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버드나무는 다 어디로 갔을까? 미래 개념이 없는 다람쥐는 어떻게 겨울을 대비해 도토리를 모을까? 죽은 줄 알았던 개나리 가지는 어떻게 때에 맞춰 꽃을 피울까?
이런 생각이 인류발전에 별 도움은 안 되겠지만 개인의 정서는 충분히 보듬어 줄 수 있다고 본다. 숲에서는 모든 것이 쓸 데가 있고, 소외되는 것이란 아무 것도 없으니까. 햇빛을 못 받아 덜 자란 들꽃도 당당한 일부가 되는 공간, 숲.
강원도에서 치유의 숲 4곳을 추렸다.
횡성의 검은 숲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 삽교리의 숲길 1-2. 표지판을 따라가면 가문비나무 군락지로 들어선다. 까마귀가 날 것 같은 검은 숲으로 빨려 들어가는 길이다. 햇빛이 잘 비치지 않을수록, 시선을 아래로 고정할수록 당신은 예기치 못한 숲의 어둠을 만나게 된다.
가장 기능적인 숲, 숲체원
신카이 마코토의 애니메이션 '초속 5cm'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그 순간 나는 마음이라든가 영혼이 어디에 있는지 알 것 같았다"
남자 주인공은 여자 주인공과 첫 키스를 하고 저렇게 읊었다. 첫 키스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었지만 숲체원의 가문비나무 군락지에서 바로 그 기분을 느꼈다. 영혼이 어디에 있는지 알 것 같은 느낌. 영혼이 잘 다듬어지고 씻겨지는 느낌. 그래서 뭔가 감정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에게 이 숲을 추천하고 싶다.
감정의 씻김굿이 필요한 사람에게 숲이란 어디가 됐든 위로의 전당이 되겠지만 숲체원의 잘 정비된 숲은 아마도 더 기능적이고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국내 최고의 조림답게 테마별로 숲이 나뉘어 있고, 그 테마에 맞게 훌륭하게 꾸며져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 혼자만 알고 싶어 몰래 표시해둔 듯 갑자기 나타나는 등산로. 나무로 만든 계단 사이사이 나뭇잎이 참 꼼꼼하게도 피었다. ⓒ로브 매거진
숲체원은 청태산 자락에 위치한다. 국유림 4ha 면적에 지어졌으며, 약 200억 원의 복권기금을 들여 지난 2007년 문을 열었다. 이곳은 주로 학생들의 체험 목적으로 활용된다.
2012년에는 9만 5,000명을 교육했을 만큼 전국의 모든 학교로부터 인기가 높다. 그렇다고 학생들만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52개의 숙소가 마련돼 있어 단체 교육생 외에 소규모 여행자도 숙박을 할 수 있다.
숙박 시 알아둬야 할 것은 각 방에 TV도, 에어컨도 없으며, 욕실에서는 샴푸를 자제하고 비누를 써야 한다는 사실이다. 객실 내에 조리 시설이 없고, 매점에서는 절대 술을 팔지 않는다. 숲을 즐기기보다 공기 좋은 곳에서 하룻밤 놀기 위해 가는 사람들에게는 돈을 내고도 불편이 따르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현재는 바로 그런 점 때문에 이곳을 찾는 투숙객들이 늘고 있다. 어차피 숲체원과 어울리는 손님은 숲에 머물고, 숲을 체험하며 명상하는 고요한 사람들이다.
숲체원은 자연 친화적인 건축으로도 각광 받고 있다. 건물은 에너지 절감을 위해 지열시스템을 활용해 냉난방하도록 설계돼 있다. 태양광을 이용한 가로등도 설치했다. 목재는 모두 국내산 집성재만을 사용했다. 그리고 휠체어를 타고도 산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도록 경사 5도 미만의 평평한 데크를 길게 깔아 거동이 불편한 사람도 편히 숲을 여행할 수 있다.
숲체원의 핵심이자 청태산 자락의 자랑, 가문비나무 군락지. 피부가 유난히 검은 가문비나무는 깊은 산 능선에서 자란다. ⓒ로브 매거진
<숲체원 여행 팁>
1. 다리가 불편한 친구와 숲 여행을 하고 싶다면 강추. 정상까지 이어지는 휠체어 데크 시설은 국내 휴양림 중 최고 수준이다.
2. 숲체원은 학생들의 교육장소로 인기가 높다. 평일에는 학생들과 마주칠 확률 99.9%. 신기하게도 아이들은 도시에서와 달리 무척 온순해져 있다.
3. 숲길에 들어서면 입을 닫자.
4. 숲체원 곳곳에 먹을 수 있는 식물이 많다. 캐거나 뜯지 말고 쿨하게 넘어가시길. 무분별한 채취는 어디서도 환영 받지 못한다.
글 | 김선미
사진 | 조혜원
취재 협조 | 숲체원(033-340-6300)
천 년 위로와 정화의 숲,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숲
부안 내소사, 남양주 광릉수목원과 더불어 한국 3대 전나무숲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곳이 오대산에 있다. '천 년을 버틴 숲'이라는 말에 새벽을 달려 아침의 숲을 만나러 왔다.
숲은 위로다
동이 튼 지 얼마나 되었을까. 이른 아침, 오대산 자락에 자리 잡은 월정사 일주문 앞에 섰다. 매표소를 지나 가장 처음 만나게 되는 일주문은 월정사의 입구다. 일주문 너머에는 고고한 숲이 기다리고 있다. 내 키의 몇 배일지 상상하기 힘든 나무들이 빼곡한 가운데, 옅은 주황빛을 머금은 흙길이 구불구불 이어진다. 심장을 파고들던 그리움도,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던 걱정들도 잠시 숨을 죽인 듯 아침의 숲은 고요했다.
전나무를 끌어 안으려면 팔을 멀리 뻗어도 한참이나 모자라다. ⓒ로브 매거진
월정사의 품에 안긴 천 년의 숲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당나라 문수보살로부터 부처의 정골사리를 받아 오대산에 터를 잡고 모시기 시작한 것이 월정사의 유래다. 이후 월정사는 고려, 조선 시대를 거쳐 한국전쟁으로 대부분 사라졌다가 1964년 탄허스님의 재건으로 오늘에 이르렀다.
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니 자그마치 천 년이다. 그 역사를 함께 하는 것이 바로 월정사 초입에 위치한 전나무숲이다.
원래 이곳을 지키던 것은 전나무가 아닌 소나무였다고 한다. 고려 말, 무학대사의 스승인 나옹선사가 부처에게 공양하던 중 소나무에 쌓여있던 눈이 그릇으로 떨어지자 산신령이 소나무를 내쫓고 대신 전나무 아홉 그루에 절을 지키라 명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그때 심은 전나무가 지금까지 이어져 마치 월정사를 호위하듯 이곳을 빼곡히 메우고 있다. 그렇게 '천 년의 숲'이 탄생했다.
600여 년의 시간을 지내온 고목나무는 자연의 섭리로 쓰러졌고 속이 텅 빈 채 껍질만 남았다. ⓒ로브 매거진
언제 만나도 반가운 다람쥐도 길 위에 잠시 섰다. ⓒ로브 매거진
전나무라는 이름은 나무에 상처가 생기면 젖이 나온다 해 '젖나무'라 부른 것에서 비롯됐다. 평균 수령 80년이 넘는 전나무 1,700여 그루가 이곳에 있다.
숲길 가운데쯤 엄청난 규모의 고목 한 그루가 쓰러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2006년 태풍으로 쓰러지기 전까지 수령이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한다. 자그마치 600여 년이라고 하니 감히 상상하기 힘든 세월의 폭에 절로 숙연해진다.
현재는 최고령 370년의 아름드리 전나무가 이 숲을 지키고 있다. 이들이 자아내는 풍경은 마치 고대가 연상될 만큼 신비롭고, 세월의 무게만큼이나 웅장하다.
전나무숲 찾아가기
서울에서 대중교통으로 월정사에 가려면 고속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동서울터미널과 남부터미널에서 진부 시외버스터미널로 가는 버스를 타면 2시간 30분 남짓 소요된다. 터미널 뒤편에서 월정사로 가는 시내버스를 탈 수 있다. 일부는 월정사까지, 일부는 월정사를 거쳐 상원사로 가는 코스로 운행 중이니 잘 보고 타야 한다.
시내버스 배차 간격은 약 1시간으로 오전 6시 30분부터 운행을 시작해 막차는 오후 7시 40분이다. 택시 이용시엔 터미널에서 월정사까지 약 15분 걸리며 요금은 약 18,000원.
글 | 김연지
사진 | 김연지, 오승현
꽃 피는 두문동재
태백의 숲에는 다른 숲에서는 보기 힘든 알록달록함이 아무도 일부러 조성하지 않았는데도 알아서 때맞춰 피어난다. 석탄 가루 사라진 태백의 여름 숲에는 모기는 없고 들꽃만 가득하다.
1. 나무도 풀도 꽃도 풍성한데 입장료도 없는 최고의 숲, 두문동재. 2, 4, 6 전국의 야생화 애호가들은 좋아하는 야생화가 만개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천릿길을 마다 않는다. 3. 눈개승마 5. 지느러미엉겅퀴 7. 들어가지 마세요. 불을 피우지 마세요. 자연을 보호하세요. 꼭 지켜주세요 ⓒ로브 매거진
1, 3. 잎의 맥을 구경하는 건 언제 해도 즐겁다. 한참 들여다 보고 있으면 자연의 축소판 같다 2. 이 꽃은 이름도 순박한, 털쥐손이입니다 4. 아아, 들으면 이해되는 이름, 요강나물 5. 걷기 좋게 바닥에 자잘한 나무조각을 깔았다. 6. 숲이 길을 열어주었으니 사람은 정해진 길로 가면 된다 ⓒ로브 매거진
두문동재 야생화원
태백산맥 줄기인 대덕산 자락은 개척과 생명력의 아이콘이다. 그 첫 번째 이유는 바로 야생화. 두문동재에서 시작해 분주령, 금대봉, 대덕산까지 이어지는 능선은 우리나라 최고의 야생화 군락지다. 해발 1,268m 높이의 깊은 숲 속은 인간의 손길을 피해 멀리 달아난 하나의 생명처럼 보인다.
두문동재는 입구부터가 심상치 않다. 옛 38번 국도 정상에 차를 세우면 왼쪽으로는 대덕산, 오른쪽으로는 함백산이 펼쳐진다. 대덕산 방향으로 몸을 틀어 관리소를 지나, 들어가도 될까 싶은 작은 길을 따라 올라가면 서서히 야생화 퍼레이드가 시작된다. 해발은 높지만 가파른 길이 아닌 데다 습하지 않고 서늘해 여름 산행에 최적지다.
그런데 잠깐, 야생화 지식이 없어 그 화려한 세상을 알 길이 없다면 전문 해설사의 도움을 받도록 하자. 단체 20명 이상일 경우 태백시 문화관광과에 미리 연락하면 숲 해설사와 함께 들꽃 트레킹을 할 수 있다.
두문동재에서는 잎사귀만 구경해도 시간이 부족하다. 맥이 잎 가장자리까지 직선으로 이어지는 우상맥이 자를 대고 그린 듯 반듯하다. ⓒ로브 매거진
두 번째 이유는 고랭지 배추 밭이다. 두문동재 트레킹을 마치고 산 너머를 보면 곳곳이 고랭지 배추 밭인데 이는 산 정상에 밭을 개간한 것이다. 그래서 금대봉 능선은 '불바래기길'이라고도 불린다. 화전민들이 산에 불을 놓고 불이 올라가는 방향을 확인하기 위해 이동한 길이라는 것.
이렇게 조성된 배추 밭은 여름이 되면 온통 푸르고 굵은 알의 배추를 뽑아내느라 장관을 이룬다. 산 능선에 촘촘히 모여 배추 따는 사람들의 모습이 볼 만하다.
숲에서 보는 하늘은 볼 때마다 색감도, 무늬도 다르다. 역광을 받아 어두운 가지, 측면에서 빛을 받아 더 빛나는 잎. 누가 숲을 초록일색 지루하다 했던가. ⓒ로브 매거진
내려가는 길에는 잎갈나무 숲을 실컷 볼 수 있다. 이곳 사람들에 따르면 박정희 전 대통령이 '민둥산이 없게 하라'는 명령을 내렸고, 그에 따라 빨리 자라면서 숲을 빽빽하게 채우는 종인 일본 잎갈나무를 들여와 이곳에 잔뜩 심었다는 것이다. 압축 성장의 예가 숲에도 존재한다는 점에서 신선하다고 해야 할지, 생소하다고 해야 할지. 아무튼 대덕산뿐 아니라 태백의 숲 곳곳에는 모두 잎갈나무가 산재하고 있다.
한강의 발원지로 알려진 검룡소에서는 아직도 물이 솟아나 산맥을 타고 아래로 아래로 퍼진다. 그러니 이곳을 찾는다면 절대로 물을 오염시키지 말자. ⓒ로브 매거진
태백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두문동재에서 대덕산을 거쳐 검룡소로 내려오는 4시간 30분 코스가 가장 인기 있다. 대덕산 야생화 트레킹 코스는 5월부터 10월까지만 대중에게 공개된다. 최소 4일 전 태백시 관광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해야 하며, 신청 인원은 하루 300명 이내로 제한을 두고 있다. 또한 카메라는 가져갈 수 있지만 삼각대는 안 된다.
정성스러운 새집을 보면 태백의 숲이 얼마나 잘 관리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로브 매거진
<숲에서 손가락질 받는 방법>
1. 정해진 탐방로를 벗어나 다른 길로 들어가본다. 야생멧돼지가 기다리고 있다.
2. 고사리든 쑥이든 먹을 수 있다고 생각되는 건 죄다 뜯어온다. 조금 더 분발하면 앞으로 1일 300명이 아니라 30명으로 입장 제한이 생길 지도 모른다. 어쩌면 아무도 못 갈 지도 모른다.
3. 숲에서 스피커로 크게 트로트를 즐긴다. 숲 해설사들이 제일 싫어하는 일.
글 | 김선미
사진 | 김연지, 조혜원
취재 협조 | 태백시청 관광문화과(033-550-2081)
물과 나무의 시간,
인제의 숲
숲에 간다는 것은 가장 건강한 곳에 나를 놓아둔다는 의미다. 온통 나무로 둘러싸인 숲을 걸으니 지친 마음이 조금씩 치유된다. 나를 들뜨게 하는, 혹은 차분하게 하는 두 가지 숲에는 한결 가벼운 계절이 흐른다.
커다란 나무가 드리워진 아침가리골에선 손바닥만 한 햇볕이 곳곳을 비춘다. 마치 거대하고 깊은 숲의 동굴 같다. ⓒ로브 매거진
깊은 산골 계곡 트레킹, 아침가리골
방태산 자락에 있는 아침가리골은 강원도에서도 오지에 있다. <정감록>에 나오는 '삼둔사가리'가 바로 이 방태산을 뜻하는데 '둔'은 펑퍼짐한 산기슭을, '가리'는 난리를 피해 숨을 만한 피난처를 말한다.
방태산의 남쪽인 내린천 부근에는 살둔, 월둔, 달둔의 3둔이, 산 북쪽에는 아침가리, 결가리, 적가리, 연가리 등의 4가리가 있다. 이중 아침가리골은 '높은 산봉우리에 가려 아침나절에만 잠깐 비치는 햇살에 밭을 간다'라고 할 정도로 울창한 숲으로 드리워져 있는 곳이다.
차가운 물이 발가락 사이를 침투할 때, 그동안 느껴보지 못한 자유가 온몸에 느껴진다. 등산화를 신고 첨벙첨벙, 물에 젖어도 두렵지 않다. ⓒ로브 매거진
이곳은 2011년 7월부터 2014년 6월까지 자연휴식년제를 실시, 최근까지도 출입을 제한하고 있어 진정한 고요를 만날 수 있다. 일부 차량 출입을 통제하고 도보를 이용하는 여행객에만 개방한다.
트레킹 코스는 '진동산채가' 식당이나 조경분교, 그리고 방동약수터에서 시작할 수 있다. 어느 지점에서 출발해도 좋다. 처음부터 끝까지 가보는 것도 좋지만 초보 등산객이라면 적당한 스폿에서 머물다 돌아오는 것도 방법이다. 이번 트레킹은 조경분교에서 시작해 진동산채가까지 구불구불한 계곡길을 걷기로 했다.
아침가리골의 길은 화살표나 이정표가 따로 없다. 그저 계곡을 따라 발길 가는 대로 가면 길이 된다. 징검다리가 없는 계곡 앞에서도 망설일 필요가 없다. 그럴 때는 아무 생각 없이 물에 첨벙 뛰어들면 된다. 상상했던 것보다 위험한 코스는 없었다. 허리 높이까지 계곡물이 찰랑거릴 뿐이다. 온몸이 흠뻑 젖지만 햇볕을 따라 걷다 바위에 잠깐 쉬어가면 금세 바싹 마른다.
숲을 사랑한다는 것
트레킹 중반쯤 우연히 숲 해설가 조재근 씨를 만났다. 그는 풀의 이름, 나무의 특성을 알려주기 전에 숲에 대한 예의를 먼저 알려줬다. 단순히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돌탑을 쌓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고. 곤충, 미생물, 식물의 뿌리가 집터를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숲은 하나의 완전한 개체이기 때문에 사람이 침입할 때는 반드시 예의를 지켜야 한다.
"숲의 정령들이시여! 제가 잠시 님의 공간에 들어갑니다. 숲의 아름다움과 생명의 고귀함을 느끼고자 하니 부디 제 발걸음을 허락해주소서"
진심 어린 마음으로 그의 말을 따라 하니 마음이 좀 편안해졌다. 그는 그야말로 숲 선생님이다. 모든 식물의 사계절 생김새, 성격 등을 섬세하게 이야기 해주었다.
그는 어느 묵직한 나무 앞에 서 잎 하나를 땄다. 층층나무의 잎을 반 접어 잎맥을 꾹꾹 누르고 금을 따라서 조금씩 뜯어내면 잎맥 사이의 힘줄만 남고 떨어진다. 재미있는 얼굴 모양이 만들어졌다. 아이들에게 해주면 좋아할 만한 숲 놀이였다.
층층나무 잎으로 만든 표정. 질긴 잎맥을 요령껏 자르면 재미있는 모양을 만들 수 있다. 나무 보호 차원에서 조금만 사용할 것. ⓒ로브 매거진
또 방대한 정보를 들을 수 있었다.
이를 테면 남산제비꽃은 서울 남산에서 처음 발견되어서 붙여진 이름이란 것. 함박꽃나무는 목련보다 작지만 앙증맞으면서도 탐스럽다. 생강나무의 어린잎은 쌈을 싸먹기도 하고 따뜻한 물에 우려먹기도 한다. 코를 잎에 가까이 대보니 알싸한 생강냄새가 퍼진다. 바위에서만 피어나는 돌단풍은 밋밋한 바위에 아름다운 장식이 된다.
숲 이야기를 들으며 5시간을 걸어 마지막 지점, 진동산채가에 도착했다. 맑은 물에서만 산다는 열목어, 천연기념물 수달과 하늘다람쥐가 있는 천연 생태계. 아침가리골은 흔적 없이 여행하기를 꼭 지키는 이들에게만 열어두는 숲이길 바란다.
글 | 박산하
사진 | 오승현
더 많은 숲 이야기는 로브 3호 '강원도의 숲'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첫댓글 좋네요.. 잘감상했습니다.
좋은자료 즐감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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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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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정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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