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늘 나를 보면
누나 너무 이뻐요! 라고 하는 동생이
모임에 가는데 같이 가자고 문자를 보냈다.
며칠전 모임에서 그녀가 입으로 주는 안주를 입으로 받아먹다가
내게 입을 맞았던 동생.
하루종일 걸어 다니느라 배도 고프고
딱히 할일도 없어서 동생과 함께 영산호를 지나 대불로 갔다.
풍천장어집에 그 동생의 친구들이 서너명 모여서
장어를 먹고 있다가 우리를 반긴다.
친구가 장어를 먹으러 오라고 했는데
내가 생각나서 같이 가자고 했다면서 가격은 신경쓰지 말고
맘껏 먹으라고 하길래
몸보신도 할겸 정말 맘껏 먹었다.
다행히 그 동생의 친구들도 순박하고 착한 사람들이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
친구들과 해야할 일이 있어서 나를 다시 데려다주고 와야 한다고 해서
술도 마셨으니 그러지 말라고 하고
버스를 타고 가겠다고 했더니 굳이 택시를 타고 가란다.
아니야. 여기서 목포까지 가려면 택시비도 많이 나올테고
난 택시 타는것보다는 버스를 타고 가는게 편해! 했더니
그러면 자기가 너무 미안하다며 굳이 택시비를 준다.
너우 오래 외로움을 견딘 탓일까?
식사때도 그렇고 세심하게 챙겨주는 동생을 보며
마음이 따뜻해졌다.
동생과 일행을 먼저 보내고 혼자 버스를 기다리는데
작년에 영암 월출산 입구에서 식당을 하며
버스를 타고 다니던 기억이 새로새록 떠 오른다.
한시간이 넘느 버스를 타고 식당까지 출퇴근을 했었다.
워낙 낡고 오래된 버스라 덜컹거려서 나중에는 허리까지 아팠고
힘들었지만
월출산의 아름다운 산자락에서 식당을 하며
내 꿈을 이뤄갈수 있다는 희망에 그 고생마저 행복했었다.
버스를 타고 목포에 도착했는데 잘 도착했느냐는 문자가 온다.
늘 혼자서도 씩씩한척 하고 있지만
사실은 가끔은 외롭기도 하고 누군가의 관심이 그립기도 했었는데
따뜻한 관심을 받으니 마음 한켠이 따뜻해지며 말랑말랑해졌다.
배도 부르고 날씨도 서늘해서 또 한시간을 걸어서 집에 도착.
아침에 스쿼트와 근육 운동을 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월출산에도 다시 가보고 싶었는데 기꺼이 승낙을 해줘서
같이 가는 길.
우선 평광에 들러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월출산을 향해 출발하는 길.
어제 택시비도 받았고 미안해서 밥값을 내려고 했더니
자기랑 만날때는 돈을 쓰지 말라며 극구 말린다.
오랜만에 맑게 개인 하늘이 새하얀 뭉게 구름과 어울려
맑은 청자빛으로 너무 아름다웠다.
오랜만에 그 길을 가려니 만감이 교차한다.
전에는 시간이 날때마다 월출산이 내 애인이라며
혼자서 산행을 하곤 했었는데
요즘은 시간이 남아 도는데도 거의 찾지를 못했다.
월출산에 도착해서 천황사로 향하는 길.
오랜만에 찾은 그곳 월출산은 여전히 늠름한 모습을 자랑하고
일요일이라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다.
천천히 산길을 따라 올라가는데
예전에 여자 친구와 함께 와서 캠핑을 했던 곳이라며
감회에 젖는 동생.
나 역시도 많은 추억이 있는 곳이라 감회가 새로웠다.
식당이 망하지 않았더라면 이런저런 서러움과 힘듬을 겪지않고
당당하게 지내며 내 꿈을 이뤄가고 있었을텐데..
작년에 왔을때는 스님 혼자서 작은 포크레인을 가지고
절을 짓고 있었는데
어느새 완성이 되어있다.
천천히 절을 둘러보고 내려와서 다시 돌아오는 길.
어제 친구들을 만나러 가면서 내게 뭐가 먹고 싶냐고 물어서
소고기가 먹고 싶다고 했던것을 기억했는지
장성 토요 시장에 가서 소고기 삼함을 먹고 오자고 한다.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거의 생선이나 찜 종류를 먹는데
이상하게 얼마전부터 소고기가 먹고 싶었었다.
아마도 이런저런 운동을 하며 체력 소모가 많으니
몸에서 단백질이 필요해졌나보다.
몇번의 거절에 마음의 상처를 입었을텐데도
내색하지 않고 늘 한결같이 누나 너무 이뻐! 라고 하면서도
선뜻 손조차 잡지 못하는 동생.
그나마 다른 남자들처럼 무턱대고 들이대지는 않으니
같이 있어도 많이 불편하지는 않다.
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는데
운전하느라 힘들지 않느냐는 말에
좋은 사람과 함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단다.
그러면서 딸이 내년 1월달에 결혼을 하는데 같이 가자고 해서
애인도 아니고 더구나 예전 와이프가 올텐데 내가 같이 가면 어떻게 하느냐며
웃었더니
딸도 엄마랑 연락을 하지않고 찾지도 않는단다.
사연을 들어보니 정말 기가 막혔다.
끼니조차 변변히 때우지 못하는 깡촌에서 동생이 살고있는
도시로 전학을 왔던 와이프랑 중학교 때부터 동거를 했단다.
겨우 중학생이 뭐를 알아서 동거를 해? 했더니
중학생이면 이미 알건 다 안다고.
나는 여고시절까지도 아직도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로
선생님을 짝사랑 하면서 삼년을 다 보냈었는데.
그렇게 동거를 하며 학교를 졸업하고
학원까지 보내주며 유명 인사들이 드나드는 곳에 취직을 했는데
스무살에 아이를 낳고 바람이 나서 헤어졌단다.
그뒤로 동생 혼자서 아이를 키우고 아이는 엄마라는 존재조차
찾지 않은채 결혼을 앞두고 있다고.
결혼을 앞둔 딸의 마음을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
엄마라는 존재가 그리울테고
아이를 낳으면서 더 절실하게 필요할텐데..
안쓰러움에 손을 꼬옥 잡아줬더니 밝게 웃는다.
사람의 인연이라는게 참 쉽지가 않구나.
그뒤로도 두번을 더 여자를 만나서 십년씩 살았는데
다 그런 경우로 헤어졌다는 동생.
나이보다 훨씬 늙어보이는 주름지고 마른 얼굴에서
삶의 고단함이 보인다.
더구나 고아여서 주위에 딸 말고는 아무도 없다는 동생.
토요 시장에서 삼합을 먹고 다시 목포로 와서
북항 노을공원에서 잠시 산책을 하고 커피를 마셨다.
구름낀 하늘 아래로 번져 나온 황금빛 노을이
길게 바다위에 드리워지고 바다는 만조가 되어 찰랑거린다.
코로나에도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사람들.
아무리 코로나로 세상이 시끄럽고
힘들다고 다들 아우성을 치는데도 한쪽에서는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은듯 일상을 이어간다.
이래서 세상이 돌아가는건가보다! 라며 웃었더니
따라 웃는다.
일을 구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이런저런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했었는데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다.
집앞에 와서 잠시 기다리라 하고 미숫가루와
다른것을 챙겨서 줬다.
어쩌면 심란함에 또 하루종일 걸어 다녔을텐데
그리운 곳에도 가보고
이런저런 대화에 맛있는 음식도 먹고 즐거운 하루였다.
사람이 사람을 알아가는 것.
결코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렇게 조금씩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하고 함께 할수 있다는 것.
오늘이라는 하루가 내게 준 선물이다.
첫댓글 모처럼
여행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좋은 시간 보냈군요.
장성의 한우 맛있을 겁니다.
요즘은 도로가 편리하게 정비되어 있나 봅니다.
영암에서 장성 목포를 쉽게 오가는 것을 보면.
선물같은 날들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네..부드럽고 정말 맛나용.ㅎ
어제 그 동생도 그러더군요.
우리나라는 도로는 정말 잘 되어 있어서
중국 사람들이 부러워 한다고.
연꽃보러 공원에 와서 답글을 쓰고 있어요.
차분한 풍경이 좋은 아침이네요.
자유세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용.^^
정읍 가면
김제에서 늘 한우를 먹고 했는데
비싸긴 하지만
역시 한우가 맛있긴 합디다
늘 축제같은 삶으로
행복하시길~~~
그러셨구나..ㅎ
정말 부드럽고 입에서 살살 녹긴 하더라구요.ㅎ
언제쯤에나 오실런지 모르겠지만
빨리 코로나가 끝나서 그리운 분 곁으로
오실수 있기를 바래요.^^
멋진 이디엇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겉으론 표현 안해도
마음 속 으로
누군가를 그리워 하며
애틋한 설레임 이 있는 것은 좋은 일 이예요
우리 김보연 님
주변 에서 인기도 많은 좋은 분 이셔 요
ㅎㅎ아직도 찾아오지 않는 인연을 그리워하는중이랍니다.
언제쯤에나 짜안! 하고 내 앞에 나타나줄지..
왜이렇게 늦게 왔냐고 마구마구 뽀뽀해줘야 겠어요.ㅎㅎ
인기만 많으면 뭐하겠어요?
연기는 자욱한데 정작 불꽃을 피워줄 이는 없는걸요.
우리 일형 오라버니도 행복한 한주의 시작 되세요.^^
@김보연 외모 매너 성품 등이
있으 시기에
인기가 있게 되는 것 이므로
자신감 있게 자랑 하시며
멋진 그리움 의 만남 되세 요
@일형 어머나..일형님 참 좋으신 분이세요.ㅎ
그렇게 보아주시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