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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20일 미국 제44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은 최악의 경제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임무를 부여받게 되었다. 2008년 한 해 동안 260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으며, 경제 역동성의 바로미터(barometer)가 되는 제조업 가동률도 28년 만에 최저수준을 나타냈으며 소비자의 구매율도 뚝 떨어졌다. 소비 감소, 기업 투자 위축, 수출 감소 등 대내외적인 여건의 악화로 2008년 4분기 경제 성장률은 -6.2%까지 곤두박질쳤다. 이런 미국의 경제지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어려운 것으로 지적됐다.
이렇듯 오바마 대통령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경제 위기와 심리적 공황 속에서 취임하였는데, 2009년 2월 17일 그가 서명한 ‘미국 경기회복 및 재투자법(American Recovery and Reinvestment Act: ARRA)’에는 그의 대선 캠페인 “우리는 변화를 믿는다”(Change We Can Believe In)는 구호처럼 미국 시민의 자신감을 회복하고 경제를 살리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들어있다. 물론 미국 역대 정부는 경제 위기마다 경기부양(Economic Stimulus)을 위해 연방 차원의 법안을 제정했다. 전임 부시(George W. Bush) 정부에서도 경기부양을 위해 2008년 2월에 경제촉진법(Economic Stimulus Act), 7월에 주택경기촉진법(Housing and Economic Recovery Act), 10월에 구제금융법(Economic Stimulus Relief Bill)이란 조세 및 재정정책을 내놓았지만 중병을 앓고 있는 미국 경제에 뚜렷한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전병목 외, 2009).
ARRA의 명칭에서 풍기는 의미처럼 미국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성장 가능성이 큰 주요 분야에 우선적으로 투자하고자 하는 ARRA의 주요 면면을 살펴보면, 2009-19년까지 10년 동안 총 7,872억 달러(재량지출액 3,084달러, 조세․실업․복지대책 4,788억 달러)의 연방정부 재정이 지원될 예정이다. 이렇게 천문학적인 규모의 경기부양자금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는 여덟 가지로 대별할 수 있다. 그것들은 21세기에 적합한 교육, 깨끗하고 효율적인 에너지, 과학기술을 통한 경제개혁, 사회기반시설의 현대화, 소득과 일자리를 위한 감세, 의료비 인하, 경제적 취약계층 지원, 공공 부문 및 필수 서비스 보장이다. 이러한 지원 분야는 경기침체 회복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며 중장기적으로 성장잠재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부문에 해당한다.
사실 오바마 정부의 교육개혁 방안은 의료 개혁 및 재생에너지 개혁과 함께 3대 과제 중 하나로 설정되었지만, 그동안 시급한 경기부양과 경제회복에 관심이 쏠리다 보니 우선순위에서 밀린 듯이 보였을 뿐이다. 오바마 정부의 교육개혁 아젠다 중에서 고등교육정책과 관련된 기본 방향을 알 수 있는 지표는 그의 대통령 입후보시 교육공약의 내용(Education Week, 2009: 218)과 최근 경기부양책에 따른 투자 분야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먼저 대선 공약에서 나타난 오바마 대통령의 고등교육개혁 방향은 크게 두 가지로 나타난다. 하나는 대학교육비 세제지원(American Opportunity Tax Credit) 정책을 통해 모든 국민들에게 고등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2009년의 교육비 지출액(2,000달러 한도)은 전액 공제하고, 2010년에는 2,000달러 초과 금액(4,000달러 한도)에 25%를 공제한다. 이렇게 되면 고등학교 졸업예정자 중 5분의 1정도가 대학 학자금 세액공제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심지어 2009년과 2010년에 한시적으로 컴퓨터 관련 구입비용도 적격한 고등교육비용으로 인정해준다.
여기에서 미국의 심각한 경기침체 국면과 대학의 높은 등록금이 대학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고, 오바마 정부가 고등교육개혁의 1순위로 연방정부 학자금 지원정책에 중점을 두고 있는지에 대한 이유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주지하듯이 미국의 1년 등록금은 공립대학 5000~1만 달러, 사립대학 3~5만 달러 정도이지만, 여기에 기숙사비, 교재대, 생활비 등을 포합하면, 줄잡아 공립대학 2~3만, 사립대학 5~6만 달러 정도 소요된다. 학생들은 장학금, 학자금 융자,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학비 부담을 줄이고 있지만 보통의 중산층 가정에서도 대학교육비를 감당하기 어렵다. 한편으로 대학이 경기침체 국면에서 등록금을 인하하여 학생과 부모의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겠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럴 수도 없는 형편이다. 정부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 공립대학은 세수가 줄어든 정부의 지원금 축소로 이어지고, 사립대학은 기부금 감소로 재정난을 겪고 있는 악순환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침체에 따른 연쇄반응으로 학생들은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를 찾기가 어렵고, 대학재정의 어려움으로 학자금 융자(loan)를 받기가 어려워졌으며, 장학금(grant)이 대폭 축소되면서 휴학생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이런 대학의 상황을 반영이라도 하듯 아래 [그림 1]의 2009학년도 미국 주요대학의 입학지원자 현황에서 보는 것처럼 저소득층과 중산층에 학비 혜택을 주는 아이비리그 대학과 명문 사립대학의 입학경쟁률은 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의 높은 등록금에 휴학 등의 학업중단을 걱정하는 약 7백만 명에 이르는 학생들의 학비 부담을 실질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정책이 요구되며, 그들은 오바마 정부에서 중요한 교육정책 용어로 등장한 이른바 ‘대학학비 감당능력(college affordability)’을 갖게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교육공약의 또 다른 핵심적인 내용은 연방학생보조제도(Free Application for Federal Student Aid: FAFSA)의 학자금대출을 간소화하고 대출(융자) 종류도 통폐합하는 것이다. 이 공약도 경기침체와 높은 대학등록금으로 어려움을 겪는 대학생들의 학비 부담을 줄이고 번잡하게 운영되는 학자금 대출 절차를 간소화하고자 하는 것이다. 연방정부는 국세청(IRS)과 공동 작업을 벌여 학생 혹은 부모 입장에서 작성하기도 어렵고 대출 여부에 중요한 영향을 주지 못하는 26가지 항목(재정상황과 관련)을 없애기로 했다. 이렇게 학자금 대출 절차를 간소화함으로써 고등교육의 접근성을 용이하게 하고 학비 부담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사실 미국의 대학생들 중 약 3분의 2가 대학등록금을 부담하기 위해 연방 학자금 대출제도를 이용하고 있지만, 연방정부에서 제공하는 학자금 융자만으로 등록금을 충당하지 못한 학생들은 민간의 대출업체를 이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졸업하면 곧바로 신용불량자로 낙인이 찍히는 등 그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중앙일보, 2008년 1월 16일).
학자금 융자제도에 대해 살펴보면, 학자금 융자는 그 종류에 따라 이율에 차이가 난다. 채무자에게 5%의 이율을 적용하는 연방 퍼킨스 융자(Federal Perkins Loan), 연방교육부가 재학 기간에 한해 채무 학생의 이자를 갚아주는 직접보조융자(Subsidized Direct or Federal Family Education Loan(FFEL) Stafford Loan), 채무 학생이 이자를 갚는 비보조융자(Unsubsidized Direct or FFEL Stafford Loan), 대학원생과 전문학위과정에 있는 학생의 부모가 채무의 책임을 지는 FFEL 플러스 융자(Direct or FFEL PLUS Loan) 등으로 구분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부의 보증과 보조금을 받으면서 민간은행 및 학자금 대출기관들이 운영하는 연방가족교육대출 프로그램(FFELP)을 폐지하고 연방정부가 학자금 대출을 단독으로 관할할 계획이다. 이미 이 법안은 9월 17일 하원을 통과하였으며 상원 인준으로 법례화되면 2010년 7월 1일부터 연방정부가 920억 달러 규모의 대학 학자금 대출업무를 독점적으로 관장하게 된다. 1965년부터 시행되어 온 FFELP는 학생이 아닌 은행에 이익을 주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으며, FFELP가 폐지되면 향후 10년 간 800억 달러의 보조금 절약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오바마 정부는 FFELP 폐지로 생긴 800억 달러 중 400억 달러를 연방 학자금 보조프로그램인 펠그랜트(Pell Grant Scholarship)에 투입해 학생 1인당 수령액(현행 5,350달러)을 2010년에 5,550달러, 2019년에 6,900달러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와 반면에 연방정부가 학자금 대출학생에게 5%의 저이율을 적용하는 연방퍼킨스융자(FPL) 제도는 50억 달러의 재원을 증액하여 더 많은 학생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할 계획이다(http://www.ed.gov).
아래 [그림 2]에서는 2007-08학년도 대학학자금 지원 분포를, <표 1>에서는 10년 동안의 미국 대학 학자금 지원 변화를 구분하였다. 미국의 학자금 지원의 경향성은 시간이 갈수록 학자금 융자의 규모가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College Board의 집계에 따르면 민간재원 학자금 융자규모는 1996-07학년도의 6%에서 2005-06학년도에는 무려 24%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위: 10억 달러)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mzadmin.kcue.or.kr%2FUserFiles%2F13-2.jpg)
[그림2] 2007-08 대학생 학자금 지원 현황
출처: College Board, Trends in Higher Education Series 2008
<표 1> 미국의 학자금 지원 변화 (금액 단위: 백만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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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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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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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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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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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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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78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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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3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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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86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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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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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37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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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4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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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08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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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장학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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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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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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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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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세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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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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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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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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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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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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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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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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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College Board, Trends in Higher Education Series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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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오바마 정부는 경기부양책을 통해 21세기 경제에 걸맞은 교육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2009년과 2010년에 걸쳐 약 1,000억 달러(약 120조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주요 분야의 소요 예산을 살펴보면 지역교육구에서 경제침체를 이유로 교사의 감원이나 학교 예산감축을 막기 위한 교육안정자금(State Fiscal Stabilization Fund)에 536억 달러, 치솟는 대학등록금을 감당하기 어려운 저소득층 출신 학생들에 지원하는 연방펠장학금(Federal Pell Grants) 증액에 156억 달러, 교육 관련 세금감면에 139억 달러가 지원된다(US Dept. of Education). 이 밖에 장애아와 저소득층을 위한 교육지원금도 대폭 늘어났다. 이처럼 연방재정지원의 규모와 성격을 볼 때에 오바마 정부에서는 경제가 어려울수록 교육 분야에 투자하고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운 계층을 보호해야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교육이 미국 경제침체의 회복과 일자리 창출에 핵심에 놓여있음을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오바마 정부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미국 고등교육이 리더십(leadership in higher education)을 회복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지난 7월 14일 미시간주 워런 소재 머콤(Macomb)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있었던 고등교육개혁과 관련된 연설은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경제위기 극복과 고등교육의 리더십 회복을 어떻게 연계시키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시사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20년까지 대학 졸업률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커뮤니티 칼리지와 지방정부 지원으로 운영되는 고등교육기관을 개혁할 목적으로 커뮤니티 칼리지(Community College)1)에 향후 10년 간 12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을 밝혔다. 2년제 커뮤니티 칼리지를 활성화해 수백 만 명의 졸업생들이 일자리를 얻거나 4년제 대학에 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2020년까지 500만 명 이상의 미국인들이 커뮤니티 칼리지를 졸업하게 하고 그들에게 21세기에 적합한 직업교육을 담당하도록 하겠다는 복안이다. 준학사를 수여하는 2년제 대학으로 전국에 1천개 이상의 대학이 있으며, 현재 600만 명 이상의 재학생에 매년 50만 명 정도가 졸업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교육체제에서 2년제 커뮤니티 칼리지의 가치가 저평가되었다는 인식과 함께 커뮤니티 칼리지의 개혁에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 붙었다. 커뮤니티 칼리지의 교육개혁을 위해 투입될 120억 달러는 의료, 환경, 에너지 등 21세기형 직업을 교육하는 커뮤니티 칼리지의 역량을 배양하기 위해 지원하는데, 이중 90억 달러는 10년간 커뮤니티 칼리지가 기업체와 산학협력을 통해 학생들의 직업교육을 강화하는 데 지원하고, 25억 달러는 대학 리노베이션과 시설 확충 등을 위한 자금 조달에 지원하며, 5억 달러는 인공지능 교습, 멀티미디어 학습, 온라인 교육 등 학생들의 학습효과를 높이기 위한 교육프로그램 개발 등에 지원할 예정이다. 커뮤니티 칼리지에 대한 개혁안은 전임 부시 정부가 낙오학생방지 프로그램(NCLB)과 같은 유아 및 초․중등교육개혁에 중점을 둔 것과 비교된다.
이 밖에도 오바마 정부에서 경기부양의 목적과 함께 고등교육정책과 관련하여 빼놓을 수 없는 분야는 대학생의 자원봉사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 개발과 재정지원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4월 21일 '에드워드 엠. 케네디 미국봉사법(Edward M. Kennedy Serve America Act)’에 서명하여, 현재 75,000명의 유급 자원봉사를 25만 명으로 늘리기 위해 향후 5년 간 57억 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다. 연방정부는 대학생이 봉사활동에 참여하면 최대 5,350달러(Pell Grant Scholarship 금액과 동일)의 혜택을 받을 수 있고, 대학 측에서도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학생을 지원하면 정부에서 해당 대학에 보조금을 지원하게 했다.
결론적으로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여 오바마 정부의 고등교육정책의 방향과 철학을 정리하자면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 최악의 경제침체 국면에서 정권을 인수한 오바마 정부는 고등교육이 일자리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지켜내기도 한다는 신념을 실천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 대학생의 높은 등록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일련의 학자금 융자의 절차를 간소화하고 여러 학자금 융자제도를 통폐합하여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학자금 지원체제의 운영을 계획하고 있다. 둘째, 모든 미국인들이 최소 1년 이상 고등교육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커뮤니티 칼리지의 역량을 대대적으로 개혁하여 대학의 문호를 대폭 개방하고 21세기 직업에 적합한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셋째, 경제가 어려울수록 대학생의 자원봉사활동의 참여를 제고하여 스스로 학비를 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장애인과 저소득층을 위한 봉사활동을 장려하여 사회통합의 발판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오바마 대통령의 고등교육에 대한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연설을 인용하면서 미국 오바마 정부의 고등교육정책에 대한 소고를 마친다.
"Now, just as we've opened the doors of college to every American, we also have to ensure that more students can walk through them. That's why I've challenged every American to commit to at least one year of higher education or advanced training, because, by the end of the next decade, I want to see America have the highest proportion of college graduates in the world"(고등교육에 관한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 백악관, 2009년 4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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