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2장, 어려서부터 이다음에 크면 엄마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모두 해 주겠다며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던 큰아들이다.
그런 아들이 변한 것은 순전히 며느리의 이간질이라고 생각하는 오순애는 김경숙을 향해 악을 퍼 붓는다.
“네 이년! 네 년이 항차 무엇인데 나와 내 아들의 사이를 갈라놓고 있는 것이냐?“
승원은 그런 어머니가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당신은 방에 들어가 있어요.”
승원은 아내를 밀어 방으로 들여보낸다.
그것을 본 오순애는 더욱 화가 치밀어 오른다.
“네 눈에는 이 어미는 보이지 않더냐? 이 어미가 네 식구를 잡아먹기라도 한다는 말이냐?“
“어머니! 점점 나이가 들어가실수록 왜 이러시는 겁니까? 벌써 망령이라도 나신 것입니까?“
승원이는 조용한 음성으로 어머니를 설득해 보려 노력을 한다.
“뭐? 망령? 나를 지금 망령 난 노인네로 몰아 부치고 싶은 것이냐?“
“어머니! 처음에 어머닌 이런 분이 아니셨습니다. 대체 무엇이 불만이고 무엇이 문제라는 말입니까?“
”많지도 않은 형제간에 무엇 때문에 서로 왕래를 끊고 살아야 한다는 말이냐? 에미가 중간에서 역할을 제대로 했어도 지금 너나 승혜가 그렇게 승민이를 모질게 대할 수 있더란 말이냐?“
”왜 모든 것을 그 사람에게 덮어씌우시는 것입니까? 저는 절대로 승민이를 용서하지 못합니다. 아무런 잘못도 없는 제 안식구와 자식을 버린 놈이 어찌 저와 한 핏줄을 타고난 형제라고 할 수 있습니까?“
”이혼은 우리 승민이만 하고 산다던? 이혼이 밥 먹듯 이루어지고 있는 세상이다. 서로 마음에 맞지 않으면 이혼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는 세상에 왜 유독 승민이만 죄인이 되어야 하느냔 말이다.“
“네! 이혼이 밥 먹듯 이루어지는 세상이라는 것은 저도 압니다. 그렇다고 젊은 계집년에게 빠져서 아무런 잘못도 없는 안식구와 자식을 버린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남자가 객지에 오랜 생활을 하다보면 바람은 피울 수 있다고 이해를 하겠습니다. 허나, 계집년 하나 때문에 가정을 깨고 자식을 버리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일입니다.“
승원은 단호하게 말을 한다.
“그런다고 언제까지 네 동생을 보지 않고 살 거냐? 이 어미를 생각해서라도 이번 지환이 돌잔치에 내려가자.“
오순애는 애원을 하는 음성으로 말을 한다.
“어머니! 세월이 아주 많이 흐른 다음에는 모르겠습니다만 지금은 그러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제수씨가 아이들을 데리고 얼마나 힘들게 살아갈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아파집니다. 어머니는 단 한 번이라도 제수씨와 지성이와 지우를 생각해 본 적이 있으십니까?“
“.........................”
“그 아이들 어머니의 자손입니다. 어찌 어머닌 어머니 자손을 버리고 첩년의 몸속에서 나온 그따위 것을 자손이라고 하시는 것입니까?“
“자꾸 첩년이라는 말을 언제까지 할 참이더냐? 요즘 세상에 첩이 어디 있어? 서로 좋으면 좋은 사람들끼리 사는 것이 서로를 위해서 좋은 것이지. 너희들이 아무리 그런다 해도 난 우리 승민이를 위해서라도 그렇게는 할 수가 없다.“
“네! 그러십시오. 그리고 그렇게 좋아하시는 집에 가서 사셔도 됩니다.“
“뭐야? 너 지금 나를 이 집에서 쫓아내기라도 하겠다는 말이냐?“
오순애는 펄쩍 뛴다.
“쫓아내신다고 나가실 어머니도 아니겠지만 자식으로서 어머니를 쫓아낸다는 생각을 하지도 않습니다. 그렇게 좋아하시니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사는 것이 좋다고 하신 것은 어머니 입으로 하신 말씀입니다.“
”난 누가 뭐라고 해도 여기 이 집이 내 집이다. 내가 왜 집도 없는 늙은이처럼 큰아들 작은아들네로 옮겨 다니면서 살아야 한다는 말이냐? 너 그렇게 안식구 말만 듣고 이 어미를 괄시하는 것이 아니다.“
오순애는 이제 큰아들이 무섭다.
언제 이 집에서 나가라는 말이 나올지 무섭다는 생각을 하면서 슬그머니 자리를 뜬다.
어떤 말을 하던 큰아들은 이제 남이라는 서운한 생각이 들면서 그럴수록 며느리에 대한 반감 이 차오른다.
오순애는 어쩔 수 없이 혼자서 승민이에게 내려간다.
강승민 역시 어머니 혼자 오시는 것을 알고 서운하고 답답하다.
형의 마음이 언제나 자신을 향해서 열리게 되고 자신을 이해 해줄 것인지 참으로 답답하다는 생각을 한다.
강승민은 짜증을 부리는 현아의 마음을 다독이면서 아들이 돌을 크게 벌인다.
현장의 직원들과 많은 업자들이 참석을 한다.
선물들과 봉투들이 쌓여가면서 윤아의 기분도 점점 풀어진다.
자식을 위한 돌잔치가 마치 뇌물을 받으려고 벌이는 잔치 같은 모습이다.
친가 쪽에서는 오순애만 참석했을 뿐이다.
박윤아의 친정 쪽 사람들만이 음식을 먹느라 정신이 없다.
그러나 오순애는 그런 곳에는 개의치 않고 쌓여가는 봉투에 관심을 보인다.
하루 종일 잔치가 끝나고 나서 흡족한 기분이 되어 돌아온다.
강승민은 생각보다 많은 업자들이 참석을 하고 많은 봉투가 들어온 것이 참으로 기분이 좋다.
이제 서울 본사의 발령을 기다리는 승민의 마음은 가볍다.
이미 아파트는 다른 업자에게 받도록 약속을 받아두었다.
서른다섯 평짜리 아파트를 받도록 되어 있고 그를 위해서 본사로 가는 즉시 청탁을 들어주기로 서로 묵인이 되어 있다.
오순애는 봉투에 관심을 보인다.
“아범아! 참으로 많은 돈이 들어왔지?“
“네! 이제 이 돈으로 이사를 갈 아파트에 가구들을 해야지요.“
“이사? 어디로?”
“서너 달 있으면 본사로 올라갑니다.”
“정말이냐? 네가 다시 서울로 올라간다는 것이야?“
“여보! 정말 우리 서울로 가요?“
“응! 나라고 언제까지 현장에서만 보낼 수 없지. 이제 본사로 올라가서 근무를 해야지.“
”와! 정말이죠? 우리 지환이 서울에서 키울 수 있는 거지요?“
윤아는 뛸 듯이 기뻐한다.
“헌데, 집은 어떻게 할 거냐? 집을 그년을 주어 버렸으니 너희들은 어디서 살 것이냐?“
“엄마! 이미 집도 구해 놓았으니 걱정할 것 없어요. 그러니 이 돈으로 그 집에 맞는 가구들을 구입을 해야지요. 이제 엄마하고 승환에미하고 함께 가구들을 보러 다니시고 집을 꾸며주세요. 이제는 남들처럼 당당하고 떳떳하게 살 것입니다.“
“암! 그래야지. 너희들이 서울로 올라오면 나도 너무 좋다. 새로 이사할 집이 방이 몇 개나 되니?“
”서른다섯 평짜리 아파트니까 방이 세 개가 될 것입니다.“
”애비야! 그 집에 내 방도 꾸며주렴!“
“어머니가 저희 집에서 사시려고요?”
박윤아는 기겁을 하며 묻는다.
“내가 왜 너희들 집에서 사니? 허지만 내가 가고 싶을 때 아무 때나 가서 편안히 쉬어도 될 수 있도록 내 방을 만들어 주렴!“
“어머니! 그러시는 것은 무리지요. 방이 세 개뿐인데 어떻게 어머니 전용 방을 만들어 드릴 수가 있어요? 하나는 우리 지환이 방으로 해야 하고 하나는 지환이 아빠 서재로 해야 하는데 그럴 수 있는 방이 어디 있어요?“
”아직 지환이가 어린데 무슨 독방을 차지하니?“
“아이들 잠시 자라는 것을 모르세요? 어머니가 차지하고 계시면 우리 지환이 언제까지 저희들이 데리고 같은 방을 사용해야 해요?“
”엄마! 사실 이 사람의 말이 틀린 것이 아닙니다. 이제 서울로 올라가면 되도록 집으로 사람을 불러 보내는 시간이 많아집니다. 제 서재라기보다는 작은 응접실을 만들어 두어야 합니다.“
”알았다.“
오순애는 서운한 감정들이 쌓인다.
자신의 말이라면 무엇이든지 들어주던 작은아들이다.
처음으로 자신의 말이 먹혀들지 않자 진한 서운함을 느낀다.
“엄마! 이것은 엄마 용돈 쓰세요.“
승민은 엄마의 마음을 눈치 채고 백만 원을 드린다.
오순애는 금방 얼굴이 환해진다.
초여름의 문턱에 들어서자 승민은 본사로 복귀한다.
오순애는 그저 신이난다.
이제 작은아들에게 가려면 아무 때라도 언제든지 택시만 한 번 타면 쉽게 갈 수 있고 무엇이든지 며느리를 통하지 않고 직접 아들에게 부탁을 하면 쉽게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그저 즐겁기만 하다.
오순애는 윤아의 생각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무엇이든 윤아에게 말을 하지 않고 아들과 직접 부딪치면서 요구를 한다.
이 삼 일이 멀다하고 드나드는 아들의 집이다.
여전히 음식을 못하는 윤아는 서울로 이사를 오자 모든 반찬들을 백화점에 가서 사다 먹곤 한다.
또한 시어머니와 함께 둘이서 외식을 즐겨하기도 하는 윤아였다.
참으로 그런 것에서는 두 사람의 마음이 잘 맞아 떨어진다.
윤아는 승민에게 차를 사 달라고 조른다.
한 번 쇼핑을 나가려 해도 일일이 택시를 타고 다니는 것이 불편했다.
이미 운전면허를 따 두었던 윤아였다.
아이를 데리고 나다니는 것도 차가 없으니 불편하다는 투정을 한다.
강승민은 그런 윤아에게 작은 소형차를 사 준다.
“기왕이면 더 좋은 것으로 사주었으면 좋았을 것을.......”
조금은 불만스럽다는 윤아의 표정이다.
“이 사람아! 우선은 이 차를 타고 다니라고. 공연히 당신 좋은 차를 사 주고 나면 엄마가 또 그것을 기회로 무엇을 요구해 오실지 모르니까 알았어?“
남편의 말을 듣고 보니 맞는 말이다.
“암튼 어머니는 무슨 기회만 있으면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요구를 하시는 것에 정말 이제는 두 손을 들었어!”
“그래도 잘 해 드려! 사시면 얼마나 더 사시겠어?“
”누가 그러더라고요. 효자 아들과 결혼을 하면 고생길로 들어서는 것이라고요. 정말 당신을 보니 그 말이 딱 맞는다는 생각이 들어!“
“그럼 어떻게 하니? 우리 삼남매를 키우시기 위해 당신이 하시고 싶은 모든 것을 접고 오직 자식들을 위해서 희생을 해 오신 날들인데 지금이라도 하시고 싶으신 것을 해 드려야 하지 않겠어?“
“당신도 못 말려! 엄마 말이라면 무조건 다 들어드리는 당신의 그 성격 때문에 노인네가 점점 더 배포가 크시고 무조건 다 하시려드시니 모든 것은 당신 때문이야!“
윤아는 시어머니의 말이라면 무조건 다 들어주는 남편이 못마땅스럽다.
그러나 월급이외에도 적지 않는 돈을 가져다주는 남편이기에 더 이상의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
윤아의 씀씀이는 날이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배짱이 늘어간다.
돈을 모은다는 생각은 아예 없는 박윤아였다.
|
첫댓글 즐감 하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