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에서 시간이 남아서 꽁트 비슷하게 써봤는데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보세요. ****
나는 컴퓨터 사용자이다.
그것도 386 사용자이다.
아니 386 사용자 였다.
그런데 사고가 나서 졸지에 내 386 컴퓨터는 영원히 망가져버렸다.
그러니까 내가 그 386 컴퓨터를 구입한 것은 벌써 수년전이었다.
그 당시 큰 아버지 회사에 아버지가 계셨으므로 큰아버지는 집안의 어른인 셈이었다.
큰 아버지가 우리집에 오셔서 내가 컴퓨터에 빠지신 걸 보고 무척 화를 내셨다.
큰 아버지의 꾸중에도 내가 "보세요 컴퓨터 있으면 이렇게 인쇄도 되고 새로운 정보도 많이 찾을 수 있어요.
왜 이 좋은 컴퓨터를 못하게 하시려고 그러세요?"라고 따지듯하자 큰 아버지의 대노하셨다.
갑작스런 꾸중으로 내가 눈물이 그렁그렁했으나 큰아버지는 멈추지 않았다.
"너 자꾸 컴퓨터만하고 그러면 우리 호적에서 파 버린다"
결국 이 소리에 내가 대문을 박차고 뛰쳐나가 며칠 가출했더니 어머니가 전화하셔서 간곡한 목소리로 "얘야 컴퓨터 새 것 사줄테니까 제발 좀 돌아와라"라고 애원하셨고
그래서 덕분에 그 당시 최신형으로 구입했던 것이 그 386 컴퓨터였다.
나의 가출로 거의 공짜로 얻었던 컴퓨터.....
386은 그 당시만해도 최고의 컴퓨터였다.
정말 비싸고 성능도 좋다고 광고가 빵빵 터져 나왔다.
그런데 사실말이지 최신형이라고 믿었던 컴퓨터가 여러가지 말썽을 부렸다.
소프트웨어는 최신형이라고 광고했지만 버그가 너무 많고 소음도 윙윙 거리는 소리가 다른 사람의 수면을 방해할 정도였다.
툭하면 고장이 나거나 인터넷 등이 돌다가 정지해버리는 사태가 발생했고 그 때마다 강제로 전원을 끄거나 소프트웨어를 새로 설치해야만 했다.
그후 점점 느려터져가면서 수명이 다해가던 컴퓨터.....
그래도 나는 그 컴퓨터만 보면 언제나 뿌듯해했다.
사건이 발생한 것은 5월 중순이었다.
큰아버지 사업을 이어 받아 사장이 되고 난 이후 큰아버지 처럼 컴퓨터 그만 좀 하라는 아버지의 호통 소리가 부쩍 커졌다고 느끼면서
이제는 거의 느려터지기만 하고 쓸모가 없을듯한 고장난 컴퓨터를 그래도 몇번 해봤다고 수리한답시고 내 동생이 컴퓨터 덮개를 빼고 부품을 분해하면서 수리에 열중하던 중 갑자기 마이크로 프로세서가 멈추어버린 것이다.
그리곤 아무리 작동을 시켜도 전원조차 들어오지 않게 되어 버린 것이다.
망가뜨린 동생에게 책임지라고 했지만 어쩌랴 이미 멈추어버린 마이크로 프로세서 앞에서.....
망가지고 나서는 고쳐쓸까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아마 불가능할 듯하다.
동네 수리점에서도 이미 구닥다리가 된 컴퓨터를 수리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아!
느려터져서 이제 정말 갖다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하루에도 수십번들었던 컴퓨터였지만 왜 이리 마음 한구석이 비어버린듯할까?
그동안 제대로 조심조심 사용하고 정기점검이라도 받았더라면 이렇게 갑자기 망가지는 사태는 일어나기 않았을 수도 있었다는 자책도 했다.
컴퓨터가 없으니 갑자기 손에 일이 잡히지도 않고 정말 장사라도 지내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어쩌면 이 심심함은 그동안 내가 줄 곧 누려왔던 집안에서 꿈쩍거리지도 않고 경제적으로 편안하게 지내던 방식에서 생활 리듬을 바꾸어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는 강박관념일지도 모른다.
아버지는 이 참에 집안에서 진종일 줄기던 컴퓨터 좀 그만하고 강변에 나가서 산책도 좀 하고 밖에 나가서 돈도 좀 벌어오라고 한다.
혹은 일년 전에 그러셨던 것처럼 밖에 나가서 우리 가족끼리만 가장 맛있는 외식이나 하자고 하신다.
아버지가 얘기하는 가장 맛있는 외식이란 스테이크를 써는 것이다.
혹은 돈은 당신이 벌테니까 안벌어도 좋고 인터넷이나 오락 좀 제발 그만하라고 한다.
그래서 나는 고민이 많다.
새로운 컴퓨터를 사야하나? 산다면 무슨 돈으로 사지?
아니면 이 참에 집안에서 컴퓨터 하던 버릇 버리고 밖에 나가서 돈이나 벌어? 하지만 돈 벌기는 쉬운가?
이런 것들이 최근의 나의 고민이다.
컴퓨터를 산다면 이번에는 더욱 신중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반드시 검증된 제품을 사야 하는 건 아닐까?
현재는 윈도우 XP가 가장 안정적이고 보편적이지만 그래도 첨단이라면 비스타 정도가 되는 건 어떨까?
사실 XP는 안정적이고 보편적이긴 하지만 너무 오래되었고 시대에 동떨어져 보인다.
그렇다고 비스타를 사기에는 아직도 검증이 안된 제품이라서 지난 번 같은 사태를 걱정한다.
친구들은 시스템 보호에 대해 비스타가 너무 철저하다고도 한다.
황당한 기대감도 가져본다.
망가진 386에서 마이크로프로세서만 교환된 조립 PC를 사면 훨씬 쌀텐데...
아마 힘들겠지.
내가 원튼 원치않튼 내가 밖에 나가서 돈을 벌어야 한다면 5년 이후에는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할 것이다.
나는 안다.
현재 아버지가 앓고계신 병으로 인하여 5년 이후 쯤에는 요양을 떠나셔야 할 때가 오리란 사실을....
그렇지않다면 이 집안의 전통처럼 5년 후 다시 나를 경제적으로 뒷받침하실 삼촌이나 고모에게 손벌리는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그러고 싶지는 않지만 5년 내에 돈을 벌기는 쉽지않아 보인다.
사실 가장 좋은 선택은 내가 아버지의 사업을 이어받는 것이다.
나는 안다.
아버지는 나름 경륜과 추진력이 최고라고 자부하시지만 명성과 돈 위주로 생각하시지 사업이나 인생에 대해서는 소홀한 사람이라는 것을....
이런 점에서 보면 나는 아버지의 아들이 아니다.
명성이나 돈이 아닌 사업과 인생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다른 한편으로 나도 안다.
나의 능력과 실력에 비하여 이런 나의 기대감이 현 시점에서 보면 너무나 조급하고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사실 이 점을 내 친구들은 인정하기 싫어했지만 나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
나는 비스타를 살 수 밖에 없는 운명이야.
자꾸 오래된 물건 값싸게 사는 습관은 나의 컴퓨터 실력 향상에도 도움이 안될 일이다.
그걸로 인터넷이나 오락도 열심히 해야지.
인터넷에서 사업도 하면 어떨까?
그리고 컴퓨터 하는 시간 만큼 다른 시간에 더 투자해야지.
책도 읽고 친구도 만나고 사람들도 사귀고......
컴퓨터 살 돈은 아르바이트해서라도 벌어야 한다.
그래야 아버지에 대한 명분도 산다.
그리고 나는 결심한다.
5년 내에 안된다면 아무리 늦어도 10년 후에는 내가 사장이 되겠다고......
아니 내가 사장이 안된다면 최소한 삼촌이나 고모가 아닌 형님이 사장이 되도록 밀어는 드려야겠다고.....
이런 것들이 최근의 나의 고민이다.
첫댓글 이거... 조금 다듬고 약간 코믹한 사건이나 감동적인 반전을 살짝 추가하면 어디 기고해도 될 것 같은데요.
나 없는 새, 동생이 컴푸러를 "고장난 테레비, 컴퓨타, 카메라 사요"하는 아저씨한테 팝니다. 그 돈으로 "개 팔아, 고양이 사"하는 아저씨한테서 개를 한마리 사버립니다. 집에 돌아와보니, 컴푸러가 있던 자리에 왠 개똥이 누어져 있는 겁니다. 결국 사실을 알게 되고, 동생을 개 패듯이 팹니다. 그러나 어쩝니까. 개를 키우기로 합니다. 개 이름은 뭘로 할까 고민하다가...
'백만원'이라고 부르기로 합니다. 사람들이 종종, "백만원이 어디, 누구집 개 이름이냐?"하는데 그때, "우리집 개이름이다!"라고 대꾸할 수 있어서, 그렇게 지었답니다. <--- 쓰고 보니까 하나도 안 감동적이네요.
그래도 쪼금 반전은 되는 거 같습니다 ㅎㅎ
아... 덕분에 생각났어요. 진짜 괜찮은 반전! "우리집 개이름이다!"라고 말하고 돈 100만원을 강제로 뜯어가다시피 빌립니다. 이때 쌩돈 뜯긴 그 사람이 던지는 한마디, "내가 니 애비다!"
헉, 아직까지 386 컴퓨터를 쓰고 계시다니요... 단종된지 10년은 넘었을텐데... 펜티엄이 나온게 90년대 중반인 걸로 아는데.. 대단하심다 ㅎㅎ
아...이 글 끝까지 읽었는데, 기분이 뭔가 뭐랄까, 그 막연한 안개 속을 걷는 듯 하면서도 약간 몽환적이네요. 또 작성자의 나이에 대해서 마구 궁금합니다. 집에서 돈 좀 벌어오라고 한다고 하시니 학생은 아니시겠고, 그렇다고 연륜이 느껴지지는 않아보이구요. 또 386이라는 말에서 10년도 더 전에 써진 글인가 하다가 xp, 비스타 부분에서 살짝 놀래고, 마이크로프로세서란 무엇인가에 대해 백과사전도 찾아보고 했습니다. 뭐 여튼 전 완독했어요.
마이크로프로세서는 백과사전에 나오는 그 마이크로프로세서가 아니라 CPU를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부팅 시작 조차 안 할 때, 하드웨어의 어느 부분에 문제가 있는지 판단하는 것은 컴퓨터 공학이 전공인 저도 이 때의 컴퓨터 반응을 암기하고 다니지는 않아서 인터넷이 없으면 그냥 완전 분해 후 조립을 하고 그래도 안 되면 옆에 있는 컴퓨터랑 교차 조립(?)을 해서 문제점을 찾는데 오도독님이 어떻게 알아내셨는지도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