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탐험사 100장면 28 - 오직 바람의 힘에 의존하다 보트로 북서 항로를 돌파한 제프 매키니스(198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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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탐험사 100장면 28 - 오직 바람의 힘에 의존하다 보트로 북서 항로를 돌파한 제프 매키니스(198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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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jy9713

2024.03.18. 01:57조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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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탐험사 100장면

오직 바람의 힘에 의존하다

보트로 북서 항로를 돌파한 제프 매키니스(1988년)

요약 북서 항로는 6,400km가 넘는 바닷길에 1만 8천여 섬 사이의 미로였고 이에 도전한 탐험가들은 모두 실패했다. 1986년, 제프 매키니스가 오직 바람의 힘에만 의존해 북서 항로를 통과하려고 도전했다. 유리 섬유로 만들어 가벼운 ‘퍼셉션호’를 밀고 갔고 1988년, 오직 바람의 힘에 의존해 북서 항로를 통과할 수 있었다.

북극에 가장 잘 적응하는 배

쌍동선 퍼셉션호는, 유리섬유로 만든 덕분에 242kg밖에 안되어 얼음 바다에서는 사람이 밀고 가기도 했다.

북서 항로는 수 세기 동안 유럽 탐험가들을 유혹했다. 그러나 장장 6,400km가 넘는 바닷길에 흩어진 1만8천여 섬 사이의 미로(迷路)에 도전한 탐험가들은 모두가 실패했다. 세계지도에서 캐나다 북부와 북극해가 만나는 다도해(多島海)지역을 보라.

탐험가들은 주로 북서 항로 입구 쪽에 그들의 이름을 딴 배핀 만 · 허드슨 만 · 데이비스 해협 · 폭스 해협 · 패리 만 · 바일럿 섬 · 백 강 · 프랭클린 만 같은 지명(地名)만을 지도에 남기고 죽어갔다.

20세기에 들어 마침내 아문센이 1906년 이 항로를 찾아내 항해했다. 그러나 북서 항로는 탐험의 역사와 치른 희생에 비해 너무 빨리 잊혔다. 1914년 파나마 운하가 개통되었기 때문이다.

1969년 미국의 15만톤급 초대형 유조선 맨해튼호가 이 항로를 추크치해까지 왕복하여, 파나마 · 수에즈 운하가 막힐 경우 북서 항로가 얼마나 유용한지 증명했지만, 오늘날 이 항로를 정기적으로 이용하려는 배는 없다. 북서 항로는 이제 옛 탐험가들의 발자취를 더듬으며 자연에 도전하려는 모험가들의 무대가 되었다.

1944년 캐나다 기마경찰대원 헨리 라센이 종범선1) 세인트 로크호를 타고 처음으로 한 계절 안에 이 항로를 통과2)한 기록을 세웠다. 1954년에는 캐나다 해군 쇄빙선 래브라도호가, 1960년에는 미국 원자력 잠수함 시 드래건호가 이곳을 지났다.

또 1977년과 1983~1988년에는 각각 네덜란드와 미국의 요트(윌리와우호, 벨비디어호)가, 1980년에는 북극 탐험가 존박스토스가 바다표범 가죽을 씌운 스노모빌을 타고 이곳을 지났다. 1984년에는 바하마 여객선 린드블래드 익스플로러호가 지나기도 했다. 그렇지만 1986년이 되기까지 오직 바람의 힘에만 의존해 북서 항로를 통과한 사람은 없었다.

1986년 7월 20일 제프 매키니스가 이 일에 도전했다. 그는 사진작가 마이크 비델과 함께 동체 2개짜리 돛단배를 타고 캐나다 북서쪽 끝 매켄지강 어귀에 있는 이누비크를 떠나 동쪽(뷰포트 해)으로 나아갔다.

북서 항로의 입구를 처음 찾아낸 존 프랭클린이 탔던 에레버스호는 길이 32m에 무게는 370톤이었다. 북서 항로를 처음 통과한 로알 아문센의 이외아호는 길이 21m에 47톤이었다. 매키니스가 서쪽에서 동쪽으로 북서 항로를 통과하면서 탄 퍼셉션호는 길이 5.5m에 무게가 204kg밖에 안되는, 유리 섬유로 만든 돛단배다.

여름을 세 번 나며 행해진 이 도전에서, 첫 번째 여름(1986년 7월 20일~8월 29일)은 뷰포트 해를 벗어나 프랭클린 만을 거쳐 아문센 만으로 접어드는 코스를 항해하여 빅토리아 섬 남단 케임브리지 만에서 끝냈다.

1987년 두 번째 맞은 여름에 케임브리지 만에서 서머싯 만까지 가는 동안 비델은 영하 30도를 밑도는 칼날 바람에 얼굴이 동상으로 심하게 문드러졌다. 결국 두 사람은 1987년 9월 7일 서머싯 섬 서북단 앤 곶에서 툰드라에 배를 남겨둔 채 공수(空輸)되었다. 그곳은 북서 항로의 동쪽 입구인 배핀 만에서 800km 떨어진 곳이었다. 두 사람은 세 번째 여름에 그곳을 통과하기로 작정하고 비행기를 타고 병원으로 갔다.

두 번째 시즌(1987년 7월 30일~9월 2일)에 매키니스와 비델은 빅토리아 해협에서 12일 간이나 얼음에 둘러싸여 바다 위를 떠돌았다. 그 사이 두 사람은 앞을 멀리 정찰하려고 8.5m짜리 돛대 위에 올라가곤 했다. 당시 퍼셉션호는 유빙에 갇힌 채 왔던 길로 130km나 흘러갔다.

배를 둘러싼 유빙들은 거대한 조각 그림 맞추기 판과 비슷했다. 그것들은 끊임없이 이동하고, 어떤 때는 서로 달라붙어 엄청난 얼음덩어리가 되었다. 그런데도 퍼셉션호는 두 번째 여름에 1,600km 넘게 전진했다.

그 무렵 북서 항로에 도전한 몇몇 보트가 전혀 전진하지 못했는데도 퍼셉션호가 1,600km나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은, 두 사람이 배를 끌고 얼음 위를 걸어 다른 개수면(開水面)으로 옮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배를 운반한 거리가 그들이 항해한 거리의 1%가 넘는 56km쯤 될 것이다.

매키니스와 비델은 얼음덩어리들이 거센 물결에 밀릴 때마다 그 틈에 끼여 배가 부서질까 봐 배를 얼음 위로 끌어올렸다. 그들은 얇게 얼은 신빙 위로도 목숨을 걸고 걸었다. 아무도 그들을 구출할 수 없는 상황이었을 뿐만 아니라, 쌍동선이었으므로 두 사람이 모두 배를 운반하는 데 참여해야 한다.

한 사람이 앞에서 뱃머리 2개를 이은 줄을 끌고 가면, 또 한 사람은 뒤에서 밀었다. 배 무게는 204kg이지만 집을 실었기 때문에 전체 무게는 318kg이었다.

짐이 114kg밖에 안된 데는 가벼운 음식과 얼음 오아시스가 큰 도움을 주었다. 매키니스는 가루 우유와 말린 과일 등 냉동 · 건조 식품을 준비했고, 하루에 섭취하는 음식물을 0.7kg으로 제한했다. 그것들은 자체 무게뿐 아니라 조리하는 데 드는 연료의 양도 줄여 주었다.

매키니스는 마실 물을 이틀치씩만 실었다. 만약 한 시즌(약 6주간)동안 마실 물을 한꺼번에 실어야 했다면 이 여행은 성공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들은 얼음에서 이틀에 한 번 꼴로 식수를 얻었는데, 그것은 오랜 세월에 걸쳐 소금기가 빠져나간 얼음이 햇빛에 녹은 깨끗한 물이었다.

한 가지 도구가 여러 가지 쓰임새를 보인 것도 배 무게를 줄이는 데 한몫 했다. 퍼셉션호가 폭풍에 휘말려 간신히 서머싯 섬의 아스턴 만에서 야영할 때 두 사람은 노를 가지고 눈덩이를 잘라내 바람막이 눈벽을 세웠다. 노는 얼음을 자르는 칼로 쓰였고, 라디오 안테나로도 쓰였다. 텐트 앞 60cm까지 접근한 북극곰을 발견했을 때 미처 엽총을 겨눌 사이가 없었던 두 사람이 마음 속으로 의지한 것 또한 노였다.

세 시즌 동안 5280km를 항해한 끝에 매키니스와 비델은 배핀 만 입구 그레이엄 무어 곶의 폰드 인렛에 도착했다. 그동안 퍼셉션호를 그토록 무자비하게 내몰았던 북극 바람이 갑자기 사그라들어, 두 사람은 몇 km는 노를 저어 갔다.

폰드 인렛의 야트막한 집들과 밝은 색 기름 탱크들이 곶 앞쪽을 둘러싸고 있었다. 보트를 바닷가에 끌어올려 놓고 매키니스와 비델은 샴페인을 터뜨렸다. 인간이 바람의 힘에만 의존해 북서 항로를 통과한 그 날은 1988년 8월 17일이었다. 매키니스는 마지막 일기에 이렇게 썼다.

'퍼셉션호는 내가 희망한 대로 이상적인 배였다. 가벼운 바람에서는 민첩하게 나아갔고, 강한 바람 속에서는 가끔 물세례를 뒤집어썼지만 대단히 안정감이 있었다. 풍랑이 심하거나 얼음에 막히면 두 사람이 뭍으로 끌어올릴 수 있으리만큼 가벼웠다. 작고 가벼움. 퍼셉션호는 북극에서 가장 훌륭한 '적응력'을 가진 배이다. 우리는 이 배에 성공뿐만 아니라 생명까지 빚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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