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살기 시작한 지 언 1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제주로 넘어와
모든 상황을 극복하고 있다.
극복하는 과정에서 제주와 사랑에 빠졌고
3개월의 시간을 넘어 1년 아니 2년 혹은 평생을
제주와 함께 하고자 한다.
나는 현재 제주에서 미래를 그리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오늘의 제주, 그리고 천왕사의 모습
제주에 가을이 왔다. 제주에 산 지 언 1년 4개월, 제주에서 두 번째 맞이한 가을. 이런 가을의 대부분은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많은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에게 맞는 황금빛을 찾아 여행을 떠나고, 그 여행지엔 정물오름, 새별오름, 어음리 억새군락지, 그리고 아끈다랑쉬오름가 있다. 어느 하나 빠짐없이 제주의 황금빛을 채우는 이곳들은 가을이 오면 많은 사람들이 찾는 소중한 여행지로 자리 잡았다. 그런 제주의 단풍과 은행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라산 자락에 가면 어디든 서있는 단풍잎. 1100도로를 따라 달리면 만나게 되는 주황빛 향연들을 만날 수 있다. 오늘 나는 한라산 자락에서 만난 사랑스러웠던, 또 평화로운 여행지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천왕사
제주 한라산 자락에 위치한 오늘의 여행지는 여름이면 비 오는 날 멋진 안갯속에서 빛이 나고, 그 흐림 속에서 만나는 온화한 평화를 만나볼 수 있다. 그렇다 오늘의 여행지는 한라산 자락에서 고즈넉하게 자리 잡은 천왕사이다. 이런 천왕사는 가을이 오면 초록빛 운치에서 벗어나 주황빛으로 탈바꿈한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다.
천왕사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1100로 2528-111 천왕사
한라산 자락에 위치한 천왕사. 제주의 가을을 책임지는 이곳은 1100로 위에 서서 아름답게 빛난다. 아흔아홉골 빛이 아름답게 들어오는 이곳 천왕사는 한라산 어승생 동쪽, 수많은 봉우리와 골짜기로 이뤄진 아흔아홉골중 하나인 금봉곡 아래에 위치한 사찰이다. 1955년 천왕사는 근처 토굴 과정에서 참선수행하던 비룡스님에 의해 수영산선원이란 명칭으로 처음 창건되었다. 현재는 조계종으로 등록되어 있다. 이 천왕사의 대웅전 바로 뒤에는 용바위라 불리는 커다란 바위가 있고, 마당 왼쪽엔 곧게 뻗은 바위가 울창한 숲과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 특히 이 바위를 중심으로 형성된 단풍 군락의 모습은 더욱 이곳을 아름답게 빛낸다. 또한, 사찰 옆의 냇물을 따라 올라가면 한라산의 유일한 폭포, 선녀폭포가 나온다. 가을에 기암절벽 아래 물드는 단풍의 절경을 만날 수 있는 이곳이 바로 천왕사이다.
아흔아홉골
천왕사의 절경을 알려면, 또 그의 가치를 알려면 아흔아홉골을 알아야 된다. 아흔아홉골은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연동에 있는 계곡으로 수많은 골짜기를 이루고 있따는 데서 '이흔아홉골'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구십구곡의 뜻으로 어승생악 동쪽, 크고 작은 골짜기가 많아 붙여진 아흔아홉골. 이곳은 적송과 조릿대가 아름답게 있으며, 수목이 뺵빽하게 차 아름다운 멋과 평화로운 정취를 느끼게 해준다. 이런 아흔아홉골에는 제주를 빛내는 아름다운 관광지가 있다. 여러 갈래의 골짜기 곳곳에 위치한 경승들이 그곳인데, 특히 천왕사와 석굴암이 있는 서쪽의 골머리 일대는 기암과 약수터, 폭포가 숲과 어우러진다.
나는 이런 절을 좋아한다. 앞에 한 번 언급했듯 절은 언제 와도 좋다. 특히 여름날엔 입구부터 펼쳐진 삼나무의 피톤치드의 정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고, 비가 오는 날에는 한라산 전체를 채우는 안개가 천왕사에 은은하게 퍼져 평화로움과 더불어 속세에서 벗어나 자연 그대로를 느낄 수 있다. 그런 천왕사는 특히 가을 날이면 빛난다. 가을 날이면 절 전체를 뒤덮는 노란 빛깔, 그리고 붉은 빛깔의 단풍이 사랑스럽게 피어 제주에 가을이 왔음을 알리고, 다른 계절과는 다르게 시원하고도 상쾌한 바람을 온전히 느낄 수 있어 더욱 사랑스럽다.
그뿐 아니다. 천왕사는 가는 길마저 아름답다. 1100도로를 타고 달리면 도로 전체를 채운 단풍과 은행의 모습에 여행 전부터 설레는 기분과 사랑스러운 기분을 선사한다. 여행의 시작부터 끝까지 사랑스러운 천왕사는 한라산 아래, 가을 위에 서서 빛난다. 만약 제주 가을 여행을 떠난다면, 제주의 단풍 여행지로 여행을 떠나보자. 그리고 그 시작을 이곳 천왕사에서 하자. 시작이 주는 기쁨 덕에 1100도로를 타고 만나는 1100고지 습지와 하원수로길, 천아계곡까지. 어느 하나 빠짐없이 사랑스러울 테니.
+ 1100도로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중문동과 제주시 오라 로터리 사이에 있는 도로이다. 총 35km에 이르는 이 도로는 서귀포 구간은 15.99km에 이른다. 5.16도로와 함께 서귀포 한라산 서족 산록 해발 1,100m 정점으로 하여 제주를 직접 연결하는 1100도로. 이 도로는 구불구불 구부러지는 멋과 제주스러움을 선사하는 도로로서 가을 날이면 단풍과 은행이 아름답게 피고, 겨울에는 눈꽃들이 아름답게 핀다. (물론 겨울이면 도로가 얼어 통제가 자주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도로는 처음 시작부터 끝까지 구부러지는 도로기 때문에 운전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제주의 늦가을이 찾아온 만큼 한라산 전체는 단풍으로 물들고 있다. 처음으로 소개한 천왕사는 사계절 아름다운 절이기도 하고, 은은하게 빛나는 멋이 있는 곳이라 이 단풍 시리즈의 시작으로 두었다. 다음에 소개할 천아계곡, 한라산둘레길, 하원수로길 또한 제주의 단풍 여행지로 아름다운 곳이다. 그 이야기가 끝나기 전까지 제주의 가을이 유지되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