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 성경쓰기네... 1등 한번 해 볼까?.."
교회 홈 을 접속시킨 아내가 이 곳 저 곳을 검색하다가 성경쓰기란을 보
며 이런 말을 했을 때 첫 느낌은 황당하게 들렸다.거기 참가하는 대 다
수 사람들은 열 손가락을 문어 손처럼 빠르게 두들겨 대며 인터넷을 놀이
터 삼아 즐기는 고수들인데 아내는 보기에도 우스꽝스럽고 느려 터진 독
수리 타 법으로 그들을 넘 본다는 것은 누가 봐도 안 어울렸다.
그저 첫 시행은 주일학교 교사라는 체면유지와 오로지 저 하늘 밖에 모르
는 어떤 영웅심에 끌려가기 식 동참은 하되 결국 자신의 실력이 그들과
는 상대가 안 된다는 판단이 들 때는 늦 가을 낙엽 떨어지듯 자연스럽게
포기할거라 생각을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한번 시작 하더니 거기에 목
숨이라도 건 듯 탱크같은 저력으로 밀어붙이며 물 불 안 가리고 눈에 뭐
가 뵈는 게 없는 용감무쌍한 여자로 변했다.직장에서의 내 좌우명이 그렇
듯 [출근은 천천히.. 퇴근은 칼 같이..] 라는 마음으로 즐겁게 퇴근을
해 보면 거실에서는 타타닥,,탁탁,,타다가탁... 일률적으로 들렸다가 끊
기곤 하는 어딘가 균형이 안 맞는 자판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고 햇살이
드리워진 창문 쪽으로 등 돌린 아내가 오로지 전진 밖에 모르는 마라톤
선수처럼 자판소리와는 엇 박자로 거의 미친 듯 열심히 컴 에다 절을 하
는 뒷 모습을 보곤 했다.
"어이~~부인? 나 왔어.. 별일 없~습니까?"
"오셨음네까 대단히 수고 하셨음네다.. 밥 퍼서 드시라요.타타다가 탁탁..."
저 ~ 윗동네 사람들 말투를 형식적으로 흘리며 계속 본연의 임무에 폭 빠
져 있으니 내가 제대로 보일 리 없다는 걸 나로서는 이해를 하는 편이긴
해도 행여 가정 일은 소홀한 체 거기만 폭 빠져서 저 난리?를 친다면 그
뒷 감당은 고스란히 나한테 돌아올 게 당연시 되므로 청소기로 밀어라..
방 닦아라.. 빨래 널어라.. 이런 상황까지 밥 먹 듯 간다면 내가 귀찮아
질 수 있다는 생각에 그 일을 끊게 할 요량으로 겉으로는 아내를 위한답
시고 좀 역겹지만 애처로운 마음이 든다는 안스러운 표정과 말투로 때 아
닌 연극배우가 되어 조심스럽게 만류도 해 봤다.
"그거 쓰면 밥이 나와? 떡이 나와?.. 안 그래도 청순 가련 형이.. 그러
다 병 나면 어떡하려고?..누구 새 장가 드는 것 보려고 그래? 그저 중도
하차 해주는 게 그분들께 예의가 아닐까?.."
"당연히 떡이 나오지? 두고 봐 1등을 할 테니까..타타닥,탁탁..."
한번 하면 끝을 내는 아내의 성격을 잘 아는 나로선 그저 조용히 지켜 보
기로 했는데 리스트엔 대략80여명이 참가 중 이었고 나머지 잔류인원은
창세기 몇줄 써 놓고 무한정의 시간 앞에 이름만 걸어놓은 포기상태나 다
름없었다. 그 중에 아내는 열 대여섯 번째를 앞서거니 뒷 서거니 하며 일
단 순조로운 순위를 유지하고 있었고 언제 와르르 뒤로 밀려날지 모르지
만 나는 수업을 지도하는 초등학교선생처럼 아내의 어깨 위에 손을 얹고
용기도 줄 겸 관심을 보여 주었다.
"어디 보자 그렇담.. 내 부인이 가능성이 있겠나?.. 현제 1위는 간호사
자매네.. 와 ~ 벌써 창세기 끝을 써나가잖아.. 이 여자 손은 비행기 엔진
을 달았군.. 530타가 넘잖아?"
"그렇다고 기 죽을 필요는 없어..토끼와 거북이 동화 몰라? 길고 짧은
건 대 봐야 하는 거라고.. 타타가.탁탁.."
"간호사자매 아기는 울지도 않고 참 순한가 보다. 그러니까 저렇게 쓰지?
와 ~ 부인도 160타 까지 나온다.. 아~주 많이 늘었어? 서당개 삼년이면
뭐 한다더니..."
독수리타수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모니터는 안보고 자판만 뚫어지게 바라
보며 치다 보니 오타가 나오면 속수무책으로 시간을 끄는 건 예사고 그
때마다 틀렸다는 순간 신호음으로 택견무술에서나 들음 직한 별로 듣기
안 좋은 특유의"이크 익크크" 소리도 제때 나오면 바로 알지만 어떤 때
는 먹통이 되어서 잠잠하다가 한 줄을 다 쓰고 일단락 성취감에 불타는
얼굴로 고개를 쳐들면 그제 사 빨간색으로 멍청하게 틀렸다는 신호를 보
내곤 했다.
그 때마다 지우고 다시 써야하는데 그 들에겐 귀가 눈 을 대신하는 바 오
타의 파장은 그나마 느린 속도감에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안겨 주곤 했
다. 인근 과학기술원 뒷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아카시아냄새가 동네를
휘감고 안면도 어디에선 꽃 잔치가 한창이라며 인터넷 음악메일엔 클래
식 음악이 초여름을 장식하는데 퇴근해보니 한 눈에 봐도 평상시보다 피
로한 기색에 빨간 토끼 눈이 된 아내가 컴 의자에 비스듬히 앉아서 즐겨
하던 성경쓰기를 중단한 체 자신의 어깨를 두드리며 둔탁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 여자 또 밤 새었고 만.."
"어서 와요.. 아.. 힘들어"
"그러니까 포기 하란 말야? 부인 쓰러지면 119 불러야 돼? 나 못 안는다
그거 작난 아니더라고.."
청춘들이 모이는 방송을 보면 신랑이 신부를 번쩍 안아 들고 한 바퀴 도
는 장면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그건 성취감에 불탄 순간 초인적인
힘 같았다. 만약에 아내가 응급실을 간다고 가장을 하고 우리는 작난 삼
아 병원으로 후송하는 가상 모의 연습을 해 본적 있는데 일단 아내를 들
려고 시도를 해 보니 자세도 잘 안 잡힐 뿐더러 오십 몇 킬로의 아내가
그렇게 무겁게 느껴진 적은 없었다. 내가 체구는 왜소하고 볼품 없어도
바닥에 있는 쌀80키로는 아직 혼자서 거뜬히 어깨위로 올릴 수 있는데도
생각과는 달리 아내를 들긴 들었는데 언제 내동댕이 쳐질지 모르게 불안
한 자세를 겨우 유지 할 수 있었다.
무게와 현실은 마음이 육체를 지배하면서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게 나의 논리다. 예를 들자면 금50킬로를 들고 집에 가는 사람과 고철50
킬로를 들고 집에 가는 사람 중 누가 더 피곤을 느낄 것인가는 개인적 판
단은 후자라는 생각이 들었다.금을 들고 가는 사람은 보물이라는 선입견
에 기쁨이 힘으로 바뀌면서 피곤을 덜 느낄것 같았다.아내는 이런 나를
안심 시키듯 식탁에다 상을 차리는 모습을 발랄하게 보여주었고 유독 내
가 좋아하는 온갖 풀 종류만 가득 늘어놓고 있었다.
"걱정 마..안 쓰러지니까..내가 웃긴 이야기 하나 해줘? 저쪽 여 집사님
교회 갔다가 기절 할 뻔 한 거 알아?"
"아니 뭣 땜에?...."
"새벽기도에 가서 열심히 기도를 하는데 뭔가 이상하드래.. [하나님 아버
지] 소리만 하면 뒤에서 누군가가 [오야.오야(오냐의 사투리)] 대답을 하
더란 거야. 처음엔 잘못 들었나 하고 귀를 의심했지.. 그래서 일부러 자
기만 알아들을 정도로 최대한 소리를 낮춰 "하나님 아버지" 해 보았데..
그랬더니 역시 조그맣게 누군가가 [오야] 또 그러는 거야?. 너무 황당해
서 기도를 멈추고 살짝 뒤를 돌아보았더니 한눈에 봐도 정신이 이상해 보
이는 아저씨가 뒤에 버티고 앉아서 하나님처럼 대답을 하고 있었지 뭐
야? 그리고는 기도고 뭐고 기겁을 하고 걸음아 날 살려라 도망 나왔데"
"아니..그 미친놈이 대답하는 동안 하나님은 도대체 뭐 했데?? 하하하..
그건 그렇고 좀 어때? 할 만해? 우승 가능성은 있는거야?"
"내가 죽어라 몇 시간 쓰나? 그들이 한 시간 쓰나 별 차이 있겠어?..."
"그러니 상대가 안 된다는 거야..이렇게 하면 어떨까? 비 신사적이지만
진달래가 500타가 넘거든 그 친구 한테 30분만 써 달라고 부탁해봐?"
"엄청 바쁘잖아.. 이거 쓸 정신이 있겠어?"
이렇듯 능력상 어떤 대안이 없는 아내가 죽어라 하고 몇 일을 밤낮으로
정진한 결과 순위가 점점 좁혀 왔고 1등을 달리던 간호사자매는 사 오위
로 떨어지며 그 자리에 혜성처럼 등장한 게 한때 학생회교사를 했던 한국
형미인 김 자매였다.아내의 타수는 거북이처럼 느려도 목숨을 건 비장한
마음과 꾸준한 정진 앞에 순위는 점점 앞당겨졌고 유명대를 졸업한 아직
나 홀로 자매까지 앞지르며 드디어 3위까지 올라온 것을 알았다. 그 사
이 아내에게 뒤 쳐진 현란한 열 손가락들은 "내가 독수리에게 지다니.."
라며 비 상식적인 순위에 황당해 하며 거의 미친 듯 뒤 따라오기 시작했
는데 1등이라는 피 말리는 정상 앞에서 어떤 격식과 체면은 저 만치 물
건너간 샘. 위급함을 느낀 아내가 얼굴에 철판을 깔고 드디어 비장의 카
드를 빼 들었다.
"여보세요 조카야 너 지금 뭐 하니? 빨리 이거 좀 써라.금방 따라 잡히
게 생겼다니까?.."
요즘 젊은 애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자기들 취향에 맞는 재미있는 게임이
나 놀이를 즐겨 하는데 누가 쭈그리고 앉아 딱딱한 성경을 쓰랴 했지만
조카는 마치 이 날을 위해 태어난 듯 혈육이라는 테두리에 꼭 붙잡혀서
결국 대답을 듣게 되었고 그제 사 마음이 놓인 아내가 성경을 펼쳐 들더
니 아브라함 이야기를 하였다.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에게 세 번째 여자가 있는 거 알고 있어?"
"글쎄.. 신약 갈라디아4장엔 사라와 하갈이 두 언약으로 비유가 되긴 했
는데 아니 그 양반이 또 여자가 있었나?"
"창세기25장을 보면 사라가 죽고 나서 "그두라"라는 여자를 후처로 삼았
고 여섯 자녀를 두었네"
"일부다처제의 남자들은 이해가 안돼..아니 그 여자들을 다 똑같이 사랑
할 수 있을까? 안 그래? 그러고 보면 솔로몬 대~~단해"
9.11테러이후 나는 이슬람 문화와 그들의 종교에 관심을 갖고 거래처의
철저한 무슬림인 파키스탄인과 신앙적 대화를 해보고 이슬람평전도 읽어
보며 그들의 종교를 기독교와 비교해본 적이 있었다. 중요 핵심 교리는
달라도 코란에 쓰여진 계시의 내용들은 어떤 장엄한 대 서사시를 읽는 느
낌이었으며 종의자녀로 분류된 이스마엘의 후손들을 다른 관점에서 이해
를 하게 되었다. 그들이 지향하는 것은 우리가 평소 생각했던 한 손엔 코
란. 한 손엔 칼. 광적인 테러.전쟁 이런 게 아니었고 한결같이 그들의 유
일신 알라에게 평화를 구하는 내용이었다.
아브라함에게서 떨어져 나온 여종 하갈이 아라비아 사막을 헤매던 중 등
에 업힌 이스마엘이 목마르다고 우는걸 달래며 드디어 기적처럼 어느 물
가를 찾았고 그 곳이 오늘날 이슬람의 성지인 사우디의 메카 라고 알게
되었다. 이삭과는 배 다른 형제인데 오늘날 서로 못 잡아먹어서 한 이
된 듯 싸우는 것은 도무지 이해가 안됐다.그렇게 또 몇 일이 흐르자 조카
가 열심히 도왔는지 2위로 올라섰고 1위와는 몇장 차이로 이젠 진짜로 마
지막 힘을 발휘 할 때가 되었다.마침맞게 걸려 온 조카의 전화는 기다리
기라도 한 듯 오늘 시간이 많다는 내용이었다. 팔팔한 이 십대가 성경쓰
기 삼매경에 빠져 있으니 그 손엔 제트엔진을 장착한 것처럼 금새금새 쓰
여졌고 역시 1위의 여자도 기를 쓰고 쓰는지 계속 장수는 올라가고 있었
다.
그리고 그 날 해가 저물 쯤 상황은 끝났다. 아내는 [하면 된다] 는 가훈
에 보답하듯 영광의 1등을 했고 비록 조카가 옆에서 도와주긴 했지만 나
는 그 선한 열심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부인 축하해..역시 성질 값을 했어..참 대단해..그런데 선물은 뭐야?"
"이게 끝이 아닌가 봐.."
1위를 했다는 기쁨도 잠시였고 그것은 한번으로 끝나는 게 아닌 계속 쓰
라는 내용이었다. 또 넘어야 할 거대한 산 앞에 맥 빠진 듯 애매모호한
표정의 아내를 보며 나는 마음에도 없는 말로 비행기를 태워 보았다.
"1등 대단해.. 어떻게 한번 더 쓰시게?.. 절 값 받으려면 아직 이 정도쯤
이야..."
"나는 이 번 경험을 큰 보람이라고 생각해.. 내 생에 이런 기회가 얼마
나 있겠어.."
"아이그..컴 에다 그렇게 수 십만 번을 절하고도 절 값도 없고.. 나한테
한번만 해 봐라 만원이지..그리고 뭐 떡 나온다고 했던가? 어디 갖고 와
봐?"
"아 그거.. 요한복음6장을 펴 보셔? 그게 바로 떡 장 이었어..가서 원 없
이 잡수셔?"
전에 한 두어 번 그 부분을 스쳐 가긴 했는데 아닌 게 아니라 웬 떡이 그
렇게 많이 나오는지 황당하면서도 재미가 있었다. [나는 하늘로서 내려
온 산 떡] 이라고 하셨던 예수님의 말씀을 읽어보며 비록 그 분의 말씀대
로 살지는 못 해도 저 만큼서 비춰 주는 진리의 빛은 어떤 환경을 떠나
서 내 삶에 큰 힘과 용기와 [하면 된다] 라는 긍정적인 인생관을 심어 주었다.
성경쓰기를 하고 있는 저로서는 대단히 재미있는 행복한 가정의 이야기 인것 같아서 퍼 왔어욤........"^^"
카페 게시글
검색이 허용된 게시물입니다.
광명게시판
독수리 아내 (단편)
나예요~
추천 0
조회 16
03.10.14 21:11
댓글 2
다음검색
첫댓글 주님을 우리 가정의 주인으로 모신 행복한 가정의 이야기 인것 같습니다..주님을 모신 가정에는 이렇게 행복하고 얘기거리가 넘치며 사랑이 넘치는 것 같습니다..아주 작은 일에 행복과 미래의 비젼을 생각하는 우리 예수님 믿는 가정......홧~~~~팅~~~
참 수고하셨습니다. 정성과 노력이 깃들이 모습을 보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