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닥터 지바고 이동현(동서문화사) 번역본과 영화속 줄거리 비교ㅡ
스포츠 머리에 까만 교복 시절 극장에서 첨 만났던 지바고...극장문을 나서며 나도 소설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히 해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결국 늙으막에 로멘스 소설을 출판할 수 이었으니, 비록 비천하지만 나의 문학적 영감은 노벨 문학상을 받은 파스테르나크에서 비롯된다고 자부합니다.
아니, 그의 손에서 탄생한 닥터 지바고가 원천같네요
암튼 영화는 다시보기를 몇 번 해봤지만 이번에야 책으로 접하게 되었고 그나마 완독은 아니고 군데군데 발췌하면서 전체의 50% 정도를 읽고 마무리 했습니다. 영화를 먼저 접했으니만큼 영화를 기준으로 책을 나중에 읽는 뒤바뀐 순서는 어쩔 수 없었고...암튼 영화속 몇몇 주요 장면이 원작 소설에서 어떻게 묘사되었는지를 비교해봅니다.
전쟁이 끝나자 군의관 지바고와 간호사 신분의 라라도 야전병원에서 떠나는 장면
라라는 다리미질을 하며 지바고와 끈적한 대화를 이어가는데
원 소설에선 아래와 같이 비교적 건조하게 흘러갑니다.
그러나 영화감독은 이부분을 원작보다 더 로멘틱한 영상으로 표현한다. 라라가 떠나는 날, 화병속 노란 가을꽃을 클로즈업 합니다. 꽃잎이 뚝뚝 떨어지는 장면은 더벅머리 사춘기 시절부터 뇌리에 각인되었습니다.
지바고도 제대하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가족을 이끌로 모스크바 역에서 피난열차에 합류..피난민 신분의 지바고는 사령관 신분의 파샤 앞에 끌려가서 애기 나누는 장면....영화와 소설이 판이합니다...
영화속...지바고는 파샤와 구면이라며 모스크바에서 라라의 권총 발사 사건을 얘기하는데..
원소설에선 그 반대... 서로 못 알아보며...파샤가 지바고에게 말 합니다.
"다시 만나게 될 것 같은데...그 땐 이렇게 (부드럽게) 안봐준다..조심해라..."
가족과 바리키노에 도착후 살아가면서 유리아틴으로 간간히 마실 나가던 지바고..
영화에선 라라와 도서관에서 만난 뒤 라라의 방으로 들어가서 뜨거운 사랑을 나누는 유명한 장면
차카(딸)은 학교 갔다고 말하면서... 응큼하게 서로....^^
그러나 원 소설에선 도서관에서 라라를 보긴하지만 우물가에서 물지게를 지는 라라를 만날 뿐더러 집에 들어가서도 라리의 딸과 대화하는 등등..정사는 그리 자세히 묘사되지 않습니다.
지바고는 어쨌든 두집살림(^^)을 벌린 셈인데... 이때의 심적 묘사는 다분히 교과서적으로 나열되었고 영화속에선 그다지 중요시 하지 않았지만 역시 텍스트에선 아주 자세히 묘사했다. 역시나 내면 묘사는 영화가 책에 못미칩니다.
얼마 전에 닥터지바고의 25연시 중에서 3개의 시를 영어버전을 기준으로 제맘대로 번역했었는데
<3월>이라는 시를 연상케하는 문장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화물 열차를 타고 우랄산맥을 넘어 바르키노에 도착할 무렵 눈보라는 훈훈한 남풍을 타고 어느새 봄으로 바뀝니다. 파스테르나크는 소설을 쓰기전에 시를 먼저 썼지요. 닥터 지바고의 시 (25수)
눈보라 속의 겨울이 물러가고 따스한 봄기운이 몰려오는 우랄산맥 원시림이 생동감넘치게 묘사합니다.
이런 부분은 영상으로 원작을 충분히 잘 담아냈다고 봅니다. 담다른 필력. 영화도 이런 묘사는 잘 담았습니다.
동서문화사 버전과 최근 출판된 문학동네 버전 공히 최고의 번역서적일 것이라 봅니다.
그러나 마지막에 수록된 덕터 지바고의 25연시는 분명 서로 다를 것이다.
영어버전도 조금씩 달랐으니까...
양쪽 출판사(역자)의 우열은 25 연시의 번역시를 서로 비교해보면 드러나겠지요.더불어 3편의 내 번역시까지 동시에 나란히 비교해보겠습니다..
첫댓글 난독중님 덕분에 영화와 소설을 이렇게 비교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걸 알게 됩니다. 근데 이정도 글을 쓰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여야 했을지..읽는이에게는 잠깐일수도 있지만 쓰는이의 고충(?)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고충까진 아니고 영화로 선행학습이 되어있어서 발췌해서 읽었습니다. 600페이지 중에서 50%정도?
영화에서 객색한 부분 또는 어물쩡 지나친 부분이 자세히 드러나니까 재밌더라구요..
예컨데 파샤(라라의 본남편)가 지바고와 하룻밤을 묵으며 깊은 얘기를 나눈뒤 눈속에서 자살한 시신을 이튿날 아침 지바고가 발견하는 장면..영화에선 감당을 못했나봅니다.
@난독중 이렇게 글을 쓰고 짜집기 하고 하는데 대하여 고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20대 초반에 이 영화를보고
며칠을 헤어나오지 못하고 허우적 거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후로~
많은 세월이 흘러가 버렸네요
영화도 거의 3시간
책도 600페이지 ...암울한 시대 복잡한 인간관계 광활한 유라시아 대륙...그럴만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