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33주간 레지오 마리애 훈화
연중 제33주일, 전례 주년의 마지막 한 주간을 남겨두고, 교회는 오늘 예루살렘 성전 파괴에 대한 예언과 여러 재앙을 예고하는 내용을 복음으로 들려주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 성전 파괴를 시작으로 거짓 그리스도의 등장, 전쟁, 큰 지진, 기근, 전염병 그리고 무서운 일들과 큰 표징들이 일어날 것이라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의 말씀이 아니라도 살다 보면 누구나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것 같은 절망의 때를 만날 수 있습니다.
신달자 시인은 대화 중에 여러 차례 “차라리 안 하고 말지!” “차라리 헤어지고 말지!” “차라리 죽고 말지!” 하면서 삶의 한 부분 부분마다 ‘차라리’라고 말하는 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한때 자신도 ‘차라리’를 연발하며 살았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신이 ‘차라리’ 하고 부정하기보다 ‘그래도’ 하면서 희망을 찾았던 것은 기도의 힘이었다고 말입니다. 그러면서 김승희 시인의 “「그래도」라는 섬에 살고 싶다”라는 시를 소개해주고 있습니다. “가장 낮은 곳에/ 젖은 낙엽보다 더 낮은 곳에/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그래도 살아가는 사람들/ 그래도 사랑의 불을 꺼트리지 않는 사람들…”
세상이 끝장날 것만 같은 시기를 겪더라도 “인내로써 생명을 얻어라.”라는 주님의 말씀을 되새기며, 비록 시련과 아픔이 우리를 흔든다고 하더라도 하느님께 대한 희망을 놓지 말아야 합니다. 신달자 시인도 ‘차라리’가 아니라 ‘그래도’는 언제나 자신에게 희망의 공간이었다고 하며, 이 희망의 공간은 바로 기도로 얻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젖은 낙엽보다 더 낮은 곳에 사는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시는 주님을 믿으며, 우리도 ‘차라리’가 아니라 인내심을 갖고 ‘그래도’를 외치며 주님께 우리 자신을 내어 맡김으로 희망 가득한 한 주간이 되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