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억소환
2023년 가을, 1,2과정 친구들이 장기이동학습으로 프랑스와 스페인으로 간다.
절반은 프랑스에서 봉사활동을, 나머지 절반은 스페인에서 산티아고 길을 걷고 올 것이다.
산티아고를 세번이나 가 본 나인지라, 할 이야기가 많았다.
하지만 이런저런 나의 교훈과 에피소드를 나열해봐야 아이들이 재밌게 들을지 의문이었다.
결국 예전의 이동학습 중에 찍었던 사진을 보여주고, 내글이 아니라 아이들의 글을 소개하기로 마음 먹고 다음카페를 디졌다.
- 놀자일기
아이들의 글과 사진을 고르다 보니, 자연스레 그때 나의 생각들을 다시 알아보고 싶었다.
단순 정보전달용 글은 '장기이동학습' 배너에 있지만, 나의 심정과 감상은 '노자칼럼' 란의 놀자일기에 있었다.
읽다보니 2011년 학교가 생기고 초반 3 ~4년의 나의 과잉 각성의 시기 글들이 눈에 들어왔다.
저때는 뭐가 그리 맘에 들지 않았는지, 온통 힘들고 민감하고 답답하고 불안함이 가득찬 글들이었다.
그런데 재밌는 건, 그렇게 각성의 시기 3년간 적은 글이 그 뒤 10년간 적은 글보다 세배는 더 많다는 것이었다.
역시 글은 민감하고 절박할 때 나온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 나날이 무뎌져 간다.
그렇다. 나는 샨티 개교후, 13년간 나날이 무뎌져 왔다.
이게 맞나?, 이게 옳은 건가? 자신에게 물어 본다.
맞는지, 옳은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그냥 그렇게 변해온 것이다. 민감했던 시절이 있고, 또 무뎌진 시절이 있을 뿐이다.
둘다 장단점을 가지고 있어서 옳고 그럼을 판단할 수는 없다.
다만 지금 이시점에서는 민감하고 까칠했던 그 시절로 되돌아 갈 수도 없고, 되돌리고 싶지도 않다.
아이들의 잘못에도 까칠하기 보다는 나처럼 무디게 감싸고 위로하며 넘어가는 사람도 필요하다는 자기변명을 댈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