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크루즈 여행의 장단점
코로나 발생 1년 전 2019년 무엇을 예감했을까?
그해 유난히 다른 어느 때보다 국내외 여행을 많이 다녔다.
그중 2019년 3월 호주 뉴질랜드 12박의 여행이 마지막 크루즈가 될 줄이야...
멜버른, 시드니, 웰링턴 등 6번의 기항지마다 내려서 자유롭게 처음 가보는 대륙과 해양의 풍광에 취해서 이국의 정취를 맛보며 자유 여행을 한 경험은 60대의 마지막 모험과 도전이 되고 말았다.
위드 코로나라고 하는 생소한 문장 앞에서 그동안 얌전하게 아무곳에도 가지 못하고 살았던 시절에 대한 보상심리로 서서히 여행에 대한 갈증이 드러나면서 문예회가 내준 즐거운 숙제를 할 겸 19년 여행의 기억을 복기해 보기로 했다.
여행은 패키지로 가는 것이 편하고 가성비가 좋지만 자유롭고 기억에 남는 건 배낭여행이고, 패키지와 자유여행을 적절하게 섞은 것이 크루즈 여행이라 할 수 있다,
당시 함께 한 호주 뉴질랜드 크루즈 여행그룹은 여자 10명이었는데, 2500여명 여행객 중 한국인은 우리들뿐이었다. 대부분 가족단위 여행객인데 10명 친구들 끼리 모인 그륩은 우리뿐이라 외국인들이 신기한 듯 쳐다보는 것 같았다. 특히 백호주의 때문인가 호주인들은 별로 동양인에게 친절하지 않은 느낌 받았다. 오히려 유럽인들이 세련되고 우호적이어서 수영장 내 자꾸지 풀이나 칵테일 바에서 영어로 짧은 대화를 했다.
크루즈 여행은 일단 결재하면 환불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그런지 배안에는 깁스한 사람도 여럿 보았고 휠체어타고 여행하는 사람도 있었다. 출발 일주일 전 넘어져 팔에 깁스한 우리 일행 중 한명은 혼자 필리핀 경유 티켓을 발권해서 멜버른에 도착했고, 가장 연장자는 여행 말미에 순간 발을 삐끗해서 휠체어타고 내렸다.
크루즈 여행이 좋은 건 숙박과 식사 이동을 동시에 해결해주며 광범위한 지역을 편하게 다닐 수 장점이 있는 반면, 항구도시만을 하루씩 여행할 수 밖에 없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배가 출발하기 전 며칠 일찍 도착해서 주변 지역을 여행해도 좋고, 크루즈 끝나고 다시 내륙의 도시로 여행하는 스케줄을 짜면 크루즈 여행의 아쉬움을 달랠 수도 있다.
실제로 크루즈 끝나고 우리 일행은 배가 내린 지역으로 벤을 2대 불러 짐을 싣고 하루 종일 시드니 관광하고 저녁 귀국 비행기를 탔고, 일행 중 팔 깁스 한 사람과 다리 삐끗한 사람 포함 4명은 6일동안 시드니 자유여행을 하고 돌아왔다.
어떤 이가 하루에 10만원으로 최고급 삼시세끼 식사와 무제한 커피와 음료 간식을 즐길 수 있고, 교통비 그리고 5성급 호텔 숙박 시설 등의 조건에 감탄하면서 즐기기로 했다는 말에 공감하면서 보낸 날들이 꿈결같다,
2. 상해에 국제 공항 1개인 줄로 착각해서 생긴 일
여행의 매력은 여행이 아니면 깨닫지 못했을 각종 사건들이 일상의 단조로움에 화려한 일탈의 경험을 덤으로 얻는 데 있다. 그러나 해외에서 경험하는 돌발 상황은 때로 치명적이어서 다시는 집을 떠나지 않겠다고 결심을 하기도 한다. 집이 최고라는 진리를 떠올리며 밖으로 돌아다니는 것이야 말로 내면에 집중하지 못하는 인간의 속성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다시 일탈을 꿈꾸며 이국의 풍광을 그리워하게 된다.
19년 호주 여행은 패키지가 아니라서 호주 비행기 티켓과 크루즈선사의 숙박은 각자 발권하기로 했다. 패키지 여행은 여행사에서 다 알아서 해주는데 우리는 겁도 없이 개인적으로 뛰어 들았다가 생각지도 못한 고생을 해서 가장 깊게 기억에 남는다.
호주 멜버른 까지의 비행기 티켓을 직항이 비싸다고 중국 상해 경유의 동방항공으로 마련하고, 크루즈 10박 비용을 직접 로얄 캐러비언 크루즈 회사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카드로 결재했다.
한국에서 출발하여 중국 상해 푸동공항에서 7시간 기다렸다가 크루즈 배가 출발하는 호주 멜버른으로 떠나는 비행기로 예약하기로 했는데, 나의 룸메이트가 상해 푸동공항을 홍차우공항으로 착각해서 티켓을 잘못 발권한 나머지 벌어진 일은 여행경험 최대의 고난 이벤트가 되어버렸다.
우리나라에 김포와 인천공항 있듯 상해도 푸동과 홍차우 공항 두개가 있다는 걸 김포 출발 한시간전에 안 순간 두 여성은 거의 맨붕이 되었다.
홍차우에서 푸동까지 가는 교통편을 김포 공항에서 폭풍 검색하니 택시로 1시간인데, 동료가 택시타면 납치 될 지 모른다고 대중교통 이용하자네... 중국돈도 환전 안했는데 거대한 캐리어 끌고 어찌 전철과 버스를 탄단 말인가?
만일 지정된 시간에 상해 푸동 공항에 도착 못해 호주가는 비행기 못타고 크루즈 배가 떠나면 어찌 할 것인가를 중국 가는 비행기 안에서 둘이서 플랜을 짜기 시작했다
첫째 크루즈 비용 1백만원 날리고 돌아가는 비행기 날짜에 맞춰 호주 자유 배낭 여행을 한다.
둘째 호주에 도착해 크루즈의 다음 기항지까지 알아서 찾아가서 크루즈 배를 따라잡아 탄다.
셋째 크루즈 비용과 비행기 티켓 날리고 한국으로 돌아간다.
세가지 안을 놓고 고군분투 머리를 쥐어 짜고 있었다.
중국은 같은 공항에서 비행기 바꿔 타면 72시간내 입출국 수속 필요없으나, 공항이 다르면 짐을 찾았다가 다시 부쳐야하고 중국 입국 출국 수속을 다시 해야 한다는 것을 중국에 도착해서야 알았다.
이 모든 것을 7시간안에 해치워야 하다보니 덜렁거리는 나는 짐을 빼다 여권이 든 가방을 놓고 돌아다니다 가까스로 다시 찾기도 하는 아찔한 경험은 말하기도 민망하다.
상해 홍차우 공항에 내려 중국어는 뿌이뿌이 밖에 모르는데 환전하고 비행기 안의 중국인 스튜어디스가 써준 쪽지를 들고 택시 탔다. 기사가 범죄인처럼 생겨 1시간 동안 불안에 떨며 정해진 시간 안에 겨우 경유지 상해 푸동공항에 세입하다 보니 우리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가까스로 만난 일행은 우릴 보고 “ 내장 털리지 않은 것이 어디냐”고 무스개소리를 하기도 하고 “나 같으면 그냥 돌아갔을 것”이라고도 하며 서로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뭃론 멕시코 칸쿤 바다에서 수영하다 떠내려가던 나를 와국인 남자 둘이 구해주거나, 카프리섬 케이블카 타기 전 알사탕 먹다 기도에 들어가 숨 못쉬다 죽기 일보 전 가이드가 구해준 일 등 목숨이 경각에 달렸던 일에 비하면 애교일 수도 있는 일이라 여기며 액땜으로 생각했다.
3. 배안에서 뭐하고 놀았던가?
호주에서 뉴질랜드 섬들을 여행하는 10박의 크루즈 일정 중 기항지에 내리지 않고 배안에서 보내는 날 아침엔 부페 식당에서 바다 보며 식사하고, 각자 흩어져 하루를 보낸다. 천혜의 뉴질랜드 바다 협곡을 유영할 땐 배의 선미에서 타이타닉 영화 흉내내며 사진을 마구 찍어대고 놀았고, 화가인 우리 친구들은 배안에서 스케치도 하고 외국인들에게 초상화를 그려주기도 했다.
헬스장에서 운동하거나 바다 보며 트랙을 돌기도 하고 각종 게임하거나 당구도 치고, 영화나 음악 공연을 보거나, 야외 풀에서 수영하다 선베드에서 책을 읽다가 사우나에서 피로를 풀기도 했다. 어떤 일행은 카지노에서 게임도 하고 선내 면세점에서 쇼핑하다 만나기도 한다.
매일 발행되는 뉴스레터에 저녁마다 디너 정찬 코스 식당의 드레스 코드가 뜨면 우리들은 국위선양 차원에서 드레스 수준의 정장 차려입고 입고 식당에 갔다. 밤 되면 칵테일바가 있는 중앙 홀 댄스 플로어에서 라이브 음악을 감상하거나 배우같이 멋진 사람들의 춤을 구경하기도 하면 하루가 모자르기 마련이다.
배에서 내리기 전날 밤 노르웨이 선장의 밴드연주를 비롯 각국의 크루들이 민속의상 입고 공연하고, 관광객들이 다같이 춤을 추며 놀던 일이 크루즈 하이라이트의 대미를 장식했다.
4. 기항지 관광, 짧지만 매력있어요...
크루즈 여행 중 각 항구에 8시쯤 닿으면 셔틀버스가 도시 중심가로 데려다 주자 마자 다시 구룹별로 헤어진다. 항구도시를 걸어 다니며 관광을 하기도 하고, 버스 투어를 이용해서 서너시간 항구도시 유명한 곳을 다니며 쇼핑도 하고 식당에서 점심 먹고 4시경 배로 돌아와야 한다.
크루즈는 항구도시의 이곳 저곳을 길어야 7시간 정도로 관광하는 짧은 여정이 아쉽지만 나일 들수록 빠듯한 일정이 힘든 것을 생각하면 은퇴한 사람들이 선택하는 여행의 장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호주 뉴질랜드는 유럽에 비해 역사적인 유적지도 별로 없지만 원시적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탄할 수 있었고 본격적인 크루즈 체험이 처음이라 잊을 수 없는 여행이 되었다.
5. 코로나 이후 가고 싶은 여행지.. 가능할까?
코로나 닥쳐오는 줄도 모르고 20년 1월부터 알래스카 크루즈나 지중해 크루즈 여행을 계획했는데 코로나로 아쉽게 접어야했다. 앞으로 크루즈는 불가능 할지도 모르겠지만 미지의 바다를 향해 떠나던 설레이는 마음은 접기 어렵다.
그동안 열어보지 않던 크루즈 선사의 메일을 열어보니 상품들이 빼곡하다. 그중 눈에 띠는 일정을 보니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8일 지중해 크루즈 여행 상품이 830불이라고 나와 있어 철없이 짐을 싸고 싶어진다.
첫댓글 자세한 무용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 정도의 큰 사건들을 일으키셨으니 "덜렁거리는 나"라고 표현하실 필요충분 조건을 채우신 것 같아요! 8일에 $830이라면 엄청 착한 가격이지요. 하루 $100짜리 cruise라면 강추! 그것도 Royal Caribbean이라면 금상처마. 소생도 내년 6월부터 1년간 안식년을 신청해서 서울의 엄마와 함께 생활하며 cruise여행도 할 계획입니디! ㅋ
종걸 동기..
어머님 모시고 여행계획 세우신다니 부럽습니다.
어머님께서 장시간 비행기 타기 어려우시면 싱가폴에서 태국 베트남 경유하는 코스를 추천합니다.
내년에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게 되기를..
비행기 타고가는 cruise는 무리일 것이고, 그냥 한국내에서 노는 domestic cruise만 가능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