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4일 산사음악회가 으뜸가는 이유

[연화심]

청량사 산사음악회가 으뜸인 이유는 2014 청량사 산사음악회 성황…1만 대중 환호
관객에 절 통짜로 내주고…손님맞이 자세 남달라 --> < -->

▲ 청량사가 매년 10월 첫주 토요일 여는 산사음악회. 관객들에게 통짜로 절을 내준다.ⓒ2014 불교닷컴

청량사가 산문을 활짝 열고 손님을 맞았다. 산사음악회에 올 손님을 맞는 청량사는 분주했다. 도량을 청소하고 무대를 설치했다. 전각과 산비탈 곳곳에 조명이 달렸다. 청량사는 ‘통짜로’ 절을 관객에 내줬다.

청량사 2014 산사음악회가 4일 오후 7시 열렸다. 이날 음악회에 참석하는 인파는 오전부터 몰렸다. 오후 2시께 청량산 국립공원 집단시설지구는 주차장이 됐다. 청량산에서 봉화 방면 좁은 국도조차 주차장이 됐다. 오후 7시 공연이 시작되지만 오전 10께 부터 청량사를 찾는 발길이 이어졌다. 오후 2시께 이미 앉을 자리가 없었다.

청량사 산사음악회는 ‘처음’은 아니지만 ‘원조 산사음악회’로 꼽힌다. 청량사 산사음악회에 평가와 기대는 크다. 올해로 13회째 열리는 산사음악회는 지난해 관람객이 1만 명을 넘겼다.

청량사 산사음악회에 사람이 몰리는 것은 천혜의 경관 때문만은 아니다. 이곳 음악회에 1만 명이 찾는 이유는 청량사와 청량사 신도 대중 때문이다.

▲ 청량사 신도들로 구성된 둥근소리 합창단. 청량사 산사음악회는 신도들이 손님을 맞는 남다른 자세를 드러낸다.ⓒ2014 불교닷컴

청량사와 신도들은 산사음악회가 열리는 날, 절의 모든 것을 개방한다. 절을 통짜로 시민들에게 내준다. 사찰은 기도 수행 법회 등이 주된 공간이지만, 이날만큼은 모두를 위한 공간이 된다. 음악회를 찾는 사람들은 누구나 원하는 곳에 앉으면 된다. ‘성소(聖所)’인 유리보전부터 산비탈, 장독대, 경내 모든 길까지 모두 객석이다. R석도 A석도 없다. 누가 찾아와도 특별석이 없다. 그나마 스님들을 위해 놓은 10여 개의 철제 의자가 배려석이다. 청량사 경내 모든 공간이 객석이다. 음악회를 보러 온 손님들에게 절을 통째로 내줬다.

청량사 산사음악회가 으뜸인 이유는 손님맞이를 신도들이 했다는 점이다. 무대설치와 조명설치 등 신도들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손님 맞을 곳곳에서 신도들이 움직인다. 5천개의 떡과 커피가 금세 동나고, 화장실 가는 길까지 손님들이 차면 신도들이 안전요원으로 등장한다.

신도들은 무대와 공간을 준비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직접 손님들을 위해 출연한다. 청량사를 찾아오는 손님을 맞는 자세가 남다르다. 2시간 음악회의 절반을 신도들이 채운다.


육법공양과 타종이 끝나면 청량사 어린이 사물놀이패가 음악회의 시작을 알린다. 사물놀이패 다음은 둥근소리 합창단이다. 둥근소리 합창단은 청량사 신도들로 구성된 합창단이다. 보살로 불리는 여성 불자들 외에 남자들도 합창단원이다. 둥근소리 합창단이 노래한 후 둥근소리 밴드가 분위기를 띄운다. 둥근소리 어린이 밴드가 관객들에 웃음꽃이 피게 한다. 둥근소리 어린이 밴드는 청량사 어린이 법회에 나오는 초등학교들이다. 청량사 어린이 법회에는 50여명의 아이들이 나온다. 사물놀이패와 둥근소리 밴드로 활동하는 아이들이 10명이 넘는다. 어린이부터 중년까지, 청량사 신도들은 산사음악회 손님을 위해 1년 동안 연습한다. 둥근소리 밴드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이다. 6학년인 드러머를 빼면 모두 5학년과 4학년이다.

축제기획 미래 이상종 대표는 “여느 산사음악회와 달리 청량사 산사음악회는 신도들이 기술적인 부분을 빼면 상당한 부분을 준비한다.”며 “신도들이 손님들을 위해 1년 동안 준비해 노래한다”고 했다.

청량사는 지리석 특성에 무대를 설치할 공간과 객석이 부족하다. 주지 지현 스님도 무대 옆 한 켠에서 서서 음악회를 즐긴다. 산비탈과 장독대조차 객석이다. 무대가 보이지 않는 곳엔 모두 스크린을 설치해 눈으로 공연을 보게 했다. 음악회는 청량사 어느 곳에서도 잘 들리지만 무대를 보지 못하는 공간에 앉은 이들을 위한 것이다. 조명도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다. 올해 조명은 가을 낙엽 빛을 냈다.

▲ 청량사 어린이법회 회원들로 구성된 둥근소리 어린이 밴드. 초등학교 4~6학년 학생들이다. 청량사 산사음악회가 특별한 이유는 청량사 신도들이 무대를 꾸미고 손님을 맞는다는 점이다.ⓒ2014 불교닷컴

보통 산사음악회는 평면적이다. 정면에 무대가 있고, 무대 앞으로 의자가 깔린다. 그 의자에 신도들이 앉고, 시민들은 주변에서 서성인다. 청량사 산사음악회는 신도들을 위한 행사가 아니다. 모든 사람을 위한 행사여서 다르다. 산사음악회에 신도들을 동원할 필요도 없다. 오히려 전국에서 오는 관람객을 위해 신도들이 양보한다.

음악회에 출연하는 가수들에게도 특별하다. 무대의상을 갈아입을 공간도 마땅찮다. 출연 대기실도 합판으로 바람만 막은 열악한 공간이지만, 무대에 오른 순간 어디에서도 맛 볼 수 없는 관객과의 호흡을 낸다. 메인무대에 서면 사방이 관객석이다. 의자도 없고, 엉덩이를 붙일 공간에는 모두 사람이 자리 잡았다. 하늘에 달뜨고, 별이 내려다보는 무대에서 가수들은 열창했고, 관객은 흠뻑 공연에 빠진다. 콘서트홀에서 만나는 관객 보다 더 몰입하는 관객에 가수들은 흥이 더한다. 올해 울연한 마야는 “내년에도 오고 싶다. 관객 여러분이 꼭 나를 불러 달라”고 했다. 마야는 “수많은 곳에서 공연하면서 이런 무대는 처음이다. 너무 행복하고 따뜻한 무대였다”고 했다.

▲ 가수 마야가 열창하는 모습. 마야는 "내년에 꼭 불러 달라. 관객들이 꼭 스님에게 말해달라. 수많은 무대 중에 이곳이 최고다. 다시 오고 싶다."고 했다. ⓒ2014 불교닷컴

지역에서 가장 오지로 꼽히는 곳이 ‘BYC(봉화·영양·청송의 첫 이니셜)’이다. 오지 중의 오지가 봉화다. 주지는 마을로 내려가 주민들과 한 몸이 됐다. 이곳에 어린이법회부터 청장년 법회까지 열린다. 어린이 법회에 오는 친구들 대부분이 40여 킬로미터 떨어진 안동에서 온다. 청량사 산사음악회는 이들이 준비한다. BYC 오지에서 음악회가 성공한 이유다.

올해 산사음악회는 ‘꿈이 있어 아름다운 세상’을 주제로 열었다. 세월호 침몰 사고를 비롯해 잇단 사고에 국민은 꿈을 잃었다.

주지 지현 스님은 “오전 10시부터 자리 잡고 9시간을 기다리는 모습에 눈물이 왈칵 흘렀다”며 “힘들고 어렵더라도 의지해서 힘차게 살아가자”고 했다.

또 “꿈이 있어 행복을 일구는 아름다운 사람이 되자. 희망을 갖고 살아가자”고 했다.

▲ 청량사 산사음악회의 객석에는 특별석이 없다. 청량산 전체가 객석이다. 주지 지현 스님도 한 켠에서 서서 듣고 본다.ⓒ2014 불교닷컴

청량사 산사음악회는 달 빛 아래서 산 아래 강을 건너야 끝난다. 정해진 무대가 끝나도 음악회는 끝나지 않는다. 달빛 아래 청량사에서 산문까지 걷는 1시간여의 길은 음악회의 여운을 마음 속 깊이 간직하게 한다.

청량사 산사음악회는 매년 10월 첫주 토요일 열린다. 날짜와 시간은 고정됐다. 내년에 갈 계획이면 일찍 가시길. 오후 3시 전후에는 이미 자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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