her and me.
And this was the reason that, long ago,
In this kingdom by the sea,
A wind blew out of a cloud, chilling
My beautiful Annabel Lee;
So that her highborn kinsmen came
And bore her away from me,
To shut her up in a sepulchre
In this kingdom by the sea.
The angels, not half so happy in Heaven,
Went envying her and me—
Yes!—that was the reason (as all men know,
In this kingdom by the sea)
That the wind came out of the cloud by night,
Chilling and killing my Annabel Lee.
But our love it was stronger by far than the love
Of those who were older than we—
Of many far wiser than we—
And neither the angels in Heaven above
Nor the demons down under the sea
Can ever dissever my soul from the soul
Of the beautiful Annabel Lee;
For the moon never beams, without bringing me dreams
Of the beautiful Annabel Lee;
And the stars never rise, but I feel the bright eyes
Of the beautiful Annabel Lee;
And so, all the night-tide, I lie down by the side
Of my darling—my darling—my life and my bride,
In her sepulchre there by the sea—
In her tomb by the sounding sea.
첫댓글 여러분이 낭독하고 있을 시간에 저는 [무진기행]을 읽었습니다.
단편의 내용과는 별개로, 무진의 안개를 소개하는 앞부분이 참으로 고요하니 쓸쓸하니 재미나더라구요.
낯선 도시에 대한 궁금한 기대로 가득차게 만들어 주기도 하고요..
@young 한 번쯤은 가보고 싶더라구요
애너벨 리, 달도 별도 그대 없다면 그 빛을 잃으리!
올해 들어 절 이토록 끌리게 했던 작품이 없었던듯
앞니에 부딛히는 롤?리?타? 숨 멋는 줄 ㅎ
롤리타에 끌리다?^^
가을이 아직 화창할 때는 애너벨 리가 동화같은 사랑 이야기로, 반짝이는 바다같은 이미지로 읽히는데.. 계절이 쓸쓸해지면 너무 슬픈 죽음의 시로 읽혀지더라는.. 그래서 이 시의 제 철은 지금인걸로.. (^^;; 개인 취향..)
계절이 주는 느낌이란 게 있을 것 같아요.
오늘 날씨 참 좋아요~
문득문득 쓸쓸함이 샥~스치기도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