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실수
난생 처음 과도한 택시비를 지불했다. 며칠 전 광주에서 오후 4시 20분에 심층면접이 있다는 통보를 받고 오후 2시쯤 출발하는 고속버스를 타려고 했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 아닌가? 전북대 학생들이 방학을 해서 대거 밀려왔다. 다음 버스도 그 다음 버스도 모두 매진되었다. 터미널 근처에 파킹한 차를 몰고 갈까 차키를 만지작만지작 했다. 그러나 혼자 장거리를 운전하고 돌아올 자신이 영 없었다. 그렇다고 심층면접을 포기할 수도 없었다. 하는 수 없이 택시를 탔다.
택시 기사는 대화가 잘 통하는 젊은 분이었다. 닭고기 전문 회사인 **회사에서 20여년 근무했는데 부장에서 이사로 승진이 되지 않아 명예 퇴직했다고 말문을 연다. 3년 전 법인 택시 운전직으로 취업했다고 한다. “ 처음 1년은 죽을 둥 살 둥 모르게 욕심껏 하루 10시간 넘게 운전했어요. 그러니까 몸이 피곤하고 아프기 시작했어요. 이제는 건강을 생각해서 8시간 정도 일하고 있어요. 하루 매출 20만 원 정도만 벌면 일찍 집에 들어가서 저녁식사하고 쉬고 있어요. 연 매출 5,000만 원 정도 올리면 월 300만원 수입은 됩니다.” 무척 긍정적이고 활달한 분이다. 그러면서 카카오에서 매출의 5%정도 수수료를 떼어 가는데 수수료율이 너무 높다고 불평한다. 또 카카오로 콜을 받지 않고 승객을 태웠는데도 매출액에서 떼어가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고 한다. “ 3년중 두 번째 장거리 손님입니다. 돌아갈 때는 복권이라도 한 장 사야겠습니다.” 손님 주머니 사정은 생각하지 않고 연신 좋아한다. 그렇지만 어찌하랴. 기사 이야기에 공감해 주었다. 그러니 더욱 신이 나서 이야기를 계속한다. “퇴직 당시 급전이 필요해서 퇴직금을 일시불로 찾았습니다. 아파트 대출금도 갚고 필요한 곳에 지출도 했습니다. 국민연금은 62세부터 나오니 취업을 해서 살려고 했습니다. 지금은 아내가 200만 원 정도 벌고 제가 300만 원 정도 벌고 있으니 경제적으로 더 나아졌습니다.” 흥에 겨워 내게도 질문도 퍼붓는다. “무슨 일로 광주까지 가십니까?” “현직에서 은퇴했더니 할 일거리가 없어 지루해서 일자리를 찾아 나섰습니다. **재단에서 멘토링사업으로 멘토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서를 냈더니 서류심사에 합격했다고 심층면접을 보러 오라고 연락을 받았습니다. 고속버스로 가려고 했더니 버스표가 매진되어 택시를 타게 되었습니다.” 내가 살아온 이야기도 들려주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겠다는 이야기로 인생나눔을 했다. “소풍같은 인생 너무 욕심 부리지 말고 살아야 한다. 뭐니 뭐니 해도 건강이 최고다. 많이 가진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나누고 베풀면서 살아야 한다. 얼마 남지 않은 인생 2배로 살기 위해 열심히 일도 하고 운동도 하면서 산다. 기독교인으로서 새벽4시 일어나서 새벽예배를 드리고 노인일자리도 나간다. 한 낮에는 30분정도 오수를 즐긴다. 술도 마시지 않고 담배도 피우지 않는다. 카페인이 들어있는 커피는 수면을 방해하니까 오후에는 절대로 마시지 않는다. 끼니는 꼬박꼬박 정시에 먹는다. 어렸을 때 가난하게 살았기에 절약생활은 몸에 배어 있지만 꼭 필요한 곳에는 아낌없이 쓴다.”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나누다 보니 다정한 친구가 되었다. 가는 길이 내내 즐거웠다. 택시비가 무려 104,500원이다. 고속도로 통행료 2,300원까지 부담했으니 고속버스 차비의 10배에 가까운 엄청난 액수를 지불했다. 예약하지 않은 나의 큰 실수였다.
면접장에 들어서자 심사 위원은 30〜40대 앳된 청년이었다. 4명의 심사위원이 송곳같은 질문을 퍼붓는다. “멘토의 역할이 무엇이라 생각하느냐? 지원 동기는 무엇이냐? 멘토로서 보람 있었던 일은 무엇이냐? 멘토링사업은 어떤 사업이라고 생각하느냐?” 함께 들어간 7명 모두 학생이 선생님께 대답하듯이 공손하게 답변을 잘 한다. “멘토링사업은 멘토와 멘티가 함께 성장하는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선배세대와 후배세대가 만나서 서로 소통, 공감, 나눔, 배려를 통해 삶의 긍정적인 변화를 도모하는 사업이다. 지난 1년 동안 멘토로서 활동하면서 멘티들에게 삶의 지혜를 나누어 주기도 했지만 내 삶의 큰 활력소가 되었기에 또 다시 지원하게 되었다.” 심사위원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심사위원 손에 달렸으니 결과는 어찌 알겠는가?
면접을 마치고 북구청 앞에서 유스퀘어 광주종합버스터미널을 지나는 38번 시내버스를 탔다. 전주행 버스를 검색해 보니 모두 우등버스다. 세 번째 프레이엄버스 차표를 샀다. 배가 고팠지만 식사하기엔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아 간단하게 간식을 챙겨 먹었다. 하늘의 제왕이라 일컫는 수리가 땅에서 뱀이나 쥐를 낚아채고 먹다가 지상의 제왕 사자를 만나면 당황하여 나는 것을 잊어버리고 급히 기어가다가 결국 사자의 먹잇감이 된다는 꼴이 되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우등버스는 11,500원이고 프레이엄버스는 14,900원이었다. 우등버스가 당연히 비싸겠지 생각하고 또 한번 실수를 해서 고속버스 차비를 더 지불하는 우(愚)를 범했다.
추가열의 노래 〈소풍같은 인생〉이 생각났다. “너도 한번 나도 한번 누구나 한번 왔다가는 인생 바람같은 시간이야 멈추지 않는 세월 하루하루 소중하지 미련이야 많겠지만 후회도 많겠지만 어차피 한번 왔다가는 걸 붙잡을 수 없다면 소풍가듯 소풍가듯 웃으며 행복하게 살아야지.” 인생을 소풍가듯 아무 생각없이 지내다가는 안 되겠다. 은퇴하고 벌써 10년이 지났으니 여생(餘生)이 몇 년이 될지 모른다. 분명한 것은 살아온 날보다는 앞으로의 삶은 그리 길지 않을게 분명한다. 그러기에 앞으로의 삶을 철저하게 관리하면서 살아야할 성싶다. 기독신앙이 없는 분들은 죽음이 끝이라고 한다. 그러나 사망권세를 이기신 예수님은 부활의 첫 열매가 되시어 모든 망자에게 소망을 주셨다. 이 세상에서 숨을 쉬고 있는 동안 영원한 세상에서 살 수 있는 천국으로 가는 티켓을 미리미리 예약해 두어야 오늘과 같은 실수를 번복하지 않으리라. 지난 날의 잘못과 허물을 하나 하나 자복하고 회개하고 그리스도의 복음도 널리 전하면서 그리스도의 향기를 드러내는 삶을 살아야 하리라. 요단강물을 똑같이 받아들이는 갈릴리 바다와 사해 바다지만 갈릴리 바다는 생명의 바다이고 사해바다는 죽음의 바다라고 한다. 그 이유는 갈릴리 바다는 받은 물의 양만큼 흘러 보내지만 사해바다는 받은 물을 흘러 보내지 않고 가둬두기 때문이라고 한다. 내게 있는 지식, 경험, 재물 등 모든 것을 조금씩 서서히 흘러 보내야 하겠다. 온유하고 겸손한 그리스도의 마음을 지녀야 천국 티켓을 예매할 수 있으리라(2024. 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