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비 지원을 어렵게 신청했음에도 탈락의 고배를 마시게 되면 담당 공무원들의 낙심이 이만저만 아닐 것이다. 국비 신청을 위해 밤잠을 설쳐가며 준비했었을 것이고 통과를 위해 철저한 사전준비는 물론이거니와 선정되기까지 중앙부처 문턱을 마르고 닿도록 넘나들었을 테니 말이다.
국비보조사업은 준비하는 공무원 뿐 만 아니라, 보조사업을 통해 수혜를 입는 쪽도 속이 타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때론 보조사업에 사활을 건 쪽도 있을 수 있다.
지난 2015년, 이전까지만 해도 마냥 잘 나갈 줄만 알았던 조선 경기가 급랭하는 순간을 맞게 됐다. 수주물량이 넘쳐 현장마다 콧노래가 흘러나던 현대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 공장 앞마당에는 불황이란 그림자 드리우기 시작했다.
불황국면이 심화 되자 현대중공업은 구조조정에 나섰다. 불황극복을 위한 선택은 대량 해고 였다. 수십 년 동안 조선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숙련공들이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었다. 다른 산업의 기술자들도 그렇지만 특히 조선기술자들은 하루아침에 길러지지 않는다. 그런 기술자들이 현장 밖으로 밀려났다. 당시 지역경제에 미칠 악영향과 다시 돌아올 미래를 위해 대량해고는 안 된다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현대중공업은 퇴직을 강행했다.
그 후 10년도 채 지나지 않은 지금, 조선 경기가 조금씩 다시 활기를 띠고 있지만 지난 2015년 대량해고 이후 조선기술자가 부족해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당시 실업으로 파탄 날 가정과 지역경제를 생각해 대량해고만은 숙고해달라는 지역 여론에도 불구하고 대량해고를 단행했던 현대중공업이 조선 경기가 살아나고 있는 지금, 이제는 일손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울산시가 조선업계의 이 같은 애로를 해결해 주기 위해 `철의장 사업과 자율용접 사업모델` 등을 발굴해 국비확보에 나섰다.
`철 의장 사업`이란 고숙련 기술인력을 대체할 자동화 사업을 말하고 `자율용접 사업`은 용접을 로봇으로 대체해 필요한 인력을 줄이는 게 목표인 사업이다. 정부보조금신청 사업모델이 결국 조선 현장의 인력을 줄이겠다는 것이 목적이니 아이러니다.
조선산업은 노동집약적으로 대규모 일자리 창출에 큰 역할을 한 산업이다. 불황이 시작되면서 시작된 대량실직 사태가 울산 동구 지역의 경제침체는 물론 울산시 인구절벽에도 한 몫 했다. `철의장 사업과 자율용접사업`은 지난해 미역국을 마셨으나 울산시가 다시 준비 중이다.
우리 지역에는 수 천 개의 크고 작은 중소기업들과 소상공인이 있다. 경기불황 속에서도 대기업들이야 정부와 지자체 지원이 없이도 살아남을 수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당장 한치 앞이 걱정이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을 위한 보조금 지원사업에 좀 더 할애해 주길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