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문 "풍금이 있던 자리"
김상도
1.작품
1992년 발표된 이 작품은 유부남과 미혼녀 '나'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그리고 있다. 마치 2인층 시점 같이 주인공이 상대방을 향해 보내는 편지글이라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독자의 흥미를 끌고 있다. '나'의 비정상적인 사랑과 어린 시절 아버지의 비정상적인 사랑을 바라보는 주인공의 섬세한 내면이 그려진다. 특히 유년의 아스라한 추억 속의 시적인 풍경이 너무도 훌륭한 작품이다.
2.작가
1963년 전북 정읍에서 출생한 신경숙 작가는 정읍여자중학교를 졸업한 후, 서울 구로공단에서 일하면서 영등포여자고등학교 야간부에서 고등학교 과정을 이수했다. 서울예전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후 출판사에 재직하던 중 중편 <겨울 우화>로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당선되면서 문단에 등단했다.신경숙은 90년대 초반에 등단하면서 우리 문단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작가이다. 사회적 성향의 소설이 주를 이루던 문단에 극히 감성적이고 개인적 성향의 소설을 내놓음으로서 우리 문단에 새로운 반향을 일으킨 점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작가의 섬세한 시적 문체는 80년대의 사회적 작품들이 보이던 딱딱한 문체에 촉촉한 단비와도 같은 따스함을 느끼게 해 주었다.
3.줄거리
이야기는 화자의 일기형식의 편지문으로 계속된다. 지금 화자는 한 유부남과 불륜에 빠졌고
해외도피를 시도하다 화자의 포기로 이루어지지 못한다. 추억의 형식으로 이루어지는 편지에 오버랩 되는 유년의 기억…… 명확하게 표현 되어 있지는 않지만 아이들의 새 어머니가 들어왔다. 어머니를 밀어내고 들어온 새 어머니는 남매들에게 정말 잘 해주었다. 하지만 첫째아들과 동생들은 그 여자에게 반항을 했다. 나는 그 여자를 좋아한다는 감정이 있는지도 몰랐다. 마음속으로 어쩔 줄 모르는 어린 나는 자기를 알아주고 정체성을 부여해준 그 여자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러나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장면에 또 그 여자(새 엄마)의 아픔이 나온다. 새 엄마 또한 불륜의 상대였고 상처를 안고 떠나게 된다. 그리고 새 엄마는 어린 그녀에게 자기처럼 되지 말라는 말을 남긴다. 어린 그녀는 이 장면에서 칫솔을 내미는데 이 장면에서 왠지 모를 울컥함이 밀려왔다. 그때의 새 엄마와 같은 처지에 처해 있는 자신을 느끼는 그녀의 마음은 무척이나 힘들 것이다. 그와 이별하면서 화자는 사그러지는 숯불 같은 사랑을 끌어안을 것을 다짐한다.
4. 느낀점
이 소설은 독특하게도 불륜이란 부정적 감정에서 순수한 사랑을 얘기하고 있다. 화자는 아버지의 비정상적인 사랑을 추억 속에서 그린다. 화자의 섬세한 내면을 나타낸 표현으로 비정상적인 사랑, 불륜이 생각하는 것들과는 달리 아름답고 고귀한 이미지임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가부장적 여성 소외도 문제로 보고 젠더 문학으로 해석도 가능해보인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소설을 살리는 부분 부분은 아포리즘적 문장, 시적인 문장이, 시골 정취와 만나 책 페이지에서 풀냄새가 나는 듯 하 게 모든 이미지들이 아름다운 소설이다.
5. 인상적인 낱말, 문장
● 여기저기 참 아름다웠습니다. 산은 푸르고……푸름 사이로 분홍진달래가……그 사이……또……
때때로 노랑물감을 뭉개놓은 듯 개나리가 막 섞여서는………환하디 환했습니다.
● 아무리 신비한 과거를 가진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 과거는 그 사람들 것이다
● 상여 나가는 마을 앞산에 눈길을 줘보니, 연푸름이 짙어지고, 늦봄 철쭉이 만발해서는 그 자리에 불을 지를 듯, 붉었어요……
● 오늘은 비가……명주실 같은 저, 봄비……가
● 산쑥은 물론이요, 연두빛 능선에는 벌써 산수유가 피어서 가는 비에 파들거렸습니다.
* 많은 분들이 읽으신 소설이겠지만 여러분들께 정말 좋은 작품이라 권하고 싶습니다.
첫댓글 이야기 소재는 참신한 것은 아니지만 아름다운 문장이 눈에 띕니다..
소설 중간중간의 시적인 문장이 무척이나 아름답죠. 90년대 소설이라 옛느낌을 느끼셨나 봅니다. 80년대 정치적 거대담론에서 민주화이후 개인의 내면으로 관심이 넘어갈 때에 발표되어 문단의 평가를 받았다 합니다. 전 여성들의 그 섬세함에 감동받았답니다.
@불타는꽃 이 소설 보다 더 기가막힌 스토리가 범람하는 시대이지만..... 감흥이 부족한 시대에 문장과 어휘는 빛이 나니까요..고전이 그렇고 리얼리티가 그렇다 싶네요.
처음 이 소설을 읽었을 때가 생각나네요. 저도 얼마 전 다시 읽었거든요. ^^
공단의 공원에서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가 될 때까지의 인생역경은 어땠을까요? 그런 다양한 삶을 살았기에 소설가로서 롱런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