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호사설(이익)

[한병엽]

서 명:성호사설, 지음:이익 옮긴:최석기 출판사:(주)도서출판 한길사,

출판년도:2007, P549. (47-2-p0)

2014.02.01.

1. 저 자 : 다.

이익(李瀷, 1681년 10월 18일 ~ 1763년 12월 17일)은 조선시대 후기의 문신, 사상가, 철학자, 실학자, 역사가, 교육자로 조선 영조 때의 남인(南人) 실학자이다. 자는 자신(自新), 호는 성호(星湖)이며, 본관은 여주이다. 의정부좌찬성을 지낸 이상의의 증손이고 대사헌 이하진(李夏鎭)의 아들이다. 실학자 반계 유형원에게는 외6촌 동생이 되나, 생전 한번도 만나본 적이 없다.

섬계 이잠(剡溪李潛)에게 수학하다 송곡 이서우의 문하에서 수학하였다. 숙종 31년(1705년) 증광과에 합격하였으나 그의 형 이잠(李潛)이 당쟁으로 희생된 후 관직을 사양하고 학문연구와 후학 교육에 전념하였다. 홀로 학문 연구에 진력하다 미수 허목과 아버지 매산(梅山) 이하진(李夏鎭), 반계 유형원 등을 사숙하였고 이후 학문적으로 일가를 이루어 근기남인 최대의 학파인 성호학파를 형성하였다.

영조는 그의 명성을 듣고 영조 3년(1727년) 선공감가감역(繕工監假監役)으로 임명했으나 사양하고 저술에 힘쓰는 한편 학문 연구와 후학 교육에 전념하여 안정복, 윤동규, 신후담, 이중환 등을 배출하였고 그의 학통은 채제공, 정약용, 이가환, 이현일 등으로 이어졌다. 안정복의 동사강목 편찬을 후원하며 자료를 구해주는 등의 도움을 주었다.

남인의 여러 학파들의 마지막 공동 조상으로, 그의 제자들 대에서는 남인 성리학파와 남인 실학파, 공서파와 신서파 등의 여러 계파가 분리되었다. 또한 천주교와 서학의 수용에 개방적이었던 그의 학풍을 둘러싸고 제자들 간에는 성호좌파와 성호우파의 분열이 일어나기도 했다.[1] 섬계 이잠(剡溪李潛), 송곡 이서우(松谷李瑞雨)의 문인이다. 경기도 출신.

2. 본문내용

주자는 무지개는 엷은 비에 해가 비춰서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나 또한 형상이 있어 능히 물도 마시고 술도 마신다“고 하였고, 또 ”능히 물을 마실 수 있는 것으로 반드시 창자도 있을 것이다.”라고 했는데, 이 한 대목은 더욱 이해 할 수 없다.(p64)

『화엄경』에 동북보살과 더불어 항상 반야를 설법하였다’고 한것이 바로 그것이다.“라고 하였다. 여기서‘1만2천’란 보살의 숫자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1만2천 봉우리가 있다고 생각하여,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 따라 쓰기 때문에 변경할 수가 없다. (P71)

우리나라에 담배가 널리 유행하게 된 것은 광해군 말년부터 비롯되었다. 세상에 전하기로는, 남쪽 바다 한 가운데 담파국이 있는데, 이담배가 그 나라에서 들어온 까닭에 속칭‘담배’라고 한다는 것이다.(P91)

"이로움보다는 해로움이 더 심합니다. 안으로 정신을 해치고, 밖으로 귀와 눈을 해칩니다. 담배 연기를 쬐면 머리카락이 희어지고, 얼굴이 검푸르게 되고, 이가 쉽게 빠지고, 살이 마르게 되니, 사람을 빨리 늙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내가 이 담배에 대해 이로움보다는 해로움이 더 심하다고 하는 것은, 냄새가 독해 재계하면서 신명과 통할 수 없는 것이 첫째이고, 재물을 축내는 것이 둘째이며, 이세상에는 할 일이 너무 많아 걱정인데, 요즘 사람들은 상하 노소를 막론하고 일년 내내 하루종일 담배 구하기에 급급하여 잠시도 쉬지 못하는 것이 셋째입니다. 이런 마음과 힘을 옮겨 학문을 한다면 크게 어진 이가 될것이고, 글을 짓는다면 훌륭한 문장을 이룰 것이고, 살림을 돌본다면 부자가 될 것입니다.(P91-P92)

배우는 사람치고 누군들 옛것을 모두 익히려고 하지 않겠는가마는, 기억력이 못 미치는데 어찌하겠는가? 사람의 정신 중에 혼은 앞으로의 일을 알아차리고, 백은 지나간 일을 기억한다. 그러므로 지난 일을 쉽게 잊어버리는 자는 백의 기운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성인은 훌륭한 말을 들을 때마다 “얘들아, 기록해두어라”라고 하셨는데, 이는 성인 자신이 그것을 잊어버리지나 않을까 하고 두려워서 한 말씀이 아니고, 문인들이 그 말에 힘입어 자신을 경각시키도록 권면한 말이다. 그래서 책에다 기록한 자도 있고 좌우에다 기록한 자도 있고, 심지어 띠에다 기록한 자도 있었다.(P98)

소 동파의 시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그림은 형체만 같게 그리면 된다고 하는데,

이런 소견은 어린애의 소견과 다를 바 없다.

시를 지을 때도 경물을 그대로 노래하니,

이런 사람은 정말 시를 모르는 사람이다.(P111)

무슨 일이든 근본을 잊지 않는 것이 예이다. 모든 물건은, 옛날에는 검소하던 것이 지금와서는 사치해졌다. 그러므로 예전의 것을 생각하면 사치한 마음이 줄어들지만, 요즘에 유행하는 것만 따르면 사치하는 마음이 점점 높아지게 마련이니,(P115)

비유컨대, 사람이 강한 것을 씹을 적에는 놋쇠나 강철도 부수지만, 모래가 밥 속에 섞여 있을 때는 그것을 씹다 이빨을 부러뜨리기도 한다.(P137)

송구영신:구관을 보내고, 신관을 맞이한다는 뜻(P141)

서독승면론:학문하는 데는 연속적으로 공부하는 것을 중히 여긴다. 한번이라도 그 맥이 끊어지게 되면 정신이 새어나가고 성의가 흩어져버리니, 어떻게 깊이 온축된 뜻을 꿰뚫어볼 수 있겠는가? 벗끼리 북돋워주는 것으로는 함께 모여 학문을 강론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이 없다.(p145)

성인이 편히 쉴 겨를도 없이 들판에서 자고 밥을 빌어먹으며 돌아다닌 것은, 도를 행하는데 뜻이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을 도라 하는가? 그 요점은 온 천하에 곤궁한 백성이 없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 사람만 제살곳을 얻지 못해도 마치 자신이 저잣거리에서 매를 맞는 것처럼 부끄럽게 여겼다. 그런데 하물며 온 나라 사람이 모두 그 폐해를 받는 데 있어서이겠는가? 아. 슬프다.(P148)

나도 절에 가서 승려들과 이야기를 나눌때마다 느끼는 것이, 그들이 지극한 성심으로 부처를 신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 유가에서 이른바 ‘예쁜 여색을 좋아하듯이 선을 좋아하여 자신을 속이지 말아야한다.“는 것이다.(P157)

물욕이 9분이고 성심이 1분일 때는 그래도 괜찮지만, 영화와 벼슬에 급급하며 재물에 연연하는 자가 있다. 이런 자들은 경전의 말씀을 영화의 수단으로 삼아 한결같이 재물을 얻는데 뜻을 둔다. 그리하여 재물을 얻고나면, 그 그릇을 버린다. 이들은 대중을 따라 성인의 말씀을 입에 올릴 뿐 성인이 무슨 일을 하였는지 모르니. 그런자들이 현명하고 불초함에 있어 과연 어떤 사람이겠는가? 이들은 실로 승려들의 죄인인 것이다.(P157)

규곤지계: 옛날에 한 재상이 있었는데, 그 이름은 생각나지 않는다. 하루는 딸이 사람들 틈에 끼여 그런 구경(임금의 거동이나.외국사신이올 경우)을 하려 하였다. 그러자 재상이 딸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우선 거기 앉아 내 말을 들어라. 예전에 외국에서 온 중이 길거리에다 나무를 꽂아놓고 이렇게 말하였다.”오직 정조를 지킨 열녀만이 나무를 뽑을 수 있다.“ 그러자 여러사람이 몰려와 그 나무를 뽑으려 하였으나. 모두 그 나무를 움쩍도 해보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한 여자가 와서 말하기를 ”나는 이 나무를 뽑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 나무는 잠시 움직일 뿐 넘어가지 않았다. 그러자 그 여자는 마침내 하늘을 우러러 울부짖으며 평생 고되게 지켜온 절개를 갖추어 호소하면서”하늘도 내 마음을 몰라준다“고 하였다. 그러자 그 중이 “당신은 다시 한번 잘 생각해보세요. 혹시 당신 마음에 꺼림칙한 생각을 한 적이 없었습니까?”라고 하자, 그여자가 “어느날 문틈으로 아름다운 장부가 지나가는 것을 엿보고서, 마음속으로 몰래 그의 풍모를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이 한가지 일이 있었을 따름입니다.”라고 하니, 중이 “그래서 그런 것입니다. 당신이 다시 한번 뽑아보세요.”라고 하였다. 그 여자가 나무에 손을 대자 마자. 그나무가 바로 넘어졌다.(P170)

『대학』에 “뜻이 성실해진 뒤에 마음이 바르게 된다”고 하였다. 그러나 뜻이 성실하더라도 마음이 정당한 데서 벗어날 때가 있다. 그러므로 주자가 말하기를 “마음이 온전히 맑아져도. 그 맑은 이면에는 물결이 일고 있는 곳이 있다”고 하였다. 남명은 악을 미워하는 것이 지나쳐 음부의 집을 헐어버리기까지 하였으니, 음부는 미워할 만하지만 그녀의 집을 헐어버리는 것이 자기의 임무가 아니라는 점을 전혀 깨닫지 못한 것이다.(P179)

『칠극』은 서양의 방적아(1571-1618)의 저술로, 곧 우리 유교의 극기의 설과 같다. 그 책에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인생의 모든 일은, 악을 없애고 덕을 쌓는 두가지 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성현의 훈계는 모두 악을 없애고 덕을 쌓는 바탕이 되는 것이다. 악은 욕심에서 생기는데, 욕심이 본래 악한 것은 아니다. 욕심은 몸을 보호하고 정신을 도와주는 것인데, 사람이 사욕에만 골몰하기 때문에 비로소 허물이 생겨나고, 여러 가지 악이 거기에 뿌리를 내리게 된다. 이 악의 뿌리가 마음속에 도사려 부유하고 귀하고 편안히 즐기고자 하는 세 가지 큰 줄기가 밖으로 뻗어나고, 그 줄기에서 또 가지가 생겨난다.

부유하고자 하면 탐내는 마음이 생기고, 귀하고자 하면 오만한 마음이 생기고, 편안히 즐기고자 하면 탐욕스럽고 음탕하고 태만한 마음이 생긴다. 나보다 부유하고 귀하고 편안히 즐기는 자가 있으면 곧 질투심이 생기고, 내 것을 빼앗아가면 곧 분한 마음이 생기니, 이것이 바로 칠지다.

꽉 움켜쥐듯이 굳게 탐하는 마음이 생기면 은혜로 풀고, 사자처럼 사납게 오만함이 생기면 겸손으로 억제하고, 골짜기처럼 크게 탐욕이 생기면 절제로 막고, 물이 넘치듯이 음탕한 마음이 생기면 정조로 방지하고, 노둔한 말처럼 맥없이 게으르면 부지런함으로 채찍질하고, 파도처럼 질투심이 일면 너그러움으로 평안히 하고, 불이 치솟듯이 분한 마음이 일면 인내로 가라앉힌다.(P212)

한나라 때 강도왕 건(경제의 손자)이. 사람과 짐승을 교접시켜 새끼를 낳게 하기 위해서, 궁녀를 발가벗겨 짐승처럼 엎드리게 한 뒤, 수놈의 염소 및 개와 교미하게 하였다. 이는 천고에 유례없는 극악무도한 일이다.(P215)

인정국:우리나라를 본래 인정이 많은 나라라고 하는데, 이는 큰일이나 작은 일이나 뇌물을 주어야 일이 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공물을 바칠 때에도 뇌물을 쓰지 않으면 일이 안되는데, 이 뇌물을 인정이라고 한다.(P216)

현곡 조위한(1558-1649)이 일찍이 여러사람과 한자리에 모였을 때, 어떤 사람이 ‘어찌하여 지금보다 먼저 태어나지 않고, 지금보다 뒤에 태어나지 않았나?라는 말을 인용하여, 자기가 어지러운 시대에 태어났음을 탄식하였다. 그러자 현곡이 말하기를 “이 난리가 우리보다 먼저 일어났으면 우리 조상들이 그 화를 당했을 것이고, 우리보다 뒤에 일어났으면 우리 자손들이 그 화를 당할 것이네, 차라리 우리가 이 어지러운 때를 만나 대처함이 낫지 않은가?”라고 하였다.(P222)

어떤 학사 한사람이 책을 보다가 절반도 보기 전에 내던지고 탄식하기를 “책을 덮으면 곧바로 잊어버리니, 책을 본들 무슨 유익함이 있겠는가?”라고 하자, 현곡이 “사람이 밥을 먹으면 그 밥이 항상 뱃속에 남아 있는 것이 아니지만, 그 영양분이 몸을 윤택하게 하네, 책을 읽다가 비록 그 내용을 잊어버리더라도, 저절로 길이 진보하는 효과가 있네”라고 하였다. 현곡은 말을 잘한 사람이라고 할 만하다.(P222)

주자 또한 말하기를“우리나라는 이 문정과 왕 문정이 나라일을 담당한 이래, 조정의 의논이 안정만을 주장해왔다. 그래서 건의하는 바가 있으면 바로 일을 만들어낸다고 몰아세운다. 그런 풍습에 길들여져 천하에 폐단이 지극히 많게 되었다”고 했다. 이 교훈은 깊이 생각해볼 만하다. 이항과 왕단 등은 당시 나라를 세운 지 오래지 않아 기강이 문란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편안히 앉아서 다스릴 수 있었다. 그러나 후세에 이르러서는, 물이 새는 배를 타고 있는 선장이 키를 놓고 팔짱을 끼고서 조수나 사공이 하는 한마디의 충고도 받아들이지 않는 것과 같으니, 언덕위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이 어찌 속을 태우지 않겠는가?(P228)

풍속에는 고관의 자손들까지 통틀어 벌열이라 하면서 일반 서민과 구별한다. 비록 선조의 음덕이 끝나고, 자신의 재주가 벼슬하기에 부족한 자일지라도 생계를 도모하지 않고 돈벌이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긴다. 그래서 차라리 굶어 죽을 지언정 천한일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한번 농기구를 손에 잡으면 농부로 지목되어, 혼인이 통하지 않고 교제할 적에도 늘 아랫자리에 앉게 된다. 이 때문에 자력으로 살고 싶은 마음이 있는자도 어쩔 수 없게 된다.(P236)

개자: 내가 30년 전 날씨가 매우 찬 어느날 저녁 서울 거리를 지나다, 다 떨어진 옷에 잔뜩 굶주린 눈먼 걸인을 만났다. 그는 하루 저녁 묵을 집이 없어서 남의 집 문 밖에 앉아 울면서 “죽여주시오. 죽여주시오”라고 하늘에 하소연하였다. 그의 마음은 정말고 죽고 싶은데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도 그 모습을 잊을 수 없다. 그 모습을 생각하면 눈물이 쏟아지려 한다.(P247)

오직 영남지방만은 군자가 끼친 교화를 지키고 있다...

길손이 되어 다른 고을을 지날 때 그 마을에 나이든 어른이 계신데도 찾아뵙지 않으면 비방을 받으니, 이는 신라시대의 남은 풍속이다.(P259)

덕행․문사:술은 예를 행하기 위한 것인데 술에 취해 인륜을 어지럽히는 것과 같다. 이는 애초 마음이 나아갈 방향을 바꾼 데 불과하다. 그렇게 방향을 바꾼 까닭은 무엇인가? 교화가 행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교화는 무엇으로 우선을 삼는가? 덕행일 따름이다.(P262)

속유․척불:내 생각으로는 속된 선비들이 승려에 미치지 못하는 점이 네 가지가 있다. 스승을 높이고 도를 믿는 것이 첫 번째이고, 마음을 안일하게 하지 않는 것이 두 번째고, 식욕과 색욕을 끊는 것이 세 번째고, 만물에 자비를 베푸는 것이 네 번째다. 식욕․색욕․자비․사랑에 대해서는 중도에 지나친점이 있지만, 속된 선비들이 마음을 방자하게 갖고 욕심을 끝까지 부리는 것에 비교하면 과연 어떠한가? 내가 절간에서 지낸적이 있는데, 승려들이 사대부보다 낫거나 비슷한점을 보고 탄식한 적이 있다.(P264)

삼유:내가 젊어서 사람들에게 글을 가르쳤는데, 학생들의 재주가 없는 것에 대한 걱정은 오히려 적고, 세 가지 해로움이 가장 큰 문제였다. 이야기나 하고 놀며 학업은 폐지하는 자들이 있는데, 이들은 여럿이 곳곳에 모여 도의 적인 말은 하지 않고 우스갯소리나 하며 밤을 지샌다. 떠돌아다니며 돌아오지 않는 자들이 있는데, 이들은 장기․바둑을 두거나 활을 쏘고 사냥을 하며 동분서주한다. 잔치를 벌이고 놀며 웃고 떠드는 자들이 있는데, 이들은 돈을 모아 술을 마시며 무절제하게 취하여 재산을 탕진하기에 이른다. 이는 모두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 끌어들이기 때문이다. 이런데 뜻을 둔다면 문자는 도외시하게 되니, 그가 성공하기를 바라는 것이 어려운 일이다.(P266)

색욕:내가 보기에, 가축중에 닭이 음란한 짓을 많이 하는데, 그 죄가 수컷에 있지 암컷에 있지 않다. 그런데 사람은 남녀가 서로 따르며 밤낮을 가리지 않으니, 금수만도 못하다. 그러므로 마음의 덕을 잃고, 자신의 복을 망치며, 고상한 명예를 무너뜨리고, 강건한 신체를 시들게 하며, 아름다운 얼굴을 추악하게 하고, 신체의 병을 불러오며, 긴 목숨을 재촉하고, 영묘한 마음을 둔하게 하며, 귀와 눈의 총명함을 흐리게하고, 평생의 학업을 폐지하게 하고, 선대의 산업을 무너뜨리니, 그에 따른 근심과 폐해를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다.

정욕은 불과 같고, 여색은 땔나무 섶과 같다. 불이 치솟으려 할 적에 여색을 만나면 반드시 타오르게 마련이다. 게다가 술이 열을 도와주니, 그 불길을 끌 수 있겠는가? 그 까닭은 무엇인가? 금수는 성품이 치우쳐 지혜와 생각이 주밀하지 못하다. 그러나 사람은 가장 신령스런 동물이어서 오성(인,의,예,지,신)이 고루 통한다. 군자는 이로 기를 제어하기 때문에 마음이 움직일 때나 고요할 때나 도에 합한다. 그렇지 않은 자는 이가 막히고 기가 마음대로 하여, 신령스런 마음이 도리어 기에 부림을 당한다. 비유하자면 영리한 사람이 악한 짓을 하는 것이 더욱 매서운 것과 같다. 이 지경에 이르면, 금수만 못하다고 하더라도 괜찮을 것이다.(P274)

유구독서(구함이 있는 독서,곧 출세를 위한 독서하는 것을 말함):아무리 읽어도 소득이 없다. 그러므로 과거 공부를 하는 자가 입술이 썩고 이빨이 문드러질 정도로 책을 읽더라도, 독서를 중지하면 소경처럼 눈앞이 깜깜하여, 입으로는 흑․백을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검은 것과 흰 것을 분별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그들이 말하는 것은, 귀로 듣고 입으로는 말하는 것에 불과하다. 마치 포식을 하고 나서 토하는 것과 같으니, 그러면 몸에 이로움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의지도 상하게 된다.(P276)

「한시외전」에 증자가 말하기를 “젊어서 배우고 장성해서 잊어버리는 것이 첫째 허비이고, 임금을 섬겨 공을 세우고서 가벼이 임금을 등지는 것이 둘째 허비이다. 음식과 재물은 그 속에 들지 않는다‘고 하였다는 말이다. 이런 허비도 허비이긴 하지만, 군자의 입신하는 방도에서는 논할 만한 것이 못된다.(P301)

젊어서 배우고 장성해서 잊어버린다면 학문한 소득이 없는 것이고, 임금을 섬기다 가벼이 져버린다면 의리로써 사귄것이 아니니, 이런 경우는 어찌 말할 필요가 있겠는가(P301)

삼비:군자가 애석하게 여길 만한 것으로 실질적인 삼비가 있다. 사소한 술수나 이단에 마음을 쓰는 것은 정신을 허비함이고, 긴급하지 않거나 유익하지 않은 일에 허둥대는 것은 근력을 허비함이고, 그럭저럭 평범하게 세월만 보내며 하는 일 없이 늙는 것은 세월을 허비하는 것이다. 이 세가지는 후회해도 소용이 없으니, 학문하는 사람은 각별히 노력하여 그 시기를 잃지 말아야 한다.(P301)

양묵․승도:지금 세상은, 성인의 도가 끊어졌다고 말해도 과언은 아닐것이다. 벼슬아치와 공부하는 선비들이 입으로는 공자․맹자의 도를 지껄이고 있으나, 실제로는 조금도 존중해 받드는 뜻이 없다. 벼슬아치들의 일상생활은 명예와 벼슬을 이롭게 여기는 데서 벗어나지 않는다.(P314)

장상 구현(장수와 정승이 어진 이를 구함):“제가 아버지와 같이 섬기는 사람이 3명 있고, 형처럼 섬기는 사람이 5명 있으며, 벗하는 사람이 12명 있고, 스승으로 섬기는 사람이 1명있습니다.”

라고 하자,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아버지처럼 섬기고 형처럼 섬기니, 효도와 공경을 가르칠 수 있을 것이다.12명의 벗이 있으니. 막힌 폐단을 뚫을 수 있을 것이다. 스승이 1명 있으니, 어떤 일을 도모하는 데 실책이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일을 시행해도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하였다.(P327)

식소(적게 먹음):나는 천성이 글을 좋아하여 온 종일 글만 읽고 있다. 따라서 한 올의 베나 한 알의 쌀도 모두 내 힘으로 생산한 것이 없다. 그러나 어찌 이세상의 한 마리 좀벌레가 아니겠는가? 다행히도 물려받은 땅이 조금있어 몇섬의 쌀을 받고 있다. 그런 빠듯한 살림살이 속에서, 식량을 절약하여 많이 먹지 않는 것으로 첫 번째 경륜과 양책을 삼고 있다.(P346)

사람들이 말하기를 “「소학」을「대학」보다 먼저 읽는 것이, 곧 행이 지보다 먼저임을 증명한다”고 한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소학」도 선지자에게 배운 뒤엥야 터득하게 되니, 知지가 行행보다 먼저임을 알 수 있다. 지와 행의 선후는 이와 서로 유사하다(P352)

사민여제:백성을 해치는 정치가 모두 잔인한 마음이나 고의로 학정을 하는데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 백성의 사정을 살피지 않고 대수롭지 않게 여겨 그 지경에 이른 경우가 많다. 구계의 말에 “문을 나갈 때는 손님을 맞이할 때철럼 공손히 하고, 일을 받들어 할 때는 제사를 지내듯이 공경하게 해야 한다”고 하였는데, 공자가 이말을 부연하여“문을 나갈때는 큰 손님을 보는듯이 하며, 백성을 부릴때는 큰제사를 받드는 것처럼 한다”(P360)

잡패(공자의 핵심사상,<서>;恕):『시경』정풍「여왈계명」에 다음과 같이 노래하였다.

당신이 그분을 불러오는 줄 알면,

나는 그분에게 잡패를 드릴테요.

당신이 그분을 찾아가 섬기는 줄 알면,

나는 그분에게 잡패를 올릴 테요.

당신이 그분을 좋아하는 줄 알면,

나는 그분에게 잡패로 보답할 테요.(P361)

송나라 이후로 유자이 학문이 점점 깊고 은미해져서, 한두 글자에 대한 뜻을 깊이연구하고 끝까지 토론하여, 그것을 분변하는 설이 상자에 가득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이렇게 하는 데 골몰하였고, 또 아는 데에 급급하여 실천하는 데에는 느슨하게 되었다. 성인은 말씀하시기를 “이런것들”을 행하고 나서 남은 힘이 있거든 글을 배워라”라고 하였으니, 그 기상이 서로 같지 않은 것이 이와 같다.(P371)

효도를 해야 하는 점에 대해 그 이치를 충분히 알아서 미진한 점이 없은 뒤에야 마음을 정성스럽게 할 수 있다. 아름다운 여색을 좋아하듯이 마음이 정성스럽게 되면, 그것을 실천할 따름이다. 어찌 다시 정심을 말할 필요가 있겠는가?(P373)

천하의 일이 대개 10분의 8,9는 요행으로 이루어진다. 역사서에 나타난 바로는, 고금을 막론하고 성공과 실패, 날카로움과 둔함은 그 때의 우연에 따른 것이 참으로 많다. 심지어 선․악이나 어질고 불초한 것에 대한 분별도 반드시 그 실상이라고만 믿을 수 없다.(P379)

저들이 장기와 바둑에 정신을 쏟는다 할지라도 잘 달래서 머리르 돌리게 하면 오히려 진보하여 향상할 수 있지만, 게으름을 피우며 자포자기하는 자는 성인도 어찌할 수 없기 때문에 ‘어렵다’고 말씀하신것이다.(P382)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더라도 성내지 않는 것은 평범한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어찌‘군자’라고 할 수 있겠는가?(P395)

관저: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관저는 즐거워하되 음탕한 데까지 나아가지 않고, 슬퍼하되 상심하는 데까지 나아가지 않은 것이다.“(P396)

육기 가운데,회가 음탕하여 억제하기 어렵다. 은밀한 곳에 혼자 있게 되면, 마음이 방자해져서 제멋대로 생각이 미쳐 더욱 미혹하게 되니, 누가 그것을 막을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군자는 거문고와 비파타는 것을 폐지하지 않는다. 아침과 낮에는 그 소리를 들으며 마음을 온전하게 기르고, 저녁이 되면 그소리를 들으며 편안히 쉰다. 이는 절도에서 벗어나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다.(P397~P398)

利慾에 빠진 사람은 그의 의도와 말하는 것을 살펴보면, 그 궁극적인 목적이 반드시 己기 와 我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그런 사람을 두고 어떤 사람이 꾸짖기를 “일이란 옳고 그름이 있는 법인데, 너는 어찌 굳이 ‘나’만을 말하는 가?”라고 한다면, 그것이 바로 無我무아의 설이다.(P404)

무아:모든 말이나 행동에 있어 결국 그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 돌리는 사람이, 반드시 힘써 그 폐단을 제거하는 것을 ‘극기’라고 하고 하며, 그런 폐단을 아예 금지해서 아예 없애버리는 것을 무아라고 한다. ‘인’은 남과 나의 간격이 없는 것이다. 자기의 사욕을 극복하면 바로 인이 된다. 그리고 무아에 이르면, 그공이 온전해진다.(P404)

곽망우:망우당 곽재우(1552-1617)의 물러나기를 구하는 상소에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성지와 주사는 어느 한 쪽도 폐지해서는 안됩니다. 그런데 지금 주사에만 전력하고 성지는 내버려두니, 신은 이 점을 실로 우려합니다. 우려하기만 하고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니, 벼슬을 그만두고 물러가야 하는 첫 번째 이유입니다. 적국을 얽어매는 데에는 강화보다 나은 게 없고, 분을 풀고 화를 늦추는 데에도 강화보다 나은것이 없고, 적을 나태하게 하여 침입을 못하게 하는 데에도 강화보다 나은 것이 없고, 군사와 백성을 쉬게 하는 데에도 강화보다 나은 것이 없습니다. 적국과 대치할 때에는 사신이 그 사이에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외국의 사신을 잡아 가두어, 침입을 부추키고 화를 불러들이고 있습니다. 신은 이점을 실로 애통하게 생각합니다. 애통해 하기만 하고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니, 벼슬을 그만두고 물러가야 한는 두 번째 이유입니다.

나라가 어지러우면 어진 정승을 생각한다고 합니다. 정승이 참으로 어질면 화란을 돌려 선치를 이룩할 수 있습니다. 이원익(1547-1634)을 영의정으로 삼았다가 얼마 되지 않아 바꿈으로써 조정에서 안심하고 일할 수 없게 하였습니다. 신은 이점을 실로 민망하게 생각합니다. 민망해 하기만 하고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니. 벼슬을 그만두고 물러가야 하는 세 번째 이유입니다.(P418-P419)

안연 진지(한고조의 아들) 공자께서 말하기를 “내가 일찍이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고 밤이새도록 잠을 자지 않으면서 생각을 해보았지만 , 유익함이 없었다. 생각하기만 하는 것은 배우는 것만 못하다.”라고 하였으니, 문인들로 하여금 학문을 하여 진보하게 하신 말씀이다. 이는 대체로 성인의 문하에 있으면서 그때 그때 배우기를 생각하지 않고, 스스로 한계를 그어 나아가지 않는 것“을 가련하게 여겼기 때문이다.(P423)

제연좌법:‘죄가 의심스러울 경우에는 벌을 가볍게 한다'고 했는데, 어찌 미래의 해로움을 미리 염려하여 애매한 형벌을 함부로 시행할 수 있겠는가? 사람이 크게 바라는 바는 죽기를 싫어하는 것보다 더한 것이 없다. 그런데 사람 죽이는 것을 꺼려하지 않으니, 다른 것을 걱정해줄 리가 있겠는가?(P440-P441)

충서(忠 恕):중中과 심心이 합한 것이 충忠이고,여如와 심心이 합한 것이 서恕이다. 이 두 말은 서로 대조해보아야 한다. 충․서는 모두 해성으로, 心심을 따르며 中중이 소리가 되고, 心심을 따르며 如여가 소리가 된것이다. 중은 치우치지 않는다는 뜻이니 이치로써 말한 것이고, 여는 대동大同의 뜻이니 일로써 말한 것이다.(P450)

책비현자(어진이에게 모든 것이 다 갖추어지기를 요구하는 것): 군자는 한 사람에게 모든 선이 다 갖추어지기를 요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관중이 仁인하지 못하고 敬경하지 못하지 못했지만, 성인 그의 공을 덮어두지 않았다. 이것이 인물을 평론하는 절도이다. 연릉․내주에 봉을 받았던 계자季子

는, 나라를 사양한 지극한 행실이 있어서, 성인이 인정했던 사람이다. 그런데 어찌 다시 나라 사양한 것을 죄로 삼을 리가 있겠는가?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계찰季札을 폄하했을까? 계찰은 참으로 죄가 있다. 그 당시 오나라는 계찰이 차지했어야 했다. 搖요는 본래 임금이 되기에는 적당치 않은 인물이었다. 그것은 나라 사람들이 다 아는 바였는데, 합려가 그를 시해하였으나, 그것은 자기가 왕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가 나라를 계찰에게 돌린것은, 단지 인심이 자기에게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었다. 합려의 속셈은 계찰을 통해서 나라를 차지하고자 한 것이다.

그런데 계찰이 그에게 말하기를 “내가 네 나라를 받으면, 이는 내가 너와 더불어 시해한 것이 된다”고 하였다. 이 말은 참으로 당연하다. 그러나 임금을 시해한 죄는 반드시 토벌해야한다. 계찰이 허락하지 않았다면 합려가 어찌 자기 몸을 보전할 수 있었겠는가? 계찰이 또 말하기를 “나는 난을 일으키지 않았으니, 왕이 된 자를 따르겠다.”고 하였으니, 그 의도가 죄를 피하고 화를 면하자는 데 지나지 않는다. 자기 자신을 위하여 꾀한 것은 잘했다고 하겠지만, 역적을 토벌하지 않은 것을 계찰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춘추」에서 죄를 토벌할 것으로는, 임금을 죽이고 나라를 찬탈하는 것보다 더 무거운 것이 없다. 그러므로 공자께서 그를 公子라고 쓰지 않고, 오자사찰래방이라고 써서 은근히 폄하한 것이다. 계찰의 입장에서는, 나라 사람들의 마음에 따라 임금을 시해한 죄를 바로잡고, 공자들 가운데 어진 자를 뽑아 임금으로 세워서 그에게 나라를 양보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당시의 임금자리는, 오직 지혜와 힘이 있는 자가 차지하게 될것이니, 그 죄를 어찌 모면할 수 있겠는가?

참조:계찰은 4형제중 막내였다. 계찰의 아버지 수몽이 왕위를 계찰에게 물려주려 하였으나 사양하여, 맏형인 제번이 이어받았고, 그 다음에는 둘째형인 여제가 이어받았고, 그다음에는 셋째형인 여매가 이어받았다. 요는 셋째형 여매의 아들이다. 여매가 죽은뒤, 다시 계찰에게 왕위를 잇게 했으나 사양하여 요가 이어받았다.(P459~P460)

식진호인: 조계인이 말하기를 “나는 평생 세 가지 소원이 있다. 첫 번째 소원은 세상의 좋은 사람을 다 아는 것이고, 두 번째 소원은 세간의 좋은 글을 다 읽는 것이고, 세 번째 소원은 세상의 좋은 산수를 다 구경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P470)

전당: 명 태조가 맹자의 ‘토개’에 관한 말을 못 마땅하게 여겨, 맹자의 신위를 철거하고자 하였다. 그래서 “감히 이에 대해 간언하는 자가 있으면 활을 쏘아라‘라고 명령하였다. 그때 형부상서 전당이 항쟁하는 상소를 올리고, 웃통을 벗고 화살을 받은 자세로 아뢰기를 “신이 맹가를 위해 죽는다면, 신 또한 영광입니다.”라고 하였다. 황제가 그의 간곡한 정성을 보고서, 상소를 받아들여 드디어 맹자의 신위를 폐출하지 않았다.

살펴보건대, 전당의 일은 참으로 정당했다. 그러나 성현의 출처에 비하면, 반드시 중도를 얻은 것은 아니다. 맹자가 백리해의 지혜로움을 인정했으니, 간언할 수 없는 경우는 그만두고 간언하지 않는 것이 마땅하다. 웃통을 벗고 화살을 받으려 한 것은 반드시 죽는 길이었고, 맹자의 신위를 폐출되지 않은 것은 단지 우연한 일일뿐이다. 죽고 사는 일은 또한 큰 일이다. 범과 승냥이가 입을 벌리고 있는데, 자기의 목숨을 버리고 굳이 달려든다면 어찌 옳은 일이겠는가?(P471~P472)

공자께서“지사志士는 의義를 지키다 죽어 구렁에 나뒹굴 각오를 하고 있고, 용사勇士는 의를 지키다 죽어 목숨을 잃을 각오를 한다”고 칭찬하였다.(P482)

옛날 한 가지 경전 이상에 밝은 사람을 취한 것은, 그가 그 경전에만 전력하여 이해가 깊어서 실용에 이바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늦게야 독서하는 법을 깨달았다. 마음속에 이해되는 점이 있는 듯하였지만, 오래 완미할수록 더욱더 그 의취를 깨닫게 된다. 오늘 터득하지 못하였으나 다음날 깨닫게 되기도 하고, 목전에서 터득하지 못하였으나 뒷날 깨닫게 되는 경우도 있다.

전주는 인도하여 그 노맥을 가리켜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다. 그 경지에 이르러 마음으로 통하는 것은 독자에게 달려있다. 예컨대, 자로가 “제가 그런 나라를 다스린다면,3년 만에 백성들로 하여금 용기를 갖게하고, 의로운 데로 향할 줄 알게 할 수 있습니다.”라고 한말은 먼저 용기를 갖게 한 뒤에 의로운 데로 향할 줄 알게 한다는 것이니, 부유하게 한 다음에 가른친다“는 뜻이다.

백성을 부유하게 해주면, 염구가 재용을 넉넉하게 할 수 있다고 한것 도, 그 가운데 들어 있게 된다. 백성의 부유함은 거저 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직 세금을 적게 거두는 데 달려 있다.(P485~P486)

조수초목명:새와 짐승은, 知覺지각의 마음이 있는 것은 사람과 같지만 義理의리의 마음이 없을 뿐이다.초목은 生長생장의 마음이 있는 것은 사람이나 새․짐승과 같지만 지각의 마음이 없을 뿐이다. 사람은 이 세가지를 다 갖추고 있기 때문에 만물의 주인이 된것이다.(P489)

生涯생애:唐詩당시에 “생애는 한 조각 청산이네”〔生涯一片靑山〕라고 하였고, 또 “생애는 거울 가운데 있다”〔生涯在鏡中〕라고 하였는데, 사람들은 이런 것을 活計활계나 생리의 뜻으로 보고있다.

『장자』에“우리의 生생에는 涯애가 있다”라고 하였다. 涯애란 한계라는 뜻으로. 생이 있으면 반드시 죽음이 있다는 말이다. 죽으면 당연히 丘山으로 돌아가기 때문에‘한조각 청산이네’라고 한것이며, 죽는 기약은 얼굴과 귀 밑에 나타나기 때문에 ‘거울 가운데 있다고’고 한것이다.(P511)

묘계질서:장횡거가 『정몽』을 지울 적에, 거처하는 곳마다 붓과 벼루를 준비해두고, 밤중이라도 터득한 것이 있으면 일어나 촛불을 켜고 기록해 두었다. 그렇게 써두지 않으면 바로 잊어버릴까 염려해서 였다.(P511)

「왕제」:순자의 편명:에 水火수화는 氣기만 있고 生생이 없으며 초목은 생만 있고 知가 없으며, 禽獸금수는 知만 있고 義가 없다. 그런데 인간은 기도 있고 생도 있고, 지도 있고, 그리고 의도 있다. 그러므로 천하의 가장 존귀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P513)

조고전장문:李華(당나라때의 문인):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처절한 마음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이글의 의장의 가연지에게서 근본한 것이다. 그가 주애현을 치지 말자고 간청한 말에 “아비는 앞에서 싸우다 죽고, 아들은 뒤에서 싸우다 부상당하고, 여자는 정장에 오르고, 고아는 길에서 부르짖고 있습니다. 노모와 과부가 눈물을 삼키며 마을 입구에서 곡을 하며, 허제를 차려놓고 만리 밖의 혼을 추모하고 있습니다.(P515)

蘇軾소식의 「대장방평간용병서」는 전쟁에 대한 화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글 을 보고서 슬픈 감정을 일으키지 않는 자는 사람이 아니다. 그글에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싸워 이긴 뒤에, 폐하께서 알 수 있는 것은, 개선하여 승리를 보고 하는 것과 표를 올려 경하하는 따위로서, 빛나는 이목의 구경거리뿐입니다. 먼 지방의 백성이, 흰 칼날에 간과 뇌가 묻어나고 군사들을 먹이느라 근육과 뼈가 끊어지며, 파산하여 유리걸식하며, 아들과 딸을 팔아먹고, 눈이 빠지고 어깨가 으스러지고 스스로 목을 매어 죽는 상황에 대해서는 폐하가 반드시 볼 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慈父․효자․孤臣․과부들의 통곡하는 소리도 반드시 들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는 마치 소와 양을 도살하고, 물고기와 자라를 회쳐서 음식을 만들어 놓았을 때, 먹는 자는 매우 아름답지만, 죽는 자는 매우 고통스러운 것과 같습니다. 만약 폐하께서 몽둥이와 칼날 아래서 부르 짖고, 도마와 칼 사이에서 꿈틀대는 모양을 보신다면, 비록 八珍味팔진미의 아름다운 음식일지라도 반드시 젓가락을 던지며 차마 들지 못하실것입니다. 그런데 하물며 사람의 목숨을 이용하여 이목의 구경거리를 삼는데 있어서이겠습니까?(P525)

3. 맺음말

우리나라의 옛선조가 쓴 글이란 이해하는데 크게 무리가 없었다. 감명이 깊은 구절들이 많았으나 일부는 현실과 접목이 되지 않는 글귀도 간혹 있었다.

유학의 주자가 단정한 무지개와 관련하여 문제점을 지적한 것은 후대의 연구자로서 올바른 자세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