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자의 아웃사이더] 상무합격 한화 박상언, '지금도 얼떨떨, 성장해 돌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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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자의 아웃사이더] 상무합격 한화 박상언, '지금도 얼떨떨, 성장해 돌아올게요'

2018.01.10 오전 08:09

작년 12월 27일 국군체육부대는 홈페이지를 통해 2018년 정기 선수 선발 합격자 명단을 공개했다. 야구는 14명이 선발됐다.
이들은 오는 15일(월) 논산 육군 훈련소에 입소, 6주간 기초 군사 훈련을 이수 한 뒤 상무소속으로 2019 시즌까지 퓨처스리그에 참가한다.

합격자 명단은 다음과 같다.
투수 :임정호(NC) 박진태·남재현(이상 KIA) 강동호·김유영(이상 롯데) 김정빈·김찬호(이상 SK)

포수 : 이정훈(KIA) 박상언(한화)
내야수 : 최정용(KIA) 김웅빈(넥센) 이재근(kt)
외야수 : 김준완(NC) 김재유(롯데)

박상언


군 팀 입대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1군에서 뛴 성적표나 이름값만으로 당락이 결정되는 시대는 갔다.
감독의 영향력이 컸던 과거와 달리 요즘엔 선발기준이 한층 강화되는 추세다.
1차 서류 심사에 이어 2차 신체검사, 체력측정, 인성검사 등 선발위원회가 정한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꾸준히 게임을 뛴 선수를 선호하고 결과물인 기록도 출중해야 한다.
더구나 매년 18명을 선발했으나 이번엔 4명이 줄어 14명이 선발됐다.


“한번 지원해 본건데 합격이라니 믿겨지지 않았어요. 진짜 3일 동안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와 닿질 않더군요. 지금도 얼떨떨해요.”
8일 오후 강남역 모 커피숍에서 만난 박상언(20.한화)은 지금도 실감 나지 않는다며 머리를 긁적거렸다.

1차 서류전형 합격자 29명 중 포수는 김만수(kt), 나원탁(삼성), 박상언(한화), 이정훈(KIA), 이홍구(SK), 조우형(SK) 등 총 6명.
이 가운데 나원탁은 강민호의 보상선수로 삼성에서 롯데로 이적하면서 입대지원을 포기해 5명이 경합을 펼쳤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내세울 것 없는 가장 어린 선수’였다. 그런데 예상을 깨고 당당히 이정훈과 나란히 합격통지서를 받았다.

2015년 3월 유신고 시절 박상언. 당시 실제 체중은 73kg이었으나 프로필엔 75kg으로 적었다고


유신고 출신으로 2016년 신인 2차 드래프트 8라운드 전체 79번으로 한화의 부름을 받은 박상언은 최충연, 김대현, 최원준, 주효상 등과 함께 2015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제 27회 세계 청소년 야구 선수권 대회 출전 멤버기도 했다.
하지만 청소년 대표 경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넥센 1차 지명을 받은 주효상(서울고.포수)의 그늘에 가려 존재감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도 지금과 비슷한 심정이었어요. 어떻게 된 거지? 왜 내가? 나보다 훨씬 잘하는 애들 많은데? 처음부터 게임을 뛸 욕심은 버렸어요(웃음) 동갑이지만 전국에서 최고라는 애들이 모인 거라 친구들의 플레이를 보고 배울 거 배우자 마음 먹었었죠. 그때부터 지금까지 일이 술술 잘 풀리는 거 같아 한편으론 두렵고 걱정됩니다.”


포지션 별로 고착화 된 이미지가 있다. 포수는 왠지 모르게 후덕하고 살집이 있는 다부진 체형이 익숙했던 터라 그에게 ‘이런 스타일의 포수는 처음’ 이라고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박상언은 주효상에 대해 최고의 자질과 가능성이 있는 포수라며 부러운 마음을 내비치며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없다고 밝혔다.


청소년 대표 발탁도 뜻밖이었지만 프로 입단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본인 스스로 대학 쪽을 더 생각하고 있었고 실제로 그럴 가능성이 높았다.
“지명회의 앞두고 하위 순번 받으면 무조건 대학 가겠다고 했어요. 고3때 기록이 좋아 제가 원하는 대학은 골라 갈 수 있었거든요(웃음). 그런데 한화에서 8라운드에서 지명을 했죠. 하위 순번이잖아요. 대학 가야지 했죠. 그런데 세계선수권 마치고 귀국한 날 한화에서 다음 날 만나자고 연락이 왔어요. 일단 아빠가 만나보겟다고 갔는데 덜컥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돌아오셨어요. 돌이켜 보면 그때 잘 결정 한 거 같아요. 4년 뒤를 알 수 없잖아요.”


그 해 주효상 이외 드래프트 현장에서 지명 받은 포수는 모두 5명
김기연(진흥고 LG 4R), 신창희(대구고 두산 7R), 신범수(동성고. KIA 8R)에 이어 고졸 포수로는 가장 늦게 호명됐다.
“그래도 크게 실망하진 않았어요. 전국에서 야구 잘하는 선수를 뽑는 건데 그래도 100등 안에 포함된 게 어디에요? 포수는 한 번 자리 잡으면 10년 이상 가잖아요. 시작은 별 거 없지만 열심히 하면 될 거라 생각했죠. 운 좋게 김성근 감독님께 좋은 인상을 남기면서 1군 캠프도 따라가고 시범경기도 출전하고 출발이 기대 이상이었죠.”

8라운드 계약금 4천 만 원.

구단에서 눈여겨 볼 상위 순번은 아니었으나 유신고 출신 특유의 체력과 멘탈을 앞세워 그는 혹독한 훈련 시스템을 버텨냈다.
“새벽부터 야간까지 어마어마했죠. 식사 시간도 짧고 숨 돌릴 틈도 없었죠. 다들 너무 힘들어 했어요. 그런데 전 이성열 감독님 밑에서 운동을 했잖아요. 3년을(웃음). 버티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어요. 그냥 고등학교 때와 비슷한 정도였거든요. 김성근 감독님은 훈련을 다 소화하는 선수를 최고로 치셨거든요. 그러다 부상 당하면 그대로 낙오자가 되는데 전 다행히 아프지 않았어요. 기술적인 부분은 많이 부족했지만 그게 중요했죠!”

사진제공: 한화 이글스


일본 고치 스프링캠프에서 그는 좋은 평가를 듣고 언론에도 소개가 되는 등 순번에 비해 일찌감치 유명세를 탔다.
시범경기 무대까지 밟았으나 정작 1군 엔트리엔 한 번도 올라가지 못한 채 입단 첫 시즌을 보냈다.
“실망 하지 않았어요. 전 저 나름대로 계획이 있었거든요. 일단 몸을 만들고 꾸준히 2군 경기를 뛰면서 팀 내 투수들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숙지하고 또 많은 타자들을 상대해 보고 싶었어요. 1군에 올라가면 좋겠지만 직접 뛸 수 있는 2군이 훨씬 제게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죠. 솔직히 2군 경기 뛰는 것도 눈치를 봐야 하는 고졸 신인이잖아요. 선배님들과 돌아가며 마스크를 쓴다는 것조차 대단한 일인 거죠.”


어느 집단이나 굴러온 돌에 대한 경계의 눈초리는 존재한다. 기존 포수들은 어수룩해 보이고 비쩍 마른 고졸이지만 극한의 훈련을 군소리 없이 해내면서도 여유를 잃지 않는 그를 보고 긴장했으리라.


“훈련 강도가 세다 보니 다들 예민해지고 팀 분위기도 무거웠죠. 신인이라 여기저기 눈치를 봐야 했어요. 그게 운동보다 더 힘들었던 거 같아요.”
박상언은 2016 퓨처스리그 37경기 출장 66타석 61타수 19안타 타율 0.311 1홈런 6타점 2도루로 시즌을 마감했다.
많은 게임을 뛴 것은 아니지만 허도환(50경기), 정범모(42경기)과 비교해 크게 뒤처진 기록은 아니었다.
“스프링캠프 때 강도 높은 훈련 덕분인지 확실히 방망이의 파워나 수비가 좋아졌어요. 고등학교 때도 동계훈련을 빡세게 소화한 2학년 말 이후 성적이 났거든요. 아무래도 전 강하게 밀어붙이는 훈련 시스템이 적성에 맞는 것 같아요.”

2017 퓨처스 올스타전 현장에서


2017시즌엔 5월 4일 자로 정식선수로 승격됐고 24일엔 1군 승격에 이어 네 번째 출장이었던 6월 2일 대전 SK전에서는 4대 4 동점이었던 9회말 2사 2.3루에서 서진용(SK.우완)에게 볼넷을 골라내 후속타자 양성우의 끝내기 우전안타의 기회를 제공하는 숨은 조력자가 됐다.
“볼카운트 3볼-1스트라이크에서 파울을 치고 나니 밀리는 느낌이 들었어요. 하지만 투수 입장에서도 무조건 스트라이크를 집어넣어야 했기 때문에 승산은 반반이라고 생각했죠. 그냥 비슷한 거 오면 휘두르려고 했죠. 볼이 날아오는데 완전 빠진 거 같아 참았죠. 그런데 게임 끝나고 TV 중계화면을 보는데 살짝 존에서 벗어났을 뿐 완전 빠진 게 아니였더라구요. 그런데 전 왜 그렇게 판단 했던 걸까요? 지금도 그 영상을 떠올리면 아찔해요(웃음).”

이날 경기 이후 엔트리 등록 12일 만인 6월 4일자로 2군으로 돌아왔다.
좀 더 많은 게임을 뛰고 싶은 마음은 굴뚝이었으나 이상군 감독대행의 한마디에 그는 웃으며 서산으로 향했다.
“제가 못해서 내려 보내는 것이 아니라고 하셨어요. 기대 이상으로 잘했다고 칭찬해주셨어요. 최재훈 선배님이 아프신 바람에 올라온 건데 어느 정도 회복하셨으니 전 빠져야 하는 게 옳은 거죠. 팀을 위해(웃음). 감독님은 여기에 있는 것 보단 한 게임이라도 더 뛰는 것이 제게 더 도움이 될 거라 하셨어요. 그냥 내려가라고 통보와는 천지 차이잖아요. 그래서 기쁜 마음으로 내려왔어요.”


1군 성적은 4경기 출장 2타수 무안타 2볼넷 1삼진. 주로 대수비요원으로 뛰어 타석에 설 기회는 적었지만 팀의 귀한 1승을 보태는 볼넷 하나로 그의 인지도는 급상승됐다.
2군 성적은 총 53경기 출장 타율 0.300(130타수 39안타) 1홈런 19타점 2도루.
만족스러운 성적이라곤 할 수 없지만 고졸 새내기 포수가 2년 연속 3할 대 타율을 유지했다는 점에서 분명 발전가능성이 높은 선수임을 확인 할 수 있는 대목이다.

“어릴 때 교내 육상대회나 전국대회에 출전해 상을 타기도 했어요. 멀리뛰기가 주 종목이었죠. 중장거리도 제법 잘했어요. 그때도 키가 큰 편이고 말랐었거든요.”
발도 빠른 편. 입단 당시 체중이 73kg 내외였으나 현재는 82kg까지 끌어올린 상태다.
“군사 훈련 받으면 살이 빠질 거 같아 최대한 체중을 불려 가려고 노력중이에요. 11월말에 서산에서 짐을 뺀 뒤 집(일산)에서 지내면서 유신고 가서 개인연습하고 웨이트도 하고 중간 중간 친구도 만나고 한화 선배님들과 식사도 하고 알차게 보내고 있습니다.”


박상언은 나란히 상무를 지원한 입단 동기 김태연(한화.내야수)의 불합격이 못내 아쉽다고 했다.
“당연히 붙을 줄 알았거든요. 내야도 경쟁이 엄청 심했던 거 같아요. 작년 10월에 아시아선수권대회에 같이 갔던 (김)찬호도 합격했어요. 정말 잘됐죠. 잘 던지더라구요. 명단 보니까 1군에서 좋은 성적을 낸 투수들이 많던데요? 호흡 맞출 생각하니 벌써부터 설레고 기대됩니다.”
특히 누가 궁금하냐는 질문에 임정호와 강동호를 언급했다.
“1군 게임을 많이 뛴 임정호 선배님 볼도 받아보고 싶고 영남중학교 선배이신 강동호 형 볼도 궁금해요. 중학교 때부터 엄청 유명했거든요(웃음). 테스트 받던 날 형에게 영남 후배라고 인사드렸었어요.”


박상언은 함께 할 14명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며 동시에 계획을 언급했다.
“진짜 야구 잘 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잖아요. 민폐 끼치지 않도록 정신 바짝 차려야죠. 김준태 선배님이랑 최용제 선배님이 주전으로 뛰시겠죠. 전 올해는 체중을 90kg까지 불릴 생각이에요. 그렇게 몸을 완벽하게 만들어 놓은 뒤 내년에 (이)정훈이 형이랑 선의의 경쟁을 펼쳐야죠. 고3때 프로 가는 것이 목표였는데 막상 와 보니 또 다른 꿈이 생기더군요. 군 팀 가는 거요. 상무나 경찰 소속 선수들이 엄청 멋져 보였어요. 입단 2년 만에 그 꿈을 이뤘느니 방심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소중히 생각하고 배울 거 배우고 뽑아 먹을 거 뽑아 먹을 겁니다.”

입대를 앞두고 가장 걱정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뜻밖의 답이 돌아왔다.
“유난히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라 6주 훈련 기간 만큼은 제발 덜 추웠으면 좋겠어요. 그 다음은 군 생활에 적응하는 거? 어차피 시간은 흐를 거라 빨리 세월이 갔으면 하는 마음은 없어요. 야구 하면서 지내는게 어디에요? 문경의 웨이트 시설이나 훈련 환경이 정말 좋잖아요. 빨리 가서 경험해 보고 싶어요.”


중학교 3학년 시절 그는 주장을 하면서 투수와 포수를 병행했고 4번 타자로 나서는 등 에이스로 활약했다.
“소극적이고 평범했던 성격이 그때 이후 자신감 있고 낙천적으로 달라졌어요. 이성열 감독님께서 가장 오랫동안 야구를 할 수 있는 자리가 포수라며 포수로 키워 보고 싶다고 하셔서 뜻을 따랐죠. 전 야구를 오래 하고 싶거든요.”

한화구단은 그의 연봉을 2900만원으로 200만원 인상했다. 만약 입대를 미룬다면 연봉을 더 올려주겠다며 그의 공백을 아쉬워했다.
“팀 사정만 보면 제가 남는 게 맞죠. 1군에서 뛸 수 도 있겠죠. 하지만 이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없잖아요. 웃으면서 다녀오겠다고 했어요. 2년 뒤 보내길 잘했다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할 겁니다.”

지난해 아시아 선수권 대회 강화훈련 당시 모습. 유신고- 청소년대표-한화- 아시아선수권 대표에 이어 상무 유니폼을 입는다. 조용히 엘리트 코스를 거치고 있는 박상언. 그의 미래가 궁금해진다.


그는 ‘1군에서 뛸 수 있을 만큼 성장해 돌아오고 싶다’ 며 개인기록 타이틀 도전 의욕도 내비쳤다.
“퓨처스 수위타자 한 번 노려보고 싶어요. 확실히 체중이 느니까 타구의 비거리도 늘고 힘도 생기는 거 같아요. 말랐다는 이야기는 더 이상 듣지 않을 겁니다. 저의 변화된 모습 기대해주세요.”


약관의 나이. 겉모습이나 행동은 어리숙해 보이지만 그 자체가 설정 같이 느껴진다.

강단 있고 자신만의 신념과 계획이 확실하다. 다부지면서 긍정적이고 솔직하고 겸손하기까지.

만약 딸이 있다면 소개해 주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매력적인 청년이었다.


모쪼록 춥지 않은 1~2월이 되길 바라며 상무 유니폼을 입은 키다리 포수의 성장을 기원해본다.

[홍기자의 아웃사이더] 상무합격 한화 박상언, '지금도 얼떨떨, 성장해 돌아올게요'작년 12월 27일 국군체육부대는 홈페이지를 통해 2018년 정기 선수 선발 합격자 명단을 공개했다. 야구는 14명이 선발됐다. 이들은 오는 15일(월) 논산 육군 훈련소에 입소, 6주간 기초 군사 훈련을 이수 한 뒤 상무소속으로 2019 시즌까지 퓨처스리그에 참가한다. 합격자 명단은 다음과 같다.투수 :임정호(NC)...sports.news.naver.com

[토종붕어498]

우리팀 10년은 책임질 선수로 기대가 큽니다.
상무에서 더 일취월장한 모습으로 돌아오길~~~~~

[Eryuk(말하는대로)]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면 살아 남을수가 없어...

백업하다가 선수생활 끝낼건 아니잖아...

욕심 부리자... 주석이 보다 더 잘해서 와 기다릴께~

[까나리 액젓]

포수 공부도 많이하고 손바닥 불나게 공도 많이 받아보구 죽기살기로 덤벼서 2년뒤에 주전포수로 성장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