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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거든 산으로 가라
이 책은 단순하게 산을 찬미하거나 산으로 가는 방법을 소개하는 그런
책이 아니다. 처음 제목을 보고 올리뷰에 신청할 때는 외로울 때 위로
받을 수 있는 산 이야기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막상 책을 읽어보니 의외로
무게감이 있는 도전과 모험의 경전인 산책(山冊)으로 유명 산악인들의
험한 산 도전기와 또 목숨을 잃은 사연, 그리고 그분들이 기록한
책들을 소개하는 아주 의미있는 책이었다.
"그래도.... 우리 곁에 산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로 담담하게 우리가 알고 있는 고미영, 박영석... 이런 분들의 조난이야기를
들려주며 따뜻한 위로와 삶의 지혜를 던져 주는 이 책은 산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융숭한 대우를 받아야할 책이다.
해냄출판사 가 펴냈으며 값14,000원, 지은이는 김선미다.
이 책의 작가인 김선미는 북한산과 인왕산이 내다 보이는 책상과
부엌을 오가며 매일 밥을 짓고 글을 쓴다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두 딸의 엄마가 된 뒤 암벽등반을 배우려고 코오롱 등산학교에 입학하면서
인수봉너머 새로운 세상도 만나고 그 인연으로 MOUNTAIN 이란 산악
잡지의 기자를 지냈다.
이 책의 뒷 표지에 쓰여진 글이다.
사진은 이 한구 의 작품으로 이 사진작가 역시 월간 "사람과 산" 의
사진팀장이었으며 백두대간, 호남정맥, 낙남정맥등을 거쳐 에베르스트
안나푸르나등을 종횡으로 걸으면서 그 노정속에서 멋진 사진을 찍어 온
사람이다.
책은 1,2,3 장으로 나뉘어 있다.
1장은 우에무라 나오미의 "내청춘 산에 걸고"를 비롯하여
고미영의 "산문기행"등 산을 사랑한 사람들이 쓴 책에 대한 이야기로
꾸며져 있다.
2장도 주로 산과 책에 관한 이야기인데 여기서 특이한것은 작가가 태어
나기도 전의 대구의 한 대학의 산악부 모임의 회지 내용이다. 그때의 나도
부산산악회의 초기멤버였었는데....
부산산악회에서도 비록 등사판으로 발행했지만 회지도 발간했었고 지금
돌이켜 보면 우스꽝스런 우리들의 모습도 담겨있는데 갖고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 등산화조차 없던 시절, 남학생들은 군대서 가져온 워커를 주로
신었고 여학생들은 겨우 운동화였지만 우리는 그 차림으로도 나라 안의
산들은 거의 다 갔었다.
내가 쓴 산행기록도 회지에 자주 실렸는데 지금 그것이 있다면 작가에게
보내 주고 싶다.
그리고 3장은 그래도 다시 산 오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꾸며져 있다.
알피니즘의 상징인 몽블랑, 이 사진은 작년봄에 내가 열차와
케이불카를 타고 올랐던 몽블랑의 사진이다.
유럽인들에게 용과 악마가 사는 무시무시한 곳으로 여겨지던 4,807 미터의
알프스 최고봉이 1786년 자크 발마와 미셀 파카르가 오른 뒤 부터 근대
알피니즘의 출발점이 되었다는 몽블랑, 작자는 이 몽블랑에 대해서
산악인 김영도 선생은 늘 글을 몽블랑 만년필로만 썼다는 얘기도 한다.
근대 알피니즘의 문을 연 두 산악인, 왼쪽이 자크 발마 고
그 옆이 상금을 내걸었던 소쉬르. 그리고 오른쪽이 미셸 파가르다.
이 사진은 몽블랑 산아래 마을 샤모니에서 찍은것이다.
이 마을에는 몽블랑을 처음 올랐던 이 두사람의 동상도 있었고
알프스를 도전하다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무덤도 있었다.
이 책에서는 이 두사람이 소쉬르라는 사람이 내건 상금을 위해서
산을 올랐지만 순수한 등산만의 목적으로 산을 오르는것은 이때부터가
시작이라고 한다. 이전까지는 땔감을 구하거나 광물채취, 군사작전
같은 실용적인 목적말고는 아무도 험준한 산으로 갈 엄두를 내지
않았던 것이라고 한다.
작가는 책 말미에 참고했던 책들을 다 나열해 놓았다.
그리고 그 책을 쓴 분들에게 인용해도 좋다는 양해도 받았다고 한다.
그러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 책이 탄생하기 까지의 수고가 엿보인다.
책장을 덮으며 나는 산에서 살아서 돌아 온 사람들의 위대함과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위대함에도 함께 고개가 숙여졌다.
배우 손현주는
배우는 자기가 걸어 간 무대만큼 성숙한다. 그런 점에서 연기는 산을 오르는
일과 닮았다. 이 책은 정상을 향해 빨리 올라가라고 다그치는 세상에서
어떻게 인생의 무대 위로 올라가고 다시 내려올지를 감동적으로 보여준다고 했다.
한권의 책을 읽으며 이렇게 옷깃을 여밀 정도의 경건함을 느껴보기도 처음이다.
김선미 작가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이 책이 많은 사람들로 부터 사랑받기를
바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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