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eronymus Bosch, Ecce Homo, c.1480
기괴함의 거장인 히에로니무스 보스(Hieronymus Bosch, 1450-1516)는
15~16세기 서양미술사에서 가장 환상적이고 수수께끼 같은 화가이다.
‘보스’라는 이름은 그의 출생지인 네덜란드 남부 스헤르토헨보스에서
유래한 것으로, 그는 예술가 가문에서 태어나 평생을 그곳에서 살았다.
그는 인문주의적이고 민속적이며 과학적이고 연금술적인 데다
교리적인 요소까지 그림의 배경으로 삼았다.
작품 속은 기괴한 상상의 짐승이나 비현실적 풍경,
인간의 악행에 대한 묘사로 가득 차 있다.
그의 작품은 교회와 도덕적 교훈을 서로 연결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특징이 있으며,
그의 상상력은 20세기 초현실주의 미술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자, 이 사람이오. Ecce Homo>는 보스가 1475년에서 1485년 사이에 그린
<그리스도의 수난>에 나오는 에피소드 중 한 장면을 그린 그림으로
현재 프랑크푸르트 슈테델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이 그림의 제목은 요한복음 19장 1-5절에 나오는
로마 총독 본시오 빌라도가 채찍질을 당한 예수님을
군중에게 보여주며 하는 말에서 따왔는데, 성경의 내용은 이렇다.
그리하여 빌라도는 예수님을 데려다가 군사들에게 채찍질하게 하였다.
군사들은 또 가시나무로 관을 엮어 예수님 머리에 씌우고 자주색 옷을 입히고
나서, 그분께 다가가 “유다인들의 임금님, 만세!” 하며 그분의 뺨을 쳐 댔다.
빌라도가 다시 나와 그들에게 말하였다.
“보시오, 내가 저 사람을 여러분 앞으로 데리고 나오겠소.
내가 저 사람에게서 아무런 죄목도 찾지 못하였다는 것을 여러분도 알라는 것이오.”
이윽고 예수님께서 가시나무 관을 쓰시고 자주색 옷을 입으신 채 밖으로 나오셨다.
그러자 빌라도가 그들에게 “자, 이 사람이오.” 하고 말하였다.(요한 19,1-5)
보스는 바로 이 장면을 그림으로 그렸다.
돌로 쌓은 연단을 경계로 왼쪽 위 총독 관저 현관에는 여섯 사람이 서 있다.
한가운데에는 예수님께서 가시관을 쓰고 푸른색 망토를 두르고,
무기력하게 두 손이 결박된 허리까지 드러낸 채 피를 흘리며 서 있다.
예수님의 머리에는 신성을 상징하는 후광이 십자가 모양으로 있다.
왼쪽에 있는 세 사람은 손에 갈대를 엮은 채찍을 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예수님을 채찍질한 군사들이다.
오른쪽에 요란하게 생긴 흰색 터번을 쓰고 녹색 옷에 붉은색 망토를 두른 이가
손으로 예수님의 망토를 잡아끌며 험한 표정으로 예수님을 고발하는데,
그는 예수님을 고발한 수석 사제이다.
예수님 뒤에 붉은 모자를 쓰고 진녹색 옷과 진홍색 망토를 두르고
왕홀을 들고 있는 이가 바로 로마 총독 본시오 빌라도이다.
그는 손가락으로 예수님을 가리키며 “자, 이 사람이오.”(요한 19,5) 하고 외치는데,
입가에서 말풍선처럼 금색 라틴어 글자로 <Ecce Homo>라고 쓰여있다.
오른쪽 연단 아래에는 성직자 복장을 한 수석 사제들과
칼과 방패와 창과 횃불을 든 군사들과 군중이 기괴한 모습으로 어우러져 있는데,
폭도들의 외침이 말풍선처럼 금색 라틴어로 <Crucifige Eum>이라고 적혀있는데,
이는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요한 19,5) 하고 외치는 군중의 소리다.
그리고 그림 왼쪽 아래에 그림 상태가 좋지 않아 유령처럼 보이는 수도복을 입은
기부자와 자녀들의 형상 쪽에 <Salve nos Christe Redemptor>라고 적혀있는데,
이는 “구세주 그리스도님, 저희를 구하소서.”라는 신앙고백이다.
이 그림에는 상징적인 이미지가 많은데,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전통적으로 기독교 도상학에서 악을 상징하는 동물이 있는데,
빌라도 관저 창문에 앉아 있는 올빼미와 군사의 방패에 새겨진 두꺼비이다.
이 구성의 오른쪽 위의 배경은 2000년 전 예루살렘 성전이 아니라
고딕 성당이 있는 1500년 전후의 플랑드르 도시 풍경이다.
차가울 정도로 넓고 고요하고 텅 빈 도시 풍경은 다리를 경계로
전경에 있는 기괴하고 폭력적이고 이국적인 복장을 한 폭도들이
밀집해 있는 모습과 아주 큰 대조를 이룬다.
(24.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