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유치찬란입니다.
'신석 초등학교 후문 앞 간판 없는 떡볶이 집'은 올해로 77세 되시는 주인할머니가 운영하고 있는 곳으로. 신수동 국물 떡볶이. 국 떡. 이라고도 불리고 있는 37년 된 곳입니다. 이곳은 서울 국물 떡볶이의 시초. 성지로 불리는 곳인데요. 오랜만에 찾아가봤습니다.
2017년 3월 1일. 3월 4일. 3월 19일. 3월 22일 방문하다.
신석 초등학교 후문 앞에 있습니다.
간판도 없이 파란색 문만 있어 이런 곳에서 떡볶이를 만드나 싶었는데요. 간판만 안 달았을 뿐. 정상적으로 영업신고하고 떡볶이를 만드는 곳 이었습니다.
오래되어 보이는 큰 테이블과 긴 테이블 몇 개가 있는 이곳은 사실 처음에는 만화방이었다고 하는데요. 만화방에서 떡볶이를 팔던 모습이 아직도 그대로 간직되어 있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한 쪽 주방에서 만들고 있던 떡볶이. 국물이 넉넉한 판 떡볶이 스타일이었습니다.
이곳 떡볶이는 고춧가루 다데기 양념장을 쓰고 있었습니다.
2012년도에 처음 방문했었고. 6년 여 동안 가끔씩 방문했었지만, 이곳 소스는 처음 맛보게 되었는데요. 의외로 짠 맛과 매운 맛이 있었고. 뒤 여운에 뭔지 모를 익숙한 풍미가 더해져 느껴졌습니다. (뒤 여운이 콩 재료와 유사한 풍미. 분명 아는 맛이었지만, 콕!~집어내어 말하기가 애매모호했는데요. 주인할머니는 그런 재료는 전혀 안 들어가는 단순한 고추 가루 다데기 양념장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좋은 국산 고추 가루. 간수를 뺀 좋은 천일염을 사용해 그런 풍미를 느낄 수 있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삶은 달걀과 어묵을 포함한 떡볶이 3천원어치를 주문했습니다. 보통 단골손님들은 떡볶이에 하나. 하나.(삶은 달걀과 어묵을 지칭하는 말) 그렇게 주문하기도 합니다.
떡볶이는 떡과 어묵. 삶은 달걀이 들어간 *떡볶이 탕. 국의 모습이었습니다.
* 주인할머니는 (예전 방문 시. 배고픈 시절. 어린 학생(손님)에게 배불리 먹게 하기 위해 국물을 넉넉하게 담아주다 보니. 국물 떡볶이로 알려졌다고 말해주기도 했었고.) 이번 방문 때는 우리가 국물 떡볶이 원조다. 라고 말해주시기도 했습니다.
자세한 설명에 앞서. 이곳 떡볶이는 당도와 염도가 낮습니다. 몇 년 전, 방문 때 염도계와 당도계를 이용해 알아본 결과.
* 식품 의약품 안정 처 권고 기준인 0.8%도 못 미치는 0.7% 염도이었고 당도를 나타내는 6% 브릭스는 100g당 6% 설탕(당) 으로 상당히 낮은 수치입니다. (우리가 즐겨먹는 떡볶이 당도는 보통 20%~30% 이상의 수치가 나온답니다. http://blog.daum.net/gisadan/15797950 참고.)
이런 이유로 제공된 떡볶이를 그냥 먹었을 경우. 뭔가 빠진 것 같은 밍밍한 맛에 처음 접한 거의 모든 사람들은 "이건 뭐지?' 라며 당혹해 할 수 있습니다. 바로 앞에서 언급한 염도와 당도가 낮기 때문인데요. 바로 이런 낯설음에 처음 먹어본 사람은 이곳 떡볶이 맛을 이해하고. 제대로 파악할 확률이 거의 없는 것입니다.
예전 글에 제가 떡볶이계의 평양냉면이라고. 언급한 이유가 평양냉면처럼, 처음 먹어 본 사람은 떡볶이 맛을 잘 이해하지 못하지만, 두 번 먹어보고. 세 번 먹어보다 보면, 알게 되는 맛의 깔끔함. 담백한 맛의 깊이를 이곳 떡볶이에서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감히 말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짠맛과 단맛이 적고. 깔끔한 맛을 가진 떡볶이가 바로 이곳이다. 라고 주장할 수 있는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 반박할 수 없는 사실임.)
이렇게 단순한 고추 가루 양념의 떡볶이는 조리되는 과정에서 어묵 성분(튀겨진 기름 성분. 조미된 생선 맛)이 소금 등의 맛과 더해(져)지는 특징도 가지고 있는 것인데요. 저 염. 저당. 이런 단순한 맛 베이스를 가진 떡볶이는 어떠한 행위 때문에 맛의 상승이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그 어떠한 행위는 바로 가위질.
제공된 상태의 떡볶이(국물)은 상당히 뭔가 빠진 듯 슴슴하지만, 삶은 달걀노른자와 어묵, 떡을 가위로 자른 후 국물과 섞게 되면, (노른자의 고소함. 어묵의 감칠맛 등이) 낮은 당도와 염도로 이루어진 심심한 국물이 어우러지며 (국물) 맛의 상승이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미각으로 느끼기 힘든 국물에 숨어있던 짠 맛과 단 맛이 계란 노른자. 어묵 등이 만나서 전체적인 맛의 상승이 이루어진다는 것이죠.)
간수를 뺀 좋은 소금. 미량의 소금. 고추 가루. 대파 등 최소한의 재료를 사용하는, 이곳 국물 떡볶이는 혀가 좋아하는 단 맛이나 짠 맛. 매운 맛(통각)이 아닌, 시원하고 담백한 맛을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 떡볶이 국물을 그냥 먹었을 때와 재료를 가위로 자르고. 으깬 국물은 극명하게 맛의 차이가 있습니다.
이렇게 이곳을 찾아오는 손님 모두. 가위질 하는 공통된 행동을 볼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로 왔고. 재미있었습니다.
6년 전부터 다닌 곳임에도 이와 같은 현상이 재미있어 주인할머니에게 여쭤보니. 처음에는 국물을 그릇 체 마시는 손님이 많다가. 차츰, 수저를 달라. 가위를 달라고 해. 기본적으로 제공해 주게 되었다고. 말해주기도 했습니다.
이곳은 포크가 없습니다.
저도 가위로 떡볶이. 어묵. 삶은 계란을 자르고. 으깬 후 먹어봤습니다. 고추 가루의 칼칼함이 그대로 전해지면서. 재료 맛과 최소한의 소금 맛이 어우러져 시원함과 깔끔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곳 떡볶이에 대해 이해가 되셨나요? 이렇게 자세히 설명하는 이유는. 본인 입 맛 기준으로 맛있다. 맛없다. 라고만 단순하게 편향적인 시각으로만 판단하게 될 경우.(->자아가 뚜렷해지는 나이(어른)가 되면, 본인만의 시각이 있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 시각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 음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맛의 장점(단점)도 모르고 지나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저 또한 그런 경우가 많았고. 부족한 면도 많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이렇게 배우면서 떡볶이 집을 다니고 있는 것이고요.
1. 이곳 떡볶이는 먹는 사람 식습관에 따라 다양한 반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2. 평소 매운 맛(통각). 단 맛 등 자극적인 맛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이게 뭐야 왜 이리 밍밍해' 하실 수 있고. 순한 맛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 먹을수록 깔끔하다. 뒤 여운이 좋다.' 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조미료에 익숙한 사람은 그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깔끔하다. 할 것이고. 조미료에 예민한 사람은 그래서 쓴 맛이 있다. 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3. 식습관뿐만 아니라 먹는 방법에 따라 음식(떡볶이) 맛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한 예로 음료나 국물을 들이키듯 마시면, 혀에 닫는 시간이 적기 때문에 맛에 둔감. 자극적인 맛을 더 선호할 여지가 높고. 혀끝부터 자연스럽게 닫게 먹게 되면, 맛이 그대로 전달. 잘 느낄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맛이 강하지 않아도요.)
이 떡볶이는 그런, 사람들의 식습관에 따른 다양한 반응을 느낄 수 있는 곳이고. 단 맛. 짠 맛 등 맛이 강하지 않아. 재료 본연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이곳 국물 떡볶이는 오전에는 순하고 깔끔한 편이라면, 오후의 국물 떡볶이는 고추 가루 특유의 (맵고 단) 향이 도드라지고. 간수 뺀 좋은 *소금의 (짠)맛이 국물 속에 느껴지기도 했는데요. 시간 때에 따라 맛의 변화가 있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 짜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소금 특유의 맛을 인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간판도 없는 이런 허름한 떡볶이 집에 누가 오나 싶어도. 주말이 되면 항상 찾는 분들이 많은 숨겨진 떡볶이계의 은둔 고수. 내공이 숨어있는 곳이었습니다.
주인할머니가 방송에 공개되는 것을 원하지 않으셔서 아직 한 번도 전국적으로 소개된 적이 없지만, 진짜 떡볶이계의 숨은 맛의 달인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는 것이죠.
최근 몇 번 방문. 각 3천 원 씩 계산했습니다.
팁
1. 일반적인 매콤하고 달콤한 떡볶이가 아닙니다. 여느 떡볶이와 달리 단 맛과 염도가 낮지만, 아이러니하게 좋은 소금이 이곳 떡볶이 맛의 비밀. 비법이었던 흥미로 왔던 곳.
2. 오전. 낮 시간에는 떡볶이 국물이 시원하다. (깔끔하다.) 라고 느껴질 정도로 맑은 편이라면, 늦은 오후 저녁 시간에는 국물이 상대적으로 짠맛(짜다는 얘기 아님)과 함께 고춧가루의 맛이 좀 더 도드라져 칼칼한 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3. 가위로 삶은 달걀. 어묵. 떡을 가위로 잘게 자른 후. 국물과 함께 먹어야 숨어있던 짠 맛과 단 맛 등. 맛의 상승이 이루어집니다.
4. 본인 입 맛 기준으로 처음 방문한다면, 실망할 확률이 높습니다. 이곳 떡볶이의 특징을 이해하고. 한 번이 아닌, 여러 번 방문해야만, 이곳만의 매력을 잘 이해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술을 안 먹습니다만, 해장용으로 딱! 이라며 숙취 해소용으로 찾는 손님도 많이 있습니다.
영업시간 금요일 휴무
오전11시~ 오후 8시
주소 서울 마포구 신수동 250-19
연락처 無 (지도 연락처는 떡볶이 가게 연락처가 아닙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7.03.27 15:59
첫댓글 여기도 워낙 유명한 곳이죠 :D
애정하는 곳들은
이곳 회원님들과 공유하며 꾸준히
즐겼으면 좋겠어요!
제발 제발 방송국에서
그만 찔러봤으면 하는 소원입니다.ㅠㅠ
은평구 모 우동집도 허락없이,
방송촬영하고 마음데로 편집하여
방영하고나서 나중에서야
해명비슷한 느낌으로 방송..
어느집인지는 아실거라 봅니다!
여긴 리얼코리아 등 10여년 전부터 꽤 많은 프로그램에서 섭외가 들어왔던 곳인데요. 주인할머니가 방송호감이 없으셔서 방송된 적이 없고. 앞으로도 방송될 일이 없는 곳이랍니다. ㅠ
수미의~어느 특정 떡볶이 집을 모티브로 한 떡볶이 집이나 특정 재료가 토핑으로 올라간 떡볶이 집보다는, 당연히 이런 곳이 좀 더 소중한 곳이고. 죽기전에 꼭!! 먹어봐야 할 진정한 떡볶이 숨은 맛집인 것이죠!! 화제성이 아닌, 진짜 떡볶이계의 산 역사가 있는 곳이니깐요^^;
네~부산. 옥포 등등 잘 알려지지 않은 진짜 내공 있는 숨겨진 떡볶이 집들도 꽤 많으니. 맛탐 가족 분들과 함께 공유하며 즐겼으면 좋겠네요^^
@유치찬란 저는 항상 유치찬란님께서
포스팅해주시는 곳
흥미롭고 감사하면 잘보고있습니다! :D
sbs 3개의 프로그램 으로인하여
적잖은 피해를 입은곳이 몇곳있기에
그런일 없길 바래야겠네요ㅠ
@미도리빔 네.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__)
여긴 방송에 소개될 일이 없을 것이에요!!
@유치찬란 여기는 아줌마도 방송 생각 없으시지만 신석 출신들이 더 말려요.ㅋㅋㅋ 안그래도 주말엔 기다려서 먹는데 더 자리없다고요 ㅎㅎㅎ
걸어서 5분인데 자주 못가네요. 예전 그대로네요. 마지막 국물을 원샷~~~캬
ㅎㅎ 설마 그 소리는.... 해장하는 소리인 걸요ㅋ 네.. 여전히 예전 그대로더라고요^^
오 한번 가서 먹어보고 싶은 곳이네요 잘 보고 갑니다
네~한 번쯤 꼭! 먹어봐야하는 곳이죠!!
정말 말이필요없는곳이에요 ㅎ
신수동국떡이 올라오니 너무그립네요 ^^
떡볶이쪼와님! 애정하는 곳이었군요!! ㅎㅎ 네~여기 가끔 생각나더라고요!!^^
@유치찬란 마약이라는말이 정답입니다 ㅎ
정말 술마신다음날은....너무나도 생각나는 곳이에요^^
@떡볶이쪼와 네~지난번 방문 때에도 30년 단골이라는 두 아저씨가 술드시고 얼굴발갛게 상기된체로 방문해서 숙취해장용이라며 국물을 감탄사 내뱉으면서 막!~들이키더라고요ㅋ ^^
먹는 방식이 재미있네요. 국물을 떠먹으면 떡과 어묵, 계란까지 수저에 떠 올라오는구만요.. 맛나겠네..
역시 다양하고 또 신기하고.. 좋은곳 소개해주는것에 대한 감사 또 한번 드립니다. ^^
네~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말씀처럼, 먹는 방법도 재미있고. 맛 또한 다른 곳에서 맛볼 수 없는 매력이 있더라고요^^
독특하네요
여기 도 방문리스트에 찜합니다~
네. 마음에 드는 곳이었음 좋겠네요^^;; 몇 번 가봐야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니 참고해주시고요^^
@유치찬란 네 감사합니다 항상~
@사를 어휴~별말씀을요ㅠ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저도 처음에 신수동 국떡 먹었을 때에는 이게 뭐야..? 라는 생각으로 먹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다시 먹고싶어져서 또 방문하고.. 또 방문하고... 이제는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곳입니다!
조만간 국떡 먹으러 대흥역 가야겠어요!
네~^^ 여기 정말 매력적인 곳이죠!! 정말 중독성이 있더라고요!!
포크. 있어요...제가 42살인데요 ㅡㅡ; 제 세대 다음 중고생때부터 가위질 시작해서 떠먹는 것으로 생각하는 거구요... 달라고 하심 주실거에요~전 30년째 포크로만 먹습니다 ㅎㅎ 포크도 옛날엔 과일포크같은 작은거였는데 언젠가부터 양식포크로 바뀌었다능.....아줌마도(제겐 영원히 아줌마죠) 제겐 가위 안줘요.이빨로 잘라먹는 재미가 있거든요. 첨드시는분은 호불로가 극명해요. 제 친구는 먹고 돌아서자 마자 다시 먹고 싶다고 한 반면 신랑은 그냥 그렇다고~요즘은 잡아 멀어서 생떡이랑 양념이랑 포장해와서 냉동실에 도이 모셔뒀다가 해장시 흡입하죠 ㅋㅋ 가서 먹는맛과는 살짝 차이 있습니다. 화력도 틀리고 내공도 딸려서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