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인 양분(-) | 남자인 양분(+) |
질소(질산, NO3-) 인(H2PO4-, HPO42-) 황(SO42-) 염소(Cl-) 붕소(BO33-, B4O72-) 몰리브덴(MoO2-) | 질소(,암모늄, NH4+) 칼륨(K+) 칼슘(Ca2+) 마그네슘(Mg2+) 철(Fe2+, Fe3+) 망간(Mn2+) 아연(Zn2+) 구리(Cu+, Cu2+) 니켈(Ni2+) |
암놈 질소만 있다면 쌀밥을 먹기 힘들다. 흙은 여자, 그래서 암놈 질소는 흙에 잘 못 붙는다. 논에서는 항상 물이 밑과 아래로 흐른다. 흙에 붙지 못하는 질소는 물에 씻겨 간다. 벼가 먹을 수 없다. 그래서 논흙에서는 수놈질소가 생겨서 흙에 붙어 있다 벼에 때 공급된다. 다행히 고추나 다른 밭작물은 암놈인 질산태질소를 벼는 수놈질소인 암모늄태질소를 좋아한다.
이들 양분을 작물이 먹을 때는 물에 말아서, 그러니까 물에 녹아 있는 상태에서 물과 함께 몸속으로 들어가는 방식으로 먹는다. 가물면 양분결핍도 같이 일어나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13. 유기농산물이 좋은 이유
유기농업이란 화학적으로 합성한 농약과 비료를 전혀 안 쓰고 짓는 농법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농약과 비료는 우리 환경을 많이 파괴했다. 때문에 농약 대신 생물제재를, 화학비료 대신 유기질비료만으로 농사를 지음으로써 환경을 보호하자는 운동이 70년대부터 일어났다.
사실 농약도 안 쓰고 비료도 안 쓰고 농사짓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지혜와 지식에 눈물을 얹어야 지을 수 있는 농사가 유기농이다.
이렇게 어렵게 농사를 지어놓아도 일반 농산물과 구별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농약은 쳤는지 안 쳤는지는 분석해보면 알 수 있지만, 비료는 분석해 보아도 모른다. 왜 일까?
식물은 양분을 이온(ion) 상태로 빨아먹기 때문이다. 유기질비료를 주어도 일단은 이온으로 분해된 뒤에 흡수되기 때문에 유기질비료에서 왔는지 화학비료에서 왔는지 분석해도 알 수가 없다.
그렇다고 전혀 알 수 없는 것일까? 아니다. 우선 유기농산물은 맛이 더 좋다. 감칠맛이 더 난다. 왜 그럴까? 화학비료 위주로 농사를 지으면 기껏해야 질소-인산-칼륨-황-칼슘-마그네슘-붕소-염소 등 8가지 성분(원소)의 공급에 그친다. 그러나 식물은 이 성분 외에도 철-아연-구리-망간-몰리브덴-니켈 등 6가지 성분이 더 필요해서 최소한 14가지 성분이 있어야 한다. 헌데 흙에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에 비해 유기질비료에는 60여종의 다양한 성분이 들어 있어서 14가지 성분은 물론 사람이 필요한 성분도 다 공급해 준다. 또한 유기질비료를 주면 이로운 토양미생물의 활동이 왕성해져서 좋은 성분들을 많이 만들어 주어 거기서 자란 작물은 기능성도 좋으며, 시거나 떫은맛은 적고 감칠맛과 당도가 높으며 저장성이 좋아 신선한 상태로 오랫동안 먹을 수 있다.
나와 친한 강 박사는 손자가 아토피 피부염환자라 유기농산물만 먹인다. 어쩌다 속아서 가짜를 사서 먹이면 당장 아토피 때문에 며칠을 고생한다. 유기농산물의 효과는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다.
그럼 왜 이렇게 좋은 농산물인데도 유기농만으로 농사를 지을 수 없을까? 유기질비료만으로 농사를 지으면 화학비료를 농사에 비해 수량이 보통 15~20% 떨어진다. 요소비료 1kg에 해당하는 질소를 소두엄으로 넣는다면 500kg을 요소 20kg 한포만큼 소두엄으로 주려면 10톤을 넣어야 한다. 그래서 전체 농사를 유기농을 할 수 없다. 그래서 화학비료를 주로 주면서 유기질비료를 10a 당 연 1톤 정도를 주면 땅심도 유지되고 미량요소도 충분히 공급되면서 맛도 어느 정도 확보된다.
진짜 유기농의 흙을 분석해 보면 인산과 칼륨의 함량이 매우 낮다. 유기질비료에는 이런 성분이 축적될 정도로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농산물을 분석해서도 진짜 유기농인지 아닌지 모르기 때문에 유기농산물은 ‘양심의 농산물’이라고 불러야 한다. 농업에서까지 속이면서 돈을 번다면 어떻게 ‘농심’이라고 하겠는가?
14. 퇴비가 산성토양 잡는다?
“산성흙은 뭘로 잡나요?”라고 질문하면 대체로 두 가지 대답을 한다.
“석회로 잡지요.”
“유기물로도 잡지요.”
‘잡는다’는 말은 ‘중화시킨다.’는 말이다. 산성이란 수소이온(H+)이 수산이온(OH-)의 수보다 많을 때를 말한다. 중성은 pH 7일 때인데, 이때는 두 이온의 수가 같다((H+)=(OH-)). 중성 7에서 숫자가 pH 1쪽으로 내려가면 산성이고, pH 14쪽으로 올라가면 알칼리성이다.
그러니까 산성토양을 개량하려면 수소이온을 중화시켜 물로 만들어야 한다(H++OH-=H2O). 그런 비료는 석회비료 밖에 없다.
그럼 왜 유기물도 산성토양을 개량한다고 믿는 것일까?
산성토양에 유기질비료를 주면 작물이 잘 자란다. 그 때문에 사람들은 유기질비료가 산성을 개량시켜 준 효과라고 짐작한다.
유기질비료는 우선 종합비료 창고다. 유기질비료 속에는 질소를 비롯해서 60여 성분이 저장되어 있다. 산성에서는 부족한 인산과 각종 염류를 공급해준다. 게다가 산성일 때 다량으로 녹아나와 깽판을 치는 알루미늄, 망간, 철 등을 잡아넣어 꼼짝 못하게 만든다.
그럼 수소이온을 중화시키는 능력은 유기물에 없는 것일까? 없다. 유기물의 pH는 대체로 6~7에 있다(석회를 넣어서 만든 유기질비료는 제외). 따라서 수소이온의 수가 수산이온의 수보다 많으니 중화능력이 있을 수 없다.
흙속의 수소이온은 두 가지가 있다. 한 가지는 ‘떠돌이 수소이온(활산성)’이고, 다른 하나는 ‘흙속에 박혀 있는 수소이온(잠산성)’이다. 우리가 pH미터로 재는 것은 떠돌이 수소이온일 뿐이다. 흙속에 박혀 있는 수소이온은 떠돌이보다 훨씬 더 많다. 마치 보이는 것보다 잠겨 있는 부분이 훨씬 큰 빙산처럼 말이다.
유기물을 넣으면 흙보다는 25배나 큰 유기물의 양이온교환능력이 떠돌이 수소이온을 흡착하기 때문에 당장은 pH가 오르는 것 같고, 시비효과도 나타난다. 그러나 ‘언 발에 오줌 누기 식’ 유기물의 산성개량법은 뒤에 더 많은 석회를 요구하게 된다. 석회, 고토석회, 패화석, 규산질비료 등이 산성토양을 개량하는 비료일 뿐이다.
15. 옛날 두엄이 아니다
요즘 농업인들이 혼동을 일으키는 것 중 하나가 가축분뇨, 즉 두엄에 대한 것이다. 옛날에는 유기물을 얼마 주든지 신경 쓸 필요 없이 화학비료를 그대로 다 주었다. 그러나 요즘은 유기물을 넣은 만큼 화학비료를 줄여 주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맞는 말인가? 왜 그럴까?
맞는 말이다. 그럼 유기물은 무엇인가. 유기물을 ‘사람’으로 비유하면 퇴비는 ‘황인종’, 두엄은 ‘백인종’이라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썩거나 불에 타는 것이면 무엇이건 간에 다 유기물이다. 퇴비, 두엄, 짚, 풀, 왕겨, 깻묵 등이 모두 유기물이다. 그 중 짚과 풀을 썩힌 것을 퇴비라 하고, 짚과 풀을 외양간에 넣어서 가축에게 밟힌 것을 두엄이라 한다. 퇴비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비료성분이 달라지지 않았지만 두엄은 엄청나게 변했다.
옛날 두엄에 비해 요즘 두엄은 거름기가 훨씬 많아진 것이다. 70년대까지만 해도 가축은 볏짚이나 풀을 주로 먹었지만 80년대부터 소득이 높아지고 고기의 소비가 많아지자 옥수수를 수입해서 사료로 썼다. 사료가 짚에서 곡물로 바뀌자 두엄은 엄청나게 걸어졌다. 70년대까지는 질소-인산-칼륨이 소두엄 1톤에 각각 3kg 미만이었지만 요즘은 7kg으로 2배 이상 높아졌다. 돼지두엄에는 무려 14-20-11kg, 닭똥은 18-32-16kg이나 들어 있다. 이 양 중에 1년 이내 화학비료처럼 작물이 이용할 수 있는 양분은 소두엄은 2-4-7kg, 돼지두엄은 10-14-10kg, 닭똥은 12-22-15kg이나 된다. 만일 10아르에 3톤을 넣는다면 소두엄의 경우에는 6-12-21kg으로 별로 많은 양은 아니지만, 돼지두엄은 30-42-30kg, 닭똥은 무려 36-66-45kg이나 시비하는 셈이어서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상당량의 비료가 들어가게 된다.
그러므로 돼지두엄과 닭똥을 1톤 이상 많이 줄 경우에는 화학비료의 양을 줄여주는 것이 생산비도 줄이고 흙에도 좋다.
최근에는 아예 전혀 화학비료를 주지 않고 가축분뇨만 주고 텃밭농사를 짓는 유기농들이 많아졌다. 봄에 10아르 당 3톤 정도 주고 그걸로 일 년 농사를 짓는 것이다. (농촌진흥청 ‘작물별 시비처방 기준(2010)’ 참조)
표 2. 유기물 1톤당 총 성분 함량과 연간 유효 성분 함량
유기물 이름 | 수분(%) | 총성분량(kg/톤) | 유효성분량(kg/톤)* | ||||
질소 | 인산 | 칼리 | 질소 | 인산 | 칼리 | ||
퇴비 | 75 | 4 | 2 | 4 | 1 | 1 | 4 |
우분뇨 | 66 | 7 | 7 | 7 | 2 | 4 | 7 |
돈분뇨 | 53 | 14 | 20 | 11 | 10 | 14 | 10 |
계분 | 39 | 18 | 32 | 16 | 12 | 22 | 15 |
* 유효성분량은 가축분 시용 1년 이내에 작물이 흡수 이용할 수 있는 양으로 화학비료를 절감할 수 있는 양
16. 비료 어떻게 주어야 하나?
그럼 어떻게 비료를 주어야 하나? 우선 내 흙을 분석해서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이 넘치는지를 알아야 한다. 흙 분석은 농업기술센터에서 무료로 해준다는 사실을 모르는 농업인은 없을 것이다. 농사가 끝나는 늦가을 호미를 씻기 전에 반드시 흙을 뜨는 일로 한 해의 농사 마무리를 짓도록 습관을 들여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반드시 그렇게 하고 있다. 한 사람이 수십, 수백 헥타르에 농사를 지니까 토양분석은 생산비에도 크게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서의 토양검정은 돈을 많이 받고 해준다.
또한 무턱대고 복합비료를 넣어서 넘치는 양분에 더 보태지는 말아야 한다. 돈분이나 계분 같이 성분량이 높은 유기질비료를 줄 때는 조심해서 양을 결정해야 한다. 이제 환경을 생각하며 비배관리를 할 때가 왔다.
여러 가지 미네랄 성분이 하는 역할
황(유황은 일본식 이름이다.)은 단백질과 비타민을 만드는 중요한 성분이며 맛을 좋게 해 주는 성분이다. 칼슘은 세포가 분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세포벽을 강하게 해주어 병과 해충을 막아준다. 대부분의 흙에 충분하지만 산도를 맞춰주기 위해 석회를 주어야 할 때도 있다. 마그네슘은 동물의 혈액에 철이 필요한 것처럼 엽록소를 만드는 중요한 성분이다. 잎이 녹색인 것은 마그네슘이 엽록소를 만들어준 덕분이다. 마그네슘은 흙 속에 부족한데 상대적으로 많은 양이 필요하기 때문에 비료로 줄 필요가 큰 성분이다. 붕소는 세포분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부족하면 씨가 잘 맺지 않게 된다. 그밖에 미량요소들은 효소를 활성화시켜 주고 생리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량요소 비료라고 따로 만들어 파는 것은 4종복비인 엽면살표용 비료뿐이다. 미량요소의 잠재적인 결핍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종합미네랄 비료인 유기물을 주는 것이 가장 값싸고 효과적이면서 손쉽고 안전하다.
17. 가을 뽕잎 나라님께도 안 바친다.
8월부터 겨울준비를 하는 사람도 있을까? 허지만 나무들은 겨울 준비에 들어간다. 그러니까, 8월 하순 처서(處暑)가 되면 곧바로 겨울 준비에 들어간다. 옛 속담에 ‘처서가 지나면 풀들도 울며 간다.’고 했다. 더는 자랄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처서가 지나면 자람을 멈추고 서둘러 씨를 만드는데 전념한다. 이것을 알고 사람들은 이때부터 안심하고 산소에 벌초를 시작한다.
나무는 양분을 저장하기 시작한다. 마치 다람쥐가 알밤과 도토리를 굴에 감춰두는 것처럼 말이다. 그 전까지는 잎에서 만든 양분을 위로만 보내 자라는 데만 온 신경을 썼지만, 처서가 지나면 반대로 만드는 양분은 물론, 잎에 있는 것조차도 죄다 뿌리나 줄기로 내려 보낸다.
삼복의 찌는 더위는 여전하지만 8월8일, 입추(立秋)가 지나면 아침저녁으로 찬 기운이 돌고, 베짱이는 목청껏 울어댄다. 가을이 오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안다.
나무들은 서서히 가을준비를 시작한다. 이파리들은 하루가 다르게 윤기를 잃고 가벼워지고 뻣뻣해진다. 옛날 누에치는 농가를 보면 봄과 가을 두 번에 걸쳐서 고치를 따서 팔았는데, 늘 가을고치 값은 싸다고 불평을 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가을 뽕잎은 겨울 준비에 들어갔기 때문에 영양가가 봄 뽕잎보다 나빠서 누에고치가 가볍다.
그러면 왜 나무들은 양분을 뿌리나 줄기에 저장할까? 양분저장은 겨울 동안 먹을 ‘도시락’이며, 봄꽃과 잎의 부활을 위한 ‘쌀 뒤지’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겨울은 혹독하기 그지없다. 마치 죽은 것처럼 있지만 몸은 모두 살아 있기 때문에 물도 빨아먹어야 하고 숨도 쉬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양분을 저장하지 못하면 에너지를 만들 수 없어 죽게 된다. 사람들은 나무가 추위에 얼어 죽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굶어죽은 거다.
가을에 누에를 많이 치려고 뽕잎을 무리하게 따면 반드시 이듬해 뽕나무가 죽어버렸다. 그래서 속담에 ‘가을 뽕잎은 나라님께도 안 바친다.’고 까지 한 겁니다.
나무가 양분을 저장하는 또 다른 이유는 봄에 하루라도 빨리 자람을 시작하려는 작전이다. 이른 봄에는 양분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4월까지도 기온은 차고 자칫 늦서리가 내리기 때문에 도저히 잎을 미리 피울 수가 없다. 그 때문에 나무는 전 해에 미리미리 잎을 만들 양분을 저장해 놓고 겨울 나고 봄이 되어 기온이 올라가면 즉시 잎을 밖으로 내어민다. 사람들도 사업을 시작하려면 미리 자본을 만들어 놓아야지, 일단 사업을 시작하고 버는 돈으로 투자한다? 말이 되는 소리다.
꽃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봄에 피울 꽃을 봄에 바로 만들 수 있겠나? 그래서 미리 만들어 놓는다. 사과나무는 6월 하순부터 7월 중하순에 걸쳐서 꽃눈을 만든다. 그리고는 가을 내내 꽃눈을 키우고 내년에 제대로 필 수 있게 꽃눈과 그 주변 줄기에 양분을 가득 채워놓는다.
그럼 이제는 짐작이 갈 것이다. 봄의 잎이나 꽃을 피우는 양분은 모두 전 해의 초여름부터 시작해서 처서가 지나면 본격적으로 만들어지고 축적된다는 사실을. 그 때문에 가을 이파리들은 매우 중요하다. 과실을 따고 남아 있는 이파리를 빈 화장지통 같다고 생각하신다면 큰 오산이다. 그것들이야말로 다음 해에 달릴 과실을 만드는 공장인 때문이다.
과수농사를 잘 짓는 사람을 보면 가을 이파리를 임금 모시듯 요소도 잎에 뿌려 주고, 병이나 충이 못 달려들게 약을 치면서 애지중지 가꾼다. 우리나라 조상님들은 얼마나 지혜로웠기에 처서가 지나면 모기는 입이 비뚤어지고, 나무들은 양분을 저장한다는 사실을 아셨을까 신기하기만하다.
18. 좋은 흙 이렇게 만든다.
쌀을 비롯하여 농업의 여러 분야에서 우리 농업인들의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흙과 비료 분야에 대해서는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닌가 판단된다. 그러나 현재의 농업기술을 한 단계 높이려면 반드시 흙과 비료에 대한 이해도 함께 한 단계 높여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흙과 비료는 농사에 가장 기본이고 기초적인 지식이기 때문이다.
가. 미국곡창지대, 백년 시비 없이 옥수수 3백 kg 생산
농촌진흥청 작물시험장(현 국립식량과학원)장을 역임한 김석동 박사로부터 미국의 곡창지대에 있는 일리노이대학을 방문하고 느낀 점을 얼마 전에 들었다. 그는 1876년 설립한 이 대학 실험농장의 옥수수 밭을 꼭 1백 년 되던 해인 1976년 견학했다. 안내판 옆에 설치되어 있는 버튼을 누르자 이런 설명이 나왔다.
“100년간 비료를 주지 않고 옥수수만 따고 수수깡은 모두 땅에 되돌려 주었다. 그래도 10a에 옥수수가 매년 300kg(보통 1000kg 나온다)이나 나왔다.”
그의 옆에 같이 있던 우리나라 옥수수 전문가인 박근룡 박사와 최봉호 박사(대학 찰옥수수의 육성자)는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라면 비료 안 준 채 3년이면 한 자루도 못 딴다.”
흙을 좋게 하는 대표적인 작물은 콩이고, 지력을 탈취하는 대표적인 작물은 옥수수이다. 콩은 뿌리에 있는 뿌리혹박테리아가 공기 중의 질소를 고정해서 단백질을 만든다. 그 때문에 살아 있을 때나 죽은 후에도 뿌리 주변에 유익한 미생물이 많아서 흙을 떼알조직(홑알조직의 반대말로 흙 알갱이끼리 잘 뭉쳐 있어 작물이 잘 자랄 수 있는 상태)을 만들어 주고 흙을 비옥하게 만든다.
이와 반대로 옥수수는 땅을 나쁘게 만들어 연작을 하면 수량이 뚝 떨어진다. 그 이유는 이렇다. 옥수수만큼 엄청난 수량을 내는 작물도 없다. 10a당 강냉이로 1톤, 사료로는 4톤이 나온다. 그러기 위해서 옥수수는 엄청난 양분을 빨아먹는다. 흙에 있는 유기물이란 유기물은 거의 분해해서 먹는다. 강냉이 1톤을 생산하기 위해서 질소는 32kg이나 필요하다. 그뿐만 아니고 인산과 칼륨은 물론 미량요소도 엄청나게 빨아먹는다. 옥수수를 키우고 나면 흙은 탈진상태가 된다. 그래서 옥수수는 비료 없이는 키울 수 없다.
게다가 옥수수는 흙을 떼알조직에서 홑알조직으로 만든다. 유기물을 모두 소비하기 때문이다. 옥수수는 엄청나게 빨아먹고 그만큼의 엄청난 양을 배설한다. 옥수수는 물론 모든 식물의 대소변은 산성이다. 산성의 주성분인 수소이온(H+)은 흙을 산성화한다. 또한 실뿌리가 거의 없고 주로 곧은뿌리라 흙의 침식을 막지 못하는 것도 원인이다. 이렇게 옥수수는 흙을 해치는 작물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곡창지대의 경우 1백 년 동안 비료를 안 주고도 300kg씩 옥수수가 나왔다는 것은 지력이 대단하다는 증거이다. 이에 비해 3년을 버티기 힘든 게 우리 흙의 현실이다.
그럼 미국의 곡창지대와 우리 흙의 차는 무얼까?
우리나라 흙은 너무 늙었다. 우리나라의 땅은 2억5천만 년 이전에 만들어져 풍화를 많이 받아서 세계적으로도 늙은 편에 속한다. 이에 비해 히말라야 산맥은 인도 대륙판과 아시아 대륙판이 5천5백 만 년 전에 다시 충돌하면서 솟아나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 주변의 땅은 우리 땅보다 훨씬 젊었다.
세계의 곡창지대는 모두 젊은 흙이다. 젊은 흙이란 바람에 운반된 운적토나 물에 운반된 충적토, 빙하가 날라다 준 빙퇴토 등을 말한다. 옛 문명의 발상지가 인더스 강과 같이 모두 강의 하구인 것은 강물이 비옥한 새 흙을, 독일의 곡창지대는 라인 강가의 흙을 매년 바람이 날라다 쌓아놓은 곳이다.
미국의 곡창지대인 일리노이 주와 아이와 주는 높은 유기물을 품은 북극의 빙하가 수만 년 전에 남쪽으로 밀려 내려와 그 자리에 주저앉아 녹은 곳이다.
곡창지대 흙의 공통점은 토심이 깊으면서 유기물이 많고, 미사질(가는 모래)에다 석회 함량이 높다. 우리나라도 하천 주변에 쌓여 있는 흙은 젊다. 늙은 흙을 잘 다스려 높은 수량을 올리는 우리 농업인들은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나. 우리 흙 할아버지 만큼 늙었다.
우리나라 흙은 너무 늙었다. 알프레드 베게너(1880~1930)의 ‘대륙이동설’에 의하면 우리나라 토양은 2억5천만 년 이전에 만들어진 그대로 존재하고 있다. 예를 들면 히말라야 산맥은 대륙판과 대륙판이 충돌하면서 솟아나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 주변의 땅은 우리 땅보다 훨씬 젊었다. 우리 땅은 오래전에 만들어진 그 상태로 풍화되어 왔으니 그동안 얼마나 늙었겠는가? 이렇게 늙은 흙은 식물에게 꼭 필요한 칼륨, 칼슘, 마그네슘 등, 흙 알갱이로부터 쉽게 녹아 나오는 성분은 거의 빗물에 씻겨 나갔다. 그리고 물에 잘 녹지 않아서 흙에 끝까지 버티고 붙어 있는, 그러나 식물에게는 별로 필요하지 없거나 해로운 철과 알루미늄만 버티고 있다. 그래서 인산비료를 주면 상당량이 철과 알루미늄과 붙어서 쓸모없는 인산철과 인산알루미늄이 되어버린다.
소나무와 진달래가 우리나라 산에 자생하는 대표적인 수종이라는 사실이 흙이 산성임을 말한다. 강원도 석회암 지대의 흙을 제외하고 대부분 작물에게 적당하지 않은 pH 5.3 내외의 강산성토양이다. 우리의 대표 흙인 카올리나이트(kaolinite)는 농사보다는 도자기를 굽기에 적당한 늙은 흙이다. 우리나라의 청자와 백자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것은 결코 우연한 것이 아니다.
다. 우리 흙에 대해 두 가지 오해
흔히 우리 농업인들은 우리 흙에 대해 두 가지 오해를 하고 있다. 하나는 우리나라가 금수강산이라 흙도 매우 비옥하다고 믿고 있다는 점과, 따른 하나는 화학비료만 있으면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비단으로 수놓은 것처럼 우리의 강산이 아름다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비옥해서 금수강산이 된 것은 아니다. 옛날부터 조상님들이 치산을 잘 했기 때문이다. 육이오 동란이 일어난 후에 어떠했는가를 알면 짐작이 간다. 나무가 모두 베어지고 나서 얼마나 황량하고 황폐했었던가? 척박한 흙 때문에 곡식의 소출이 적어서 배를 주리고 살았다. 그래도 70년대 비료공장이 만들어지고 나서 화학비료를 펑펑 넣었기에 허리띠를 풀게 된 것도 사실이 아닌가? 우리 흙은 절대로 비옥하지 않다.
물론 농사에 화학비료가 없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화학비료로 다 커버할 수는 없다. 삼요소를 포함하여 대량요소 6가지는 화학비료로 줄 수 있다. 그러나 아연, 망간, 몰리브덴 등 7가지 미량요소를 일일이 화학비료로 줄 수는 없다. 땅심, 즉 비옥도가 버텨줘야 하는 부분이다.
라. 세계 곡창지대는 모두 젊은 흙
우리나라가 늙은 흙인데 비해 세계적인 곡창지대는 모두 젊은 흙이다. 젊은 흙이란 바람에 운반된 운적토나 물에 운반된 충적토, 빙하가 날라다 준 빙퇴토 등을 말한다. 예를 들면 옛 문명의 발상지가 인더스 강, 티그리스 강과 같이 모두 강의 하구인 것은 강물이 비옥한 새 흙, 말하자면 젊은 흙과 유기물을 매년 끊임없이 쌓아놓기 때문이다. 독일의 곡창지대인 라인 강가의 흙인 미사토(모래와 점토의 중간 크기의 가는 모래)는 매년 바람이 주변의 흙을 날라다 쌓아놓은 곳이다.
이런 곡창지대 흙의 공통점은 pH가 중성이고(특히 칼슘 함량이 높다) 유기물 함량이 높고, 양이온교환용량이 크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이런 흙들은 모래도 아니고 점토도 아니고 미사(微砂)라는 점이다. 모래알갱이는 쉽게 깨지지 않아서 양분이 흘러나오지 않고, 점토는 깨질 대로 다 깨져서 더 이상 양분이 흘러나올 것도 없다. 이에 비해 미사는 쉽게 깨지면서 가지고 있는 풍부한 양분을 내놓기 때문에 비옥할 수밖에 없다. 나는 40여 년 전 네덜란드에서 토양학을 공부했을 때, 라인강가에 나가서 흙에 염산을 떨어뜨려 보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석회가 많다는 증거다. 우리나라 흙은 절대로 이런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 석회 성분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운적토로 되어 있는 곡창지대는 겨울에 만들어진다. 유럽의 겨울은 작물이 없는데다 바람도 강해서 겉흙(표토)이 쉽게 날려서 인근의 다른 밭에 가서 쌓인다. 잃는 사람은 손해지만 쌓인 곳의 주인은 비옥한 흙을 받았으니 즐겁다. 그래서 요즘 유럽에서는 겨울에도 밭에 풀을 심어서 흙이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대비하고 있다.
충적토로 되어 있는 곡창지대는 홍수 때 만들어진다. 흙탕물이 곡창지대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럼 우리나라는 어떤가? 여름 장마 때 한꺼번에 폭우가 쏟아져 엄청난 겉흙과 양분을 잃고 있다. 겨울도 안심할 수 없다. 때로는 폭우 쏟아지고, 눈 녹은 물이 여울을 지어 흐른다. 그때마다 겉흙은 물론 속흙까지 깎여 나간다.
마. 우리나라 흙은 여자가 적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 흙의 가장 큰 단점은 여자(-)의 수가 적다는 점이다즉 양분을 저장할 수 있는 능력이 작다는 점이다. 이 능력을 양이온교환용량(CEC)라고 하는데 이 용량이 크면 클수록 양분을 지닐 수 있는 능력이 커서 양분의 유실이 적고 흙의 변화가 적다. 미국의 곡창지대는 100(cmolc/kg)인 반면에 우리 흙은 10에 불과하다. 우리 흙 중에도 모래는 0.5밖에 안 된다. 양이온교환용량이 가장 큰 것은 유기물로 250이나 된다.
그런데다 유기물의 함량도 낮다. 일본의 7.1%의 반에도 못 미치는 2.4%에 그친다. 우리나라는 7할이 경사지라 유기물이 쉽게 유실되는데다, 낙엽 생산량이 적은 침엽수 소나무가 주종을 이루고 있고(지구온난화로 차츰 활엽수가 점령하고 있다). 더구나 식물이 자랄 수 있는 기간이 4월부터 10월까지 6~7달에 불과하기 때문에 유기물의 생산량이 절대적으로 적다.
요즘 논에서 수확이 끝나면 볏짚을 모아서 사료로 파는데 이렇게 하면 흙 속의 유기물이 매년 줄어들어 수량이 점차 떨어지게 된다. 어떤 논에서는 볏짚을 태워버리는데 이것 역시 땅심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바. 어떤 흙이 좋은가?
농사를 짓는데 좋은 흙은 어떤 흙일까?
제일 중요한 조건은 pH가 중성에 가까워야 한다. 대부분의 작물이 중성을 좋아하는데다, 질소, 인산, 칼리 등 대분의 양분이 중성에서 유효도가 가장 높다. pH가 7.0에서 6.0으로 떨어지면 삼요소 유효도는 평균 20%, 5.0으로 떨어지면 46%로 감소한다. pH가 5이하로 떨어지면 3요소가 모두 50%이하로 떨어진다. 그래서 산성인 흙에 비료를 주는 것은 마치 위장병이 있는 사람이 병 치료를 놓아둔 채 보약을 먹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럼 왜 산성에서 비료의 효과가 떨어지는 것일까?
흙이 산성인 경우, 질소의 경우에는 질산태 질소(NO3-)가 아질산(NO2-) 가스로 변해서(환원됨) 공중으로 도망간다. 인산의 경우에 산성에서는 철, 알루미늄 등이 많이 녹아 나와서 인산과 결합하여 녹지 않는 불용성이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소이온이 직접 뿌리로 들어가 세포막을 엉망으로 만들어 칼륨 등 양분흡수를 떨어뜨리고, 뿌리의 수문장을 때려 누워 아무 양분이나 마구 들어가게 해서 양분 균형이 깨지고 만다.
두 번째 문제는 농사를 짓는 긴 세월동안 흙 알갱이가 모두 깨져버렸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한 번도 농사를 짓지 않은 처녀 흙을 파보면 작은 흙 알갱이들이 모두 덩어리를 이루고 있다. 이에 비해 계속 농사를 지은 흙을 보면 흙 알갱이들이 모두 흩어져 있다. 이 두 가지 흙을 각각 덩어리째 물에 담그면 처녀 흙은 덩어리인 채로 바닥에 가라앉는데 비해, 농사를 지은 흙은 덩어리가 부스러져 흙탕물이 일어난다. 이렇게 두 가지 흙이 보이는 차이는 흙이 떼알조직이냐 홑알조직이냐에 달려 있다. 홑알조직의 흙은 비가 조금만 내려도 알갱이가 모두 흩어져 표토의 구멍을 막아 버린다. 그 때문에 빗물이 흙 속으로 스며들어가지 못하고 표면으로 흘러내려 간다. 빗물이 지하로 스며들지 못하면 물이 저장되지 못해서 쉽게 가뭄을 탄다. 빗물이 표면으로 흘러내려가면서 표토를 깎아 내려간다. 가장 많은 양분이 있는 곳이 표토이다. 이렇게 빗물이 표토를 깎아 빼앗아 가는 양분의 손실은 작물이 빨아먹는 양분에 버금갈 때도 있다.
이와 반대로 떼알조직의 경우에는 표면에 구멍이 숭숭 나 있어서 마치 모래땅에 물이 스며들 듯이 물이 많이 스며들어 지하에 물이 많이 저장된다. 때문에 가물에도 끄떡없다. 지렁이 똥이 화분의 흙으로나 농사에 좋다는 것은 대표적인 떼알조직이기 때문이다.
사. 좋은 흙 어떻게 만드나?
사람이 좋은 흙을 만들 수 있을까? 만들 수 있다. 유럽에 가면 ‘사람이 만든 흙(man-made-soil, plaggen soil)'이라는 것이 있다. 지난 수 백 년 동안 두엄을 계속 주어서 만들어진 흙이다. 나는 이것을 독일의 한 농촌에 가서 보았는데 참 신기했다. 흙을 1m쯤 파서 단면을 보았는데, 종잇장 같은 두께로 검고 갈색인 층이 번갈아 쌓여 있었다. 검은 색 층은 두엄층이고 갈색 층은 바람에 날려 온 미사(가는 모래)층이었다. 우리 지도교수님은 1mm쯤 되는 이 두 층이 일 년 동안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는데, 50cm가 넘었다. 즉 500년 동안 만들어진 흙인 셈이다. 500년 동안 독일 농부들은 이렇게 끊임없이 흙을 가꿔왔음을 말해 주고 있었다. 더욱 신기한 것은 1m 아래 쯤에 진갈색의 주먹 만 한 덩이들이 있었는데 그 덩이들은 두엄에서 흘러나와 모인 양분덩이로 인산의 덩이로 보아도 좋을 만큼 풍부한 인산이 들어 있다고 설명해 주었다. 물론 이런 흙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은 수량과 품질이 좋을 수밖에 없다.
독자들은 이런 예를 통해 대체로 어떤 흙이 좋은가를 알았을 것이다. 곡창지대의 흙은 양이온교환능력이 큰, 젊고 석회가 많이 들어 있고, 산도가 중성인 미사질 흙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흙은 늙어서 철과 알루미늄이 많이 들어 있는 산성 토양이고, 양이온교환능력이 작고 양분이 풍부한 미사질보다는 모래나 점토가 많다. 이렇게 불리한 흙에서 지금과 같은 높은 수량을 낼 수 있다는 점은 우리 농업인들의 자랑이고 긍지이기도 하다. 그러나 상당한 부분 화학비료에 의존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앞으로는 흙의 특성을 이해한 바탕위에서 땅심을 높여 생산성을 높이는 아래의 방법을 쓰는 것이 마땅하다.
1) 표토를 잃지 않도록 한다.
양분이 풍부한 미사질 흙을 만드는 것은 인간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물이나 바람에 의해 그나마 좋은 우리의 겉흙을 빼앗기지 않고, 있는 흙을 잘 가꿔서 비옥하게 만들 수는 있다.
우리나라는 7할이 경사지이기 때문에 특별히 흙이 침식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우리나라는 평지에서도 침식이 많이 일어나는데, 양분은 표면 10cm에 가장 많이 있기 때문에 겉흙을 잃는 것은 큰 소실이 아닐 수 없다. 한 해에 겉흙을 잃음으로서 빼앗기는 양분은 일 년 동안 작물이 흡수하는 양보다 더 많은 것도 있다.
겉흙을 잃으면 토심이 얕아져 뿌리가 깊게 뻗지 못해서 가뭄을 쉽게 탄다. 겉흙이 침식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피복을 하거나 녹비를 재배한다. 경사지라면 계단을 만들거나, 등고선으로 이랑을 만들어 가능한 한 쏟아져 내리는 물살의 힘을 꺾어줘야 한다.
2) 유기물로 여자의 수를 늘여준다
우리 흙은 양분을 지닐 수 있는 여자의 수, 즉 양이온교환용량이 10cmolc/kg로 매우 작다. 이런 흙을 개량하기 위해서는 양이온교환용량이 우리 흙의 25배나 큰 유기물(250cmolc/kg)을 가능한 한 많이 넣어주어야 한다. 유기물은 양이온교환용량을 키워주는 동시에 떼알조직으로 만들어 준다. 미생물은 유기물을 먹으면서 진을 내기 때문에 본드처럼 알갱이를 붙여준다. 따라서 농사를 가장 안전하게 짓는 비결은 흙에 유기물, 그것도 완전히 발효된, 완숙유기물을 주어야 한다.
유기물이 없는 경우에는 논밭이 노는 기간 동안에 녹비작물을 재배한다. 겨울 동안은 콩과식물인 자운영, 목초, 호밀, 보리 등을, 여름 동안은 네마장황, 수단글라스 등을 재배해서 그 자리에 베어 넣는다. 과수원이라면 초생재배를 한다. 논밭을 나지 상태로 놀리면 손해가 크다.
녹비를 재배한다면 그 보다 더 좋은 흙가꾸기 법은 없다. 10a에 녹비 종자 10kg을 뿌리면 생초 3~4톤을 얻는다. 게다가 흙이 침식되는 것도 막아주고 양분이 손실되는 것도 막아준다. 호밀의 경우는 뿌리가 1m까지 뻗어서 심층까지 토양물리성을 개량해준다. 이렇게 뿌리가 개량해준 공극은 유기물 관으로 되어 있어서 작물의 뿌리가 맘 놓고 1m까지 신나게 뻗어 내려갈 수 있어서 가뭄에도 견뎌서 심근성인 과수조차도 많은 수량을 올릴 수 있다.
염류장해가 있거나 연작으로 선충이 있는 하우스에 여름철 녹비인 네마장황을 심으면 두 가지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도 있다.
3) 석회를 준다.
작물마다 가장 선호하는 산도가 있다. 시금치는 pH7.0~8.0, 고추는 6.0~6.5에서 잘 자란다. 시금치를 산성인 흙에서 기르거나 고추를 알칼리성에서 기르면 실패하기 쉽다. 대부분의 작물은 6.5~7.0에서 잘 자란다. 앞서도 말했지만 우리 흙의 90%는 산성이다. 따라서 산성 교정을 위해서 석회를 주어야 한다. 석회는 홑알조직을 떼알조직으로 만들어 준다. 장사를 지낼 때 달구질을 하기 전에 생석회를 흙과 섞어서 덮는다. 석회가 흙 알갱이를 시멘트처럼 단단하게 굳혀주는 때문에 짐승이나 뿌리가 시신까지 들어가지 못하도록 한다. 이처럼 석회는 흙 알갱이를 본드처럼 붙여준다. 그래서 석회는 가장 싼 비료이면서 산도 개량은 물론 식물이 대량으로 필요한 칼슘도 공급해 주기 때문에 일석2,3조의 큰 효과를 가져다준다.
석회는 알칼리성이기 때문에 비료와 직접 닿으면 반응을 일으켜 비료의 효과를 떨어뜨린다. 특히 질소비료는 암모니아가스로 되어 바로 공기 중으로 날아가 버린다. 그럼으로 화학비료를 주기 2주 전에 미리 석회를 뿌려 산도를 교정하고 비료를 주는 것이 올바른 시비법이다.
내 땅의 흙을 좋게 하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농업기술센터에 흙 검정을 받아보아야 한다. 그리고 겉흙이 빗물에 손실되지 않도록 하면서, 유기물과 석회를 주고, 땅을 놀리는 동안 녹비를 가꿔서 흙에 되돌려 주어야 한다.
그러나 무엇에 앞서서 농업기술센터에서 토양검정을 받아보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19. 바닷물 농법은 이렇게
바닷물을 작물에 뿌려 농사짓는 ‘바닷물 농법’이 바닷가에 사는 농민은 물론 내륙의 농민들에게도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농법이 일본에서 시작되었다거나 최근에 생긴 농법이라고 생각하면 오해다. 여러 나라에서 해 왔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오래전부터 해왔다. 도열병을 방제하기 위해 볏짚을 태운 재에 소량의 소금물을 섞어 뿌리기도 했으니 우리의 전통농업기술이기도 하다. 그러나 걱정이 앞선다.
“바닷물을 뿌리면 잎이 타서 죽어버리지 않을까?”
“바닷물이 흙속으로 흘러 들어가 흙이 버리지 않을까?”
물론 이런 우려가 쓸데없는 것은 아니다. 바닷물을 그대로 뿌리면 마늘, 양파, 고구마, 감귤을 빼놓고는 잎이 타거나 아예 작물 전체가 죽기까지 한다. 그러나 대체로 100배로 희석하면 오이와 포도 같이 아주 바닷물에 약한 작물도 피해가 없다.
그럼 흙을 나쁘게 만들지는 않을까? 물론 바닷물이 한 번 들어왔다 나가거나, 심하게 부는 바닷바람(조풍, 潮風)에 닿으면 농사가 안 된다. 그러나 20배 이상으로 희석하거나 일주일 간격으로 3~4회 뿌려주는 정도로는 흙을 나쁘게 만들지는 않는다.
바닷물은 잡초를 죽이고, 고추의 흰가루병과 풋마름병, 역병 등을 억제한다. 무엇보다도 유기물에는 60여종 들어 있는 무기성분을 바닷물은 83종이나 지니고 있는 ‘종합미네랄 비료’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양분을 공급해주면 작물의 생육촉진, 당도와 색도, 맛 등을 좋게 해준다. 토양미생물을 활성화시켜 유기물의 발효를 촉진시켜 줌으로써 작물의 품질을 높여준다.
바닷물 속에 다량으로 들어 있는 염소(cl)은 광합성을 촉진시키고, 병의 발생을 억제하며, 염(鹽)이 주는 스트레스는 항산화과 삼투압조절 기능을 높여 잡초를 잡아주고 병해충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꼭 바닷물만 아니라, 천일염도 10아르 당 10kg까지 뿌려주면 안전하고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바닷물이나 천일염을 오래 많이 뿌려주면 염류장해는 물론, 흙 알갱이가 홑알조직으로 깨어져서 배수가 나빠지는 부작용이 따른다. 바닷물농법에 흥미 있는 독자는 일단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에서 발간한 ‘바닷물의 농업적 활용 매뉴얼(2011)’을 참고하는 것이 좋다.
표 3. 주요 작물의 바닷물 안전사용 농도 기준
희석배수(배) | 작 물 |
원액 | 마늘, 양파, 고구마, 감귤 |
2 | 감자 |
5 | 토마토 |
7 | 수박, 파프리카, 잎 들깨, 참외, 멜론, 배추, 가을 무 |
10 | 열무, 상추, 호박, 콩, 벼, 고추 |
20 | 밀, 보리 |
40 | 딸기 |
100 | 오이, 포도 |
(바닷물을 충분히 흘러내릴 정도로 3~6회 엽면살포 후 조사한 결과임)
20. 비료 4요소(N-P-K-Ca)가 하는 일
햇빛은 물과 이산화탄소와 함께 작물을 만드는 3대 필수요소다. 햇빛은 물과 이산화탄소를 붙여주어 탄수화물, 즉 오이나 벼를 만드는 본드 역할을 하는 요소이다.
식물이 햇빛(빛에너지)을 이용하여 아래와 같이 CO2와 H2O로부터 당(=탄수화물=체리)을 생성하는 과정을 광합성이라 한다.
6CO2 + 12H2O→ C6H12O6 + 6H2O + 6O2
이런 화학작용이 일어나는 장소가 바로 엽록소이다. 엽록소가 바로 광합성이 일어나는 공장이다. 그리고 엽록소의 분자 핵에는 질소가 자리 잡고 있다. 따라서 질소가 부족하면 엽록소가 만들어질 수 없다.
공장이 없어지는 셈이다. 왜냐하면 공장도 자꾸 가동하다보면 낡아서 새 공장이 필요한 것처럼, 엽록소도 한참 쓰다보면 낡아져서 새로운 엽록소가 필요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질소비료를 계속 공급해 주어야 한다.
유기농을 한다는 일본의 농가 누군가 말했다. “채소의 잎이 짙푸르면 화학비료를 준 때문이다.”라고. 엉터리 주장이다. 유기질비료의 대표격인 가축분뇨만 주어도 잎은 짙푸를 수 있다. 거기에도 질소가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작물의 몸속에 질소가 지나치면 몸에 해로운 질산태질소(NO3-N)가 많아져서 문제지만, 잎의 빛깔로 보아서 화학비료를 주었다 유기질비료만 주었다고 판단할 수 없다. 누리 퉁퉁한 채소에는 단백질과 같은 영양분이 부족하다. 질소가 부족하면 생산 그 차체가 안 된다.
나는 하우스 농사에서 때때로 수용성인 이수소인산칼리(KH2PO4)를 주라고 말한다. 햇빛을 수용하는 것은 바로 인산이기 때문이다. 인산은 세포 안에서 햇빛을 저장하는 배터리 역할을 하는 성분이다. 인산이 적으면 약한 햇빛을 잡을 수 없고, 쏟아져 내리는 햇빛 에너지를 저장할 수 없다.
그래서 구름이 낀다거나 기온이 떨어진다는 예보가 나오면 즉시 질산칼리(KNO3)와 인산칼리를 물 1톤에 각각 1.2kg과 1.8kg씩(도합 0.3%액) 타주라고 말한다.
흙에 인산이 많아도 물이 많아 산소가 부족한 경우이거나, 기온이 떨어져 지온까지 떨어지면 제일 먼저 인산 흡수가 중단된다. 지온이 질소는 9℃, 마그네슘은 12℃, 칼륨은 13℃, 칼슘은 14℃ 이하로 떨어지면 흡수가 중단되지만, 인산은 16℃가 되면 흡수가 정지된다. 지온이 21℃에서 흡수율이 100%이라 치면 16℃로 떨어지면 인의 흡수율은 50% 이하로 떨어진다. 지온이 12℃ 이하로 떨어지면 인의 흡수가 매우 제한되어 잎의 색은 자줏빛을 띄고 수확량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이렇게 장해를 받으면 회복하는데 많은 시일이 걸린다. 그래서 예방책이 필요하다. 말하자면 질소는 북극사람 같다면, 인산은 추위를 잘 타는 아프리카사람 같이 저온에 민감하다.
더구나 인산은 흙속에 2,3번째로 많은 철과 알루미늄을 만나면 고정이 일어나 쉽게 불용화가 되는 성분이다. 때문에 인스턴트식품 같은 수용성인산 공급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말하자면 세 때를 먹어도 때로 간식이 필요한 거나 마찬가지다. 미리 충분히 인산을 공급해주면 햇빛이 약해도, 날씨가 추워져도 광합성을 하는데 지장을 덜 받게 된다.
그럼 왜 칼륨(K)을 같이 주는 것인가? 우리의 혈액 중에는 나트륨(Na)이 혈액의 삼투압을 조절하고 콩팥에서 노폐물을 걸러준다. 그와 마찬가로 식물에서 칼륨은 나트륨 역할을 한다. 광합성을 직접적으로 돕고, 광합성으로 만든 양분을 이동시킨다. 식물의 운동, 말하자면 숨구멍의 여닫이, 잎과 꽃이 해를 쫒아 움직이게 한다. 뿌리의 활력을 지탱해 주고 양분 흡수를 돕고, 흙이 산성이면 수소이온(H+) 대신 뿌리 밖으로 나가면서 다른 양분이 들어오도록 희생타를 친다. 그래서 흙이 산성이면 작물이 잘 자라지 못한다. 세포의 삼투압을 조절해 주는 것은 칼륨만이 하는 일이다. 또한 는 것이 바로 칼륨이다.
인산과 칼리 두 가지 비료는 흐린 날과 추운 날을 지혜롭게 넘기는 비상식량이라고 할 수 있다.
칼슘은 세포벽을 단단하게 해주는 가장 중요한 성분이다. 토마토의 경우 칼슘 부족은 배꼽썩음병으로 연결된다. 세포가 가장 약한 부분이기 배꼽 부분이기 때문에 칼슘이 부족하면 제일 먼저 썩기 때문이다. 칼슘이 들어 있는 석회를 주면 토양산도도 올라가고 칼슘도 공급되어 작물이 잘 자라게 된다. 비료 4요소의 주요 특성을 정리하면 표 4와 같다.
표 4. 비료 4요소의 주요 특성
성분 | 주요 역할 | 흡수정지지온(℃) | 비료의 이동거리(cm/년) | 비 고 |
질소(N) | 엽록소 생산 | 9 | 158 | 손실이 심해 비료를 2~3 번 나눠 주어야 함 |
인산(P) | 햇빛 에너지 저장 | 16 | 4 | 이동이 나빠서 전량 밑거름으로 주어야 함 |
칼륨(K) | 세포 삼투압 조정, 식물의 운동 | 13 | 134 | 손실이 심해 비료를 2~3번 나눠 주어야 함 |
칼슘(Ca) | 세포벽 구성 | 14 | 36 | 석회로 공급, 화학비료 주기 2주 이전에 시비, 재배기간 중에는 석회포화액을 만들어 줌, 석회와 질소, 석회와 인산비료는 함께 섞어주면 절대 안됨 |
산성토양에 석회포화액을 흙이 6.0이하의 산성이라면 지중 점적호수가 있는 경우 ‘석회포화액’으로 중화를 시키는 것이 급선무이다. 100L들이 통에 석회 20킬로그램을 넣고 잘 젓는다. 하루 녹이면 이게 석회포화액이다. 한 10번 쯤 반복해서 녹이면 석회가 거의 다 녹는다. 이것을 10배로 희석해서 관주한다. 반대로 산도가 7.0이상의 알칼리이면 사정은 다르다. 퇴비액을 만들어 관주한다.
하우스, 염류장해 하우스에서 퇴비액을 산도가 7.0이상인데다 전기전도도가 2데시시멘스(dS/m)이상이면, ‘퇴비액’을 만들어준다. 100L들이 통에 20킬로그램의 잘 썩은 퇴비를 넣고 수시로 저어 하루를 우린다. 5번 반복해서 우리면 450L쯤 된다. 이것을 관주해주면 ‘킬레이트’효과를 발휘해서 염류장해를 가볍게 해준다. 추비가 필요하면 여기에 요소 400그램 정도 함께 녹여준다. 특히 맹물을 주는 대신, 꾸준히 퇴비액을 주면 수량이 안정적으로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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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음악으로 농사 더 잘 짓기
“음악을 들려주면 작물이 잘 자라고 병해충도 덜 걸린다.”
말이 되는 소리인가? 식물에 무슨 귀가 있다고 음악을 듣는단 말인가? 물론 식물에게는 귀가 없다. 귀가 없다고 소리를 듣지 못한다고? 콩나물을 키우면서 헤비메탈이나 록음악을 들려주면 대가리가 95%이상 금이 간다. 자동차소음을 들려주면 미나리 싹이 50%나 안 나오고 배추는 잎이 꼬인다.
식물은 귀가 없는 대신 몸 전체로 소리를 듣는다. 식물 세포는 동물 세포에 없는 것이 3가지 더 있다. 세포벽과 엽록체와 액포가 그것이다. 세포벽은 질기고 딱딱한 세루로스로 되어 있어서 뼈 없이도 식물의 몸을 지탱할 수 있다.
이 벽이 음악의 음파에 자극을 받아 떨면 안쪽에 있는 세포막을 떨게 하고, 세포막이 떨면 자연히 세포질을 떨게 한다. 세포질이 물리적인 자극을 받으면 전기적 화학적인 변화를 일으켜서 잘 크고 병해충에 물리치는 물질을 분비한다.
음악을 들려주면 1주일 후부터 해충에게 해로운 물질인 가바(GABA)와 루틴(Rutin)이 2.4배 이상 증가한다. 가바는 해충의 체중과 생존율을 떨어뜨리고 수명을 단축시킨다. 그러나 사람에게는 혈압을 떨어뜨리고 통증감각을 억제하는 이로운 활성물질이다. 쌀을 물에 불려서 밥을 하면 맛있는 것은 이 성분이 많이 생긴 때문이다. 루틴은 해충에게는 신경계 독성이며 대사작용을 교란시켜 발육을 억제시키는 성분이다. 그러나 사람에게는 모세혈관, 특히 뇌의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만들어주어 뇌졸중 예방성분이기도 하다.
음악을 아침 6~9시에, 하루 1~2시간 매일 들려주면 현저히 해충과 병 발생을 억제시켜 준다. 어떤 농가는 살충제를 8할까지도 줄인 예도 있다.
음악을 써 본 농가의 반응을 정리해보면 병해충 발생 감소, 수량 증수, 낙과 감소, 조기 수확, 맛과 당도 증가, 상품성 향상(특품 비율 증가), 농약을 덜 뿌림으로 하우스 내 환경 쾌적하게 하고, 음악을 들으면서 작업을 하기 때문에 능률이 향상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음악은 엽면비료의 흡수를 높여준다. 뿌려주기 15분전에 음악을 들려주고, 뿌리고 나서 15분 더 음악을 들려주면 아연과 같이 잎에서 흡수가 나쁜 성분의 흡수가 높아진다. 필자가 개발한 그린음악이 좋지만 구하지 못할 경우 경쾌한 경음악이나 고전음악, 비발디의 ‘사계’도 좋다.
음악농법은 특별히 돈이 더 많이 드는 농법이 아니다. 이미 대부분의 하우스에는 오디오 시설이 있기 때문에 아침 KBS FM 1에서 틀어주면 고전음악이 나와서 이것을 들려주면 편리하다.
22. 키 워드- 이것만 알아도 농사에 보탬이 크다.
아래의 용어, 과부촌, 전기의자, 깡패, 폴리스(경찰), 노숙자, 국민주택, 방귀 귀신, 천사, 망나니 등은 실제로 토양학에서 쓰이는 용어는 아니다. 다만 필자가 농업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만든 것이다. 이것만 이해를 잘 해도 농사에 큰 보탬이 된다.
과부촌(-음이온 전기의자)(+토양): 모든 흙에는 전기의자가 있다. 여자(-)전기가 흐르는 의자(그래서 과부촌이라고 한다)이다. 그래서 남자(+)만 앉을 수 있다. 여자 전기의자가 많을수록 남자 손님, 즉 양분(비료)이 많이 앉을 수 있다. 우리나라 흙 100g에는 의자가 10개 있다(이 의자 수를 유식하게 말하자면 ‘양이온교환용량’이라 하며, 10개는 비유적으로 썼다). 흙 중에서도 모래에는 의자 반 개꼴로 있다. 세계 곡창지대의 흙은 50~100개가 있다. 토양개량제로 쓰는 제올라이트는 100개를 지니고 있다. 의자가 가장 많이 있는 것은 유기물이다. 유기물에는 의자가 250개나 있다. 우리나라 흙은 양분, 즉 비료를 많이 앉힐 수 없다. 그 때문에 흙의 의자 수를 늘리려면 유기물을 많이 주어야 한다.
깡패(수소이온): 초대하지도 않은 남자손님이 의자에 앉는 경우가 많다. 수소이온(H+)이 그런 손님이다. 남자 손님 중에 가장 힘이 세서 빈 의자만 있으면 앉는다. 빈 의자뿐만 아니라, 이미 앉아 있는 손님(양분)까지도 끌어내고 앉는다. 말하자면 깡패다. 산성일수록 깡패가 많아지고 중성, 즉 7인 흙에서 가장 적게 있다. 이 깡패는 빗물과 특히, 작물이 양분을 먹고 싸는 똥오줌의 주성분으로 배설된다.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 흙에는 선천적으로 깡패가 엄청나게 많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흙의 원료인 바위가 산성인 화강암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원도와 충청북도 일부 석회암지대를 제외하고 우리나라 흙은 산성이다. 문제는 이 깡패가 백해무익 하다는 점이다. 이 깡패는 비료가 의자에 앉지 못하게 방해하고 양분이 뿌리로 들어가는 것도 방해한다.
폴리스.경찰(석회): 석회는 전기의자를 차지하고 버티는 수소깡패를 내쫒고 중화를 시켜서 작물이 잘 자랄 수 있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폴리스라 할 수 있다. pH 5.5~6.0에서 잘 자라는 작물은 감자와 감귤이고, 벼, 배추, 양배추, 파, 양파, 쑥갓, 부추, 잎들깨, 고추, 피망, 참외, 토마토, 오이, 가지, 수박, 딸기, 호박, 무, 당근, 생강, 고구마, 사과, 배, 포도, 복숭아, 유자. 대부분의 약초 등은 pH 6.0~6.5에서 잘 자란다. 보리, 콩, 시금치, 상추, 마늘 등은 이 보다 높은 pH 6.5~7.0에서 잘 자란다. 흙의 pH를 재보아서 이 보다 낮으면 석회로 개량해 주어야 하지만 6.5이상에서는 콩, 시금치, 상추, 마늘 등을 제외하면 더 줄 필요가 없다.
노숙자(집적된염류): 비료를 너무 많이 주면 앉을 의자가 모자란다. 의자는 10개인데 비료를 30개 주면 앉을 자리가 없는 남는 비료 20개는 빈둥빈둥 흙 속을 방황한다. 잘 곳도 없어서 노숙을 한다. 노숙을 하면서 뿌리를 망가뜨린다. 노숙자가 많으면 염류농도가 높아지고 전기전도도가 높아진다. 갑자기 잎이 시드는데, 뿌리는 이미 한 달 전이나 그 이전부터 노숙자에 시달려 왔다. 너무 심하게 되면 잎이 시드는 증상이 나타난다. 심하면 죽어버리고 만다.
국민주택(녹비): 노숙자가 들어갈 수 있는 집이 바로 국민주택이다. 흙의 노숙자들에게 가장 좋은 국민주택은 ‘녹비’다. 녹비는 왕성하게 자라면서 노숙자를 뿌리에서 불러들여 집을 마련해 준다. 일단 주택에 들어간 노숙자는 절대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녹비를 베어서 그 자리에 놓아도 여전히 그 주택에 머무르면서 필요할 때만 서서히 밖으로 나온다. 그게 바로 양분이 되고, 비료가 된다. 그래서 국민주택(녹비)을 밖으로 내다 버릴 필요가 없다. 물론 안 썩은 볏짚이나 유기물도 국민주택이 되지만 녹비가 훨씬 더 많은 고급 국민주택을 마련해 준다.
방귀 귀신(질소가스): 귀신은 있다고 믿는 사람을 괴롭힌다. 그러나 흙에는 진짜 귀신이 있다. 보이지는 않지만 수틀리면 머리를 풀고 밖으로 나온다. 귀신과 친해서 좋을 것은 하나도 없다. 하우스 흙이 방귀를 뀌면 귀신이 되어 밖으로 나와 하우스를 망친다. 귀신의 정체는 질소가스다. 귀신은 흙 속에 있는 질소비료와 가축분뇨에서 나온다. 흙의 pH가 5.5이하로 내려가거나, 7.5이상으로 올라가면 가스가 되어서 밖으로 나온다. 말하자면 pH가 지나치게 낮거나 높으면 질소 성분은 방귀 귀신이 될 수 있다. 노지에서는 질소비료만 손해 보지만, 하우스 안에서는 비료 손해는 물론, 귀신이 흙 속에서 뿌리를 1차로 해치고 2차로 지상으로 나와서는 잎을 해친다. 하우스에서는 염류장해보다 방귀 귀신 피해가 4배나 더 많이 일어난다. 귀신의 공격으로 하루아침에 이파리가 축 늘어졌다고 “아! 이제는 망했다.”고 절망할 필요는 없다. 즉시 흙의 pH를 재보고 대처하면 회복시킬 수 있다. 그래서 하우스 농사에서 특히 겨울철에는 산도측정기(pH측정기)로 자주 흙 상태를 점검해주어야 한다. pH가 낮을 때는 소석회나 석회포화액을 써서 올려주는데, 석회가 잘 녹지 않기 때문에 천천히 녹여서 공급한다. pH가 7.5이상으로 높을 때는 질산을 5천 배로 희석해서 사용한다. 이 과정은 까다롭기 때문에 전문가나 농업기술센터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천사(유기물): 어려운 사람을 남몰래 도와주는 사람이 천사다. 흙 속의 어려움을 도와주는 천사는 유기물이다. 앞서도 말했듯이 유기물은 ‘천사’로 전기의자가 흙의 25배나 많아서 비료(특히 질소비료)를 잘 받아서 저장하기 때문에 노숙자에게 집을 마련해 주는 꼴이다. 그 결과 염류장해나 가스피해를 현저히 줄여준다.
망나니(생유박비료): 천사처럼 흙과 작물에 좋은 유기물도 완숙되기 전에는 완숙과정에서 가스가 나와서 농사를 망치는 망나니역할을 한다. 대표적인 유기질비료 중에 완전히 생으로 나오는 유박 같은 경우, 하우스에서 사용할 경우 세심한 주의가 요망된다.
참고서적: 흙을 알아야 농사가 산다(이완주, 들녘)
흙, 아는 만큼 베푼다(이완주, 들녘)
첫댓글 재미 있네요. 20번은 아니라도 5번이상은 읽겠습니다 .
재밋으면 됐시유....
한번 읽는데 한참걸리네요 산골농부님 말씀처럼 전체의 맥을 이해하려면
몇번은 읽어야할 듯 합니다 귀한 자료 감사합니다
저위의 내용이 토양학 개론의 핵심이자 전부입니다.
저위의 내용을 영어로 한문으로 바꿔써내면 펑크 안나유....
재배자는 적어도 20번은 읽어야 한다고 했시유....
세번 정독을 했는데도..어렵습니다..문경이나 영월 같은곳이 체리 재배가 유리할듯 하네요.. 천연석회가 많이 나는곳이기에..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