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 연휴 때, 며칠을 낑낑거리며 준비한 글입니다.
어디 보자.
우리 하기스가 아직 지 병원이 없으니 잘 읽어 보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다행이고 ... ...
개원: 누가, 왜, 어떻게 할 것인가?
홍 성 수
dochass@hanafos.com
연세 이비인후과 의원, 성남
대한 이비인후과 개원의 협의회 공보 부회장
성남시 의사회 부회장
[일러두기]
이 글은 1992년 2월 개원한 이후, 다수의 동료 및 후배들의 개원 준비를 도와준 경험과 몇 차례의 강연 발표 내용, 그리고 평소의 생각을 수필 형식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형식이나 내용 면에서 지극히 개인적인 내용으로 주장하고자 하는 의도는 없음을 미리 밝힙니다. 모든 사람에게 적용될 성공한 개원의 왕도는 당연히 없습니다. 그래서 이 글은 거의 질문으로 가득하고 똑 부러지게 시원스런 답은 별로 없습니다.
모든 글은 “저는 이러 저러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여러분 생각은 어떠한지......” 라는 전제가 생략되어 있음을 염두에 두고 읽어 주시길 바랍니다.
글머리에
일단 개원만 하면 거의 대부분의 개원의들이 만족하던 시절은 이미 지났습니다. 그 이유로는 신규 배출 및 누적된 전체 의사 수의 기하급수적인 증가, 그리고 좌파 정권의 건강 보험 체제 하에서 재정 지출 억제로 인한 수익성 감소를 들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여건에서 경쟁 상태는 점점 더 치열해 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 결과, 절박하고 비정상적으로 수익을 늘리기 위해 비 보험 분야로의 급격한 이동이 진행된 것이 현실입니다. 우수한 인력 자원이 힘들지만 중요한 과를 기피하고 편하면서 비 보험 분야가 많은 과를 선호한다거나, 이미 개원 시장에 진출한 자원이 전문과를 무시하고 비 보험 분야 진료로 선회하는 의료 인력 배분의 심각한 왜곡 현상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정책 간섭 과잉 때문에 우리나라 의료 전반의 앞날이 걱정이 되지만, 개개인의 입장에서는 성과급(incentive)을 따라 움직이는 시장 경제 원리에 부합하는 합리적 선택의 당연한 결과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교직, 봉직, 개원이라는 진로를 앞에 놓고 선택을 해야 합니다. 의사 인력 과잉의 현실에서 선의의 경쟁은 피할 수 없으며 어떤 전문과, 어떤 직역이라도 치열한 자기 계발 없이 살아남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개원이나 해 볼까?
수련 병원에서 교수님들 곁에서 그 분들의 의사-환자 관계를 지켜보거나, 종합 병원 봉직의로 재직하다 보면 환자에 대한 왜곡된 생각, 즉 환자가 바로 그 의사를 보고 찾아오는 줄 착각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대부분 환자는 병원 규모를 보고 옵니다. 일종의 브랜드 가치(brand value)에 해당하는, 병원 규모가 크면 그 속에서 근무하는 의사의 질도 규모에 비례하리라 기대합니다. 근무하던 종합 병원 근처에 개원을 하면 나한테 오던 환자들이 대부분 다 따라 오리라 기대하지만 현실이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연건평 몇 만 평 규모의 병원에서 근무하는 전공의와 이 삼십 평 규모의 개인 의원에서 근무하는 경험 많은 전문의의 의학적 권위가 전혀 다름을 경험해 보셨는지요?
개원이나 해 볼까?
개원을 하면 원장은 교직이나 봉직처럼 오로지 환자만 볼 수 없습니다. 온갖 잡무에 시달려야 합니다. 진료, 시설, 장비, 물품 등 진료 지원 관련, 보험 업무, 의료 관련 법규, 세무, 인사 및 노무 관리, 민원 등등. 일인 몇 역을 해내야 하는지 모릅니다. 누군가 대신 해 주면 좋지만 비용이 많이 듭니다. 교직이나 봉직의 수입과 비교하여 최소 서너 배 이상을 유지해야 같은 수준일 수도 있습니다.
“나는 어떤 의사이길 원하는가, 어떤 조건에서 최대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깊은 자기 성찰이 필요한 대목입니다.
대충 이리저리 하다 보니 어찌 그리 되었다는 식으로는 성공은 고사하고 살아남을 가능성을 극대화 시키지도 못 할 것입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정답도 없고, 단답식도 아니며, 항상 유동적인데, 무엇보다 객관식이 아니고 주관식이라 당사자, 본인만이 알 수 있고 본인이 꼭 알아야만 합니다.
성공한 개원의 정의, 기준 그리고 조건
만족이나 보람의 기준과 조건은 개개인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성공한’이란 형용사도 명쾌하고 간단하게 정의할 수 없습니다.
정의: 개원이란 그 동안 갈고 닦은 의학적 지식과 기술을 이용해 자기만의 진료 공간(병의원)과 영역(boundary)을 확보하여 지역 사회를 기반으로 한 진료 활동을 통해 사회적 지위와 명예, 의사로서의 보람, 그리고 경제적 이득을 얻고자 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한 송이 아름다운 연꽃을 피우기 위해 진흙 밭에 튼튼한 뿌리를 내리는 일”입니다. 한 송이 연꽃이 경제적인 풍요인지, 명예와 존경인지, 정신적인 안정인지, 대국민 봉사인지, 조직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인지, 아니면 그 모두인지는 각양각색일 것입니다. 꽃이 무엇이건 진정 중요한 핵심은 뿌리를 내리는 일지만 진흙 속에 파묻혀 있어 얼른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진흙 밭에 튼튼한 뿌리를 내리면 무엇이건 원하는 아름다운 연꽃을 다발로 피울 수 있는 일”이 개원이라 말을 바꿔야 할 것입니다.
기준: 성공한 개원의 기준이 무엇일까요?
1. 좌우지간 환자가 많다.
2. 돈을 엄청나게 잘 번다.
3. 지역 사회에서 존경을 받는다.
4. 조직 사회에 얽매이지 않아 자유롭다.
5. 환자들과 정신적 교감을 나누고 보람을 느낀다.
6. 매일 아침, 즐거운 마음으로 출근한다.
7. 본인이 의사란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
각자 추구하는 개원의 목적에 부합하는 기준을 찾아 득실을 따져 봐야 할 것입니다. ‘주중에 운동도 다니고, 진료 시간도 탄력적으로 하면서 돈도 많이 벌고 싶다.’ 과연 가능할까요?
조건: 성공한 개원의 조건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1. 재물 운을 타고 태어났다.
2. 개원 입지, 즉 목이 좋다.
3. 인상이 좋고 외모가 수려하다.
4. 학벌이 좋고 학교, 수련 성적이 우수하다.
5. 영역에 확고한 인맥이 있다.
6. 인테리어와 설비가 끝내 준다.
7. 직원, 간호사들이 친절하다.
8. 직원, 간호사들이 예쁘다.
9. 처갓집이 큰 부자다.
10. 사람들을 잘 다룬다.
11. 타인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
12. 타인을 압도하는 카리스마가 있다.
13. 타인에 대해 관심을 갖고 배려할 줄 안다.
14. 설득력 있고 재미있게 말을 잘 한다.
15. 척 보면 아는 직관력이 있다.
16. 순발력과 지구력을 겸비했다.
17. 의사소통(communication)이 뭔지 안다.
18. 성실하고 근면하다.
하고 싶은 것(이상)과 할 수 있는 것(현실)은 전혀 다릅니다. 그 사이의 간극을 어찌 메울 것인가는 각자의 노력 여하에 따라 많이 달라 질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의사-환자 관계(doctor-patient relationship)
1. 정확한 진단
환자의 입장에서 좋은 의사란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나(혹은 내 가족)의 증상을 귀 기울여 들어 주고, 나의 증상을 잘 알아 질병과 증상의 상 관 관계를 쉬운 말로 귀에 쏙 들어오게 설명해 주고, 진단과 치료의 지침이 명확한 걸로 봐서 그 분은 나를 위해 최선을 다 하는 것 같으니 그냥 믿고 하라는 대로 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
그런 느낌, 첫 인상, 믿음을 주는 경우와 개원 입지가 좋고, 원장의 외모와 차림새가 수려하고, 인테리어와 장비가 끝내주고, 간호사들이 친절하고 예쁘기만 할 뿐 원장이 환자를 대하는 태도, 증상과 질병에 대한 설명, 그리고 치료 방침이 심드렁하거나 무성의하거나 모호하거나 일방적인 경우, 과연 어느 원장을 더 선호하여 찾아갈까요?
차갑고 논리 정연한 진단학적 과정을 통해 잡다하게 뒤섞여 있는 여러 정보를 분석, 분류하고 취사선택하여 환자의 제반 문제들을 과학적으로 파악하여야 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의사가 주도적으로 따뜻하게 성취하여야 하는, 보다 중요한 것이 건강하고 확고한 의사-환자 관계의 정립입니다. 그 기반은 공감, 정확한 진단, 신뢰 그리고 동기 유발입니다.
‘나는 앞으로 이 원장에게 모든 걸 맡겨야지’라는 각오, 즉 동기 유발(motivation)은 어디에서 올까요? 신뢰에서 옵니다. 환자의 신뢰(confidence)는 어디에서 올까요? 논리적이면서도 납득 가능한 정확한 진단(definite diagnosis)과 의사의 환자의 고통에 대한 사심 없는 공감(sympathy)에서 옵니다.
알맹이는 결국 환자를, 환자의 고통을 얼마나 잘 파악하고 정확한 병명을 붙이고 적절한 치료 방침을 정하고 수행하느냐 입니다. 나머지는 모두 부수적이고 이차적인 것들입니다. 의사는 결국 질병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아무리 사소해 보이더라도 질병으로 고통 받는 환자, 한 사람의 인격체를 대상으로 한다는 사실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우리 의사들은 모두 사람을 상대해야 합니다. ‘남의 염병보다 내 고뿔’이란 속담이 인간의 이기심에 관한 것일 수도 있지만, 사람들은 모두 자기 문제를 가장 긴급하고 중요하게 여길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의미도 읽어내야 합니다.
차갑고 논리 정연한 진단학적 과정을 다시 정독해 볼 가치는 충분합니다. 연역과 귀납, 내포와 외연, 주관과 객관, 우선순위, 가능성 순위 등등을 고려하지만 결국 환자의 상태를 진심으로 궁금해 하는 따뜻한 인간미를 가미할 수만 있다면 좋은 의사가 되는 출발점이고, 성공한 개원의로 가는 지름길이라 확신합니다.
2. 자상한 설명
말을 많이 한다고 자상한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상대방이 알아듣도록 해야 성공적인 설명입니다.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해 줬는데도 환자나 보호자가 멍한 표정, 답답한 얼굴, 찡그리고 귀찮은 태도로 의사를 바라본다면 시간 낭비입니다. 어차피 못 알아들으니 대충 설명한다거나, 환자가 알아듣건 말건 난 할 만큼 설명했다고 자위하는 것은 둘 다 방어적이고 소극적이거나 무책임한 태도입니다. 의사소통(communication)의 기술이 필요한 대목입니다.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 때 애당초 태도가 비판적이건, 절실하건, 무덤덤하건 상대방의 눈빛을 보면 대화 도중에 얼마나 수긍하고 집중하고 소통하게 되는 지 느낌으로 그 변화를 알 수 있습니다. 환자의 경우에는 그 변화가 더욱 선명합니다.
증상의 이유와 다양성, 그리고 질병과의 상관관계를 설명하다 보면 ‘와! 이 의사가 나에 대해 자세히 잘 알고 있구나.’ 라는 인상을 심어 주기에 대단히 효과적입니다. 더 하여 본인이 언급하지 않는 증상까지 짚어 낸다면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족집게 소리를 듣게 됩니다. 이런 순간이 바로 친절 교육이나 고객 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중요하게 자주 언급하는 MOT(moment of truth), 진실의 순간 혹은 고객 감동의 순간입니다.
직각으로 절을 한다거나, 뺨에 쥐가 나도록 미소를 짓고 있다거나, ‘아버님, 어머님’이라 닭살 돋게 호칭을 부르지 않더라도 이 순간을 겪어 본 환자의 의사에 대한 충성도(loyalty)는 웬 만 해서 무너지지 않습니다. 소위 단골 환자라고 하지요. 잘난 체 하기 좋아하고 마당발인 동네 아줌마, 손에 손을 잡고 굴비 엮듯 줄줄이 끌고 옵니다. 고비용의 광고 같은 거 할 필요도 없습니다.
3. 적절한 치료
환자가 과연 고객인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비용을 지불하고 의료라는 서비스를 제공받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고객과는 다른 측면들이 있는데 1. 정보의 비대칭 2. 선택의 개별성, 임의성 3. 결과의 책임 소재 입니다. 병원에서 의사에게 치료 받는 일은 분명 음식점에서 개인의 독특한 취향에 따라, 혹은 남들이 다 선호하니까 덩달아 김치찌개나 된장찌개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과는 다르니까요.
하지만 미용 성형을 하려는 환자는 고객이 맞습니다. 이미 미적 욕구가 있으면, 그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합당한 비용을 지불할 용의가 있습니다. 의사는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의학적 방법에 대한 정보를 주고, 고객이 개별적, 임의적으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다릅니다. 성공한 미용실 원장님, 자동차 정비소 아저씨, 술집 마담들은 고객이 업소로 들어설 때 척 보면 ‘얼마짜리’ 하면서 견적이 나올 만큼 동물적인 본능, 즉 직관(intuition)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의사들은 참으로 편리합니다. 의학적 기준으로만 보면 되니까요. 환자를 고객으로 보면 고객만족 대비 비용을 가급적 많이 지불하도록 유도해야 하는 사업적 자질이 우선이지만, 환자를 환자로 본다면 아주 단순해집니다. 하루라도 더 오게 해서 치료비를 더 받아 내는 것과 하루라도 덜 오면서 빨리 치료하여 환자를 만족시키는 것 중에 어느 태도가 장기적으로 더 유리한 행동일까요? 너무나 당연합니다.
주도권(initiative)에 관한 문제도 중요합니다. 흔하지는 않지만 인터넷을 보니 어쩌고 하면서 이런 저런 치료를 해 달라고 요구하는 환자도 있습니다. 그 태도가 마음에 안 드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고객(?)이 요구한 치료를 하고 좋지 않은 결과가 발생했을 때 과연 그 결과의 책임 소재가 누구에게 있는가하는 것입니다.
치료와 투약을 병행해야 하는데도 시간이 없다며 약만 먹겠다는 환자의 경우, 위중한 상황이 충분히 예상되는데도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소홀히 하거나 거부하는 경우, 경제적인 이유로 치료를 받지 못 하는 딱한 처지에 놓여 있는 환자의 경우 등등. 어느 경우든 가급적 환자의 입장을 살피고 무엇이 이 환자에게 최선인가 고민하면서 의학적 확신과 인간적 배려와 직업적 헌신을 필요로 합니다. 일방적으로 억지로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환자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치료 과정에 동참하도록 유도하여 의사는 단지 거들어 주었다는 겸손의 미덕을 보일 때, 진정한 주도권이 확립됩니다.
의사소통(communication)이란 무엇인가?
이렇게 열심히 설명을 했음에도 왜 환자들은 못 알아들을까?
차를 고치려 정비 업소에 갔을 때 몇 사람을 제외하고 정비사가 하는 기계에 대한 전문적인 이야기를 다 알아 들을까요? 못 알아들어도 전문가니까 알아서 잘 해주겠지 믿고 차를 고칩니다. 다 알아 들을 필요도 없습니다. 미용실 원장이 이런 저런 이유로 머리를 요렇게 조렇게 깎겠다고 해도 일단 믿고 맡겨 봅니다. 다 알아 들을 필요도 없습니다. 간혹 정비사 아저씨가, 원장 선생님이 너무 친절해서 ‘이거 바가지 씌우려고 이러는 것이 아닌가.’ 의심할 경우는 있지만 결과가 좋으면 또 가고 마음에 안 들면 절대 다시 안 갑니다.
의사의 설명을 다 알아듣는다와 뭔 말인지 모르겠지만 의사를 믿는다.
의사소통이란 단순히 내 말을 알아듣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생각을 납득시키고 공감 하고 같은 목표를 공유하는 과정이라 풀이하고자 합니다.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눈높이 맞추기 입니다. 의사는 한 가지 질병이라도 상대방 환자의 종합적인 수준에 따라 다양한 눈높이의 설명 방식을 준비하고 있다가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환자를 납득시켜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환자가 못 알아들었다면, 설명해 준 의사를 믿지 못 한다면 이는 의학적으로는 당연히 무식한 환자의 책임이 아니라 의사의 요령부득 때문입니다.
같은 질병이라도 오십대 초등학교 여 선생님이 오셨다면 자세히 거의 못 알아듣도록, 전문 용어를 사용하여 설명해야(verbal communication) 하지만, 칠순 할머님이 오셨다면 활짝 웃는 낯으로 어리광 부리는 손주 녀석처럼 반말 비슷하게 하면서 ‘할머니, 저만 믿으셔. 아셨죠?’ 하면서 손을 잡아들이거나 어깨를 도닥거리며 스킨십을 많이 하면(non-verbal communication) 천 마디 말보다 더 설득력이 있습니다.
글꼬리에
의료는 3차 서비스 업종입니다. 그러니까 접객업(接客業), 즉 사람을 상대해야만 합니다. 유흥은 아니고, 고통과 불편에서 벗어나길 간절히 욕망하는 사람들을 상대하는 업입니다. 그래서 사람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에 앞서 자기 자신에 대해 정리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나는 어떤 의사이길 원하는가, 어떤 조건에서 최대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깊은 자기 성찰이 필요한 대목입니다.
자기 계발에 관한, 대인 관계에 관한 책들이 책방에 넘쳐 납니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그런 부분에 문제가 있고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해결할 방법에 대한 정보에 목말라 있다는 반증입니다. 사람과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의 제반 현상에 관한 원리를 깨우치고 호기심을 풀어 줄 탐구, 즉 인문학적 소양(문학, 철학, 역사학, 심리학, 사회학, 경제학)에 대해 관심과 이해의 폭을 넓히고, 깊이를 더한다면 문화와 정보의 21세기 세계화 시대에서 알뜰하고 보람차게 살아남을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입니다.
그런 거 몰라도 잘 먹고 잘 사는 사람 많더라와 그런 걸 알면 좀 더 알차게 잘 할 수 있다 중에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보편적이고 평균적인 기준,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에 앞서 나에게 적합한 만족의 기준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하여야 합니다. 멋진 실내 장식의 고급 레스토랑에서 우아하게 소수 정예로 몇 만 원짜리 정식을 서브하는 사장님과 옹색한 백반 집에서 번잡하게 박리다매로 몇 천 원 짜리 식사를 파는 아줌마, 모두 행복할 수 있고 행복해야 합니다. 남과 비교해서가 아니라 제 스스로 자기 하는 일에 대한 전문가 정신, 자부심, 보람만 갖추고 있다면 언제 어디서나 가능한 일이라 확신합니다.
본인에게 적합한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과정은 힘들고 지루할지 모르지만, 그 자체로 숭고하고 아름다운 자기실현입니다. 난관은 도약의 발판입니다. 성공의 반대말은 실패가 아니라, 포기라고 합니다. 혹시 좌절하고 포기하고 싶어질 때가 있을 지도 모릅니다. 지금 여러분 앞에 성공한 모습으로 보여 지는 많은 분들 중에 항상 성공한 모습이었던 분은 거의 없습니다. 묵묵히 자기 몫을 하시면서 오늘을 일궈낸 분들입니다. 남 하는 게 쉬워 보여도 이 세상에 쉽게 되는 큰일은 절대 없습니다. 사자는 물소건 토끼건 혼신의 집중력과 노력을 기울여 잡는다지 않습니까?
그리고 매일 매일을 마음껏 즐기십시오. 아무리 큰일을 성취한들 즐겁지 않다면, 괴롭고 따분하고 허망하다면 얼마나 속상하겠습니까? 여러분의 즐겁고 밝은 표정과 목소리와 태도가 온 진료실에, 온 세상에 퍼져나간다면, 여러분을 찾아온 환자들은 덩달아 즐겁고 밝아져 저절로 병도 나을 겁니다.
여러분 앞날이 항상 보람차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2006년 10월 22일
[첨부]환자 설명 예.
첫댓글 추천합니다.그래서..많이 좋게..아니면 편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든요.시벌놈들이(제가오버인가?)다들 먹고 살만하다고 의사알기를 우숩게 생각해요.왜요? 지가 객관적으 자주 들었거든요.그면 지네들이 아프면 알아서 하든지........
그리구요.좃만한것들이..(난 왜 ?의사 편 만들까?)......ㅎㅎㅎ 그많은 노친네들을 어르만져주었던 고차가 생각 나거든요.
다 읽었더니 눈이 빙빙 돌고 매우 어지럽습니다. 형님 다음 부터는 조금만 짧은 걸로...
오늘은 연습이 되려나? 올웨이즈 9시에 봅시다.
경제적, 사회적 등등의 여러 이유도 있지만, 일단 늦은 나이까지 봉직의로 있기 어렵기 때문에 개원을 생각하거나 해야하는 경우가 많은 거 같습니다. 제 개인적인 바램은 경제적인 여유가 생겨서(봉직이던 개원이던, 다른 방법이던) 의사라는 직업 말고 다른 직업을....
정자동에 떡집이 하나 있는데 치과의사 라는거 같던데. 떡장사 잘되서 더 벌 수도 있지.
끄 떡집 주인이 알고보니 제 막내 동생 대학 동기생이더군요. 케리어가 아주 화려 하던군요,.
아참, 오늘 원래 애니연습인데 내일이랑 좀 바꿔 주시기로 하셨지요? (좀 일방적이었지만...ㅎ)
바꾸는게 아니고 일주일 내내 우리는 쉽니다. 그래봐야 두번 쉬는거네요.
배려 감사합니다. ^6^
감사합니다. 형님들의 배려를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그럼 일단 월수목금토 연습할수 있겠네요. ^6^ 올멤버들 내가 화요일 못해 미안한데, 또 안되는 날 있나요? (없지요?)
어찌되었건 다시 개원을 하려면 어느 정도의 규모를 갖추어야 하는데(위내시경, 대장내시경 등의 특화를 위해) 그게 많은 투자(경제적, 지리적)가 따르는 일이라 선뜻 하기가.
대학 2학년 때인 81년도에 6-7년 선배인 담임반 선배가 너는 뭐하러 의대 들어왔니 나두 막차타서 불안한데 하더라. 지금 생각하면 그땐 땅집고 헤엄치기 였을거 같은데 말야.
음! 그 때도 그랬으니 그 이전 선배님 들은 어떠셨을까요?
환자가 한마디만 더 물어 보면 짜증부터 났는데, 오늘 아침엔 환자들이 좀 의아해 하네요. 형님 글 읽고, 얘기 대부분 들어 주니깐요(얼마 갈진 모르겠지만요)...음악이든, 진료든, 운동이든 잘하려면 모진 인내력이 필요하기에 일단은 재미있게 해야겠다...생각해 봤습니다. 남은 기간이 더 많은 것 같아 음악(레슨), 진료(스틴형님 조언), 운동(축구 개인레슨)...이제 외골수 고집 그만 부리고 스승두고 좀 배우면서 하고 싶습니다.
1975년 의료 보험 도입, 1980-90년대 의대 신증설, 2000년 의약 분업 이렇게 크게 세 번의 고비가 있었고, 그 때마다 이제 의사는 다 망했다고 했어요. 그런데 다는 아니죠. 아무리 세상이 바뀐다 해도 살아 남는 사람이 있고, 망하는 사람은 그 옛날에도 다 있었어요.
자기가 하는 일이 재미있고, 보람있고, 애착이 가고 그래서 열정이 생기고 잘 하는 일을 꾸준히 하면 ... 뭐가 되었건 다 좋은 결과가 있어요. 교회 다니며 성령으로 충만하는 일, 악기 배우고 연주하는 일, 공차고 치는 일, 맛난 음식 먹는 일, 집안 청소하는 일, 애인 꼬시는 일 등등 ... ... 이 세상 일 모두.
선택과 집중. 선택의 기준은? 나는 대관절 어떻게 생겨 먹었나... 나는 뭘 잘 하고 뭘 못 하나... 죽어도 하기 싫은 일은 뭔가... 꼭 해 보고 싶은 건 뭔가... 어떨 때 가장 행복한가... 힘들고 지겨워도 참고 할 만 한 가치가 있는 일인가...
마지막 장면에서 울뻔 했습니다......너무 감동적이라!~~~~
(감동적이지만 속으로 그런갑다 해야지 안그럼 자꾸 올리실건데...형님 글 안 읽을 수도 없고 다 읽기가 너무 힘이 들어서...)
(또 한마디 듣것네...난 괜히 씰데 없는 소리해서...)
겉으로 내색은 안 했지만 속으로는 그렇게 많이 부담스러웠었구나. ...
토르야!! 그 동안 너무 미안하고 ... 고마웠던 즐겁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럼 이만 안녕! ~~~
(형님, 형님 글 읽고 오늘 오전부터 제 환자 보는![스타일](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37.gif)
이 ![달](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_11.gif)
라졌음을 고백합니다...![그냥](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_3.gif)
웃자고 한 말인데, 제 표현이 서툴러서 전혀 우습지가 않았나 보네요...계속 올려 주시면 안될까요![?](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9.gif)
행임![?](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9.gif)
![ㅜㅜ](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7.gif)
![ㅠㅠ](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9.gif)
...>어제 교회서 흘린 눈물보다 양이 많습니다.)
... ... ...
(근데 형님 글 올라 오면 하나하나 다 읽고 바로 바로 리플 다는 동생 또 있으면 나오 보라고 그러십시요..헤헤...서운함과 노여움을 거두어 주시 옵소서...)
그럼... 우리 ........... 정수기 달자.
(그럴까요? 형님? 전 분명 그때 찬성했습니다만, 딴 분들이 번복하는 바람에...그러나, 돈 나가는 일은 울 회계가 실권을 쥐고 있는터라...제가 뭐라 하기가 좀...양해바랍니.....)
(그것도 모르고, 그것도 모르고... )
정수기 설치도 막막하고 ... 글이라고 올리면 부담스럽다 하고 ... 개인 연습 좀 할라니깐 밀고 들어 오고 ...
(에구![~](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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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구![~](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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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썅한 우리 스틴 형님![~](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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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