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중 일기
젊은 스님이건 늙은 스님이건
승복을 입은 스님들은 모두 앉은 자세나
선 자세나 등이 곧고 자세가 단정했다.
스님들은 누구나가 앉을 때면
마치 신체를 5 층 석탑처럼
꼿꼿이 세운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스님들은 모두 자신의 육체속에
나름대로의 석탑 하나씩을
쌓아올리고 있는 모양이었다.
척추를 곧추 세우고
어깨를 펴고 당당히 앉은 자세가
참으로 보기 좋았다.
오늘날 우리 젊은이들이
모두 저와 같이 단정한 자세를
갖출 수 있다면,
자세가 바르면 정신이 바를텐데.
이것은 틀림없는 일일 것이다.
자세가 바르면 정서가
불안할 수 없을 테니까.
젊은이들이 모두 5층 석탑같이
단정한 자세로 사물을 당당히
바라보는 직시의 혜안을 갖추게
된다면 그 앉은 자세 하나만으로도
정신이 바로 서고,
정신이 바로 서면 도덕이 바로 서고,
도덕이 바로 서면 나라가
바로 서게 될 수 있을텐데.
그뿐이랴.
스님들의 걸음걸이는 너무 활달하였다.
그것은 규율에 익숙해진 육사생도의
절도있는 걸음걸이와는 또 다르게
모두 제 멋대로였으면서도
거침이 없었다.
두팔을 앞뒤로 세차게 흔들면서
거침없이 걸어가는 스님들의
걸음걸이는 충분히 아름다웠다.
걸어가는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자신의 주인공이었다.
자기가 자기의 인생을 살아가면서
주인공이 되지 못하고 조연이 되거나
액스트라로 비참하게 인생을 마치게
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사람들은 누구나 태어난 순간부터
자기만이 겪고 자기만이 경험하는
독특한 무대위에서
자기만의 배우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쾌락의 노예가 되거나
돈과 명예와
권력과 같은 욕망의 지배를 받아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야 할
무대위에서
게으름을 주인공으로,
불평불만을 주인공으로,
돈을 주인공으로,
권력을 주인공으로,
허영과 과시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자신은
비참하게도 종노롯의 조연으로
말단배우로 전락해버리고
마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산중일기>,
- 최인호 수필집 중에서 -
| | 03 | | 04 |
고향의 그림자 / 김광남
카페 게시글
검색이 허용된 게시물입니다.
다음검색
첫댓글 오늘도고 感謝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