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천지 뽕나무 그늘

[나무]

참 낚시가 어려운 때입니다. 

금요일 낚시짐을 다 싣고서도 
어디로 갈지 결정을 못했습니다. 

수 많은 낚시터 중에서 
배수, 모기, 말풀, 이미 다녀온 곳을 빼고나니 
막상 갈 곳이 떠오르지 않아 한 주 쉴까 생각까지합니다. 

전화를 해봐도 다들 긴 한숨 뿐입니다. 

토요일 아침일찍 <돼지아빠>님께 전화를 했더니 
머뭇머뭇..말끝이 흐릿합니다. 

바짝 쪼이니 출조지를 실토해서 
따라붙기로 합니다. 



일정 : 2015년 6월 6일~7일 
장소 : 예산 계곡형 저수지 
동출 : 돼지아빠, 조월경운 
미끼 : 옥수수 




 

▲ 출발이 늦어 도로에 차가 많아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립니다. 






 

▲ 올 해 서산, 태안을 자주 다녔습니다. 

서산에서 조금 더 가서 해미IC에서 나왔는데, 
서산과 분위기가 크게 다릅니다. 

서산 태안은 바다에 가까운 평지라면 
예산은 야트막한 산지입니다. 

딱히 뭐라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상쾌함. 
기분이 좋습니다. 





 

▲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배수가 진행 중인 계곡형 저수지입니다. 

딱 봐도 터가 세 보입니다. 





 

▲ 우안 중하류에 지난밤에 3분 정도 낚시를 하셨나봅니다. 

파라솔이 보이는 분께 인사드리고 
이것저것 저수지 정보를 듣습니다. 

지난 밤 6명이 낚시했는데 
상류에서 2수, 중류에서 1수 정도 나왔다고 하시네요. 





 

▲ 좌안 중 하류는 직벽이라 낚시를 할 수 없습니다. 





 

▲ 상류는 물이 빠져 완만한 바닥이 드러났네요. 

수심이 낮은지 한 분이 좌대를 밀고 들어가셨습니다. 





 

▲ 많지않는 물이 유입되고 있습니다. 





 

▲ 상류 좌안 대나무숲앞 골자리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수심은 1.3~1.5m 정도입니다. 






 

▲다음 카페 낚시천안(http://cafe.daum.net/CAfishing) 카페지기 <돼지아빠>님 오셔서 
상류 듬성한 떼장 끝자락에 대를 폈습니다. 

이 자리는 수심이 조금 얕아서 
0.8~1.2m 정도 되나봅니다. 





 

▲ 돼지아빠님 자리는 경사지이긴 하지만 
뽕나무 그늘이 시원합니다. 





 

▲ 뽕나무 밑에서 오디에 익숙해진 붕어를 노리신다고 
일부 대에 오디를 끼웠습니다. 


사람도 먹고 미끼로도 쓰고. 





 

▲ 상류 수중전 하시는 분. 

좌대를 좀 더 안쪽으로 옮기시네요. 






 

▲ 낚시하는 시간보다 
비어있는 시간이 더 많습니다. 

자리를 비울 때 마다 입질이 들어와 
목줄이 터지거나, 수초에 감거나, 발앞으로 찌를 가져다 놓았다고 하시더군요. 





 

▲ 6개월 정도 시험삼아 세미플로팅 줄을 사용하다가 카본줄로 바꿔와서 
찌맞춤을 다시 하느라 대편성에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세미플로팅 줄은 찌에 부담을 주지 않아 예민한 입질 표현이 가능한 반면, 
바람, 대류, 흐름에 취약해 다대편성시 불리하더군요. 

붕어를 쫒아 이동하며 잦은 회수와 투척을 하는 보트낚시, 
이와 비슷한 얼음낚시, 
수초 사이에 채비를 넣는 들어넣기 낚시 등에는 좋습니다. 

또 불편함을 감수하고라도 조과에 초점을 맞추는 예민한 채비운영에는 유리하지만 
회유하는 붕어를 기다리는 다대편성 대물낚시에는 불리한 점이 많습니다. 

라인이 수초 위에 올려져 있거나, 수중에 떠 있다가 
바람에 한 쪽 방향으로 밀리며 찌가 끌려온 상태에서 바람 방향이 바뀌면 
찌가 올라오게 되 여러 찌들의 높이가 각각 달라져 혼란을 줍니다. 

결국 입질 파악이 용이하지 않게되서 다시 투척해야 되는데, 
정숙한 기다림이 필요한 대물낚시에서는 그리 달가운 일이 아닙죠. 

낚시 스타일에 따라 잘 생각해서 선택하는게 좋을듯합니다. 





 

▲ 물색이 맑아도 너무 맑습니다. 
80Cm 수심에 던져놓은 옥수수가 보일정도입니다. 





 

▲ 바람에 물결이 일지만 
따뜻한 햇살과 시원한 바람이 어울려 아주 상쾌합니다. 





 

▲ 하류 우안쪽에도 새로운 분들이 자리를 잡습니다. 




 

▲ 오디 미끼 달아놓고 편히 한 잠 주무시네요. 

왜 모처럼 혼자 출조하려고 했는지 이해가 될 듯도합니다. 

새로 시작한 사업, 기존에 하던 학원 일도 바쁜데 카페 운영까지. 

바쁜 일상을 피해 혼자 독조를 계획했는데 
제가 혹이 됐습니다. 


대신 식사 당번은 제가 합니다. 


 

▲ 지난 조행에 멈춤장치가 고장났던 큰나무레저 파라솔입니다. 

사용한지 10여년 가까이 되가는 것 같은데, 
그 동안 고장없이 잘 사용하다가 지난주에 유일하게 고장났었습니다. 

수소문 끝에 공장이 가까워 찾아가 무상으로 수리를 받았습니다. 
앞으로도 더 쓸 수 있을것 같습니다. 

방수가 문제면 천갈이도 된다하니 
다시 정 붙이고 써봐야겠습니다. 





 

▲ 이 곳으로 자주 배스낚시하러 오시는 분. 

자주 낚이지는 않는데 
큰 붕어가 낚이는 곳이라고 하시네요. 





 

▲ 고삼지에서 2연꽝을 하고, 
꽝칠 확률 99%의 터세다고 소문난 한방터에 앉았는데 
왜이리 기분이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이 저수지가 저와 기운이 잘 맞나봅니다. 





 

▲ 오후 6시가 되니 수문을 잠그시네요. 

낮에 배수를 하고, 
밤에는 수문을 잠그는가 봅니다. 






 

▲ 이른 저녁을 먹고 찌불을 달았습니다. 





 

▲ 계곡지라 추을것같아 겨울바지에 이글루를 준비하고, 
반쯤 드러누워 잔잔한 수면을 바라보며 밤을 기다립니다. 

낚시하는 동안 가장 기대되고 
설레는 시간이 아닌가 싶습니다. 





 

▲ 어렵게 자리까지 옮겨놨는데, 
후배들이 고기 사들고 찾아와 낚시는 틀렸다며 밖으로 나가시더군요. 

결국 밤에 자리에 들어오지 않으셨습니다. 

아마도 늦게 들어오면 주변에 방해가 될까봐 들어오지 않으신듯합니다. 





 

▲ 어둠이 내려 찌불이 선명해집니다. 





 

▲ 맞은편 가로등과 집의 불빛에 찌 두개는 보기 힘드네요. 

그 와중에 가장 긴 44대 찌가 슬쩍 잠겼다 올라오더니 
더이상 움직임이 없습니다. 





 

▲ 집중해서 찌를 보는데 
밤 10시쯤 갑자기 돌풍이 불어오더니 
한 시간 쯤 계속되 입질 파악이 어렵더군요. 

바람이 야속합니다. 





 

▲ 11시쯤 바람이 잡니다. 

옆자리 돼지아빠님이 마실와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30대 찌가 슬쩍 올라왔다 내려가더니 더이상 움직임이 없습니다. 

다시 이야기를 이어가던 중에 
반딧불이가 멋지게 궤적을 그리며 지나갑니다. 

반딧불이를 쫒아 따라가는데 
"입질, 입질!!"" 돼지아빠님이 낮고 강하게 외칩니다. 

44대 찌에 예신이 시작되었습니다. 

미끼는 옥수수. 

슬쩍 잠겼다 오르고 
뜨는가 싶으면 내리고 
툭 치는가 싶다가 슬그머니 끌고... 

자리를 옮겨 보조의자에 앉아 
손잡이 대에 손을 얹습니다. 

예신이 이어지는 동안 돼지아빠님 
"틀채 펴놨어어요?" 
"카메라 가져왔나?" 
이미 대물 붕어를 낚은 듯 합니다. 

그렇게 3분여 숨막히는 예신이 이어집니다. 

심장이 뛰고, 
대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빠지고... 


부드럽게 솟던 찌가 슬그머니 잠기며 
찌불의 여운이 점점 흐려지며 길게 끌려갑니다. 


솟기를 기다려야 되나, 챔질해야되나... 
잠시 망설이다 

힘껏 챔질!! 

아~~ 
허무하게 빈바늘입니다. 

"아이구! 4짜 터에서 좀 더 기다리시지..." 

저보다 돼지아빠님이 더 아쉬워하십니다. 

"아 이럴게 아니라 나도 가봐야지" 하며 
돼지아빠님 자리로 돌아가고... 
다시 집중해봅니다. 





 

▲ 달이 뜨고 더 이상 입질은 오지 않고, 
<조월경운>님이 자정 넘어서 도착했습니다. 





 

▲ 저수지 어디서도 물소리가 없었던 밤이 물러가고 
아침이 밝아옵니다. 





 

▲ 요즘 외대일침으로 선전 중이신 <조월경운>님. 

두 분 오랜 인연으로 
두런두런 새벽 정담이 보기 좋더군요. 






 

▲ 안개속 어렴풋이 보이는 찌들이 자리를 이동하고 솟아 있는데... 
자리 주인은 보이지 않습니다. 





 

▲ 요즘 아침시간 왜이리 짧은지 
참 야속합니다. 





 

▲ 안개에 갇힌 찌가 천천히 선명해집니다. 





 

▲ 안개에 아침햇살이 섞여 
멋진 풍경화 한 점이 완성되갑니다. 





 

▲ 아침에도 찌에 움직임이 없는 찌. 





 

▲ 정확한 시간에 다시 배수가 시작됩니다. 

아침의 팽팽한 긴장감이 풀립니다. 





 

▲ 천천히 더운 기운이 동쪽 하늘에서 밀려옵니다. 





 

▲ 자세히 보니 수중 좌대에 장대들을 편성한 것 같네요. 

낚시 열정도 우정앞에 고개를 숙였나봅니다. 





 

▲ 두꺼운 옷을 벗어놓고 와서, 
짐을 챙겨 철수합니다. 





 

▲ 자리에 없는 사이 역시 입질이 있었나봅니다. 
수초를 감고, 줄이 엉켜 결국 다시 나와 칼을 가지고 들어가시더군요. 

오전에 좋은 조과 있으시기를 바라고, 
출발합니다. 





 

▲ 삽교 장터 소머리국밥집에 들렀습니다. 

말 그대로 장터국밥집입니다. 





 

▲ 입구에 있는 큰 가마솥이 인상적이네요. 

솥만 봐도 맛잇을것 같습니다. 





 

▲ 혹시 이곳에 가려거든 
문여는 날짜를 잘 보고 가야됩니다. 

장날만 영업을합니다. 



 

▲ 수육입니다. 

부드러우면서 쫄깃합니다. 
그 동안 먹어본 수육 중 최고입니다. 




 

▲ 고기를 얼마나 넣었는지 
먹다가 지칠뻔한 국밥입니다. 

양이 많기도 하지만, 
사용한 고기들에서 신선함이 느껴집니다. 

식감도 좋고, 
곁들여 나오는 열무, 깍두기도 맛있더군요. 

지나는 길이면 들러보셔도 후회없을 맛집입니다. 





 

▲ 단 한 번의 입질. 

그 귀한 입질을 같이 봤다는 사실만으로도 좋다고 하는 조우와의 하룻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3연꽝의 뒤끝이 이렇게 즐거운 것은 
낚시가 꼭 붕어를 낚는 일만이 아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사진을 많이 찍지 못해 말이 많았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2015. 6. 7 
물가에선나무(http://blog.naver.com/ptstorys) 

[후치]

그러게요 ㅎㅎ 뭐가 그리 좋은지 물만 보면..
찌만 보면...ㅎㅎ
고생하셨구요 언제나 고맙습니다

[나무]

그렇죠~
조과를 떠나 좋은분들과
물가에 있다는 것 만으로도 기쁜게 낚시같습니다.

[이호균]

저도 물만 보면 그냥 좋습니다~
선배님~

[나무]

다들 마찬가지죠~
조과는 덤이구요.

[꼼딱마]

ㅋ 조행기 가진짜 멋짐니다! 굿!푹 빠져드네요 ㅋㅋ 고기없는조행기이지만 물에낚시대 드리우는게 행복이지요 ㅋㅋ

[나무]

고맙습니다.
주말에 어디 다녀오셨나 모르겠네요.

[死神[전성열/천안]]

수고 많으셨습니다.....수육 정말 맛나게 보이네요...^^ 항상 안출하시길 바랍니다!!!!!!

[나무]

거짓말이 아니라 수육 정말 맛있었습니다.
그런데 수육을 먹고나면 국밥 먹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국밥에도 고기가 많거든요.
푸짐하고 맛있는 맛집입니다.

[나무]

그래봐야겠습니다.
3연꽝...다음 낚시가 두렵습니다. ㅜㅜ

[짱똘]

즐거운 낚시를하신거같네요

[나무]

네 짱돌님..
어려울 것 같은 낚시가
재밌는 것은 뭔지...참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규격봉투^^~박기철^-^]

단편문학 즐감하고 갑니다^^~

[나무]

아이고...무슨 말씀을~ ㅎ
고맙습니다.

[더히트]

오디를 미끼로 쓰신것은 대단한혁신같은데요ㅋㅋ
오랜만에 찌맛만 실컷보고왔어요ㅋㅋ

[나무]

그러게..
오디에 4짜 한 수 했으면
붕어낚시계 미끼에 일대 변혁을 가져오는건데...
아쉽게 마릿수 터가 아니어서 말이야~ ㅎ

[대물상면]

손맛은 못보셨지만 좋은곳에서 좋은군들과 즐건시간 보냈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다음번엔 꼭 대물상면 하실겁니다 ~^^

[나무]

다음에 어디로 가는지 좀 알려주세요.
대물상면 하고 싶어요~ ㅎ

[야생주늬]

수고하셨습니다.

[나무]

네 야생주늬님
짬낚에도 낚는 붕어를..
밤새 얼굴도 못봤네요. ㅎㅎ

[물갈치]

조행기 잘보았습니다~~^^

[나무]

네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쭈욱 봐주세요~ ㅎ

[돼지아빠]

붕어 없는 꽝 조행기를 이렇게 멋지게 쓸수 있는 분은 아마도 나무님 뿐 일겁니다.^^
3연꽝하게 해드려서 죄송하네요^^
담주는 좀 나올만한 곳으로 가봐야 되겠네요~ㅋ

[야생주늬]

미끼 정답 나왔나요? ㅋㅋ

[돼지아빠]

본문에 나오는데?

[나무]

3연꽝을 했지만
한 번의 조행도 후회된 경우는 없었습니다.
낚시하지 않는 사람은 이해하기 힘들지 모르지만
그게 낚시의 매력아닌가 싶습니다.

[야생주늬]

정답 맞은 사람이요 ㅎㅎ

[돼지아빠]

정답 맞춘사람은 없네 ㅋㅋ

[야생주늬]

저 비슷했잔아요 선물 주세요 ㅋㅋ

[수사반장]

멋진조행기잘봤습니다 소설가하셔도될듯한문장력이십니다 ~^^

[나무]

반장님 왜이리 비행기를 태우십니까~
어지럽습니다. ㅎㅎ

[알라딩]

배수만 아니였어도 기대가되는곳인데
현장감있는 조행기 잘봤습니다
지기는 그래도 쫌 멀리가셨네요?

[나무]

한 번 뵈야 하는데...
좋은 곳 가실때 기별좀 해주세요~~^^

[나무]

무슨 말씀을요~
방해라뇨.
반갑고, 즐거운 밤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