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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이야기 스크랩 태백중앙병원
들풀처럼 추천 0 조회 88 19.01.12 02:53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2019년 1월 12일


태백중앙병원







태백중앙병원의
환자들은
더 아프게 죽는다

아버지는 죽어서
밤이 되었을 것이다

자정은
선탄(選炭)을 마친 둘째형이
돌아오던 시간이다

미닫이문을 열고
드러내 보이던

형의 누런 이빨 같은
별들이 켜지는 시간이다

* 박준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에서 (36)
- 문학동네시인선 032, 1판 9쇄, 2013. 9.25



:
1965년 아버지께서는, 유일한 두 분의 결혼사진(?)을 찍을 무렵 태백(당시 지명으론 장성)의 탄광 마을로 가셨습니다. 여차저차한 사정이 있으셨으리라. 그리고 이듬해 제가 태어나고 두어 해 더 일하시다 고향, 부산으로 귀향 하셨다, 는 말씀을 듣고 자랐습니다.

또래 벗들의 아버지들보다 조금 더 자유롭고 방황도 많이 하시던 아버지 덕분에 어릴 때부터 부산의 밤거리도, 영화관도, 구덕 야구장도, 술집도! 함께 다니는 호사를 누리며 자랐습니다. 그 덕분에 마지막 입원하시던 2016년 여름까지도 함께 영화관으로 바다로 들로 다니곤 하였었지요.

하여, 지금도 '태백'이란 말만 들으면 아무런 기억도 없는 제가 태어난 맨 처음 고향, 어쩌면 제가, 저 시 속의 '누런 이빨 같은' ''이 되어 '태백중앙병원'을 들락거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더 뛰곤 한답니다.

아버지 떠나시던 김해의 병원 옥상에서, 입원하셨던 6개월 동안, 밤마다 바라보던 하늘엔 태백처럼 찬란하게 빛나던 별들은 없었어도 곁엔 아버지가 계셨습니다. 2003년 랑딸 일곱 살 때, 처음 가본 태백(산)에서 쏟아지던 별을 보며 함께 놀라던 순간을 지금도 또렷이 기억합니다.

그렇게 별은 하늘에 머무르며 아버지에게서 저에게로 그리고 이제는 랑딸에게로 흘러가고 있을 것입니다. 어제는 음력 12월 6일, 아버지 떠나신 뒤 두 번째 맞이한 제삿날이었습니다.

너무 일찍 떠나신 어머니와 더불어 부디 잘 계시라고 말씀드리며 오십 년을 곁에서 함께 지낸 큰아들도 오늘은 울먹임 없이 제사상을 모시고 물러나 앉았습니다.

아버지, 당신 떠나신 밤하늘, 여전히 멀고 또 깊어갑니다.

( 190112 들풀처럼 )


#오늘의_시
#새벽3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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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9.01.14 09:57

    첫댓글 회자정리라...그래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더군요. 빠르고 늦음의 차이일뿐이고요..그래도 다시 한 버 위로와 응원의 말씀을 드립니다.

  • 작성자 19.01.14 10:39

    네, 고맙습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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