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서 타는301·302·306번 버스
뉴욕, 파리, 도쿄, 발리, 상하이…. 세계 곳곳의 도시가 전광판에 활기차게 번쩍이는 공항에 서면 '100만원만 있으면(물론 여권도 있어야 한다) 아무도 나를 알지 못하는 먼먼 도시로 떠날 수 있을 텐데…' 하는, 무모하지만 속 시원한 공상에 빠지게 된다.
인천국제공항에서 과격한 상상을 맘껏 펼친 다음 1000원짜리 301번·302번·306번 버스(강인여객 032-578-1738)를 타면 가까워서 마냥 좋은 현실 속 '짜릿한 여름'으로 데려다 준다. 국토해양부가 만든 안내 지도에 '가가우바'(가장 가까이 우리 곁에 있는 바다)라고 별명을 붙인 인천공항 서쪽 영종도 해수욕장들이다.
-
- ▲ 인천공항을 떠난 버스는 5분 후 바다를 끼고 해안도로를 달린다.
- 남에서 북으로 향하며 영종도 서쪽 해변을 차례로 지나는 306번 버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 구경하기
서울서 1시간30분이면 닿는 인천공항은 넓고 시원하고 깨끗해 가볍게 시간 보내기 좋다. 한식 양식 중식 일식에 패밀리 레스토랑과 커피 체인까지, 먹을거리도 골고루 갖췄다. 그 안에서도 가장 공항다운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최고의 지점'은 여객터미널 4층 '에어스타 테라스'다. 누워 자도 어색하지 않은 푹신한 소파에 앉으면 활주로를 느릿느릿 오가는 비행기들이 수족관 속 고래처럼 눈을 즐겁게 한다. 차 한 잔이나 간단한 식사를 즐기고 싶다면 큰 통유리 바로 옆에 자리 잡은 카페 겸 레스토랑 '할리데이 스위츠'가 제격이다. 잡지와 시집 등을 진열해놓은 작은 '책 카페'로 높은 천장과'활주로 전망'이 맘을 설레게 한다. 바로 아래 탑승 게이트와 면세점이 내려다보여'열한시 사십분에 뉴욕으로 가는 대한항공 ○○○편에 탑승하실 고객께서는…' 같은 묘한 배경음과 곧 떠날 사람들의 분주한 발걸음을 구경하는 재미도 이색적이다. 오렌지 주스 6000원·카페 아메리카노 3800원. 할리데이 스위츠 인천공항점 (032)743-7231
◆1000원 버스 타고 해수욕장 가기
한때는 배 타고 들어가야 했던 영종도는 2001년 만들어진 영종대교 덕분에 심리적 거리가 훨씬 가까워졌다. 한가운데 공항이 큼직하게 자리 잡고 있어 섬 같지도 않아진 섬의 '휴양섬 명성'은 서쪽 끝 줄줄이 이어져 있는 해수욕장들이 이어가고 있다. 공항버스나 5호선 김포공항역과 이어지는 공항철도가 인천공항까지 편하고 시원한 교통편을 제공한다.
인천공항 3층(출발층) 2번·13번 출구에 서는 301·302·306번 버스는 서울 인천 곳곳을 돌고 나서 공항에 닿은 후 해안도로를 따라 거의 비슷한 노선을 달린다. 공항을 출발한 지 5분 만에 쭉 뻗은 해안도로(영종해안남로)에 들어선 버스는 남에서 북으로 향하며 거잠포·마시안·용유·선녀바위해변과 을왕리해수욕장·왕산해수욕장을 차례로 지난다. 깜박하는 사이에 원하는 정류장을 지나치지 않게 미리 버스 기사에게 내리고 싶은 정류장을 말해두는 게 안전하다.
북적북적한 유원지 분위기에 흥청망청 빠져보고 싶다면 을왕리해수욕장이나 왕산해수욕장이 제격이고 한가한 바닷가에 세워진 낡은 배와 닻을 보며 연인과 멍하니 시간을 보내려면 거잠포·마시안·용유·선녀바위해변이 더 낫다. 어느 곳에 가더라도 개처럼 "왈왈" 우는 거대한 갈매기 떼와 조개를 숯불에 구워 장갑 끼고 까먹는 조개구이집, 하늘과 바다를 벌겋게 물들이다 툭 떨어지는 서해 낙조와 어렵지 않게 마주칠 수 있다. 조개구이집들은 인원수에 따라 3만(약 2인분)~5만원(약 4인분) 정도를 받는다.
◆버스 내려 배 타고 '꽃보다 남자' 섬으로
'무의도 입구' 정류장에서 내려 방파제('잠진도길')를 따라 800m 정도 걸으면 '잠진도 선착장'이다. 드라마 '천국의 계단' '칼잡이 오수정'에 이어 '꽃보다 남자'를 촬영한('금잔디' 가족이 이사한 예쁜 어촌마을, '윤지후'와 할아버지가 친해지게 된 낚시터, '금잔디'와 '구준표'가 재회하는 마지막 장면 등을 찍었다) 무의도로 가는 배가 이 선착장에서 떠난다.
'잠진도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5분 거리인 무의도까지 간다면 비행기 보고 버스 탄 다음 배를 즐기는, '육해공(陸海空) 하루 체험'을 하게 되는 셈이다. 자연발생적으로 모래톱 가운데 만들어진 '해수 풀장'으로 유명한 무의도 하나개해수욕장에선 7월 31일~8월 1일, '꽃보다 남자'의 인기를 몰아 '꽃보다 춤 축제'가 열린다. 잠진도에서 무의도 가는 배는 오전 7시15분~오후 7시45분 3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7월 24일까지. 이후 일정은 홈페이지 참고) 어른 왕복 3000원. 문의 하나개해수욕장 (032)751-8866·www.hanag ae.co.kr, 무의해운 (032)751-3354· www.무의도해운.kr
-
- ▲ 한적한 선녀바위 부근. 낡은 배와 돛이 쓸쓸한 분위기를 풍긴다.
≫버스 정보
301·302·306번 노선은 인천공항에서 출발해 무의도 입구→덕교동→용유초교→덕교삼거리(남북동)→신설동→선녀바위→수산진흥청→을왕해수욕장 입구→을왕해수욕장→왕산해수욕장으로 간다. 요금은 인천공항서 탈 경우 모두 1000원, 공항 톨게이트 진입 전에 타면 301번 5700원, 302·306번 4100원.
≫인천공항 전 주요 정거장 및 운행 정보
301번은 지하철 1호선 영등포역, 영등포시장, 지하철 2호선 당산역, 강서보건소, 지하철 5호선 발산역·송정역, 김포공항 등을 거친다. 오전 5시(영등포역 기준)~오후 10시30분(을왕동 왕산해수욕장 기준) 20분마다 출발. 302번은 지하철 1호선 송내역(북부), 부천체육관, 계양구청, 인천 지하철 1호선 계산역 등을 지난다. 오전 5시(송내역 기준)~오후 10시25분(을왕동 왕산해수욕장 기준) 10분마다 출발.
306번은 지하철 1호선 인천역, 중구청, 지하철 1호선 동인천역 등을 거친다. 오전 5시(인천역 기준)~오후 10시40분(을왕동 왕산해수욕장 기준) 10분마다 출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