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불교무술의 세계
반야의 검으로 번뇌를 잘라내다
불교무술은 온몸으로 하는 禪
웰빙 붐 타고 일반에 큰 확산
불교무술하면 봉(棒)을 쥐거나 혹은 맨주먹으로 고난도의 액션을 펼치는 소림사 영화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그리고 이런 영화에 익숙할 경우 불교무술을 배우면 수십 미터쯤은 훌쩍 뛰어오르는 경공술과 상대방을 한 번에 날려버리는 장풍을 익힐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를 할 수도 있다. 거기에 불가무술의 고수가 되면 효도르나 크로캅 등 격투기 대가들도 단숨에 제압할 수 있으리라는 다소 엉뚱한 상상까지도 하게 된다.
하지만 불교무술을 이렇게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불교무술은 궁극적으로 자기와의 치열한 싸움으로서 무술이라는 반야검(般若劍)을 통해 번뇌 망상을 잘라내 완전한 해탈에 이르는 수행법이다.
그런 까닭에 정통 불교무도라는 불교금강영관, 소림금강문, 불무도 등을 비롯한 그 어떤 무술도 수련자 스스로를 성찰하지 못하거나 수련을 통해 탐냄, 성냄, 어리석음의 삼독심을 없애가지 못한다면 불교무술이라 할 수 없다는 게 불교무술인들의 한결같은 설명이다. 즉 무술을 닦으면 닦을수록 몸과 마음이 편해지고 자비심이 생겨나야 참다운 불교무술이라는 것이다.
불교무술의 시원은 흔히 달마대사에서 찾거나 더 거슬러 올라가 부처님에게서 유래했다고 보는 견해도 있으며, 특히 사천왕상, 금강역사, 호법신장, 대세지보살 등의 존재가 불교무술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는 주장도 있다.
‘불교무술에 관한 연구’(원광대, 2006)로 석사학위 논문을 쓴 사희수 씨는 “구도자들은 호법신장과 같은 굳은 의지로 삿됨을 멀리하고 정법을 바로 세워 구도 정진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정신적으로는 부처님의 법으로, 육체적으로는 강인한 모습으로 무장해 스스로가 파사현정의 실천자 호법신장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불교무술은 신라 화랑들의 심신단련법으로 전수됐고, 우리 민족 고유의 호국무술 및 심신단련법으로 발전되면서 독자적인 형태를 갖추었다. 특히 화랑들을 지도했던 원광법사와 고려 숙종 때 특수부대인 항마군 스님들, 임진왜란 때 승병을 조직해 대항했던 서산, 사명, 영규 대사 등도 불교무술의 대가로 일컬어지는 등 불교무술이 면면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불교무술은 최근 웰빙 바람을 타면서 현대인들로부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몸, 마음, 호흡에 대한 관찰로 번뇌 망상을 제거하는 동시에 굳어진 근육과 틀어진 골관절을 교정시키고 아름다운 체형을 가꾸어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각종 성인병을 치료, 예방하는 동시에 권법이나 봉술 등을 익힘으로써 몸을 건강하게 만들어 스스로 자신을 보호할 수 있고, 패기와 자신감까지 심어주는 수행방법이기 때문이다.
실제 불교무술은 각종 성인병을 예방할 수 있는 대체의학으로 검증받은 바 있고, 일부 대학과 단체에서는 불교무술을 배울 수 있는 강좌를 개설하기도 했다. 특히 불교무술이 연극, 영화, 무용에 접목돼 널리 알려지면서 일반 대중의 찬사가 잇따랐고, 국내언론과 방송매체로부터 집중적으로 소개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불교무술이 ‘몸으로 하는 선(禪)’으로 남아야 한다는데에는 이의가 없다. 중생이 몸과 입과 마음으로 지은 업 때문에 윤회한다면 무술은 몸과 마음을 동시에 다스리는 탁월한 방편이기 때문이다.
선무도 대금강문 문주 적운 스님이 “불가의 무술은 팔정도라고 하는 개인적 수행을 통해 안심입명을 구축하고 나아가 육바라밀이라는 실천적 수행으로 ‘보살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체계적인 수행법”이라고 거듭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재형·안소정·정하중 기자
952호 [2008-06-09]
[법보신문] 기사등록일 [2008년 06월 09일 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