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귀포 쇠소깍 |
제주 서귀포시 하효동 쇠소깍로 128 |
쇠소깍은 원래 소가 누워있는 형태라 하여 쇠둔이라는 지명이었는데, 효돈천을 흐르는 담수와 해수가 만나 깊은 웅덩이를만들고 있어 ‘쇠소깍’이라고 붙여졌으며, ‘쇠’는 ‘소’, ‘소’는 ‘웅덩이’, ‘깍’은 ‘끝’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효돈천이 끝나는 하류지역에 있는 쇠소깍은 바다와 맞닿는 곳에 위치하여 담수와 해수가 만나서 만들어진 하천지형으로서, 깊은 수심과 용암으로 이루어진 기암괴석, 울창한 송림, 하식작용에 의해 형성된 하천지형이 절경을 이루는 아름다운 명승지이다. |
누운소를 닮은 못, 서귀포 쇠소깍 제주 방어는 참 어렵다. 1980년대 초만 해도 제주 어촌이나 산간 마을에 가면 촌 로들이 쓰는 말을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마치 남의 나라에 와서 이국의 언어를 접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요즘에는 제주 도민도 거의 표준화를 구사하고 있어 언어 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다. 오히려 제주 사람들이 제주 말을 정확히 쓸 줄 모르게 되었다고 한다. 제주 전통 방언을 보존하는 일이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제주 방언 중에 오늘날에도 정확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은 지명이다. 제주의 지명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고 계속 유지될 전통 명칭이다. 그런데 이러한 제주의 지명은 발음하기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중에서도 쇠소깍이란 지명은 투박하여 발음하기도 어렵고 지명이 뜻하는바도 설명 없이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제주의 고유 명사다. 쇠소깍이란 효돈이라는 마을 이름의 옛말인 쇠돈의 ‘쇠(牛)’와 웅덩이를 나타내는 ‘소(沼)’ 그리고 끝을 의미하는 접미사 ‘깍’을 조합한 지명이다. 즉 ‘소 모양으로 생긴 하천 웅덩이의 끝’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하효마을에서는 이곳을 소가 누워 있는 형상이라고 한다. 따라서 쇠소깍은 ‘누운 소를 닮은 못’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제주 섬 한가운데 우뚝 솟은 한라산의 남쪽 기슭에서 발원한 물줄기는 영천과 합류한 후 돈내코를 지나 서귀포 시가지의 동쪽 방향으로 흘러내리는 효도천을 이룬다. 효돈천은 제주 남쪽 바다와 만나는 끝지점에 이르러 깊은 소를 형성하는데 이 소가 위치하고 있는 지역 일대가 쇠소깍이다. 쇠소깍은 효돈천의 담수와 바다에서 올라오는 해수가 서로 만나는 하구 지형으로, 깊은 수심의 못과 용암으로 형성된 하구 가장자리의 기암괴석, 울창한 송림, 침식으로 만들어진 하천 지형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는 아름다운 경승이다. |
쇠소깍의 하천 지형은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제주 지질의 특징을 잘 나타낸다. 조면암질의 현무암으로 구성된 쇠소깍의 암벽은 암석 내부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는 가스 때문에 수없이 많은 기공이 형성되어 있다. 이렇게 기공이 많은 암석을 다공질 암석이라는데, 쇠소깍의 다공질 현무암은 바닷물이 암석의 기공 속에 오래 머물기 때문에 침식과 풍화가 빠르게 진행된다. 바닷물에 포함된 염분은 발달된 암석의 절리와 광물 입자의 경계를 따라 축적되고 결정을 이루며 계속 성장한다. 그러면 압력이 커지므로 암석에 절리면이 점점 벌어지고, 결국 암석이 붕괴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쇠소깍은 기암괴석의 형태를 띠고 매우 아름다운 암벽 경관을 이루게 되었다.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제주도는 이처럼 기반암이 다공질 암석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물이 땅속으로 스며든다. 따라서 대부분의 하천은 평상시에 건천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건천의 경우라 해도 표면으로 물이 흐르지 않을 뿐이지 스며든 물이 지하로 흘러와 하구에 이르면 용천수가 되어 다시 솟구쳐 오르는 경우가 많다. 효돈천의 물줄기도 마찬가지여서 하천 바닥으로 스며든 물은 효돈천을 따라 땅속으로 흘러와 쇠소깍에 이르러 맑은 물을 토해낸다. 하천의 끝자락에서 힘차게 솟아오른 용천수가 쇠소깍의 깊은 못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곳의 물은 흐르는 담수의 양에 따라, 바닷물의 높이에 따라, 담수가 하구 아래로 내려가기도 하고 반대로 해수가 상류로 올라와 뒤섞이기도 한다. 이러한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하구 지역을 학술 용어로 ‘기수’라 한다. |
효돈천의 하구에서 기수호를 이루고 있는 쇠소깍에는 슬픈 전설이 전해온다. 쇠소깍이 위치한 하효 마을은 사람들이 정착해 농경과 어로 활동을 하며 살던 곳이다. 이 마을에서 농사를 많이 짓는 한 부잣집의 외동딸과 그 집 머슴의 동갑내기 아들이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사이 좋게 자란 그들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 장성한 외동딸이 부모가 정해준 곳으로 시집을 가게 되자 두 사람은 연인 사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그러나 주인 내외는 이를 허락하지 않았고 머슴 가족을 멀리 내쫓아버렸다. 사랑하는 여인을 만날 수 없게 되자 머슴의 아들은 그만 효돈천의 남쪽에 있는 남내소에 몸을 던져 자살하고 말았다. 남내소는 사람의 물이 빠지면 시체조차 찾을 수 없는 깊은 곳이었다. 슬픔에 젖은 주인집 딸은 매일 밤 이곳을 찾아 울며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100일이 되는 어느 날 밤 갑자기 사방이 어두워지며 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남내소에 물이 넘치자 사랑하는 총각의 시체가 떠올랐고, 연인의 시신을 부등켜안고 슬피 울던 처녀 또한 물에 몸을 던져 죽고 말았다. 처녀의 순수한 사랑과 정절을 기리기 위해 하효마을에서는 마을 동쪽의 용지동산에 ‘할망당’을 지어 죽은 영혼을 모시고 하효마을의 무사 안녕을 기원하고 있다. |
쇠소깍의 기암 괴석 사이로 형성된 소는 에머랄드빛 물결이 대단히 매혹적인 느낌을 주는 곳이다. 깊은 물이 푸른 빛을 띠기도 하는 이 못은 양쪽 가장자리에 병풍처럼 이어져 있는 기암석벽 때문에 더욱 수려한 풍광을 연출한다. 이 못의 아래쪽 하구 부분에서는 제주의 전통 배인 테우를 탈 수 있다. 테우는 때의 제주 방언으로 통나무를 엮어 만든 뗏목과 같은 원시적 형태의 배다. 제주 연안은 험한 암반으로 형성되어 배를 띄우는 일이 쉽지 않았다. 구상나무로 만드는 테우는 부력이 좋고 이용이 자유로워 10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집집마다 보유했던 고유의 조각배다. 옛날 제주 사람들은 테우를 타고 근처 바다로 나가 주로 미역 같은 해초를 채취하거나 자리돔 같은 연안 어종을 잡았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단지 관광객의 뗏목 체험을 하는 데만 이용하고 있다. |
쇠소깍에서 타는 테우는 매우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별도의 동력 없이도 사람의 힘과 바람으로 나아가는 조각배라서 다소 느리긴 하지만, 쇠소깍 전설을 들으며 빼어난 비경과 함께 하면 이 조그마한 전통 배 체험은 더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쇠소깍의 가장자리 기암절벽은 다양한 형태를 띈다. 하구에서 테우을 타고 올라가면 왼쪽으로 장군바위, 사랑바위, 독수리바위가 차례로 나타난다 소의 맨 끝부분에 다다르면 바위가 솟아올라 단애를 이루는 절벽 지형에 위치한다. 비가 내려 물이 많아지면 힘찬 폭포수가 쏟아지는 곳이기도 하다. 이 절벽 바로 앞의 물속에서 용천수가 솟구쳐 오르는데, 테우를 타고 보면 물이 솟아오르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다시 하구 방향으로 내려오면 사자바위, 기원바위, 전망대, 부엉이바위, 코끼리바위가 차례로 나타난다. 비록 30분 정도의 짧은 체험이지만 전통 방식의 제주 배를 타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최근 제주를 찾는 사람들에게 각광받는 제주 올레길 21개 코스 중에서 쇠소깍은 6코스가 시작되는 기점이다. 올레길 6코스는 쇠소깍부터 정방폭포와 천지연을 지나 외돌개까지 이어진다. 이 구간은 올레길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코스로 알려져 있으며 많은 올레꾼이 즐겨 순례하는 탐방로다. 올레길이 유명해지면서 바로 이 코스의 시작점에 숨어 있던 쇠소깍은 찾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장소가 되었다. 특히 2011년 6월에 이토록 아름다운 세속과의 비경이 명승 제78호로 지정되면서 더욱더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고 있다. 제주의 명소이자 명승 쇠소깍은 그 이름만큼이나 매우 특별한 경관을 자랑한다 우뚝 솟은 절벽과 속이 훤히 비치는 물속, 창송의 비경은 제주도를 대표하는 아름다움이라 노래할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