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절한 민족가요 ‘부용산(芙蓉山)’

[여행의 낭만]

애절한 민족가요 ‘부용산(芙蓉山)’

벌교 부용산 / 부용(芙蓉)꽃 / 노래비(목포여고 교정) / 빨치산

(노래제목) ‘부용산(芙蓉山)’

<1절> 부용산 오리길(산허리)에 잔디만 푸르러 푸르러 / 솔밭 사이사이로 회오리 바람 타고

        간다는 말 한 마디 없이 너는 가고 말았구나 / 피어나지 못한 채 병든 장미는 시들어지고

        부용산 산 봉우리에 하늘만 푸르러 푸르러

<2절> 그리움 강이 되어 내 가슴 맴돌아 흐르고 / 재를 넘는 석양은 저만치 홀로 섰네

        백합일시 그 향기롭던 너의 꿈은 간 데 없고 / 돌아서지 못한 채 나 외로이 예 서있으니

        부용산 저 멀리엔 하늘만 푸르러 푸르러

내가 중고등학교 시절 얼핏 들은 ‘부용산’ 노래가 아직까지도 내 기억에 생생히 떠오르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자세한 내용은 몰랐는데 오로지 너무나 가슴 아픈 노랫말과 애절한 멜로디가 머릿속에 떠올라 지금까지 나도 모르게 이따금 흥얼거려진다. 너무나 궁금하여 그 사연을 조사하여 적어본다.

전남(全南) 여수(麗水) 돌산 출신의 박기동(日本 關西大 英文科 卒) 선생(詩人)은 순천(順天)사범학교 교사로 근무하던 1947년, 벌교(筏橋)로 시집간 누이 박영애가 24세의 나이로 폐결핵에 걸려 순천도립병원에서 숨지자 벌교 부용산(芙蓉山)에 묻고 돌아와 쓴 시가 ‘부용산’의 노랫말(1절)이라고 한다.

박 시인은 목포 항도여중(港都女中) 국어교사로 있었는데 누이가 죽은 이듬해 나주 남평 출신의 안성현이라는 음악 교사와 친하게 지냈다고 한다. 그런데 문학도(文學徒)였던 중3 제자 김정희가 폐결핵으로 죽자 제자의 죽음을 슬퍼하던 중 동료 교사였던 안성현 선생이 우연히 박기동 선생이 써 놓은 시를 보고 여기에 곡을 붙여 ‘부용산’ 노래를 완성했는데 제자의 죽음을 노래한 시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미리 써둔 동생의 이야기였던 것이다.

너무나 가슴 깊숙이 와 닿는 애절한 가사와 멜로디로 사람들이 즐겨 불렀으나 6.25 이후, 작곡을 한 안성현이 월북을 한데다 빨치산들이 또한 즐겨 불렀기 때문에 전라도 사람들은 부르기를 자제했다고 한다. ‘부용산’이 월북자의 곡이다보니 작사자 박기동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아 결국 박기동은 교직에서 물러나 생활고를 겪다 90년대 초 호주(濠洲-Australia)로 이민을 갔다고 한다.

이 노래가 작곡된 지 52년 만에 호주에 살고 있던 박기동씨에게 연락이 왔는데 목포에서 소프라노 송광선 교수의 독창회를 여는데 ‘부용산’ 노래가 1절만 있어 너무 단조로우니 2절을 써 달라는 요청이 와서 본의 아니게 쓴 것이 2절이라고 하니 2절은 52년 만에 써진 것이다.

벌교사람들이 ‘절산’이라 부르는 부용산(芙蓉山) 자락에 누이를 묻었는데 2002년 귀국하여 아무리 둘러보아도 누이동생의 묘를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박기동 시인이 한 말... 동생은 한 송이 들꽃이 되었으리....

박기동 시인께서는 지병이 악화되자 호주에서 귀국하여 지난 2002년 5월, 8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고, ‘부용산’의 작곡가 안성현도 지난 2006년 4월, 8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는 북한 보도가 있었다.

전라남도와 경상남도에 걸쳐있는 지리산은 우리나라 국립공원 제1호로 지정되었는데 규모가 가장 크다고 한다. 이곳은 대한제국 말 동학교도(東學敎徒)들의 은거지(隱居地), 여순(麗順)반란사건이 일어났던 때에는 좌익(左翼)세력들의 은거지, 6,25 전쟁 때에는 북한 패잔병의 은거지로 유명했고, 오늘날은 각종 민간신앙의 집산지로 유명하다.

그런데 이 ‘부용산’ 노래가 6.25때 빨치산(공비)들이 애창했다고 하여 조금 문제가 되었다.

벌교 부용산에는 2001년 10월, 목포여고에는 2002년 4월 부용산 노래비가 세워졌다.

돌산은 여수 앞바다에 있는 섬이고 부용산은 벌교읍에 있는 나지막한 언덕이다.

그런데 이 노래를 두고 목포(木浦)와 벌교(筏橋)는 서로 자기네 고장의 노래라고 주장하기도 한단다.

<지리산 빨치산(Partizan)>

지리산에 은거하며 활동하던 빨치산의 정식 명칭은 ‘조선인민유격대(朝鮮人民遊擊隊)’로, 총대장은 이현상(李鉉相)이었다고 한다. 이들은 6,25 발발 이전부터 조직된 좌익(左翼) 조직으로 남한에서 자생된, 사회주의(共産主義)사상으로 무장된 유격대였다. 1949년부터 공비토벌작전이 시작되었는데 사람들은 이들을 지칭하여 공비(共匪), 반도(叛徒)로 불렸으며 인근의 사람들은 ‘산사람들’ 이라고도 불렀다고 한다.

6,25 전쟁 때,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으로 북한정규군의 퇴로가 막히자 북괴 패잔병들이 지리산으로 숨어들어 이들과 합류하였다. 공비토벌작전의 총사령관은 백선엽(白善燁) 야전군사령관이 맡았는데 기록에 의하면 빨치산과 교전(交戰)횟수가 총 1만 회가 넘었으며 우리나라 전몰(戰歿) 군경 수는 6,333명, 빨치산의 사망자 수는 1만 수천 명이었다고 하는..... 우리 민족사의 비극의 한 페이지이다.

빨치산이라는 명칭은 이념적 항쟁의 성격을 띤 소규모 무력투쟁을 하는 사람들인 ‘파르티잔(Partizan)’을 우리나라에서는 ‘빨치산’이라고 하였는데 통칭 ‘빨갱이’와 같은 의미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 빨치산은 중세부터 유럽에서 활동하던 비정규 유격대를 이르는 말로, 일정한 정당이나 단체의 열렬한 지지자들을 일컫는 말이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폭력공산주의자들 집단이라는 의미로 바뀌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