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복이 지나고 처서를 앞둔 시기였지만 유난히 무더위가 맹위를 떨치던 8월 20일 토요일이였다.
아주 가까운 분의 장남 결혼식이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있기에 결혼식 행사에 참석 후 가까운 지인들과 용산 삼각지 부근 호프집에서 정담을 나누다보니 오후 다섯 시가 되었다 삼각지역에서 전철을 승차하여 서울역에서 1호선 경인전철 하행선 맨 앞의 기관사실 칸에 몸을 실었다.
붐비는 전철이라서 인파에 밀려들어가 출입문과 중앙 에어컨과의 사이에 서있는데 더워서 상의를 벗어서 선반에 올려놓고 손잡이에 매달려있었는데 중간에 내리는 사람이 있어서 좌석이 하나 생겼다 평소 때 같으면 좀 떨어진 곳에 있는 사람이 곧바로 밀고 들어와 자리를 채우는데 오늘 따라 서로 양보하다가 비운채로 2개 역인가 지나갔다. 주위를 둘러봐도 앉힐 사람이 없기에 그래도 지천명을 넘어선 나이이기에 본인이 좌석에 앉게 되었다.
몸이 피곤했던지 눈을 감고 잠이 들었었나보다. 문득 눈을 떠보니 부평역이었다. 아차! 부개역에 내려야 하는데... 후다닥 일어나 승강장으로 나오자마자 문이 닫히고 있었다.
아뿔사! 선반에 올려놓은 양복 상의가 생각났다. 떠나는 기관사실을 향해 손짓으로 상의를 놓고 내린 표현을 하니 기관사님이 알아 들었는지 역무실에 내려가 이야기 하라고 하면서 출발했다. 생각해 보니 여기에서 출발해서 종점인 인천역을 왕복하면 족히 한 시간은 걸릴 상황을 이었다.
전철이 개통 된 이후 계속 이용하던 기억을 더러 우산을 놓고 내린 적은 있지만 중요한 물건을 놓고 내린 적은 없었는데... 한심하고 황당한 생각으로 천천히 개찰구 까지 내려오니 개찰구옆에 역무원이 근무하는 사무실이 있어 들어가서 사정을 이야기하니 직원이 친절하게 설명을 해 주었다.
지금 출발한 하행선은 계획된 시간으로는 247호 열차인데 주안역 직원에게 이야기 하면 찾아보고 유실물 보관 장소에 갖다 놓으면 주안역에 가서 찾을 수 있다고 하면서 30분 정도만 기다리면 될 것이라고 했다.
오늘 결혼식에 참석하고 고향에 내려가 조상묘소 벌초할 계획으로 승용차를 부개역 부근에 주차를 해놓고 다녔는데 옷을 잊어 버렸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옷에는 지갑이 들어있었고 거기에는 주민등록증을 비롯한 각종 증명서와 신용카드 현금카드 등 현금보다 중요한 소지품이 있는데 만약 찾지 못할 경우에는 물적 시간적 손해가 막심할 것이라는 생각에 정신이 아득해진다.
30분이 넘게 기다려도 소식이 없어 주안역에 전화를 해 보니 못 찾았다고 했다. 전철이 출발할 때 249호였다는 생각으로 기관사에게 연락을 해 보기로 하고 연락을 직원이 했다.
한 시간여를 기다리다 보니 기관사로부터 연락이 되었는지 직원이 기관사실로 가자고 해서 승강장 끝 대기실로 따라갔더니 그곳에 대기 기관사 두 분이 있는데 그곳에 옷이 이미 와 있었다.
내가 탔던 기관사님이 기억하고 있다가 어느 역에선가 정차 중에 객실로 가서 옷을 챙겨서 부평역으로 미리 보낸 것이다.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소지품이 맞는지 확인해 보라는 말에 연신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확인해 보니 이상 없었고 얼마 안 되는 현금이 있어서 음료수라도 드시라고 성의표시를 하자 만류하지만 억지로 떠맡기고 기쁜 마음으로 늦게라도 귀향길에 올랐다.
매일 TV 뉴스를 접하면 흐믓한 이야기 보다는 경악스럽고 눈살 찌푸리게 하는 소식이 많은 동 시대에 살면서 시민의 한 사람으로 오늘 같은 곤경에 처했을 때 보이지 않는 음지에서 고단한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시민을 먼저 배려하는 마음 따뜻한 서울지하철공무원들의 책임감과 복잡한 전철 안에서 빈 좌석이 있어도 서로 양보하고 분실물에 손을 대지 않고 고스란히 주인에게 돌아가게 하는 시민의식을 접하면서 사회일각의 몰염치주의로 불신 반목 무질서로 이 사회를 어지럽히는 사람보다는 남을 배려하는 시민들이 훨씬 더 많기에 정의 사회를 유지하고 선진국민으로서의 미래에 대한 밝은 희망이 우리나라에 도래 할 것임을 믿는다
끝으로 자기직분을 충실히 다 하면서 시민의 곤경을 알고 자기 일같이 배려해 주신 8월 20일 17:00~17:30 어간에 경인1호선 하행 전철 249호 기관사님께 칭찬과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여러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 이 글 을 씁니다..
‘05. 8. 25 최종철 (인천 동구 송현동 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